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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적 비대칭동맹에서 화해협력의 대칭적동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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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적 비대칭동맹에서 화해협력의 대칭적동맹으로

한반도 브리핑 <22> 한미동맹 재편의 바람직한 방향

참여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미동맹만큼 수많은 논쟁을 야기한 주제는 없다.

보수진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과 자주(自主)지향적인 정책 때문에 한미동맹이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미국에 '읍소'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미동맹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진보진영에서는 참여정부가 겉으로는 자주를 내세우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전략적 유연성이나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에 지나친 양보를 했고 한미 FTA라는 또 하나의 실수를 범하려 한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을 처음 방문해서는 "미국이 없었다면 정치범수용소에 있을 것"이라고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신 장군도 부랑아의 가랑이 밑을 기었다"며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등, 장(場)의 논리에 따라 극단을 오간 노 대통령의 언행이 한미 정부간에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 대통령 개인 탓으로 돌리는 보수언론의 비판은 동맹균열의 구조적인 원인을 간과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진보진영의 비판은 한미동맹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동맹 재편에서 나타난 유래 없는 갈등상

한미동맹이 현재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냉전시대에 형성된 비대칭동맹의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비대칭동맹이란 비교적 대등한 국력을 가진 국가간의 동맹이 아니라, 강대국이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약소국이 자신의 자율성을 일부 희생하는 동맹관계를 말한다.

국제정치에서 동맹 간의 마찰이나 동맹관계의 재편은 흔히 있는 일이다. 미소냉전 종식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미일동맹의 재편이 좋은 예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재편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통상적인 동맹관계의 재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첫째, 한미동맹의 경우 안보와 자율성의 교환이 이뤄지는 비대칭적 동맹이 피후견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내부요인으로 인해 전환되고 있다. 즉, 한국의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한국 내에서 좀 더 대등한 동맹관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었고, 한미 양국이 심리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서로 상대에 대한 기대치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둘째, 한반도, 더 나아가 동아시아에 대한 전략적 비전 등 한미동맹의 미래를 좌우할 본질적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동맹관계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미소냉전 종식과 독일 통일 이후 동유럽으로의 확대를 꾀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일본의 정상국가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재편된 미일동맹과는 달리, 현재 한미동맹은 전략적 비전을 공유하지 않은 채 군사적·기술적 문제를 중심으로 조정되며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형태의 갈등은 한미동맹의 역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것이다. 비록 1953년의 휴전협상이나 1970년대 후반 주한미군 철수 및 국내 정치탄압과 관련해 한미 간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지만, 비대칭적 구도와 냉전에 기초한 동맹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한미동맹의 군사적 재편을 논의하는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 모습. 냉전시대 비대칭적 동맹에서 화해협력시대 대칭적 동맹으로의 변화에는 방향과 원칙이 필요하다.ⓒ연합뉴스

'안보와 자율성의 교환'부터 재편해야

이처럼 '냉전시대에 형성된 비대칭동맹의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동맹균열 문제를 바라보면 한미 양국이 앞으로 취해야 할 행동도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우선 안보와 자율성의 교환이 이뤄지는 비대칭적 동맹은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으로 인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우므로 좀 더 대칭적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한국의 정치·경제적 발전에 상응하는 수준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하고, 안보와 관련해서는 미국에 매달리는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안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특히 정보 부문 등 현재 미국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충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열강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건을 볼 때 국방비 증액만을 통해 국가안보를 공고히 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분단된 가교국가로서 이 지역의 평화구축을 선도하는 협력 촉진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정부를 비판하는 보수진영이 진정으로 보수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이와 같은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좀 더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또, 한미동맹의 비대칭적 구도가 좀 더 대칭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은 서로 상대방의 감정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이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등과 관련해 참여정부가 '자주'를 내세우면 부시행정부는 맞불을 놓으며 기싸움을 벌이다시피 했는데, 한미 양국은 긴밀한 사전협의와 조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냉전에 기초한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한계도 극복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을 공동의 적으로 상정하는 한미동맹은 남북 화해협력을 통한 통일이라는 목표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 중국이나 러시아를 공동의 적으로 상정하는 한미동맹도 동아시아 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대결을 조장함으로써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문제가 있다.

냉전시대와는 달리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교류협력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공동의 적을 상정하여 시계추를 과거로 돌릴 것이 아니라, 만약의 안보위협에 대비하면서도 미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의 통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봉쇄와 일본 편향은 미국에도 불리

이를 위해서는 남북화해 및 동아시아 통합을 통해 한미 양국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크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동아시아에 다자간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미국이 지금부터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이 향후 미국의 배제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아시아에 새로운 냉전구도를 형성하는 것보다는 중국의 점진적 변화를 지원해 평화와 번영의 구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동남아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봉쇄를 시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이 갈등을 조장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어 역내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한미간 마찰의 주요 원인인 북한문제도 이처럼 전략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킬 경우 미사일방어(MD) 등 무기프로그램을 정당화하기 쉽고 한국과 일본을 기존의 동맹관계 틀 안에 묶어두면서 중국을 견제하리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도록 조장할 뿐 아니라 미국의 강경정책이 한반도 평화의 걸림돌로 인식되면서 미국 배제의 가능성을 높이는 더 큰 문제가 있다. 미국과의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미국이 지나치게 일본 편향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안정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 임원혁 박사의 이번 한반도브리핑은 지난 4월 18일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의 '온라인 포럼'에 게재한 글(☞바로가기)을 현재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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