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벗들'은 이날 단체 소식지 '오늘의 북한소식'에서 이같이 전하고 남측 민간단체와 정부의 긴급 구호가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인명피해가 특히 심한 곳은 대동강 상류지역인 평안남도 양덕군, 신양군, 성천군, 맹산군 등이다.
좋은벗들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만 3만여 명에 달하고 특히 피해가 심한 양덕군은 양덕-고원 사이 50여 리에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과 철길, 도로가 모두 사라졌다.
'좋은벗들'은 <연합뉴스>가 최근 공개한 신양군 신양읍의 수해 사진을 게재하며 "지도 판독이 어려울 정도로 수해로 인한 지형 변형이 심한 상황인데, 북한 당국은 양덕군의 인명피해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군대를 동원해 주민의 통행과 차량 통행을 엄격히 통제하고 지역 자체를 봉쇄했다"고 전했다.
평남 양덕군의 경우 폭우로 5층 아파트가 산사태에 묻혀 주민들이 잠을 자다 매몰되는 참극을 겪었다는 것에 이 단체의 전언이다. 특히 아파트 주민들이 잠을 자다가 참변을 당하는 바람에 감탕(진흙) 밑에 시신이 가득한데도 그 양이 엄청나 아직 파낼 엄두를 못 내고 있어 사체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장비 부족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양덕군 복구에 참가했던 북한의 한 관리는 "굴삭기가 단 몇 대라도 있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회한의 한숨을 쉬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좋은벗들은 북한의 수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이재민 구호 사업비로 3775억 원, 복구 사업비로 1016억 원이 드는 등 총 529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남한 수해 복구 예산인 6조3000억 원과 비교해 볼 때 10분의 1이 채 못되는 액수다.
이에 좋은벗들은 소식지 논평에서 "현재로서는 우리의 긴급구호와 지원만이 이재민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생명줄"이라며 정부와 민간의 신속한 지원을 촉구하면서, "북한에 비판적인 야당과 보수세력조차도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한국 정부의 북한 수해 지원을 촉구한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북한은 수해 피해를 집계하기 위해 각 인민반별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빠짐없이 접수하는 등 실태 파악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민심의 동요를 우려해 수해 실태 자체를 철저히 통제하면서 상세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좋은벗들은 "출장 및 여행증 발급까지 제한했다"며 그러나 "주민들이 수재 지원 물품을 걷는 과정에서 피해 관련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여론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게 이 단체의 전언이다. 소식지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미사일은 왜 발사해서 가뜩이나 힘들고 못사는 우리를 더 못살게 만드는가? 나라의 위신을 세우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말하며 강도 높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북한의 수해 상황과 남측의 지원을 촉구하는 좋은벗들 논평 전문이다.
특별재난에는 긴급구호와 복구지원이 시급하다 북한의 수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우리도 빠른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북한의 실상은 설마 하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피해 상황이 속속 집계되면서 인명 피해만 5만 5천여 명에 달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피해 상황을 접하고는 거짓으로 부풀려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설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100년만의 대홍수였다는 지난 1967년에 1만 7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당시보다 강우량이 훨씬 적었는데도 인명피해는 1967년의 3배가 넘는 5만 5천여 명에 달한다. 지난 파키스탄 대지진 참사로 발생한 4만 명보다 더 많은 피해이다. 바로 지척에서 이런 엄청난 참변이 발생했는데도 우리는 실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체제의 특성이 너무나 폐쇄적이라고 하지만, 수만 명의 사람이 죽어간 참사를 제대로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서글프다. 이번 북한의 수해 규모를 보면 쓰나미나 지진과 같은 특별재난에 해당된다. 따라서 특별재난 구호에 맞는 구호 및 지원체제를 가동시키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북한 당국의 능력과 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사체 발굴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 북한의 구호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긴급 구호를 감당해낼 만한 당국의 능력과 사회지원 시스템이 취약한 상태에서 특별재난에 해당하는 수해 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의 구호 의지가 약해 이런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 당국도 주민 총동원령을 내려가면서 긴급 구호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피해 규모도 크기 때문에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주민들의 피해 상황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 민심 동요가 일 것을 염려한 당국이 수해 피해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해 피해 상황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응당 받아들여야 할 국제기구의 지원도 못 받고 있다. 