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사일 발사 후의 일본의 대응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확인되자 일본은 당일 새벽 수상관저에서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여 대책을 논의하는 등 매우 신속히 대응하였다. 일본정부는 미사일 첫 발사 20분 후인 오전 3시 52분 긴급경보를 발령함과 동시에 수상에게 긴급현황보고를 하였으며, 오전 4시에는 수상관저 위기관리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하여 관방장관, 외상, 방위청장관 등이 긴급협의에 착수하였다. 오전 7시 30분 수상이 주재한 안전보장회의가 개최되어 일본정부의 공식성명이 발표되었다. 미사일 발사 이틀 후인 7일에는 유엔 안보리에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일본은 매우 신속하고도 단계적인 대응절차를 밟아왔다.
신속하고도 체계적인 일본정부의 대응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된 후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책을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단계별로 검토하였고, 실제로 미사일 발사가 이루어지자 일본정부는 이미 정해진 로드맵대로 단계별로 대응책을 시행한 것이었다. 미사일 발사 후의 일본정부의 대응을 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충분한 대응책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음을 잘 알 수 있다.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이 취한 최초의 대북 제재조치는 북한 화물선 만경봉호의 입항을 6개월간 금지하는 것이었다. 만경봉호의 입항금지 결정은 2004년 성립한 '특정선박 입항금지 특별조치법'에 근거한 것으로 만경봉호는 접안 및 하역, 선적 등이 금지되었으나, 인도적 차원에서 승객하선을 위한 일시 접안만 허용되었다. 이외에도 북일 간의 인적교류의 제한 및 전세기 취항금지가 시행되어 북일 간 민간 및 관리의 방문이 금지되었다.
이러한 즉각적인 대북 제재조치 이외에도 군사적인 대응으로서, 7700톤급 이지스함 2척을 2008년까지 동해 및 동중국해에 추가로 배치하며, 현재 건조 중인 6번째 이지스함을 2008년에 실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008년 3월말로 예정되었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어트 미사일3(PAC3) 배치를 앞당겨 2007년 중에 실전 배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로써 올해 설치되는 PAC3 1기와 합해 4기의 PAC3를 2007년까지 실전 배치하게 되며, 향후 3년 동안 미국은 일본에 20기를 우선 배치하기로 하였다. 한편 한반도를 감시할 정찰위성을 금년 내 발사하는 등, 금년 내 2기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하여 정찰위성 4기 체제를 확립하기로 하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보면, 일본의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던 냉전기와는 달리, 일본 스스로가 적극적인 안보 및 방위정책을 전개함으로써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미국의 군사적 억지력에 안주하지 않는 일본 스스로의 군사력에 의한 자위를 목적하고 있는 것이다.
1998년의 대포동 발사에 이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일본의 보통국가화 및 군사대국화에 직접적인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1998년의 대포동 1호 발사 때에도 집권 자민당은 당내에 위기관리 프로젝트팀을 발족하고, 대북 '선제공격론'을 주장하는 등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였으며, 북한의 핵개발 및 미사일 위협을 적절히 이용하여 국민 여론의 반대로 도입이 불투명하던 MD계획의 도입에도 성공하였다. 또한 대포동 1호의 발사 이후 4기의 군사첩보 위성을 배치하였으며, 5척의 이지스 구축함과 4대의 공중급유기를 도입하여 실전에 배치하게 된 것도 1998년의 대포동 발사 이후였다.
이렇듯 일본은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을 일본의 보통국가화, 군사대국화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 직후의 방위청장관의 '적기지 선제공격론'이나 외상의 북한에 감사한다는 발언 등을 보더라도, 일본의 보수파, 우경화 세력이 추진하고 있는 '군사적 보통국가화'라는 21세기 일본의 국가전략의 실천에 북한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군사적 대응은 냉전기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 미군이 해 오던 역할을 일본 스스로가 담당하려고 하는 것이며, 자위대가 '전수방위'라고 하는 국가안보에서 지역 및 국제안보로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은 독자적인 대북제재 결의안을 유엔에 제안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주도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2005년에 실패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2. 일본의 국제전략 및 대북 대응전략
미사일 발사 직후 관방장관과 방위청장관이 "자위대가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위권의 범위 안에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자위대가 북한의 미사일기지 공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여, 일본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벌어졌다. 일본정부 수뇌의 '선제공격론'은 1980년대 후반부터 간헐적으로 있어 온 주장으로 1990년대 이후의 일본의 국제전략과도 밀접히 연동되어 있다.
