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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모옌, 왜 논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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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벨문학상 수상 모옌, 왜 논란인가?

"체제순응적 인물" vs "작품성으로 봐야"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두고 중국 언론과 반체제 지식인들이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중국 소설가 모옌을 선정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한림원은 "모옌은 환상적인 리얼리즘을 민간 구전 문학과 역사, 그리고 동시대와 융합시켰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모옌의 문학 세계에 대해 한림원은 미국의 윌리엄 포크너나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연상케 한다며, 환상과 현실, 역사적 관점과 사회적 관점이 절묘하게 엮인 문학 세계를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모옌은 중국 근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고향인 산둥성 가오미현을 무대로 주로 소설을 써왔다. 그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부터 최근의 중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며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민중의 삶을 그린 작가로 유명하다.

모옌은 이날 수상 발표 직후 <중국신문사>와 한 인터뷰에서 노벨상을 받아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후, 자신의 수상이 중국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중국에는 뛰어난 작가들이 많고 그들의 작품 또한 세상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소설가 모옌이 11일(현지시간) 고향 산둥성 가오미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옌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중국의 대표감독 장이머우(張藝謀)에 의해 영화화된 <붉은 수수밭>을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모옌의 대표작으로는 <생사피로(生死疲勞)>, <술의 나라(酒國)>, <풍유비둔(豊乳肥臀)>, <개구리>등이 있다.

모옌의 수상, 체제인사였기 때문에 가능?

모옌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중국 관영통신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중국 <신화통신>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노벨문학상이 그동안 '중국 국적'을 가진 작가에게는 수여되지 않았다"며 "올해는 이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고 전했다. 중국 국영방송 <CCTV> 역시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평론을 통해 "중국도 기뻐하며 세계도 기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같은 중국 관영 통신들의 환영 보도는 2년 전 반체제 민주화 운동가인 류사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당시 관영 언론들은 류샤오보의 노벨상 발표 소식을 축소 보도했다.

또 중국 정부는 "노벨상이 반중(反中)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반체제 성향의 작가로 1987년 프랑스로 망명한 중국 작가 가오싱젠(高行健)이 200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도 중국 정부는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중국 관영통신이 모옌의 수상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중국의 저명한 반체제 인사 웨이징성(魏京生)은 모옌의 수상은 한림원이 중국 당국을 기쁘게 하려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미국에 망명 중인 그는 11일(현지시간) 모옌의 작가적인 능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문학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 한림원 간 큰 거래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웨이징성은 "중국 정부가 모옌의 수상을 전후해 보여준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면 이번 수상 결정이 중국 공산당 정권을 기쁘게 하기 위한 목적임을 알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이번 노벨문학상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중국의 유명 블로거 원윈차오(溫雲超) 역시 모옌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모옌이 중국 내에서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라고 비난했다. 중국독립중문필회(中國獨立中文筆會)도 모옌의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때 학생 지도자로 활동했다가 미국에 망명 중인 차이링(柴玲)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모옌이 반체제적 작품을 쓰는 작가임에도 중국 관영언론들이 환영의 뜻을 보였다며, 이번 수상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논평했다.

모옌의 작품은 어떤 작가들보다 체제 비판적

모옌의 수상을 비판하는 이들은 그가 체제 내부의 어용 인사라는 점을 지적한다. 모옌이 중국의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작가협회의 부주석인데다가 지난 2009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때 반체제 인사인 다이칭(戴晴)과 베이링(貝嶺)의 참가를 이유로 도서전에서 철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모옌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계기가 된 <붉은 수수밭> ⓒ서안촬영소 (Xi'an)
또 중국 지식인과 작가를 탄압한 계기가 됐던 마오쩌둥(毛澤東)의 '옌안(延安) 문예 좌담회 연설'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가운데 모옌이 기념집 출판에 참여하면서 '부역 작가'라는 비판도 받았다.

모옌의 수상에 대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비판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웨덴 한림원 종신 서기인 페테르 엥글룬드는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문학상을 주는 것이다. 문학적인 장점을 고려한다. 정치적인 사항은 이 고려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문학을 비정치적인 것으로 간주한다거나 올해 상을 받은 사람이 정치적인 문학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옌의 작품은 중국 역사와 현재의 중국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그러나 그는 반체제인사는 아니다. 그는 체제 안에서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모옌의 수상을 체제와 반체제의 이분법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 현대문학을 전공한 서강대학교 중국문화과 이욱연 교수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모옌을 소위 관방작가냐 아니냐라고만 판단하는 시각은 냉전적인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옌은 체제 안에서 활동하는 작가다. 하지만 작품 내용만 보면 중국영토 바깥에서 활동하는 어떤 반체제 인사들보다 체제 비판적인 작품을 써왔다"라며 "체제와 반체제의 이분법적인 경계로 구분하면 모옌은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작품 자체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모옌의 작품 중에 <인생은 고달파(원제 : 生死疲勞)>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초기부터 2000년까지 중국의 사회주의 역사를 다룬 작품인데, 농민들과 민중들에 대한 억압을 그들의 입장에서 풀어냈다"라며 "모옌의 작품이 대단히 체제 비판적이다. 그를 어용이나 체제 순응적인 작가로 보는 것은 반체제 인사들의 과도한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작가협회 부주석 자리를 맡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중국 문학계의 시스템에서는 몇몇 젊은 작가를 빼놓고는 모든 작가들이 작가협회에 소속되어 있다"며 "그곳에 포함되어 있다고 어용이라고 보는 것은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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