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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에 발목 잡힌 룰라…29일 결선서 재선 판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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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에 발목 잡힌 룰라…29일 결선서 재선 판가름

'부패 혐오' 중산층과 '사회보장 혜택' 극빈층 대결구도

2일 개표가 완료된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현직 대통령이 과반수 득표에 실패했다. 7% 안팎의 차점자와는 29일 결선 투표에서 진검 승부를 내게 됐다.

2주 전만해도 "룰라가 죽은 여자와 한 침대에 누워 있지 않는 한 룰라가 이긴다"는 우스개 소리가 돌 정도로 다 이긴 것으로 보이던 선거가 '박빙의 승부'로 돌아선 데에는 선거 막판에 불거진 집권 여당의 부패 스캔들이 주효했다. 그리고 그 여파가 계속되는 한 결선 투표 전망도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브라질 대선 1차투표, 룰라 48% - 알크민 41%

<AP> 통신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대선의 개표가 99.96% 이뤄진 결과 집권 노동자당(PT)의 룰라 대통령은 48.61%,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의 헤랄도 알크민 전 상파울루 지사는 41.64%의 득표율을 나타냈다. 8명의 후보가 맞붙었던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룰라 대통령과 차점자인 알크민 후보는 4주 후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됐다.

최다 득표를 얻었음에도 룰라 대통령의 결선 투표행은 브라질 내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실 몇 주 전만 해도 룰라 대통령의 1차 투표 당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데에다가 극빈자들을 위한 사회보장 제도를 강력히 추진해 온 룰라 대통령은 선거 중반까지만 해도 최고 58%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30%를 넘나들던 알크민 후보는 '적수'로도 비춰지지 않았다.

알크민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판세가 뒤집어지기 시작한 것은 2주 전 소위 '도시어 게이트(Dossier Gate)'가 터지면서부터다. 기업인과 변호사가 한 패가 된 2인조 문서 위조단이 야당인 사민당 상파울루 주지사 후보인 조지 세라의 비리 의혹 자료를 만들어 집권 노동당에 약 80만 달러에 판매하려다 사민당 측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이들은 알크민 후보에 대한 자료도 만들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모든 자료가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룰라 대통령의 측근들은 연관성을 부인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사민당은 이를 야당의 비리를 조작하려는 '브라질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했다.

결국 집권 여당이 '선거 사기'에 걸려든 이 사건은 선거 막판 적잖은 변수로 작용해 일각에서는 룰라 대통령이 재선 포기 선언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여론이 악화됐고 반대급부로 알크민 후보의 지지율은 단번에 10%포인트가 뛰어 오르는 효과를 낸 것이다.

<BBC>는 이를 두고 "'도시어 게이트'가 유권자들의 머릿속에서 잠자고 있던 부패에 대한 감각을 일깨운 결과"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5월에도 노동당 의원을 대신해 정부 관리가 뇌물을 수뢰하는 현장을 포착한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된 이후 노동당 지도부와 의원이 사퇴하는 등 룰라 집권 기간동안 노동당과 집권 세력 주변에는 크고 작은 부정 부패 스캔들이 들끓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 투표 직후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룰라 대통령ⓒ연합뉴스

결선은 장담할 수 없는 게임


일단 결선까지 시간을 벌어둔 사민당 측은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룰라 대통령을 '부패세력의 우두머리'로 몰아가는 캠페인을 계속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결선투표행'이 확정되자 알크민 후보는 "결국 도덕이 부패를 이길 것"이라며 승리를 확신했다.

1차 투표에서 알크민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은 노동당을 '역대 가장 부패한 정치집단'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도시어 게이트'를 적극 활용한다면 이들의 표를 결집해 낼 수 있으리라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 측에는 확실한 '우군'이 있다. 바로 룰라 대통령이 집권 기간 동안 강력하게 추진해 온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1100만 가구의 극빈자 층이다.

이들은 룰라 대통령을 "역대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며 재선돼야 마땅한 대통령"으로 추앙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의 분석이다. 자신들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혜택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기에 집권당 비리에 관한 언론보도나 야권의 공격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고 룰라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는 중산층 대 극빈층 간의 세력대결 구도로까지 확대된 만큼 최후의 승부는 더더욱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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