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카리스마로 지난 47년간 쿠바를 통치해 왔던 카스트로가 사망할 경우 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체제로는 쿠바 내 좌우세력들의 불협화음을 잠재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군부 내에서도 포스트 카스트로를 노리는 장군들 간에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쿠바 현지언론들은 카스트로가 정상적인 회복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세계 각국에서 카스트로의 쾌유를 비는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중에는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해서 룰라 브라질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이 포함돼 있다.
카스트로가 전권을 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인계하고 입원했다는 소식에 경악했던 시민들이 이제 평정을 되찾고 있다고 현지언론들은 전하고 있지만 카스트로 이후의 쿠바의 장래에 대해서는 불안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 은밀하게 활동하던 우익세력들의 궐기로 내전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쿠바정치 사정에 정통한 현지평론가들은 "카스트로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은 라울이 쿠바를 예전처럼 순조롭게 이끌어갈 것인가는 의심이 간다" 고 평가했다. 만일 카스트로의 병세가 쉽게 호전되지 않거나 사망한다면 쿠바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카스트로는 정말 심각한 상황일까.
쿠바 언론들은 카스트로 의장이 최근 아르헨티나를 순방하는 장거리여행과 중남미 좌파지도자들과의 마라톤 회의, 그리고 아르헨 현지 대학생들과의 3시간이 넘는 토론과 연설 등으로 인한 과로로 장출혈 증세를 보인 것이라며 수술 후 일정기간 휴식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고령에 따른 평상적인 증세라는 주장이다.
최근 아르헨티나 꼬르도바에서 개최됐던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장을 현장 취재했던 현지기자들도 카스트로의 건강 이상설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카스트로는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필자 역시 카스트로의 건강악화설이 이상하게 들릴 정도였다. 필자가 카스트로 의장을 가까이서 직접대면을 해본 건 지난 2003년 5월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대통령 취임식 만찬장에서였다. 당시 카스트로 의장은 혼자서는 보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할 만큼 늙고 병색이 완연해 보였고 목소리마저도 쉰 듯하여 영락없이 치매에 걸린 노인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3년이 흐른 뒤 남미정상회담장에서 다시 만나본 카스트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있었다.
우선 얼굴의 혈색부터가 달랐다. 광채가 빛나는 눈빛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으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전성기 때의 카스트로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현장에 있던 남미기자단은 "쿠바의 의술이 세계적이라더니 카스트로가 이를 증명했다"고 한마디씩 하기도 했다. 그만큼 카스트로는 몇 년 전에 비해 오히려 더 건강해지고 활기찬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쿠바 정부는 2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간) 공식적으로"카스트로 의장이 장거리 여행과 과중한 스트레스로 인한 장출혈 증세를 보였다"고 발표하고 "수술경과가 좋아 건강을 회복중"이라고 세간의 루머들을 일축했다. 한동안 휴식이 필요해 정치적인 모든 권한을 일시적으로 라울에게 인계했을 뿐, 카스트로는 곧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다시 재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임시대행체제이지 권력승계를 의미 하는 것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한때 사망설까지 나돌았던 카스트로는 자신의 쾌유를 빌어준 전세계인들과 혁명 동지들께 심심한 감사를 보내고 "나는 완벽할 정도로 건강하다"면서 혁명을 이루기 위해 투쟁과 노력을 더 해나갈 것을 다짐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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