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오늘은 9.19 6자회담 공동성명이 발표된지 만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는 이 공동성명으로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평화체제, 나아가서는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이 구축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대북금융제재로 교착상태에 들어간 6자회담은 지난 7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이에 대한 미국 등의 대북제재 강화로 재개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초대해서 9.19 공동성명에서의 약속이 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지? 최근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전기가 될 수 있는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우리 나름의 해법은 없는지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1945년 만주 출생으로 71년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통일원 남북대화 운영부장, 민족통일연구원 원장, 통일부 차관을 거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2004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로, 작년부터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두 번째 모시는데 항상 갑갑할 때 모시게 되네요. 작년 9.19 공동성명이 나올 때만 해도 우리 언론은 물론이고 정부와 국민들이 참 기대가 많았는데요, 그 다음날부터 미국과 북한이 서로 다른 얘길 했기 때문에 전도가 참 어렵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어려워질 거라고는 생각을 안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통일 관련 일을 해오신 입장에서 오늘을 맞이하시는 소감이 어떠신지요?
정세현 : 지난 1년이 사실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특히 북핵문제라는 건 우리에게 굉장히 사활적인 문제 아닙니까. 그 문제가 풀리지 않아서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하는 대목이 있고, 또 하나는 그 문제가 잘못 풀렸을 경우에 그야말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가 바로 타격을 받지 않습니까. 지난 1년 동안 사실 저는 정부 밖에 있었지만 정부 안에서는 굉장히 곤혹스럽고 하루하루가, '일각이 여삼추'라는 말도 있지만 그런 기분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이번에 9월 14일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를 했기 때문에 1년 동안 잠자던 9.19 공동성명이 이행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고, 그런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말씀하셨고 이것이 재개를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미국쪽에서는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백악관 대변인도 얘길 안했고 미국 언론도 아무리 뒤져봐도 얘기가 없다. 서로 동상이몽 아니냐.. 이런 분석도 있는 것 같아요.
정세현 : 두 정부의 언론발표 내용에 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7월 초순 송민순 통일외교안보실장이 워싱턴에 가 있을 때 마침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았습니까. 그때부터 사실은 북한이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6자회담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한미간에 조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사실은 대통령 수행중에도 다시 미국을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정상회담 직전에 2+2. 양국의 외무장관과 대통령 외교 수석보좌관들이 참가하는 회담을 통해서, 사실은 거기서 합의됐던 것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의 후문에 따르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라는 개념이나 용어는 우리측이 제안했고 미국의 장관 선에서는 그게 좋겠다는 선에서 합의됐는데, 그게 정상회담에서.. 사실 정상회담이 4,50분밖에 안되기 때문에 통역 빼면 얼마 안 됩니다. 그러니까 실무선에서 합의된 것에 대해서 미국 대통령이 바로 보고받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미국의 백악관 발표는 좀 우리보다 허술했던 것 같습니다. 정례브리핑 과정에서 그냥 부시대통령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푼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정도로만 얘기하고 지나갔는데, 결국 소위 보도형식이나 수준의 차이 때문에 그런 한미간의 차이가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문제가 사활적 문제기 때문에 국민들을 안심키기 위해서라도 모든 과정을 소상히 공개해야 되고 미국 입장에서는 이라크나 이스라엘 요르단 문제보다는 북핵문제가 어떤 점에서는 사실 순위가 떨어진다고 봐야죠. 그래서 다루는 비중이 우리보다 떨어지고, 그래서 미국 언론에서는 좀 알맹이가 없지 않냐는 얘길 하고 우리 보수언론도 미국언론을 따르는 경향이 있어서 국내에도 혼선이 일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진실은 상당히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졌다. 국무장관 선에서.
박인규 : 말하자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실무선의 합의를 통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나름대로 뛰어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는 말씀이신데, 일부 언론에서는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게 어떤 면에서는 또 북한에 대한 제재를 의미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이런 비관적인 해석도 있는 것 같아요.