겨우 우리 민간단체와 적십자사의 지원 의사를 소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제국주의자들게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신과 능력을 한껏 보여준 상황에서 수해를 입었다고 선 듯 손을 벌리기엔 체면과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저간의 상황으로 북한 당국이 자세를 굽히고 지원요청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또 피해를 적나라하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방치하고 내버려둘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번 상황은 긴급 구호가 절실한 특별재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사람을 일단 살려놓아야 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긴급히 도와주어야 하는 특별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같은 민족이 입은 긴급 상황이기 때문에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펼치는 것이 마땅하다. 미사일 사건으로 인한 대북 불신과 이산가족 상봉 중단에 대한 분노에 기초해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간간히 보도되는 수해 상황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처지에 놓여 있다. 사체도 아직 덜 수습된 상황에서 250만 명이 넘는 이재민들이 긴급 구호를 기다리고 있다. 당장 먹을 식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몸을 감쌀 의복도 필요하다. 생명을 부지할 수 있을 정도의 생필품도 필요하다.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지붕 있는 집도 필요하다. 수해 관련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북한 당국도 이런 심각한 상황을 감안하여, 전국 각지에서 수재민 구제 사업으로 숟가락, 젓가락, 이불, 담요, 냄비, 밥솥 등 생필품은 물론 수재의연금을 걷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복구 의지와 살아남은 주민들의 노력만으로는 짧은 시간에 피해복구가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중부 내륙 지방을 강타한 수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 규모는 약 6조 3천억 원 정도이다. 이는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왔을 때 지원한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 상황을 감안하여 북한 이재민 긴급구호 및 복구에 드는 최소한의 경비를 추산해보면, 대략 우리 수해 피해 복구비용의 1/10에 못 미치는 5천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만한 돈이면 북한 당국도 감당해낼 수 있지 않느냐는 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또 미사일 발사 비용이면 얼마든지 감당해낼 수 있을 텐데 왜 도와주어야 하느냐는 질책과 비판도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 현실은 우리와 전혀 다르다. 체제 작동의 원리가 우리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긴급 상황이 벌어지면 최우선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한다. 특별재난으로 판단하면 모든 혜택을 신속히 제공하여 해당 지역의 주민을 긴급 구호한다. 전국 각지에서 온정이 답지하며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줄을 잇는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특별재난에 대한 긴급구호 양상이다. 그러나 북한 사회는 전혀 다르다. 남의 어려움을 생각하는 마음과 의지가 있더라도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수해가 일어난 규모와 실태를 알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도울 수 있는 물자와 장비가 거의 없다. 자원봉사를 하려해도 그 지역에 갈 수 있는 교통망과 수송 수단이 없다. 열흘에 한 번 다니는 기차를 타고 어떻게 자원봉사를 나설 수 있겠는가. 설상가상으로 일만 터지면 동원되던 군인들은 이번엔 준전시 태세로 인해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은 속수무책인 상태에 놓여 있다. 그리고 희망도 가지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잘 곳도 없이 250만 명의 이재민이 그야말로 자연 상태에 방치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벌써부터 쌀값이 심상치 않게 폭등하고 있고, 수많은 농경지 유실로 올 가을 농사는 거둬들일 것이 없다는 절망 섞인 한탄이 나오는 마당에 올 겨울 혹독한 추위를 집도 옷도 먹을 것도 없이 이재민들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긴급구호는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선 우리의 긴급 구호와 지원만이 이재민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생명줄이다. 한국 민간단체의 수해 지원 물자가 들어가면서 북한 관리들 사이에도 이번에 도움 받을 곳은 남한밖에 없다고 반기고 있다. 머나 먼 이웃나라의 재해에도 아무 조건 없이 구호물자와 장비를 보내주는데 우리 동포에게 이 정도의 긴급 구호는 해주어야 한다. 지난 2004년 룡천역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우리는 따뜻한 동포애를 발휘하지 않았던가. 북한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과 보수 세력조차도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한국 정부의 북한 수해 피해 지원을 촉구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그 이후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의 지원이 시작되어 천만다행이지만, 현재 수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재민 구호 지원품 외에도 수해 복구 지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권이 앞장서 주어야 한다. 이데올로기적 판단은 각기 다르더라도 북한 주민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동의한다면, 국회에서 특별예산을 세워 긴급지원을 결의해주기를 간절히 요청한다. 통일은 말로 떠드는 것보다 지금 당장 고통 받는 민중을 구제하는 것이 통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지원을 하면 대화의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하는 그 어떤 기대도 갖지 말고, 오직 고통 받는 북한 주민을 구제한다는 한 생각만으로 지원하도록 하자. 이번 수해 복구는 북한 정부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한국 정부의 신속하고도 대대적인 복구 지원만이 자연재해 대참사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특별재난에 처한 북한 이재민들을 살려내는 또 한 번의 자비와 온정을 간곡하게 요청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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