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교수시절 논문표절 등이 문제가 돼 취임 13일만에 물러났습니다. 지방선거의 참패와 7.26 재보선 완패. 그리고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대변해 왔던 김병준 부총리가 중도 퇴진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역대 한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분석한 책 <대통령과 리더십> 의 저자 세종대학교 김호진 이사장을 초대했습니다.
역대 한국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갖고 있었는가? 그들이 펼친 리더십에 따라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돼 왔는가? 노무현 대통령 리더십의 특징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나아가 차기 대권주자들의 리더십은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대통령과 리더십>의 저자 김호진 교수입니다.
김호진 이사장은 1968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74년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79년에는 하와이주립대학 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국민대, 고려대 교수,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소장, 노동대학원 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는 제3기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2000년부터 2001년까지는 제17대 노동부장관을 역임했습니다. 이후 교육부장관 자문기구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세종대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책 제목이 <대통령과 리더십>인데, 내용을 보면 대통령 뿐 아니라 역대 한국의 유명한 정치인들의 유형과 특징들을 분석하셨어요. 우선 <대통령과 리더십>이라는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으신 계기가 있으십니까?
김호진 : 사람들이 대통령을 여러 가지 시각에서 보지만 대통령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저는 대통령은 그 나라의 역사의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이다.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노를 젓고 대통령이 키를 어느 방향으로 잡느냐에 따라 역사의 갈림이 달라진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역사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또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이며. 훌륭한 대통령을 뽑자면 또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썼죠.
박인규 : 대통령은 한국이라는 배의 키잡이. 제대로 된 키잡이를 뽑는 게 중요하다. 책을 보면 역대 한국정치인들을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누셨는데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설명을 좀 해주시죠.
김호진 : 우선 대통령도 정치인 중 한 사람이고 국민 중 한 사람이지 않습니까? 대통령의 행위 자체가 정치고. 그래서 정치란 무엇이냐. 정치인들은 대개 어떤 유형의 사람들인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썼는데. 물론 우리들 중에서 정치인이 나오지만 정치인이 되자면 그들은 특별한 성향을 갖는 사람들이다. 흔히 권력욕이 있다든가. 하지만 권력욕 이전에, 중국의 리쭝우라는 사람이 '후흑'이라는 말을 했는데, 얼굴이 두껍고 속이 검은 대단히 특이한 체질이 돼야 되지 않느냐. 그래서 정치인의 유형을 저는 거래형. 정치를 하나의 거래수단으로 보는. 국민들한테 정책이라는 상품을 내걸고 표를 얻는 것도 거래잖아요. 또 그런 식으로 당선돼서 또 다른 의미의 거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거래형이 꼭 나쁜 건 아닙니다. 협상과 타협에 능하죠. 그러면서도 거래를 상거래적으로 생각하기 쉬우니까 그런 식으로 가다 보면, 잘못 빠지면 결국 부패한 정치인이 되기 쉽다. 그런 맹점이 있고. 또 하나의 유형이 승부사형. 대중정치는 한 판 쇼같은 거니까 쇼에 능한 사람이 표를 잘 얻습니다. 사람을 현혹시키니까. 그래서 이런 승부사형이 당선되는 거죠. 이런 사람들은 대중성은 대단히 강하지만 이른바 감성정치, 포퓰리즘에 빠질 가능성이 대단히 강하죠. 정치를 쇼로 생각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중에는 지사형이 있습니다. 자기의 지조와 양심을 갖고 정치하는 지사형. 대단히 이상주의적이죠. 이런 사람들은 정치를 투명하게 하지만 너무 결벽증이 심해서 비현실적으로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현실감각이 좀 둔해질 수 있는 거죠. 유토피아니즘에 빠지죠. 그 다음에는, 현대사회는 전문가 사회니까 테크노크라트형. 말하자면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걷는 사람들입니다. 그 다음 수습사원형이라고 개혁의지는 대단히 강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실험실습형. 이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죠.
박인규 : 수습사원형은 얼핏 느끼기에 노무현정부에 들어와서 많이 정계에 진출한 386정치인들을 지칭하신 게 아닌가 싶은데요..
김호진 : 대개 초년병, 정치신인들이죠. 386도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모든 386이 다 그런 건 아니죠.
박인규 : 말씀하신 유형들에 따라서 대표적인 정치인들을 한두 분씩 꼽아주실 수 있나요?