정세현 : 우선 정상회담에서 나오는 발표문이나 기자회견에서는 그렇게 아주 구체적인 얘기가 안 나옵니다. 그런 점에서는 사실 정상회담 결과라고 발표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의 알맹이가 없다는 것은 외교에 있어서, 사실 어떤 점에서는 형식이나 선례를 모르는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라는 말 속에 사실은 제제의미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괄적이라는 게 여러 가지를 담는다는 얘기기 때문에 미국입장과 한국입장을 반영하고 그걸 토대로 중국의 입장이나 일본의 요구도 하나로 묶어서 좌우간 북한을 회담으로 끌어내는 문제. 두 번째는 회담으로 끌어내는 차원에서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하느냐 하는 문제가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들어가야 됩니다. 송실장도 그렇게 얘길 했죠. 북한을 불러내는 것, 두 번째는 돌아봤을 때 9.19 공동성명에서 좋은 합의들이 있었는데 그걸 어떤 식으로 이행할 것인가 하는 로드맵은 별도로 또 짜야 되지만 차제에 그것도 좀 구체화 시켜서 북한이 매력을 느끼게 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이렇게 내용이 정리돼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사실 굉장히 덩어리가 큰 문제인데 그 정상회담에서 사십 몇 분 동안 아주 심도있게 논의했어야 된다. 또는 그것이 아주 구체적으로 발표됐어야 된다는 건 무리한 요구죠.
박인규 : 북한 핵문제만 가지고 논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북한을 다시 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금융제제 해제가 가장 중요하다. 이미 북한에서도 제재의 모자를 쓰고는 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얘길 했는데, 이 대북금융제제를 미국이 풀 수 있는, 혹은 풀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우리의 해법 같은 게 있습니까?
정세현 : 이것 때문에 몇 년 동안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무조건 네가 먼저 포기하라는 게 미국 입장이고 네가 먼저 제재를 해제하라는 게 북한 입장인데, 1년 동안 첨예하게, 그야말로 호각지세를 이뤘던 그 문제가 한쪽의 양보가 이뤄지는 식으로 절충안을 찾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내용상은 동시지만 1년 동안 각자 해왔던 얘기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우회로들 뚫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미국이 확실하게 6자회담에만 돌아온다면 북미양자접촉에서 최우선으로 그 문제를 다루고, 거기에 대해서 전향적 검토할 용의가 있다. 그러니 먼저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는 수순을 밟으라는 식으로 서로 의사교환이 될 수 있다면 그게 일종의 우회로가 되겠는데, 그걸 위해서는 저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먼저 평양에 좀 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두 번이나 초청했는데 못 갔거든요. 저는 안 간 게 아니라 못 갔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미국의 고위관리측에서 안 보냈다는..
정세현 : 국무부는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야 되는 부처인데 재무부가 워낙 세게 금융제재문제를 가지고.. 또 네오콘들이 주도하는 일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까 네오콘 또는 그들의 입장을 성실히 대변하는 재무부의 견제를 받아서 못 갔는데, 이번에 정상급에서 그런 얘기가 됐기 때문에 재무부에서도 힐 차관보의 방북에 대해서 협조적으로 나와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미국보고 양보하라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해야 미국의 국제정치에 있어서의 리더십 회복이 되는 겁니다. 큰 나라가 양보해야 되는 거죠.
박인규 : 굉장히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한 번 여쭤보고 싶은데요..지난 7월달 미사일 발사 얘기가 나왔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아마 잘 못할 것이다. 중국도 우리도 반대하기 때문에.. 그런데 강행했거든요. 이번에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재가 강화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북한이 마지막 카드로 핵실험을 하는 게 아니냐. 실제로 도날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도 그런 경고를 보냈다는 말을 노무현 대통령이 들었다. 그런 얘기도 있어서.. 핵실험 강행에 대한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세현 : 북한이 밑도 끝도 없이 핵실험을 강행하진 않을 겁니다. 북한이라는 나라도, 물론 가끔 국제사회와 좀 다른 코드로 계산을 하기 때문에 가끔 주파수가 안 맞아서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북한으로서도 지금 미국의 대북제제가 계속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견딜 만하다고 버티는 것 같아요. 그러나 항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얘기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아마 역으로 국면돌파 차원에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죠. 그러니까 북한이 핵실험을 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건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대북압박이 강행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그래서 이번에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만들자고 하면서 북한한테 좀 희망을 준 것도 어떤 점에서는 핵실험에 대한 유혹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목도 있지 않겠나.
