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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위해 안보리 이사국 진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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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위해 안보리 이사국 진출 연기

'국내적인 토론 없이 정부가 일방 결정' 비판 일어

정부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이유로 그간 추진해 왔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당국자는 31일 "정부가 지난 2001년 입후보를 선언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추진을 가까운 시기로 연기하고 이같은 사실을 유엔 회원국들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현재 진행중인 반기문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와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외교정책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비상임 이사국 진출 시기를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2007~08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에 입후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각국의 지지를 받기 위한 교섭을 벌여 왔다.
  
  그러나 내년부터 새로 임기가 시작되는 유엔 사무총장 선거와 비상임이사국 선출이 오는 10월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그에 따른 외교적 부담을 덜기 위해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유보하게 된 것이다.
  
  안보리 이사국은 상임이사국 5개국(미, 영, 중, 러, 프)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으로 구성되며, 비상임이사국의 임기는 2년이고, 매년 5개국씩 새로 선출한다. 비상임이사국의 아시아권 몫은 2자리이고, 매년 1자리씩 교체한다. 2007~08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에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네팔 등 3개국이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 이사국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국익을 위해 나은 것인지에 대한 국내적인 토론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개인 자격으로 활동하는 국제공무원으로 유엔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제고하는 데 별 관계가 없다. 그러나 국가 자격으로 활동하는 안보리 이사국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표출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국익에는 더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을 맡을 경우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국익이 없지는 않으나,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고려와 토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외교부는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단지 연기하는 것일 뿐이고, 사무총장 입후보에 대해 국내적인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득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부가 이번 비상임이사국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유엔 회원국들, 특히 한국의 진출을 지지했던 국가들에게는 이미 알렸으면서, 정작 국내에서는 논의조차 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이름을 무색케 하는 태도라는 지적이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최재천 의원은 "어떤 게 우리의 국익에 더 나은지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고 토론에 붙였어야 했다"며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커녕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들조차 그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어 "그렇게 해 놓고 나같은 지적을 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그럼 우리나라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나오는 걸 반대한다는 말이냐'고 몰아붙이는 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반 장관이 과연 사무총장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혹여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소의 김학린 상임연구위원은 "과거 유엔 사무총장은 이집트나 가나 같이 강대국 정치로부터 중립적인 나라들 출신이 많았는데 반 장관은 미국의 동맹국 출신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며 "사무총장이 되는 데에 미국의 지지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하고, 그 충분조건을 채울 대안 후보들은 많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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