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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한미 FTA 찬반 격론'에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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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한미 FTA 찬반 격론'에 점화

천정배, 이번엔 한미FTA 조정자로

열린우리당 내에서 한미 FTA 찬반 격론이 시작됐다.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7일 서울 여의도 기계회관에서 열린 '한미 FTA, 이것만은 지키자' 토론회는 여당 내부의 팽팽한 찬반론을 확인한 자리였다.
  
  송영길, 김태년, 강기정, 우제창 의원 등 한미 FTA 찬성파와 김태홍, 유승희, 임종인, 이상민 의원 등 반대파 간에 나름대로 진지한 격론이 오갔다. 향후 당론수렴 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을 예고한 대목이다.
  
  이와 함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천정배 의원이 한미 FTA에 대한 당론 결집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점도 주목된다.
  
  팽팽한 찬반 양론
  
  토론회에서 이상민 의원은 농업 분야의 한미 FTA에 대한 비관론을 개진하면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국내에서 상충하는 이해 집단 간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는 임기 후반기로 지지도도 10% 내외에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예상되는 갈등과 마찰을 수용하고 조정할 능력이 있는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한 "현재 우리 체력에서 그러한 갈등과 마찰을 들고갈 힘이 되는지 반성하고 숨을 고르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협상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우제창 의원은 "우리 농업에도 경쟁력 있는 부분이 있고 농가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도 늘어나고 있어 우리 농업의 처지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며 한미 FTA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혔다. 우 의원은 "우리 국민들은 한국의 협상대표단이 미국에 비해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우리 대표단은 최고의 전문성을 자랑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상품 분야를 맡은 유승희 의원은 "한미 FTA는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라는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한미투자협정이 한미 FTA에 포괄되면 이행의무강제 등 대표적인 악법조항이 포함되어 정부재정도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태년 의원은 "한미 FTA를 맺으면 대미 무역 수지 흑자가 줄어 적자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하지만 이는 한미 양국의 입장에서만 보고 판단해서 그렇다"며 "한미 FTA가 체결되면 만성적인 대일무역 역조현상이 개선되고 미국 무역구제법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고 반박했다.
  
  김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 이날 발제를 맡은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핵심부품소재 수입 등에서 40년 이상 일제 표준을 따라 왔다"며 "한미 FTA를 한다고 다 바뀔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한일 FTA가 조만간 체결되면 그나마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서비스 분야에 대한 토론을 맡은 강기정 의원은 "서비스 분야야말로 기술과 산업이 움직이는 곳이다 보니 협정 자체로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다"며 "교육, 의료, 법률 서비스 등에서 우리가 엄격한 마지노선을 두고 있는 한 서비스 분야가 취약하기는 하지만 심각한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종인 의원은 "미국은 서비스 산업의 전 분야에 걸쳐 최대한의 개방을 지향한다"며 "시장 접근상 명시한 것 외에는 모두 개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래에 생길 신종 서비스 산업까지 모두 자동으로 개방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강기정 의원은 '정치배제론'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대통령도 정치적 의도가 없다며 경제 논리로만 이루어지는 협상이라고 하지만 이런 접근법을 재고해야 한다"며 "대통령, 차기 대선주자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강 의원은 "앞으로 자칫하면 대선정국에서 한미 FTA 의제가 왜곡될 소지가 있으니 5차 협상이 끝나는 11월 말 쯤에는 당론화를 통해 당의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정배, 당내 '균형추'로 나서나
  
  한편 천정배 의원이 이날 토론회를 주최해 눈길을 끌었다. 당내 찬반 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천 의원의 이같은 행보는 당내 여론 결집의 균형추를 자임하려는 의지가 녹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껏 열린우리당은 한미 FTA에 대한 당론 수렴과정을 미뤄 왔다.
  
  또한 국회 한미 FTA 특위에 찬성론자 일색으로 채우는 등 일방의 목소리만 대변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고, 당 소속의원 13명이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일탈'이 있기도 했다. 당 지도부가 이 같은 갈등을 조율할 만한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그 때문에 이날 천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는 한미 FTA에 대한 당내 찬반론을 확인하고 당론 수렴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서 의미를 얻고 있다.
  
  천 의원은 다만 "지금은 찬반토론을 당분간 접고 협상의 성공을 위해 실질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국익과 민생의 관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부분과 반드시 얻어내야 할 부분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당 안팎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단 한미 FTA 협상단을 적극 지원하고 협상 후에 입장을 정하자는 당 지도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김근태 의장은 인사말에서 "그간 한미 FTA가 많이 논의됐지만 찬반 양론이 함께 제기되고 점검하는 자리는 부족했다"며 "이날 토론회가 앞으로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한미간 FTA가 어떻게 더 잘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천정배 의원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인권 증진에 기여하다 당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전국 순회 간담회를 하며 민심수렴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당에 돌아오며 일성으로 말한 당의 재건과 민생 개혁의 전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격려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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