김호진 : 여기서 실명으로 말씀드리긴 제가 좀 조심스럽구요. 청취자들께서는, 제가 설명하면 이런 분들이 거래형에 속하고 이런 분들이 지사형이고 수습사원형이겠구나 짐작하실 겁니다.
박인규 : 아무래도 청취자들은 구체적으로 역대 대통령에게 어떤 리더십이 있는지 궁금할 것 같아서요, 첫 번째는 대한민국의 국부라고 할 수 있는 이승만대통령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김호진 : 제가 지사형과 거래형으로 나눈 것은, 거래형에서 대통령이 되면 부패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지사형이 되면 그래도 깨끗한 독덕적인 정치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나눴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젊은 시절에는 아주 훌륭한 지사형이었습니다. 독립운동을 하시고,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당시 우리나라 문맹률이 78%였습니다. 78%의 국민이 자기 이름을 쓸 줄 모르던 시대에 외국에서 서양학도로서 전공을 하고 한학에도 밝고 선지자적인 분이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대통령이 됐습니다. 선지자적인 우월감 때문에 당시에 시대적인 영웅이 돼서 대통령이 됐지만 결국 그 우월 콤플렉스에 빠져서 가부정적인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 때문에 장기집권을 획책하다가 결국 4.19로 쫓겨난 분이죠.
박인규 : 국민들을 상대로 역대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보면 항상 박정희 대통령이 1등으로 나오거든요.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호진 : 박정희 대통령은 대단히 모순적인 분입니다. 박대통령도 콤플렉스가 굉장히 심한 분이죠. 제 책의 주요 콘셉트가 콤플렉스입니다. 다 나름대로 콤플렉스가 있다. 콤플렉스가 성공의 동인이면서도 실패의 함정이라는 게 저의 문제의식입니다. 대통령이 돼서 콤플렉스를 해소한 사람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콤플렉스를 끝내 해소 못하고 콤플렉스에 패배하는 사람은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박대통령의 경우는 콤플렉스가 아주 심한 분이죠. 가난의 한을 씹으면서 살았다는 건 그 양반이 쓴 책에서도 나옵니다. 꽁보리밥에 된장찌개를 먹어본 적 있냐면서 자기의 가난을 한탄하는데. 그런 가난의 한에다가, 일제시대에 안타깝게도 일본군 장교를 했습니다. 그 당시 다른 사람은 독립운동을 하는데 어쩌다가 일본군 장교가 되니까 친일콤플렉스가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또 현역군인이 돼서는 좌익운동을 했습니다. 해방직후에 남로당 조직책을 했죠. 그러다 보니 사상콤플렉스, 좌익콤플렉스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남의 눈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되니까 콤플렉스잖아요.
그래서, 어떻든 쿠데타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정당하게 권력을 잡지 않고 총으로 잡았다는 쿠데타 콤플렉스가 나오게 되는 겁니다. 권력의 정통성에 자신이 없는. 쿠데타 콤플렉스가 나왔으니까 이왕 내친 김에 계속 가기 위해서는 유신을 하게 되는 겁니다. 권력이란 이름의 호랑이등을 타면 끝까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유신을 하게 되면 또 콤플렉스가 겹쳐지는 겁니다. 그 콤플렉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근대화에 아주 집착했죠. 그래서 한강의 기적을 이뤘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대단히 긍정적인 면이 있는 거죠. 콤플렉스를 이기기 위해서 근대화에 올인을 한 거죠. 그래서, 채찍을 통해서 근대화를 했으니까 교도적 기업가형이다. 끌어간다는 의미도 되는데, 교도관처럼 채찍을 휘두르면서 근대화를 일궈낸 교도적 기업가형이라고 유형을 나름대로 분류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재임 중에 육영수 여사께서 저격을 당해서, 권력의 정상에서 혼자 몸이 되면 그 고독감이란 건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일반인들도 혼자 살게 되면 고독에 시달리잖아요. 권력의 정상 자리 그 자체가 상당히 외로운 자린데 배우자마저 잃으면 청와대의 깊은 밤 얼마나 고독하겠습니까? 실례될지 모르지만 홀아비 콤플렉스가 아주 심해지는 겁니다. 그걸 이기기 위해서 나름대로 생활의..이런 점이 있잖아요. 그런 과정 속에서 권위가 무너지는 겁니다. 권위가 무너지니까 측근들로부터 결국 시해를 당하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 거죠.
