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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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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찾기'

김민웅의 세상읽기 〈250〉

봉준호 감독의 작품 <괴물>은 오늘의 현실에 정확하게 과녁을 맞추고 있습니다. 미군기지에서 버려진 독극물이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생긴 돌연변이 괴물, 그리고 이 괴물이 벌이는 사건과 그로 인한 희생자들의 문제는 이 땅에서 그간 일어났던 미군관련 범죄를 고스란히 고발하고 있습니다.
  
  강우석 감독의 작품 <한반도>와 함께, 당대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바를 지목한 영화 <괴물>은 그래서 우리의 영화가 지금 어디까지 도달했는가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이들 영화는 현재 스크린 쿼터 축소 실시 이후 한국영화의 미래를 버텨주는 힘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한반도>가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가상의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면, <괴물>은 괴물을 등장시킨 공포영화이면서 동시에 이 괴물과 맞서 싸우는 한 가족의 혈투, 그리고 그 과정 사이사이에서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지나온 현대사의 대목들을 새롭게 만나게 합니다.
  
  미군 탱크에 희생당한 효순이, 미선이가 그곳에 있고 저 80년대의 치열한 쟁투가 또한 그곳에 있으며 힘이 없어 그대로 주저앉고 해체당하는 사람들의 운명이 거기에 있습니다.
  
  시사회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영화 곳곳에서 환호와 웃음, 그리고 열정적인 응원을 솔직하고 뜨겁게 보냅니다.
  참으로 묘한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화염병이 그토록 아름답고 통쾌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입니다. 한 시대의 모순과 질곡을 향해 거침없이 투척되는 울분과 응징의 힘이 그토록 압축될 수 있으며, 그로써 누가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를 그곳에서 보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통해 우리의 권력이 역사 속에서 은폐해 온 살인과 학살의 기록들을 들추어내도록 일깨우고 있다면, <괴물>은 미국이 그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고 이 땅을 지배하다시피 해 오면서 벌였던 일들을 새롭게 목격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마침 이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미군 당국이 우리에게 반환하겠다고 내놓은 기지의 환경오염의 실상에 놀라고, 그에 더하여 1000억 원 이상의 돈을 우리가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협상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쏟아 부은 독극물에 의해 정신마저 오염되고 괴물이 되어버린 채 이 나라 백성들의 주권과 권리를 파괴하고 있는 존재들의 문제입니다.
  
  영화 속의 괴물은 마치 물고기인 듯 하면서도 동시에 파충류인 것 같기도 한 합체물입니다. 현실의 괴물도 '합체물'인지도 모릅니다.
  
  괴물이 기습적으로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은 놀랍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괴물은 괴물의 형상을 위장하고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놀라지도 못합니다. 놀란다면 그나마 제대로 된 대응이라도 하겠는데 말입니다. 영화는 괴물에 의해 희생된 이들과 괴물을 동시에 찾아 나섭니다.
  
  우리도 지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는 괴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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