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10.9 핵실험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는 물론 국제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아울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논의들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로 모아진다.
북한 제재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가
첫째, 유엔 안보리에서의 제재 논의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게 어떤 형태의 재제를 가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이다. 아울러 그런 제재안들이 고립정책을 펴 온 북한에게 얼마나 효과를 볼 것인가가 관심사항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과연 한반도의 평화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겠느냐는 점이 논란거리다.
둘째, 북한의 핵실험이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것인가, 실패였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느냐는 논란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지난 6년간에 걸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완전 실패(total failure)'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강력한 경고만 남발하면서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평양과 직접 대화 나서라"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주장은 "미국이 지금이라도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들로 이어진다. 미 워싱턴에서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대체로 평양에 부시 대통령의 특사를 파견하는 방식을 거론한다. 존 울프스탈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LA타임스> 기고문에서 "북한이 자국의 핵능력을 오판하지 말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평양에 특사를 보내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 국제관계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도 '괴물들과 대화하기'(Talking With the Monsters)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대북 제재를 위한 유엔 결의를 추진하면서도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늦춰선 안 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에는 너무 늦었을지 몰라도 대화로써 플루토늄 생산을 동결하고 미사일 발사실험과 핵실험을 뒤로 미루기만 해도 박수를 받을 일이다"
"북핵에 조건반사적 행동 삼아야"
셋째는 북한 핵실험이 동북아와 국제사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이다. 이런 논란에는 북한 핵실험에 자극받아 새삼 군비경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미국의 우려가 담겨 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실험 성공을 선언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의 핵무장화 유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부회장 조지 퍼코비치도 페리와 같은 입장이다. 국제안보 전문가인 조지 퍼코비치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러시아 통이기도 하다. 퍼코비치는 미국이 지도력을 갖고 앞장서서 한국, 중국,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북핵 실험이 낳을지도 모를 부정적인 연쇄효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연쇄효과란 동북아 지역에서 벌어질 군비경쟁, 일본의 핵무장, 그리고 이란의 핵보유 야망 등이다.
퍼코비치는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정치권처럼 즉흥적이고 조건반사적인(knee-jerk) 반응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관련 당사국들과의 협력적인 관계 속에 건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래는 카네기평화재단 웹사이트에 실린 퍼코비치의 글(U.S. Leadership with China, South Korea and Japan Key to Containing Nuclear Chain Reaction)의 요약이다.
본문 보기
http://www.carnegieendowment.org/npp/publications/index.cfm?fa=view&id=18764
북한 핵실험의 두 연쇄효과
북한의 10.9 핵실험에 미국이 신속하고 효과적인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두 가지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군비경쟁 움직임이 벌어질 것이고, 국제적으로는 이란이 핵분야에서 도발적인 행태를 더욱 보이게 될 것이다.
미국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강도 높은 외교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주요국인 한국, 중국, 일본이 군비경쟁에 나서려는 욕구를 갖지 못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군비경쟁은 이 지역에서의 핵 대결의 공포를 더욱 키우기 마련이다.
아베 총리의 일본 새 정권이 일본 핵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 중국, 일본과 더불어 핵무장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각국의 의도와 정책을 서로 분명히 알 수 있도록 집중적이고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북 정책의 여러 검토사항들
미국, 한국, 중국, 일본에게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정책목표를 세워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있다. 북한 핵계획을 포기하도록 만들 것인가, 아니면 북한 핵능력을 제한할 것인가.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운반능력을 제한함으로써 다른 나라나 테러집단에게 핵기술이나 핵물질이 건네지는 것을 막을 것인가. 북한정권을 고립시킬 것인가, 아니면 체제변화를 꾀할 것인가 등등의 여러 문제가 검토돼야 한다.
만약 북핵실험이 기술적으로 실패했다고 결론이 난다면, 유엔안보리는 북한이 더 이상의 핵실험을 못하도록 모든 단계를 밟은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번 미사일 실험 실패와 마찬가지로 핵실험이 실패했다면, 북한은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또 다른 핵실험을 꾀하려 들 것이다.
"미국에게 뭔가를 얻어내려 한다"
지난날 북한은 스스로를 고립시켜 온 나라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뭔가 받아내려 할 때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좌절감과 고립감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 핵실험도 북한이 좌절감에서 미국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다는 신호다.
중국은 북한 지도부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공급해 왔기에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주요국가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중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들이다. 따라서 중국, 한국, 일본은 북한이 또 다른 핵실험에 나서지 않도록 함께 나서야 한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비판하고 미국이 절제된 행동으로 나선다면, 중미 양국은 중간선에서 북한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 대응에 촉각 세우는 이란
이란 강경파들은 지금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는가를 지켜보고 있다. 북한핵을 둘러싼 6자회담의 당사국으로서 유엔안보리 거부권을 지닌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이들 두 나라는 북한에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든 그것이 곧 이란에 대한 경고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차분하면서도 외교적인 접근으로 핵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의회의 즉흥적이고 조건반사적인(knee-jerk) 반응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관련 당사국들과의 협력적인 관계 속에 건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 미국과 다른 기존의 핵무기 보유국가들은 다른 나라들이 핵실험 연쇄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더 이상의 핵확산을 막는 거시적이고 빈틈없는 정책들이 마련돼야 할 때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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