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부총리의 거취에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에 '靑-言 전쟁'의 '2라운드'가 벌어지고 있다. '계륵', '약탈정부' 기사로 촉발됐던 '1라운드'가 청와대와 <동아>,<조선> 간의 전면전 성격이었다면 이번에는 청와대와 <조선>의 난타전 양상이다.
지난 31일 교육부가 <조선일보>와 공동주최해 오던 '올해의 스승상'을 폐지한다고 이 신문에 통보한 데 이어 1일에는 경찰청과 환경부가 각각 '청룡봉사상'과 '조선일보 환경대상' 공동주최의 철회를 통보하면서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조선>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지난 1일 "교육인적자원부가 조선일보와 공동 개최했던 '올해의 스승상'을 31일 일방적으로 폐지한 데는 청와대의 입김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청와대 어디서 지시가 내려왔느냐'는 질문에 '홍보수석실'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일에는 '옹졸한 정권 옹졸한 사람'이라는 사설을 통해 "(공동주최를 철회한) 세 부처 모두 사전에 조선일보와 아무런 상의가 없었다"며 이는 '계륵 대통령' 기사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계륵 대통령') 보도가 나간 날 청와대 비서실장은 본사에 전화를 걸어 '정면 대응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권력의 강압이 심해질수록 독자의 성원 역시 강해졌던 게 조선일보가 지나온 3년 반 세월이었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또한 이 신문은 "홍보수석실의 본래 기능은 이런 것(공동주최 철회)이 아니고 청와대 내에서 이런 일을 단독으로 벌일 권력도 갖고 있지 않다"며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사실상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했다.
청와대 "우리와 무관…국정홍보처 지침 따른 것"
그러나 청와대 정태호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정부 부처의 공동주최 철회는 우리와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기상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 대변인은 "국정홍보처가 지난 해 마련한 정책홍보지침을 해당 부처가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마 시상 시기가 임박해 오기 전에 정리하려는 모양"이라고 답했다.
지난 28일 청와대는 <동아>, <조선>에 "1단계 조치로 청와대에 한해 취재협조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청와대 차원의 '지속적 대응'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해당 부처와 국정홍보처 "정치적 해석은 특혜 유지하려는 이기주의"
한편 잇달아 공동주최를 철회한 교육부, 환경부, 경찰청은 국정홍보처와 공동명의로 2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특정 언론사와의 공동행사 중단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며 '독자적 판단'임을 강조했다.
이들 부처는 "이미 각 기관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특정 언론사와의 행사 공동주최에 대한 재검토를 해 왔고, 검토 결과 각각의 문제점이 제기돼 이번에 특정 언론사와의 공동주최 행사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부처는 "해당 상을 받은 공무원에게 인사특전을 부여하고 있으나 정부 기관의 고유권한인 인사평가를 특정 언론사와의 행사와 연결하는 것은 부작용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 인사 원칙의 문제에 있어서도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이번 공동행사 중단 방침은 상식과 형평에 어긋나는데도 그저 관행에 따라 이뤄지는 행사들이 없는지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특정 언론사가 이를 정치적 배경으로 해석하는 것은 자칫 과거부터 누려 왔던 특혜를 유지하려는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고 <조선일보>에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스스로 비판 자초하는 청와대
3개 정부 부처의 공동시상 철회가 <조선일보> 주장처럼 '홍보수석실 보다 높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청와대의 주장처럼 '국정홍보처의 지침에 따라 해당 부처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청와대가 이 신문에 대해 "지속적이고 장기적 대응"을 공언하자마자 이 조치가 취해지는 등의 일련의 현상은 '보복행위라는 의심을 자초하는 행동'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靑-言 2차대전'의 양상이 날로 치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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