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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48시간 공격 중단'은 휴전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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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스라엘의 '48시간 공격 중단'은 휴전 신호탄?

BBC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축출 능력 없어"

20일째를 맞은 이스라엘 -레바논 전쟁이 이스라엘이 저지른 '카나 학살'을 계기로 중대한 전기를 맞고 있다.
  
  30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카나 마을을 미사일로 폭격해 대부분이 부녀자와 어린이들인 60여 명의 주민들을 살해하는 학살을 자행하자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전제조건으로 '즉각적인 휴전'을 반대해 온 미국조차 이스라엘에게 공격 중단을 요구하자, 이스라엘은 48시간의 '시한부 공격 중단'에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카나 학살' 이후에도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전투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국마저 이스라엘 지도부의 '전쟁 수행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며, 휴전을 위한 명분 찾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헤즈볼라가 예상 외로 강력한 저항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무력으로 헤즈볼라를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레바논 사태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발목을 잡는 '제2의 이라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1982년보다 못한 상황
  
  이와 관련, 영국의 BBC 방송의 중동전문기자 짐 무어는 28일 '복수와 함께 반복되는 역사'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이스라엘이 조만간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는 반복되는 레바논 사태의 출발점으로 알려진 분쟁이 시작된 지난 7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레바논 남부의 항구도시 티레에서 레바논 사태를 현장취재해 온 베테랑 기자다.
  
  그는 우선 이번 레바논 사태와 이전 레바논 사태와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했다. 1982년 이스라엘이 '갈릴리의 평화'라는 작전명으로 레바논으로 침공했을 때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레바논 남부에 근거지를 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으로부터 40km 이상 물러나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북부를 PLO의 로켓 공격사정거리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이유였다. 이번 레바논 사태에서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로켓이 이스라엘의 북부 도시를 공격하는 사태가 계속되지 못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어, 레바논 침공의 목표가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82년 당시 아리엘 샤론 국방장관의 진정한 목표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아예 점령함으로써 금세 드러났다. 베이루트 점령은 이스라엘이 아랍의 수도를 점령한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짐 무어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목표는 더 야심찬 것이었다. PLO를 파괴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싹을 잘라버리는 한편,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던 시리아군을 축출하고, 레바논에 괴뢰정부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레바논의 친 이스라엘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으면 이스라엘은 이집트, 요르단에 이어 레바논까지 국경을 둘러싼 3개국 모두와 평화협정을 맺어 이 지역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이스라엘은 당시 PLO를 파괴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PLO를 레바논에서 쫓아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은 '상처뿐인 승리'였다. 야세르 아라파트는 고국으로 돌아가 사망할 때까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지냈다.
  
  이스라엘의 다른 목표, 레바논에 친이스라엘 괴뢰정부를 세우는 것도 이스라엘의 적대국인 시리아와 이란이 힘을 합함으로써 좌절됐다.
  
  1982년 레바논 주민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초기에는 이스라엘의 개입을 반겼다.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저항운동으로 피해를 입는 데 지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계속 주둔하자 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이란과 시리아가 이스라엘군을 축출할 치명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수단, 즉 '헤즈볼라'를 만들어 낼 자양분이 공급된 것이다.
  
  헤즈볼라는 자살폭탄 공격 등 '치명적인 전술'로 시리아가 지원하는 다른 무장세력과 함께 베이루트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임무에 가담한 다국적군(MNF)를 축출하는 공세를 펼쳤다.
  
  미국을 주축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이 포함된 MNF는 무장세력의 공격에 휘말리면서, 특히 83년 10월 자살폭탄차량에 의해 미 해병 250여 명이 사망하는 등 희생자만 속출하자 결국 베이루트에서 철수했다. 결국 레바논에 친이스라엘 정부를 세우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당초 목표는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군이 남부 레바논에서 철수해야겠다는 결론을 얻는 데는 그 후로도 무려 19년이나 걸렸다. 그 동안 이스라엘은 수백 명의 사망자가 생겼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의 국경만은 지켜야겠다는 결의 하에 남부레바논군(SLA)이라는 하수인을 내세워 접경지역인 남부 레바논을 불법 점령했었지만 헤즈볼라의 공세에 견디다 못해 2000년 자진 철수한 것이다. 이스라엘 군의 이 철수는 (이집트, 요르단의 경우와는 달리) 상대방과의 평화협정 체결 없이 물러난 유일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헤즈볼라 세력만 키워준 이스라엘의 1982년 레바논 침공
  
  2000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철수하자, 헤즈볼라는 별다른 저항도 받지 않고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으로 전진했다.
  