냉전붕괴 이후 일본은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국내 입법조치를 서둘렀고, 헌법해석을 통해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지속적으로 행해왔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에는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치법'을 성립시켜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하기도 하였다. 비록 자위대의 파병이 이라크 복구지원 및 인도적 지원의 명분으로 이루어졌지만, 자위대는 사실상 미군이 교전 중인 지역에 투입되어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이러한 자위대 해외파병은 자위대 활동이 일본영토 및 영해에 한정된다는 전후 일본 안보/방위정책의 핵심인 이른바 '전수방위'의 원칙이 도전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위대는 자위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방위력(기반적 방위력)만을 지니며 일본이 공격받았을 경우에만 자위권을 발동한다는 것이 전수방위의 원칙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일본은 세계전역으로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특별조치법을 성립시켰으며, 일본의 적극적인 개입전략에 의해 자위대는 세계의 다양한 분쟁지역으로 활동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은 독자적인 대북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하고 이를 강력 추진함으로써 북한 미사일문제를 이용해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발언력과 영향력을 높이고,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는 등의 반사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지배하는 지역질서가 아닌, 일본이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지역구조의 재편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및 미사일 발사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독자적인 안전보장구상을 유엔에서 관철시킴으로써 일본은 미중의 국제적 협력관계를 깨고, 지역에서의 발언력 강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북 강경정책의 지속을 통한 동북아의 긴장상황의 발생과 6자회담의 지연 역시 지역에서의 일본의 영향력 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일본의 21세기 국제전략은 미국의 지지 속에서 향후도 유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인정한 2002년 이후, 일본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한 대북압박을 대북정책의 기본노선으로 설정하였다. 납치문제는 일본이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미사일 발사문제의 국제공론화를 통해 납치문제에 대한 국제여론 역시 확산시킨다는 것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정부 대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성립 등으로 북한을 압박한 일본정부는 향후도 대북제재를 점차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먼저, '대북 금융제재 법안'이 금년 내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대북 금융제재 법안'은 북한의 자금세탁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은행에 대해 일체의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으로서, 주로 일본 내 조총련계 금융기관을 겨냥하고 있다. 대북 금융제재가 실시되면 일본에서 북한으로의 대북 송금이 전면 중단되게 되어 북한은 외화획득에 큰 차질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향후에도 일본은 대북압박에 있어 철저한 대미의존 외교를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격 일변도의 정책을 구사하고 있어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편승함으로써 대북관계에서의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대북 압박정책이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것은 분명하며, 따라서 핵개발 및 미사일 발사문제로 형성된 북일관계의 갈등상황은 향후도 지속적으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3. 향후 전망 및 한국의 대응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한ㆍ일은 미사일 발사의 의미와 대응방식을 둘러싸고 격렬히 대립하였다. 한일 간 대립의 촉매제가 된 것은 일본의 '대북 선제공격론'이었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에서 군비증강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미래안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한 행위이나,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지 않도록 정치, 외교적인 문제해결"을 주장해 외교적 대응원칙을 천명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본 및 동북아 지역의 안전보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문 채택을 주도하였으며,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일본이 한반도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입장차이는 크지 않았고, 일정한 정책적 대응이 공유되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북한 미사일기지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는 한일 간의 협력은 대립과 상호비난으로 변모하였다. 일본정부가 "미사일 발사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헌법의 자위권의 범위 안에 있으므로 논의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선제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한 데 대해, 한국정부는 일본의 과거 한반도 침략역사까지 거론하며 "선제공격론은 위험하고 도발적인 망언이며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저해하는 중대한 위협적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더 나아가 한국정부는 일본이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을 군비강화의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규정하여, 청와대는 "일본의 선제공격론은 침략주의적 성행을 드러낸 것"이라고까지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미일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검토하는 와중에도 한국정부는 북한이 아닌 일본을 집중적으로 비난하였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라는 본질이 아닌 한일의 감정적 대립에 주력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물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일본의 안보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핵개발 및 미사일 발사는 한국은 물론 일본 및 동북아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 것은 재론의 여지도 없을 것이다. 또한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명분으로 보통국가화, 군사대국화를 촉진하여, 자위권 확대, 군사력 증강, 평화헌법 개정 등의 소득을 얻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현실적인 안보위협이 아니며, 일본이 한반도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일본의 '선제공격론'이 필요이상으로 북한을 자극하고 대북 강경대응을 통해 일본의 국가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핵보유 발언을 포함한 지난 몇 년간의 북한의 발언과 구체적 행동 속에서 미사일 발사의 심각성을 찾아내어야 한다. 지난 수년간 북한은 핵개발 및 핵보유로 달려가고 있다.
일본의 대북제재 결의안 제출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와 함께, 지역의 안전보장 확보에 일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북한 미사일 발사를 이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및 미사일 발사가 일본에 주는 악영향은 일본의 군사적 보통국가화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북한뿐 아니라 일본 역시 포함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북한의 도발이 일본에 핵무장의 명분과 실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수적 경제지인 <월 스트리트 저널>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이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미온적인 대응은 일본의 핵무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되면, 일본은 자체의 핵보유가 미국의 핵우산 아래 머무르는 것보다 국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핵무장을 시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피폭국이며, 전후 반전 평화주의에 철저해 온 일본이기에 그 동안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은 매우 낮게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보유 및 미사일 개발은 일본에게 핵보유의 명분과 실리를 줄 수도 있다는 것에 북한 핵문제 및 미사일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그동안 북한을 제어하고 유도해 온 중국의 역할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으며, 따라서 북한을 국제사회 속으로 연착륙시키기 위해 중국에 일정한 역할을 기대해 왔던 한국정부의 대북 해법에도 일정한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즉, 중국의 중재역할을 북한이 부정하게 되면,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나 북미관계에서의 중국의 역할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할이 감소하면 감소하는 만큼, 압박과 제재를 통한 북한문제의 해결이라는 미일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한 문제를 조율해 오던 우리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현실적인 새로운 로드맵을 구상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 이달 말이면 일본에서는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다. 새로운 정권의 탄생이 일본의 동아시아외교의 극적인 변화로 직결되지는 않겠지만, 북핵문제 및 한일갈등 더 나아가 지역협력 등의 다양한 외교현안을 한일 간에 품고 있는 우리는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북핵문제 및 미사일 발사문제에 대한 한일 간의 대응의 차이가 명분과 실리의 대립이었다고 한다면, 이제 우리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중용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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