박인규 :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제재의 방향이냐 대화의 방향이냐에 따라서 북한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정세현 : 물론이죠. 초기에는 미국이 계속해오던 제제를 바로 풀기는 어렵죠. 그러나 실제로 채찍의 요소도 남아있지만 당근의 요소가 더 크다고 비춰진다면 북한도 핵실험을 강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고, 자기네들도 8월 26일인가 그런 얘길 했어요. 9.19 공동성명이 자기네들한테 매우 유익하기 때문에 사실 회담을 좀 더 하고 싶다. 그런데 못 나오게 한다. 그런 물론 북한의 얘기짐반...
박인규 : 정세현 전 장관도 최근에 어떤 포럼에 나오셔서 부시 정부의 대북압박이 북한의 핵활동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을 하셨어요.
정세현 :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가 아니라, 결국 이렇게 대북압박을 계속하다 보면 북한이 결과적으로 핵보유국가가 되고 만다. IAEA사찰관도 2002년 연말에 완전히 추방돼 버렸고, 그 뒤에 북한이 무슨 일을 하는지 밖에서 알 수 없게 됐습니다. 핵을 가졌다는 걸 전제로 대응해야 되고. 또 실험을 언제 할지, 또는 했는지 안 했는지도 사실은 정확한 예측도 못하는 상황에서 압박만 계속 한다면 결국 북한은 또 하나의 핵보유국이 되고 마는데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미국이 그런 방향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그런 뜻이었고. 또 하나는 외교사나 국제정치를 들여다보면, 공개적으로 천명한 정책은 매우 합리적이고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내용인데 실질적 전략은 가끔 공개적으로 천명된 정책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가끔 있거든요. 성동격서와 같은 경우가 가끔 있어요. 그래서 혹시 네오콘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지도 우리가 의심해 봐야 되는데, 일단은 공개적으로 천명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우리가 신뢰를 주고 그쪽으로 미국과 협조해 나가야 된다. 그리고 미국의 네오콘들이 딴 생각을 못 하도록 해야 된다는 뜻으로 말했죠.
박인규 : 지금까지 말씀을 종합해 보면, 어쨌든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핵문제를 풀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국과 미국의 대응이 제재냐 협상이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는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가 한 번 평양을 가는 게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6자회담을 살릴 수 있는 뭔가를 해보자.. 그런 방안을 말씀하셨는데, 미국으로서는 힐 수석대표가 북한에 한 번 가는 방안을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6자회담을 만들어내고 끌어오는 데는 중국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해서 중국이 중요하다는 말들이 많은데, 일단은 북한이 미사일을 강행 발사한 다음에 중국이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중국의 입장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정세현 : 글쎄요.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상당히 난감하게 된 건 사실이고, 그런 점에서는 불쾌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쪽으로 기울어진다는 식으로 가는 건 너무 지나친 분석, 전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일부에서는 금융제재에 동참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정세현 : 그것도 북한에 대해서 계속 옹호입장으로만 나가는 건 미중관계에서 중국의 입지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또 미중관계를 생각한다면 중국이 그 정도 도리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아마 미국한테 그런 선물을 줬을 겁니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나라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지리적으로 육속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기분 나쁘다, 또는 외교적으로 망신당했다고 해서 북한에 대해서 계속 제제를 가한다든지 보복을 하는 식으로 북한을 다루진 않을 겁니다. 어떤 점에서는 지리적으로 육속해 있는 곳이 월남도 있고 인도도 있고 많지만 정치중심지인 북경과 제일 가깝게 육속해 있는 나라는 북한이기 때문에 가장 전략적인 계산을 해가면서 다뤄야 될 대상이 북한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미국 편에 서서 북한 때리기를 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역시 앞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온다면 중국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겠는가.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이 플러스알파 효과를 또 낼 수 있도록 해야죠.