박인규 : 김대중 대통령 같은 경우는 해방 이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도 받고, 대북정책에서 새로운 업적을 남기신 분으로 많이 얘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호진 : 저는 대통령을 잣대가 세 가집니다. 하나는 민주성, 두 번째는 효율성.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일을 제대로 했느냐. 그 다음 세 번째는 도덕성입니다. 이 세 관점에서 보면 김대중 대통령은 짧은 기간이지만.. 5년 동안 이 세 가지 잣대를 비교적 조화롭게 충족시킨 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화 운동에 평생을 바친 분이니까 민주성은 말할 것 없고. 효율성도, IMF위기를 그래도 기적처럼 극복했다. 남북관계도 패러다임 자체를 화해, 협력으로 바꿔서 전쟁위기를 상당히 해소한 건 사실이거든요. 도덕성도, 물론 여러 가지 흠을 잡을 수는 있지만 본인 자신은 그래도 도덕관리, 자기관리에 상당히 철저한 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계몽적 설교형이라고 분류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독학을 많이 했고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아는 게 많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많이 주입하면서 끌고 가려고 한 건데, 햇볕정책이 그 대표적인 거거든요. 그래서 계몽적인 설교형. 듣기에 따라서는 설교형이 좀 안 좋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런 점에서 상당히 국민들에게 어필한 대통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은 이미 60년대부터 민주화의 동지이기도 했고, 80년대 이후에는 권력을 향한 경쟁자이기도 했고. 김영삼 대통령의 리더십을 김대중 대통령과 비교한다면 어떻습니까? 상당한 차이가 있죠?
김호진 : 아주 대조적이죠. 그 두 분은 콤플렉스부터가 다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에 사무친 사람들의 마을에서 자기 자신도 한을 안고 태어난 분이거든요. 어릴 적부터의 콤플렉스입니다.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은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분입니다. 그런 콤플렉스가 다르고. 김영삼 대통령은 승부사적 기질이 있다면 김대중 대통령은 하나하나 상당히 치밀하게 계산하는 선비적 기질과 아울러 완벽주의적인 기질이 있습니다. 승부사는 대담한 베팅을 하는 게 장점인데, 김대중 대통령은 그런 대담한 베팅보다는 치밀하게 계산해서 일을 처리하는 점이 있죠.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대통령과 리더십>의 저자인 김호진 교수와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60년에 걸친 대통령들의 리더십을 분석하다 보니까 시간이 상당히 부족하네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뒤를 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적 아들이라는 말도 있는데. 전 대통령은 철권통치를 했지만 노태우 대통령은 6.29선언을 통해서 민주화 시대를 새로 시작하신 단초를 연 측면도 있고 해서. 우선 전두환 대통령의 리더십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김호진 : 전두환 대통령의 유형은 저돌적 해결사형입니다. 앞뒤 보지 않고 물불 안 가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는 데에 전력투구하는 해결사형입니다. 그 분이 군인으로서 상당히 야성을 기른 분이죠. 어릴 때 굉장히 주변인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나이 어릴 때 만주까지 갔다 왔으니까요. 그런 데서 상당히 상대적 박탈감 같은 걸 겪었기 때문에 야성적인 기질이 상당히 강화된 거죠. 단순히 군인으로서만 길러진 게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해서 10.26을 거치면서 공백기에 대권을 잡잖아요. 그때의 어지러운 상황을 아주 쾌도난마를 휘두르면서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해결하는 방법이 너무 거칠었기 때문에 그 시대를 평정한다는 목적은 이뤘지만 수단이 나빠서 상당히 정치적으로 업보를 치른 분입니다. 백담사까지 갔다온 분 아닙니까?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때는 노태우 대통령과 함께 형무소에 구속이 되는. 효율성이라는 잣대에서 보면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이 넘겨준 근대화의 유산을 비교적 관리를 했습니다. 이른바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통령으로, 경제리더십은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도덕적으로 비자금 사건을 일으켜서 크게 물의를 빚은 게 안타까운 분이죠.
