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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마저 정치논리에 휘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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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성공단마저 정치논리에 휘둘리나

국제정세 이유로 '기술적인 문제'인 분양도 보류

통일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조성된 국제정세를 이유로 개성공단 추가 분양을 보류하기로 해 개성공단 사업마저 정치 논리와 정세에 휘둘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통일부와 공단 사업자들(한국토지공사·현대아산)은 최근 개성공단 1단계 본단지 추가 분양을 이달 말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지만 국제정세 등을 이유로 일단 보류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공단 사업자들은 당초 1단계 본단지의 잔여 부지 58만 평 중 22만 평을 지난 6월 말 분양하려 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조짐이 포착되면서 이뤄지지 못했고, 실제 미사일이 발사된 뒤 무기한 연기했었다.

북측 불만 고조…이종석 "기술적인 문제"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개성공단의 추가 분양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도 지난 7월 말 남측 관계자들에게 "개성공단은 국제 정세에 영향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추가 분양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도 북측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많은 없고, 개성공단 개발의 모멘텀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으며, 원/달러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 등으로 한계에 봉착한 남측 중소기업들로부터 분양을 서둘러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추가 분양을 적극 검토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서 분양을 재개할 경우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고, 그에 따라 분양받기 원하는 기업들의 수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분양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남측의 이같은 결정에 북측 일부 관리들은 '개성공단 건설에 있어 북측이 할 일은 다 했으니 공장들이 조속히 들어올 수 있도록 남측에서 더 노력해달라' 혹은 '미사일과 분양은 상관없는 사안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 분양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가장 적절한 때 해야 한다"며 정부의 방침을 옹호했다.

이 장관은 또 "분양은 기술적인 문제"라며 "분양 (재개)시기는 멀지 않았지만 지금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라더니

그러나 통일부가 국제정세를 이유로 개성공단 분양을 늦춘 것은 '정세 변화에도 개성공단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이 장관의 기존 입장과는 배치된다.

이 장관은 지난 5월 9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개성공단 사업을 반드시 성취할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남과 북은 공동 이익을 취하기 위해 개성공단 개발과 그를 통한 생산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 장관은 분양 보류 방침이 5월 9일의 발언과 다른 게 아니냐는 질문에 "미사일 발사 언저리에 분양 얘기가 나와서 그때 해서는 분양이 잘 안 될 것 같아 미뤘다"며 "현재 개성공단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개발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결국 개성공단을 국제정세와 지나치게 연동시켜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장관의 말대로 "기술적인 문제"인 분양마저 정부 스스로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한다면 앞으로 한반도에 있을 수많은 정세변화에 개성공단이 '흔들리는 갈대'가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어떤 정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무풍지대가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분양 같이 세부적인 절차마저 정치논리에 따라 흔들린다면 공단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도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 개성공단 문제는 한미FTA 협상에서도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이 정세에 연동돼 국제사회나 남한 여론의 눈치를 보는 식으로 다뤄진다면 협상 파트너인 미국도 개성공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은행 계좌 문제도 통일부가 논란 키워

한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개성공단 내 우리은행 계좌 개설 문제에서도 통일부의 미숙한 대처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계좌와 관련한 첫번째 문제는 북한이 지난해 9월 개성공단 남쪽 근로자들에게서 소득세를 징수하고 공단 북쪽 근로자들의 임금 수금을 원활히 하기 위해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에 계좌 개설을 요청한 일이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제를 피하기 위한 돌파구로 우리은행에 계좌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고 해석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은 전산송금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해외 계좌와 연결할 수 없고, 우리 금융 당국이 입출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금융제제 회피용'이라는 분석은 과장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 통일부와 재정경제부, 국정원, 우리은행 등 관계기관이 이 문제를 논의한 후 개좌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최종 입장을 북측에 전달하며 문제가 종료됐기 때문에 북측이 계좌를 요구했다는 것, 그 과정에서 통일부가 다소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최초 보도가 나간 후 통일부는 올 3월 있었던 관계기관 협의에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결국 20일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이 우리은행에서 입수한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통일부가 "우리은행에 현명한 결정을 요청한다"며 '긍정 검토' 쪽으로 기우는 듯한 태도를 보였음이 밝혀지면서 통일부가 이를 숨기려 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불러왔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내부 회의에서 여러 논의가 나오는데 그 논의 과정들에서 나온 입장에 대해 부끄럽다고 보지 않는다"며 통일부가 취한 태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토록 자신있었다면 처음부터 통일부의 입장을 명확히 공개해서 불필요한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은행 계좌에 대한 두번째 문제는 편법 송금.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2004년 12월 이후 북측에 돈을 보낼 때 우리은행 본점에 원화로 입금하고,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은 이를 달러로 돈을 내주는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외국환 거래규정을 위반한 편법적 외환거래라는 재경부의 의견이 나왔다. 이에 지난 6월 중순 개성공단의 은행에 한해서는 이같은 거래를 합법으로 인정하는 특례가 마련됐다. 하지만 2004년 12월부터 1년 6개월간의 거래가 편법이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법과 현실의 괴리에서 초래된 사안"이라며 "일시적으로 그런 기간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개성공단 같이 민감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미리 법률적인 검토를 한 뒤 일을 추진했다면 이같은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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