박인규 : 최근 김정일 방중설이 나오는 건 그런 것에 대한 기대인데, 실제로 김정일 국방장관이 중국을 가서 후진타오 주석과 회담할 가능성 같은 건 어떻게 보십니까?
정세현 : 전혀 배제할 순 없죠.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상당히 북한한테 불리하지 않다는 상황이 감지되면 역시 6자회담에 복귀하는 모양새를 북중회담의 결과 형식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겠나. 중국으로서는 그래서 아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북한에게 나쁜 게 아니라 좋은 것이다. 이걸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는 한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최근 열린우리당 일부의원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특사로 보내서 설득하자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세현 : 글쎄요. 그건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6월 말에 가시려고 했을 때 상황은 지금과 좀 다릅니다. 미사일 발사 이전이기도 하고, 그때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문제와 관련해서 김정일 위원장과 김 전 대통령 사이에 심도있는 얘기를 하자, 미래의 문제.. 이런 쪽으로 여러 가지 기대가 있었고 그렇게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지금 이렇게 꽉 막힌 난국을 푸는 데 있어서는 역시 결정권을 가진 사람, 그러니까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그리고 실제로 현장에서 결정을 하고 대통령에게 위임을 받아서 결정하고 보고만 해도 되는 사람이 가야 북측도 소위 진지한 대화에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움직이시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것은, 물론 말씀은 고마운데 현실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람이 가야..
박인규 : 그 말씀은 어쨌든 특사파견은 필요하다는 거죠?
정세현 : 필요하죠. 왜냐하면 송민순 실장도 어젠가 오늘인가 그런 얘길 한 것 같은데,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표현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겠나. 중국을 통해서보다는 사실 남북특사 파견을 통해서 문제를 푸는 게 모양은 제일 좋죠. 그리고 북한이 사실 그렇게 남쪽의 입지를 좀 높이는 데 협조를 해줘야 됩니다.
박인규 : 이런 때일수록 남북간의 대화나 접촉이 긴밀해야 되는데 별로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 것 같아요.
정세현 : 지난번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종의 제재성 조치로 쌀과 비료지원을 중단하다 보니까 당국회담이 중단상태에 있는데, 일체 안 되고 있습니다. 국장급 회담까지도. 그때는 도리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또 그런 조치가 어떻게 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로 연결되고 그래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미국이 협조해 줬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효과는 이미 났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혹시 남북간 물밑접촉이나 물밑대화가 되건 특사가 가건 간에 그런 문제도 역시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북측으로부터의 신호만 있으면 풀릴 수 있다는.. 그런 것이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이 사실 북핵이나 북한문제에 대해서 짜증나 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10년이 지났는데도 그날이 그날인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굉장히 중요한 문제긴 한데. 정세현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하셨기 때문에, 차제에 우리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되는지 마무리 말씀을 마지막으로 간단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세현 : 저도 북한을 생각할 때마다 사실 답답하고 짜증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역시 처지가 어렵고 기본적으로 패배의식과 열등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먼저 이쪽에서 넘겨짚고, 한문으로 촌탁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런 식으로 다뤄야만 한반도 평화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또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민족사가 전개될 수 있지, 밉다고 해서 기계적 상호주의를 걸어서 공격하고 비판한다면..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면 통일이란 단어를 우리가 입에 올리지 말아야 됩니다. 그냥 그럭저럭 살자고 한다면 북한을 미워해도 좋고 아무렇게나 해도 좋지만,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되고 더 나아가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이라는 상대를 소위 촌탁하는 자세로 해야 되는데, 그게 미국과 한국과의 차이죠.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촌탁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
박인규 : 지금의 난국은 정부가 풀어야 할 몫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으로서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데 많은 역할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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