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부 부사령관 겸 미 7공군 사령관인 개리 트렉슬러 중장이 주한 미 공군의 훈련을 위한 공대지 사격장 문제가 30일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항공전력을 한반도 밖으로 전개할 수 있다고 또 다시 압박했다.
트렉슬러 중장은 21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열린 '21세기 희망의 경기포럼'에 초청강사로 나와 "공대지 사격장 문제가 30일 이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핵심이랄 수 있는 항공전력을 한반도 밖으로 전개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폐쇄된 매향리 사격장을 대신할 공대지 사격장을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전까지 총력을 다해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문제 해결의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히는 군산 직도 사격장의 운영 및 시설 개선은 주민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따라서 트렉슬러 중장의 이날 발언은 오는 27~28일 열릴 제10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와 다음 달에 열릴 SCM을 앞두고 한국정부가 사격장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압박하는 '최후통첩'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사격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에 흠집이 난다'고 주장해 온 보수언론들은 또 한차례 정부를 공격하고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가 만약 무리하게 직도 사격장 개선사업을 추진할 경우 주민들과의 충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7일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사격장 문제를 거론하며 "한미동맹에 매우 나쁜 신호(very bad signal)"라고 경고하며 조속한 해결을 압박한 바 있다.
"반환기지 정화, 부분만 책임지겠다"…실제 약속이행은 '부실'
트렉슬러 사령관은 또 주한미군의 반환 공여지의 환경오염 치유비용 부담과 관련해 "모든 부지가 공원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군이 부담해야 할 책임은 '전체가 아닌 부분'에만 해당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인체에 유해한 명확한 사실이 있을 경우 반드시 오염을 제거하고 보상할 책임이 있지만 반환부지의 상당 부분은 산업부지로 이용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독일은 군사시설을 반환할 때 반환기지의 지가와 시설가치 상승분에 대한 경비를 미군에 지급했고, 미군은 이 비용으로 환경정화 작업을 벌였다"면서 "한국은 이러한 경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미군기지를 반환받아 용산기지로부터 150억 달러 등 막대한 이득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렉슬러 중장의 이같은 발언 역시 다음주에 있을 SPI 회의를 겨냥한 것으로, 한미행정협정(SOFA) 상 환경치유절차합의서 기준인 'KISE'(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와 저장탱크 및 유해물질 제거, 사격장 불발탄 제거, 오염토양 처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8개 항목만을 책임지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나 미군은 이미 반환한 15개 기지에 대한 8개 항목의 오염 치유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트렉슬러 중장의 '부분책임론'조차 믿을 수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21일 "미측은 변압기 내 절연유로 많이 사용되는 PBC 품목 제거를 8개 치유항목에 포함시켰지만 환경부가 반환을 완료한 기지를 확인한 결과, 기지 내 변압기 상당수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스스로 약속한 것조차도 '엉터리'로 이행했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미국은 8개 항목 중 저장탱크 유류 방출 및 제거, 난방장치 청소, 냉방장치 냉각제 배수 및 제거 등 3개항은 우리 부대가 사용하지 않는 것이 확인될 경우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는 사실상 이들 3개 항목에 대해선 치유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는 "SOFA 규정 상 우리 군이 기지관리를 위해 기지에 진입했을 경우 미측이 기지시설에 끼친 손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청구권을 포기해야 한다"며 "정부가 반환이 합의된 15개, 미합의된 4개 등 19개 기지의 열쇠와 반환서류를 인수한 것은 심각한 협상전략의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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