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 대통령, 북한에 언제 어떤 메시지 보냈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 대통령, 북한에 언제 어떤 메시지 보냈나?

[시각] '적극적으로 부정적 반응은 없었다'의 의미

노무현 대통령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 북한에 알렸고, 그에 대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지 않았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 대통령은 28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북한도 알고는 있다"며 "이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아직 표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되지도 않을 일을 계속 진행할 수야 없는 것 아니냐"며 "아직 어떤 반응이 나오지 않았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중국 통해 전달 가능성 높아
  
  여기서 우선 궁금해지는 대목은 우리 정부가 언제, 어떤 통로로, 또 어떤 내용으로 북한에 '접근방안'을 알렸는지에 관한 문제다.
  
  지난 7월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결렬된 후 남북 당국 간의 접촉이 사실상 중단됐고, 남북간 비공식 채널마저 전무하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무슨 수로 북한에 이같이 중요한 내용을 알렸을까.
  
  우리 정부는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전에 나름대로 구상해 놓은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개략적인 개념을 북한에 직접 알린 게 아니라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의 지난달 말 중국 방문과 그 이후 한중 외교채널을 통한 조정 과정에서 중국을 매개로 북한에 우리 정부의 '접근방안'을 설명하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송 실장은 당시 중국을 방문한 후 귀국하면서 "한국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그런(북한의 핵실험) 상황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확실히 같이 하고 계속 협력키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구체 내용은 없었을 듯
  
  그러나 통로야 어찌됐건 북한에 알린 '포괄적 접근 방안'의 내용은 구체적인 안이 아니라 '구상'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북한과 미국이 공동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의 계좌동결에 대한 '잠정 해법'에 동의하고, 그에 따라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회담의 '확대된 틀' 내에서 미국과 양자대화를 하라는 '종합 패키지'를 개략적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북미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미국의 추가 제재가 시작될 수밖에 없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와 설득'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송 실장이 중국에 다녀온 직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8월 26일 '우리가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며 '회담 유용론'을 편 것은 우리 정부의 메시지가 북한에 들어간 후 나온 반응의 하나일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결국은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
  
  다음으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북한이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표하지는 않았다'는 노 대통령 발언의 의미다.
  
  이는 우선 '포괄적 접근 방안'이 최종 완성된 상태가 아닌 탓에 북한의 반응을 직접 타진해 볼 게재는 아니지만 현재까지 감지되는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노 대통령이 북한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되지도 않을 일을 계속 진행할 수야 없는 것 아니냐"고 언급한 점은 '포괄적 접근방안'이 '가능성 제로'의 '희망사항'만은 아니라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견해'가 아니라는 말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가 주종일 이루지만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것으로 들려 대북 설득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보인다.
  
  노 대통령은 "한국이 중심에 서서 중국과 항상 대화를 하고 조율하면서 미국과 북한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고 그 안으로 양쪽의 입장이 수렴되도록 설득해 나가는 작업, 주로 중국은 북한을 많이 설득하는 쪽이고 우리는 또 미국을 설득하는 쪽"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북미 양측 모두 어느 정도는 양보를 해야 '포괄적 접근방안'이 성사될 수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포괄적 접근방안이 알려진 지난 14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나온 북한 고위 인사들의 발언은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낙관할 수 없게 한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제재를 유지하는 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헌 외무성 부상도 26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금융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의 기존 입장을 고수했을 뿐 추가적인 긴장 조성을 시사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현재 공개되고 있지 않는 '포괄적 접근방안'이 하나의 '묘수'가 될 경우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지적대로 미국이 중간선거까지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포괄적 접근방안'에 '시간끌기용'에 불과한 내용을 담으려 할 경우 "되지도 않을 일을 계속 진행할 수야 없는 것 아니냐"는 노 대통령의 말은 즉시 반박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길고 자신있던 발언만큼 '포괄적 접근방안'의 내용 채우기에 우리 정부가 어떤 적극성과 외교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