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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평화축제' 강행시 주동자 체포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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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프간 '평화축제' 강행시 주동자 체포될 수도"

현지 대사관측 "아프간 대통령은 정권전복 '빌미' 될까 우려"

국내 민간단체가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오는 5~7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아프간 2006 평화축제'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여 우려를 사고 있다.

행사 주최측은 순수 봉사 행사라고 주장하지만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는 이를 명백한 '종교행사'로 인식하고 대통령이 직접 '한국인 입국 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독교 개종자에 대해 사형 여론이 비등할 정도로 종교 배타성이 강한 이슬람 국가에서 외국인들의 선교활동은 여론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집권층에서는 이 행사가 복잡한 현지 정치 상황과 맞물려 반정부운동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대사관 측의 전언이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행사 강행 시 주동자를 체포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이미 행사참여를 위해 1000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입국한 상태에서 주최 측도 쉽사리 행사를 포기하지 않을 태세다.

예정된 행사 일을 사흘 앞두고 주최측과 아프가니스탄 정부, 그리고 한국 정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사정과 우리 정부의 대책을 현지 대사관 관계자를 통해 들어봤다.

다음은 2일 오전 <프레시안>과 주 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 ⓒ프레시안

1일 카불 공항으로 입국하려던 한국인 35명이 아프가니스탄 경찰에게 저지당하고 폭력사태까지 일어났다고 보도됐다. 당시 상황을 전해 달라.

=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1일 내무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서 한국인의 관광비자 입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당일 뉴델리를 출발해 카불로 오는 임시항공편으로 '평화행진'에 참여하려는 한국인 35명이 도착했고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이들의 여권을 뺏고 입국을 거부했다. 되돌려 보내려는 직원들과 여권을 다시 되찾으려는 한국인들이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넘어지고 끌려가고 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자리에 한국대사관 직원 한 명도 나가 있었는데 쇠파이프를 휘둘렀다거나 하는 사태는 없었다고 보고됐다. 입국 금지된 35명 중 24명은 타고 온 비행기로 되돌아갔고 나머지 11명은 두바이로 가는 비행기를 섭외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평화행진'을 계획한 '아프간 2006 운동본부' 현지 사무소에 인계했다.

"한국인 비자 발급 책임 물어 주한 대사도 소환"

현재까지 입국한 한국인 규모는 얼마나 되나. 현재까지 별 다른 사고는 없었나.

= 1000명 이상이 들어와 있는데 카불 공항으로 정식 입국한 사람은 3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대규모 인원이 우즈베키스탄 국경을 통하는 등 육로로 입국해 확실한 인원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다. 재미교포 500명도 입국 예정이라는데 거기는 또 미국 대사관과 연계해야 할 일이다. 육로를 통해 입국한 한국인들은 4일 정도에 카불로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전까지는 다른 지방에 흩어져 관광도 하고 개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청년들이 대부분이고 중고교생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가족 단위의 입국자들 사이에는 초등학생도 몇 끼어 있다고 한다. 주 정부에 치안 요청을 해 뒀는데 다행히도 아직까지 특별한 사고는 없었다.

'평화행진'에 참여하려는 한국인 2000여 명에게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이 모두 비자를 발급했다. 당초 아프가니스탄 정부 역시 5일부터 예정된 행사를 위해 카불 올림픽 경기장 사용을 허가했었다. 주최 측이 종교단체라는 것을 모를 리도 없는데, 아프가니스탄 정부 측의 입장이 너무 갑자기 바뀐 것 아닌가.

= 지난 3월 아프가니스탄 법원은 기독교로 개종한 아프가니스탄인에게 사형을 언도하려 한 적이 있다. 이슬람 율법에는 배교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결국 그 사람은 이탈리아로 추방됐는데, 그 일로 한참 여론이 예민하던 시점에 그와 관련한 기사와 나란히 한국의 기독교 단체가 선교를 목적으로 대거 입국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났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 일단 문제를 삼고 나섰고 아프가니스탄 치안 담당자들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에 와 있는 다른 나라 ngo, 그리고 nato 평화유지군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종교적 반감이 외국인 전체에 대한 반감으로 번져 위험하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아프가니스탄 정보기관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평화행진이 카르자위 대통령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낸 것으로 안다. 대규모 기독교 행사가 카불 시내에서 벌어질 경우 이슬람 세력과 충돌이 벌어질 수 있고 이는 소요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르자위 정권이 아프가니스탄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고 무자헤딘과 탈레반 세력 등이 지방에 남아 있는 상황이니 만큼 이는 반정부운동 혹은 정권전복 운동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평화행진' 자체가 반정부운동이 될 순 없겠지만 기독교인 외국인을 대거 입국 시킨 정부가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카르자위 대통령이 이 보고서를 보고 불안감을 느낀 것 같다. 입국금지령을 내렸을 뿐 아니라 비자를 발급한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도 현재 본국으로 소환돼 있다.

주최 측에서는 지난 3,4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해 왔고 그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점을 들어 안전을 확신하는 듯하다.

= 아프가니스탄에도 그 운동본부의 지부가 있다. 그동안 매해 200~300명이 들어와 봉사활동을 해 왔다고 하는데 순수 봉사활동과 이번 종교 행사는 성격이 다르다. 자신들은 문화행사라고 하지만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과 아프가니스탄 정부 인사들 머릿속에는 이미 종교 행사로 각인돼 있다.

"카불 시내에서 무리 지어 다니는 한국인도 제재하겠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입장도 강경하지만 한국 정부의 만류에도 입국을 강행한 '아프간 2006 운동본부' 측도 쉽사리 행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 1일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대통령 명령이 떨어지고 아프가니스탄 외무부에서 한국 대사관 직원을 불러 입장과 지침을 설명하는 자리에 이 행사를 기획한 최바울 선교사('아프간 2006 운동본부'는 기독교계 선교단체인 '인터콥' 산하에 있고 최 선교사는 이 '인터콥'의 대표를 맡고 있다. 편집자)도 함께 호출 받고 와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치안 확보를 위해 군과 정보기관을 동원해 카불 시내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는 한국인들을 제재하고 대규모 행진 등 시위와 유사한 행동을 할 경우 주동자를 체포하겠다고까지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최 선교사는 한국에서 쏠린 관심을 의식하고 있고 카불 경기장에 허가가 나지 않더라도 다른 형태의 행사를 계획할 듯한 분위기였다. 현지 대사관은 행사 주최 측 주재 직원들과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고 안전조치를 취하려 노력 중이다.

외교부에서 신속 대응팀을 파견했다고 하는데, 대사관 인력은 얼마나 되나.

= 원래 대사관 직원은 3명인데 최근 외교부에서 3명이 파견됐고 인접한 파키스탄 대사관에서도 직원 2명이 지원 나와 모두 8명이 상황을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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