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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김종필 제거'를 추진한 까닭은

[화제의 책] 한미관계사 <우방과 제국>

미국이 김종필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던 때는 한일협정 반대 시위가 들끓던 1963~64년경이었다.

당시 추진하던 경제개발 원조와 베트남전쟁을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던 미국으로서는 '밑 빠진 독'처럼 끊임없이 돈이 들어가는 한국을 일본에 떠맡기기 위해 한일협정을 조속히 체결하는 것을 대(對) 한국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한일협정에 대한 학생들과 야당의 반대가 심해지고 제2의 쿠데타 가능성까지 운위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박정희 정부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을 제거함으로써 반대세력을 설득할 명분을 얻고자 했다.

제거의 대상으로 지목된 이는 바로 공화당 의장인 김종필이었다. 미국이 추진하는 한일협정에 그 누구보다 열의를 보였던 김종필을 미국이 나서서 제거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야당과 학생들의 반대는 한일협정 자체가 아니라 김종필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파악한 미국은 사무엘 버거 주한 미국대사로 하여금 박정희 대통령에게 "김종필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당신(박정희)과 당신 정부는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하게 함으로써 김종필의 제거를 직접 요구하게 된다.

미국의 요구에 갈등하던 박 대통령은 하우즈 유엔군 사령관이 김종필을 제거하라는 압박을 다시 한 번 가해 오자 미국의 요청을 수락하고 김종필에게 당의장 사퇴와 외유를 종용했다. '김종필 제거 계획'은 결국 미국의 성공으로 끝이 난 것이다.
▲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창비 펴냄) ⓒ 프레시안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창비 펴냄)는 미국의 대외관계 자료집(FRUS)과 비밀해제 문서를 통해 1945년부터 5.18까지 35년 간의 한미관계를 추적한다.

그 방대한 작업을 통해 박 교수는 미국의 김종필 제거 작전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조명하는 한편 이승만과 미국의 갈등, 5.16 쿠데타와 미국의 개입, 베트남 파병을 둘러싼 한미 간의 줄다리기, 광주항쟁과 미국의 역할 등을 파헤친다.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있어 왔던 한미동맹의 명암을 조명한 박 교수는 35년 간의 한미관계에는 평온한 날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제국'인 미국이 자국의 정책을 한국에 무리하게 적용하려고 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이고, 그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미숙하고 부적절했던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박 교수는 특히 후자를 강조하는 눈치다. 그같은 시각이 두드러지는 대목은 1980년 초 미국이 신군부를 승인하는 과정을 파헤치는 곳이다. 박 교수는 "만약 당시 한국 국민들이, 특히 민주화운동 세력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면, 미국이 신군부를 쉽게 승인할 수 있었을까?"라고 물으며 야당과 민주화세력의 무능과 대미의존 의식은 미국이 결정적인 시기에 신군부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게 한 '하나의 요인'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그의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지만, 그는 미국의 정책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한국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한미관계를 파악하려 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처럼 이 책의 내용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동시에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담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의 한미관계에서는 너무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한국사회는 한국인에 의해 제대로 쓰여진 한미관계사 책을 몇 권 갖고 있지 못하다. 본격적으로 연구된 한미관계사는 박 교수의 저서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한미관계사에서 <우방과 제국>이 던진 화두는 묵직하고 한편으로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역사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사족을 붙이자면, 이 책은 특히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계기로 행여나 한미동맹이 깨질까 밤잠을 설치시는 분에게 꼭 권하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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