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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파월 말 들었더라면 '핵혼란'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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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시가 파월 말 들었더라면 '핵혼란' 없었을 것"

NYT 칼럼니스트 "유엔 결의하더라도 북한과 대화해야"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대화'다. 단, 미국이 주장하는 6자회담 내 대화가 아니라 북미 양자간 '대화'다. 중국 주재 한 북한외교관은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조선의 핵무장을 억제하려면 미국은 대화 재개 이외에 다른 수단이 없다"며 핵실험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강력한 대화요구에 미국에서 돌아온 메아리는 제재와 압박이다. 부시 대통령은 "유엔에서 강도 높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관련 활동이 더욱 확대되길 희망한다"며 이 제재와 압박에 한국도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이 방향을 바꿔 6자회담에 복귀하고자 한다면 문호는 항상 열려 있다"고 했지만 이는 대화가 아닌 백기투항을 압박하는 메시지다.
  
  이처럼 '뻣뻣한' 부시 행정부의 태도에 <뉴욕타임스> 고정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아무리 적대적이고 무자비한 정권과라도 직접 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적국과 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던 전례와 대화를 회피하다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 현재 상황을 비교하며 "부시 행정부는 괴물을 멸하려 하거나 괴물이 도망가기를 바라기 보다는 괴물이더라도 대화하는 편이 훨씬 나은 결과를 낳았다는 역사의 증거를 곱씹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10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크리스토프의 칼럼 "괴물들과 대화하기(Talking With the Monsters)"의 전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얻어야 할 교훈은 아무리 적대적이고 무자비한 정권과도 직접 협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에 저질러 놓은 혼란들을 일소하기에 너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시리아와 이란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들을 적용시켜야 할 때인 것 같다. 이란 한 군데에서만 벌써 세 번째 군사적 충돌을 눈앞에 두고 있지 않은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지난 8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적들과도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과 대화하는 것이 곧 유화정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 행정부는 모두 북한과 대화를 했다. 그 과정에서 맺은 약속들은 때로는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약속들이 전쟁을 막았고 잠시 동안이지만 북한이 그들의 행동의 자제하도록 하는 동기가 되기도 했다.
  
  북한이 갖고 있는 플루토늄이 그 결론을 보여준다. 클린턴 행정부 때 확보한 플루토늄의 총량은? 제로다. 그러나 부시가 통치하는 동안 북한은 핵무기 8개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플루토늄을 확보했다. (북한은 클린턴 임기 말에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한 또 다른 통로로 우라늄 농축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도 성공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이에 한반도 전문가인 제임스 레니 전 주한대사는 "북한과 접촉을 하지 않는 기간동안 우리는 사건의 귀추를 통제하고 주도할 수 있는 수단을 잃어버렸다"며 "이번 핵실험에서 우리는 완전히 상황에서 배제됐음(out of the picture)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범인은 부시 대통령이 아닌 북한의 "친애하는 지도자(Dear Leader)" 김정일이다. 그러나 콜린 파월과 같은 정부 내 온건주의자들이 원하던 대로 북한과 협상이 허락됐더라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핵혼란에 사로잡히지 않았어도 됐을 것이다.
  
  행정부 내 강경파들은 북한 정권이 언제라도 무너질 정권이라고 여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작년 방북에서 내가 본 바로는 김정일 정권이 1989년 첫 방문 때와 진배없이 강고하고 억압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어떤 계기로 그 정권이 몰락할 수는 있겠지만 '자연풍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1990년 후반 중국과의 교역 증가로 경제 상태가 호전된 덕에 북한의 취약성이 보완됐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북한과 중국 간의 교역량은 2002년 대비 두 배 수준이었고 1999년과 비교했을 때는 4배나 늘어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통과하는 길이 넓어졌고 만약 북중간 철도가 연결되고 북한의 나진항에서 중국 화물을 수출할 수 있게 하자는 협의가 실현된다면 양국간 교역량은 급속하게 증가할 것이다.
  
  강도 높은 대북제재 유엔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는 부시의 계획은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유엔 결의안이 직접 대화를 대신할 수는 없다. 중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한 엄격한 경제 재재에 찬성하고 나온다 하더라도 '친애하는 지도자(Dear Leader)'는 총에서 손을 떼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실적 판단이다. 동포 200만이 기아에 죽어가도 메르세데스 벤츠를 수입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미국의 뻔한 공갈로는 북한을 무릎 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북한을 드나드는 배들을 모두 해상 검문한다면 '친애하는 지도자'는 전쟁으로 위협하고 나올 것이다. 그가 정말 전쟁을 원할지는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지금 당장 도쿄나 오키나와나 서울에 부동산을 사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대북 제재를 위한 유엔 결의를 진행해 나가더라도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늦춰선 안 된다. 북한이 핵 무기고를 포기하도록 설득하기에는 너무 늦었을지 몰라도 대화를 통해 플루토늄 생산을 동결하고 미사일과 핵실험을 유예하기만 해도 박수 받을 일이다. 이는 실현 가능해 보이는 목표인 만큼 중국도 자신들의 레버리지를 활용해 도와줄 수 있다.
  
  적과 대화한다고 해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북한 인권 문제를 더 강하게 주장할 수도 있다. 미국의 보수층은 북한 정권의 잔인함에 저항해 왔지만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미국 정부는 정치범 수용소를 찍은 위성사진이나 북한의 인권 유린에 관한 정보를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여기에 힘을 실을 수 있다.
  
  북한 문제보다 더 큰 도전은 다른 '불량국가'들과 맞서는 일이다.
  
  '불량국가'로 지목한 나라들 중에서도 부시가 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여 성공한 나라도 있다. 수단과 리비아 얘기다. 비록 부시 대통령이 수단 정부가 다르푸르 지역에서 발생한 대량 학살에 연계돼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미국은 수단 정부와 협상을 계속해 왔을 뿐 아니라 2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수단 남부와 북부 간의 내전 종식을 돕기도 했다. 리비아에서도 협상을 통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이끌었다.
  
  반면, 북한이나 이라크와의 직접 외교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결과는 재앙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위기뿐 아니라 이란과도 최후의 대결을 위해 비틀비틀 걸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역사가 남긴 증거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괴물을 멸하려 하거나 괴물이 도망가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그래도 괴물과 대화하는 것이 나았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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