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가 이날 TV 회견을 통해 대독한 카스트로 의장의 친필 편지에는 "장 수술을 한 탓에 몇 주만 쉬어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돼 있다. 카스트로 의장은 또 "극심한 스트레스가 격렬하게 내 장을 흔들어 놓았고 출혈까지 계속돼 나는 얼마 전 복잡한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카스트로 의장은 "나는 잠시만 평의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하고 그 대신 내 동생 라울 국방장관에게 그 자리를 이양한다"고 밝혔다. 곧 80세가 되는 피델 카스트로 의장보다 다섯 살 어린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은 공산당 제1서기, 군 최고사령관 등도 함께 대행하게 된다.
카스트로 의장은 라울 국방장관의 역할이 '대행(provisional character)'일 뿐임을 다시 한번 못 박았지만, 카스트로가 그가 맡고 있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은 1959년 권좌에 오른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카스트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들 중 하나로 카스트로가 집권한 이후 미국 대통령은 9번이나 바뀌었다.
이에 영국의 <BBC> 방송 등 외신들은 '카스트로의 권력 임시 이양'을 크게 보도하며 "쿠바 사람들의 70% 이상이 다른 지도자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이번 사태에 대해 쿠바 전체가 적잖은 충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카스트로 의장이 오는 13일로 계획된 80번째 생일 기념식도 12월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순 과로로 인한 장출혈이 아니지 않냐"는 추측이 새어나오고 있다. <BBC>는 "카스트로가 TV 회견에 직접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건강이 악화된 모습이 노출되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카스트로 의장 주변에서는 "카스트로가 최근 아르헨티나 여행을 다녀온 데 이어 쿠바 혁명기념일 행사를 다니는 등 강행군을 했다"며 '건강 악화설'을 억측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카스트로는 지난 2001년 6월 연설 도중 잠시 실신해 건강에 관한 의혹을 불러 일으켰으며 최근에는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으나 특유의 화법으로 이러한 의혹들을 잠재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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