박인규 : 노태우 대통령은 전두환 대통령의 뒤를 이었지만 어쨌든 민주화 시대의 단초를 열었다. 또 국방정책에서 상당히 우리나라의 외교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김호진 : 그렇습니다. 노태우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적인 사부는 박정희 대통령이었죠. 노태우 대통령은 전두환 대통령과 친구죠. 친구와 쭉 짝을 이루면서 군대 생활을 해오면서 2인자로 성장해 왔잖아요. 그래서 리더십 스타일도 2인자적 리더십 스타일, 참모형입니다. 그래서 국가경영자로서의 리더십을 스타일을 소극적 상황적응형이다. 참모는 항상 윗사람의 뜻을 받들고 눈치를 봐야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소극적 상황적응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7년 6월 항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6.29선언을 시나리오에 의해서 했든 어떻든 발표한 주역이 되면서 나름대로 그 당시에는 시대의 영웅으로 등장합니다. 그 여세를 몰아 대통령이 됐는데, 그 때의 억눌렸던 민주화의 욕구가 각계에서 분출되면서 그 혼란을 수습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우리나라의 민주화도 더 앞당겨질 수 있었고 사회도 더 안정될 수 있었고 오늘날 우리가 치르고 있는 과도기적인 정치 사회적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시대상황에 너무 밀리다 보니까 그 틀을 제대로 못 잡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미소냉전체제가 해소되면서 우리가 북방으로 외교진출을 개척해야 되는데 그걸 상당히 적극적으로 해서 우리 외교망을 넓힌 공로는 또 인정해야 됩니다.
박인규 : 어찌 보면 오늘날 사회갈등의 씨앗을 처음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지금까지 여섯 명의 대통령을 얘기 했지만 총리가 지도자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장면 총리가 그랬는데, 민주화 된 시기였지만 국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잖아요. 장면 총리의 리더십은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김호진 : 4.19를 통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지 않습니까? 이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자 역할이 결국은 장면 총리였습니다. 그 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우리가 5.16을 피할 수도 있었고 87년 6월 항쟁의 험악한 소용돌이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면 총리는 관리자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게 하나의 실패죠. 왜냐하면,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서 미국으로 유학까지 갔다 온, 온실에서 자란 분이죠.
콤플렉스 이론에 따르면 정치가가 되자면 첫 번째 요인이 끈질긴 야성이 있어야 된다. 서부 황야를 줄달음치는 맹수같은 야성. 그런데 포식동물의 야성만 갖고는 안 되고 대의가 있어야 됩니다. 대의 플러스 야성이 될 때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겁니다. 말하자면 알렉산더가 그런 사람이죠. 그런데 이 양반은 그런 야성이 없으니까 그 어지러운 혼란기를 수습 못한 겁니다. 자수성가형이 아니니까. 자수성가형 지도자가 아닌 데서 오는, 실패한 국가경영자가 된 겁니다.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안타까운 분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민주주의의 중요성과 가치, 국가경영을 민주적으로 시도했다는 점은 우리가 평가할 수 있는 거죠. 단, 우리가 이걸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효율성을 갖지 못한 민주성은 자멸의 함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효율성과 민주성의 병행발전이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이건 정치발전의 생명입니다.
박인규 :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의 리더십을 쭉 한 번 돌이켜 봤는데요, 지도자와 사회의 관계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김호진 : 지도자가 되자면, 국가경영자, 대통령이 되자면 첫째 기본적인 자질이 있어야 됩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자질. 두 번째는 그 시대의 상황이 자기의 운명과 맞아야 됩니다.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시대의 상황이 자기 운명과 안 맞으면 안 되는 겁니다. 김구 선생 같은 분이 대표적이죠. 세 번째는 전략이 맞아야 됩니다. 이 세 가지 변수가 중요한데, 각 대통령들은 그 세 가지의 변수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서 최고 권좌에 올랐습니다.
이 양반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뭐냐, 다들 뒤끝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들 뒤끝이 불행했잖아요. 왜 그랬느냐. 이승만 대통령의 경우는 아까도 말했지만 권력욕.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권력욕인데, 이승만 대통령이 초기에는 국민에게서 받는 국부의 카리스마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장기집권에 욕심을 내면서 그 카리스마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쫓겨가신 분 아닙니까? 그래서 카리스마도 결국은 권력의 정통성을 갖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버림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달리 말하면 집권연장이라는 것은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는 쿠데타와 독재를 했지만, 그래도 향수가 지금도 맴도는데 그건 근대화의 업적 때문이거든요. 수단이 좀 나쁘더라도 목적이 탁월하면 그건 또 평가 받습니다. 그렇다고 마키아벨리처럼 수단이 아주 형편없어도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도 정당화 된다는 논리는 아니고, 국민이 배고픔에 지쳐 있을 때 빵을 제대로 공급해서 가난을 극복하게 했다는 것 때문에 박정희 대통령이 그래도 평가받는 겁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역시 업적이 있어야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박인규 : 지금 우리시대, 또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리더십은 무엇인가, 굉장히 궁금한데요, 이 부분은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김호진 교수님 모시고 계속 하도록 하구요. 오늘은 여기서 그치도록 하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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