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을 감행과 관련해 여야는 9일 긴급 대책회의를 각각 열고 한 목소리로 이를 규탄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사과와 내각 총사퇴, 대북정책 기조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고 열린우리당에서도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국회차원의 북핵 관련 결의안도 10일 처리될 예정이다.
우리당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단호히 대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긴급 지도부회의에서 "북한 핵실험은 잘못된 것이고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자행한 핵실험은 도발적 행위"라며 "이에 따르는 모든 책임은 북한이 분명하게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어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난폭하게 위반한 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해치는 것"이라며 며 "우리는 국민과 함께 여야가 협력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서 적극적으로 공동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행위로 규정하며 북의 무모한 오판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당국은 유엔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튼튼히 하면서 냉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 여부와 관련해 "핵실험을 감행한 이상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 실험 이후의 사태를 각오했을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 "햇볕정책이 핵무기를 키운 것"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9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노무현 정권만 김정일 정권의 친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핵문제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해 온 노무현 대통령은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무력제재를 제외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한편,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도록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권의 내각은 그 동안 국민을 속여 왔거나, 아니면 무능해서 제대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안보라인은 그 책임을 지고 내각은 총 사퇴하는 한편, 외교 라인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관련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직접 비판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 마당에 북한에 어떤 이름으로라든 쌀 한 톨, 물 한 방울도 지원해선 안된다"며 "김대중 정부 이래 이 정부가 집행해 온 햇볕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라"고 촉구했다.
전여옥 최고위원도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추진해 온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무기를 키운 것"이라며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 청와대에서는 아직도 회의 중이다. 서울이 불바다가 돼도 회의만 하고 있을 참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이날 통일안보전략특위와 긴급 의원총회를 연이어 소집해 당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북한 핵실험 파장을 고려해 11일부터 예정된 국정감사를 1주일 가량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당은 국감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해당 상임위에서 북한 핵실험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노, "미국 대북압박이 주요 원인"
민주노동당도 긴급 회의를 열어 북한의 핵실험 감행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지지하는 민주노동당은 많은 국민들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 감행한 것에 대해 강한 충격과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한 "지금의 상황은 미국의 악의적 정책과 북한의 극단적 선택이 빚은 지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북의 핵실험 강행 과정에서 미국이 취해 온 대북 압박정책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라며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이 이번 사태의 일차적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여야 '북핵 결의안' 추진
한편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양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10일 오전 통외통위에서 '북한 핵관련 결의안'을 처리한 뒤 같은 날 본회의에 상정키로 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별도의 특위는 구성하지 않고 기존의 '민족화해와 번영을 위한 남북평화통일특위'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시키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여야 5당대표 및 원내대표들과 함께 조찬회동을 갖기로 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우리는 영수회담을 요구해 왔지만 국가 위기상황인 만큼 형식과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 자리에서 대북정책 기조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할 방침이고, 열린우리당은 정부와 긴밀한 협의 하에 구체적인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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