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18일 북한의 핵실험 준비 가능성에 대한 미국 <ABC> 방송의 보도에 대해 "논리적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지만 북한의 핵 실험 관련 움직임이 사실로 확인된 바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 양국이 긴밀한 정보 협력 하에 북한 핵과 미사일 관련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 언론보도의 사실 여부는 정보사항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술적으로 북한이 핵 실험을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라면서도 "과거 1990년대 말 금창리 사례에서 보듯 정보 당국의 판단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난 예가 있고,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첩보를 입수한 지 10년쯤 지나 사실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핵 의혹 받는 시설 원래 많아…논리적 가능성일 뿐"
<ABC>는 1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와 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의 핵실험장으로 의심되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의심스러운 차량의 움직임"이 관찰돼 북한이 지하 핵무기 실험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해에도 길주 부근의 핵시설에 대해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도 올 6월 길주에 관한 핵시설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언론들이 이처럼 길주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이 당국자는 "핵실험장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감시되는 시설은 복수의 시설이고 그 정확한 숫자는 나도 모른다"며 "현재 어떤 이유에서건 길주가 미국에서 언급되는 것뿐이지 다른 시설들에 비해 가능성이 많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 당국자들이 <ABC>에 이같은 사실을 유출시킨 배경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보도가 나간 후 미국 측과 접촉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정보를 유출시킨 건지 아닌지, 만약 유출시킨 것이라면 왜 그랬는지 말할 게 없다"고만 답했다.
그는 또 "(최근 제기되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추가발사 가능성은 '논리적인 가능성'"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산 속에 있는 터널 밖에 케이블 쌓아놨다고 해서 다 핵시설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보다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지 감시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갔는지 여부에 대해 "정보 판단의 문제지만 그런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다수다"라고 답했다.
<ABC> 보도 '의도'에 촉각…정부 즉각 해명
정부 당국자의 이같은 설명이 나오자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날 <ABC>의 보도 내용 자체보다는 그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주목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길주 문제'를 의도적으로 유출해 쟁점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북한 위기를 확대시켜 △ 9월 14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입지를 좁히기 위해서라거나 △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한 한국내 논란이 뜨거운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한다는 등의 추측들이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확한 사실이 나오기 전에 핵실험 가능성이나, 보도의 의도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의 유출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 문제가 이날 국회에서 논의될 대북 지원 관련 회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빛이 역력했다. 국회 남북평화통일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적십자사를 통한 대북 수해 지원 규모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가 <ABC>의 보도가 나오자마자 기자들을 불러 "확인된 바 없다"며 "확대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은 어렵사리 마련한 남북 접촉의 기회가 핵실험 보도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다음날인 지난 달 6일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간의 질의응답 형식을 빌어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언급한 만큼 실제로 핵실험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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