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결과 측정된 지진파 자료만으로는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서 핵실험 후 수일 내에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체성 방사성 핵종을 탐지해 분석해봐야 성공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 한다. 이러한 배경 아래 기술적이고 공학적인 관점에서 이번 북한의 핵실험을 아래와 같이 분석 평가해 보았다.
핵실험이란 무엇인가
핵실험이란 플루토늄(또는 고농축우라늄)으로 하여금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연속적인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해 핵폭발이 제대로 수행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핵무기 폭발력의 세기는 플루토늄의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조절하는 기폭장치의 성능 여하에 달려 있다. 재래식 화약을 사용하는 기폭장치의 성능이 우수하면 5~6kg보다 적은 량의 플루토늄으로도 핵무기 1기 제조가 가능하다.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는 기폭장치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실제로는 플루토늄을 사용하지 않는 고폭실험을 많이 수행해 기폭장치의 정상작동을 확신해야 한다. 제대로 작동하는 기폭장치만 있으면 핵실험을 꼭 수행하지 않더라도 플루토늄 6kg을 사용할 경우 최소한 1000t TNT 전후의 폭발력으로 반드시 핵폭발을 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그 동안 플루토늄으로 핵실험을 수행한 국가들 중에 핵폭발력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실패한 국가가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뒷받침한다.
북한의 경우, 1980년대와 90년대 고폭실험을 100회 이상 실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미국이 1940년대 초기에 개발한 조잡한 형태의 핵무기 기폭장치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은 높다고 보며, 이번 핵실험에 이를 사용하였을 것이다.
북한 핵실험의 폭발력 수치가 낮은 이유는?
9일 북한은 성공적으로 핵실험을 수행했다고 발표했고, 당일 오전 10시 36분 리히터 규모 진도 3.58~3.7의 인공적인 지진파가 함경북도 화대군 주변에서 탐지되었다고 한국지질과학연구원은 밝혔다. 그 이후 추가분석 과정에서 진도규모가 3.9인 것으로 수정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지질조사연구소(USGS)는 함경북도 김책시에서 북쪽으로 약 70km 지점에서 진도 4.2의 지진파가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구 소련의 핵실험에 근거한 지하 핵실험과 지진파 진도의 상관식에 근거할 때, 진도 3.9의 지진파는 폭발력 약 400t TNT, 진도 4.2의 지진파는 폭발력 약 900t TNT에 해당한다. 1945년 이후 수행된 전 세계의 핵실험(그림1) 중에서 의도적으로 낮은 폭발력을 지니는 핵무기에 대한 핵실험을 제외하고 첫 핵실험에서 최소한 2000~5000 t TNT 이상의 폭발력을 보였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폭발력이 약 1000t TNT 이하로 대단히 낮은 값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2가지 해석이 거론될 수 있다.
핵실험이 성공했다는 가정 아래, 첫째, 기폭장치 성능이 조악해 작동상의 문제로 충분한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조기에 폭발해 버린 조폭(predetonation)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북한의 핵실험은 최소한의 폭발력만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의도적으로 낮은 폭발력을 지니는 핵무기를 제조해 실험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수백 회 이상의 실제 핵실험 경험에 근거해 실전에 사용할 수 있게끔 저폭발력 성능을 발휘하는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이 있는 미국이나 러시아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첫 핵실험에 임하는 북한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만약 북한의 기폭장치가 오동작으로 핵폭발에 실패했을 경우, 이미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듯이 대량의 재래식 화약으로 핵폭발을 가장했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핵폭발 '가장' 가능성도 부정 못해
북한의 이번 핵실험이 실제 핵실험이었는지 아닌지 여부는 매스컴에 널리 알려진 대로 핵실험 결과 발생하여 지상으로 새어나올 기체성 방사성 핵종의 추적으로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필자의 분석을 아래에 소개한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처럼 대단히 낮은 폭발력의 경우, 지하 약 70m 정도면 핵실험 낙진을 대부분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을 고려한다면(그림2), 높이 360m의 산 지하에서 실시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실험 결과 기체성 방사능 가스(크립톤85가 대표적인 핵종)가 일부 지상으로 새어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느 정도의 양이 새어 나올지 그리고 그 결과 동해 쪽 공해 상공에서 어느 정도 검출될 것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아래에 기술한 필자의 손계산은 정밀한 계산에 의해 검증되어야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크립톤85의 측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소개한다.
플루토늄 50g이 핵분열하면 약 1000t TNT 폭발력을 가지며, 생성되는 크립톤85의 방사능은 약 1.5x1013Bq(베크렐)이다. 생성된 크립톤85가 지상으로 10% 새어나간다고 가정하면, 공기중으로 빠져나간 방사능은 약 1.5x1012Bq다. 대기상태에 따라 변하겠지만, 핵실험 지점에서 약 100km 떨어진 지점에서 이 양은 공기 입방미터 당 약 0.1Bq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상태 대기 중에는 크립톤85가 입방미터 당 약 1.3Bq 포함되어 있다. 즉, 북한 핵실험 지점에서 100km 떨어진 지점에서 채취한 공기샘플을 분석하면 평상시 농도에 비해 약 8% 증가된 크립톤85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100% 이상을 오르내리는 환경샘플의 측정오차를 고려하면 약 8% 증가된 크립톤85가 무슨 의미를 지닐지 필자로서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실제 측정될 크립톤85 농도는 핵실험장소에서 새어 나온 방사능 농도의 비율에 비례하고 측정하는 지점까지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북한의 지하핵실험 결과 10% 이하의 크립톤85가 공기 중으로 새어 나왔거나 지하핵실험 장소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공기샘플을 채취한다면 크립톤85의 증가된 농도는 대기 중 평균농도에 비해 더욱 미미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북한 핵실험의 진위 여부를 북한 밖의 지역에서 가리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필자 강정민 원자핵공학 박사인 강정민 연구원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핵정책 전문가다.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프린스턴대학 과학/세계안보 프로그램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그 후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 등과 수년간 북한의 전력 정책에 대한 공동연구를 수행했고, 국내에서는 평화협력원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강 박사가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미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는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을 비롯해, 북한 영변 핵시설을 직접 방문한 바 있는 식 해커 박사와 존 루이스 박사 등 저명한 핵 과학자들이 연구활동을 벌이는 곳으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 정부 및 민간연구기관들의 정보가 총집결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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