  짐 무어는 '지난 12일 헤즈볼라가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병사 8명을 살해하고 2명을 생포하는 대대적인 도발을 한 것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를 따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레바논 사태는 1982년과 많은 차이가 있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의 일부라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충격적일 정도로 폭력적인 공격을 퍼붓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그 지도부를 파괴하길 원한다. 최소한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키고 이스라엘이 미사일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지점까지 밀어낸 뒤 국경에 레바논 정부군이나 일종의 국제평화유지군이 주둔하는 결과를 얻고 싶어한다.
  
  그러나 짐 무어는 "헤즈볼라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 이유는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최대 종파인 시아파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온건한 시아파 저항운동 세력인 '아말'과 함께 헤즈볼라는 시아파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아무리 거세도 이스라엘은 PLO처럼 헤즈볼라를 레바논에서 철수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를 제어할 가능성도 없다. 지난 2000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공세를 못이겨 레바논에서 철수하고, 이번에도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이미 5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는 쓴맛을 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헤즈볼라의 전투력은 강력하고, 충분한 무기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을 정도의 전투의지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레바논 정부군 내에는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아파가 많다. 정부군 자체가 시리아군이 지난해 레바논에서 철수하기 전에 시리아의 원조를 받아 재건됐기 때문이다.
  
  "레바논 정부군 동원하면 내전 일어날 것"
  
  짐 무어는 "만일 레바논 정부군이 헤즈볼라를 공격하기 위해 동원된다면, 종파 분열로 와해될 것이기 거의 확실하다"고 지적한다. 1970년대와 80년대와 마찬가지로 군 내부의 시아파와 다른 종파들이 맞싸우는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하나 과거와 이번 사태에서 다른 점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 매우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상대로 과거 어느 때보다 폭력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잠자코 있다.
  
  짐 무어는 "이 지점에서 미국은 모순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반 시리아 성격이 강한 현 레바논 정부를 지지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경제 및 기반 시설이 파괴되면서 나날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레바논 정부를 약화시키는 무차별 공격을 퍼부어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레바논 정부에 대해 헤즈볼라를 통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보여주는 이같은 전술은 효과는 차치하고, 지속적으로 수행되기 어렵다. 팔레스타인 정부에게 하마스 등 무장단체들을 진압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정부의 능력을 파괴하는 전술과 비슷하다.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술은 하마스가 득세하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취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있는가. 헤즈볼라 지도부가 은신하고 있는 베이루트 남부 일대를 이스라엘이 대대적으로 공습했으나, 지금까지 헤즈볼라가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등 지도부 인사들을 살해한다는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효과는 미지수다.
  
  나스랄라에 앞서 헤즈볼라를 이끌던 압바스 무사위가 이스라엘의 헬기 공격으로 지난 92년 살해됐을 때도 이스라엘은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레바논 국경을 따라 일종의 안전지대를 수립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헤즈볼라가 지금 보여주는 위력과 비교해 상당히 약화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이 당초 계획대로 리타니 강까지는커녕 국경 부근만이라도 안전지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주의 기간과 수많은 희생자를 대가로 치러야 할 것이다.
  
  만일 이같은 결과라도 얻어낸다면, 그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될까?
  
  이스라엘측은 강력한 다국적군에게 안전지대를 넘겨주는 방안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평화유지군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정치적인 합의에 의해 지지되는 휴전 협정이 없다면, 이스라엘을 대신해서, 이스라엘도 이기지 못한 헤즈볼라를 상대로 하는 싸움에 자국 군대를 보낼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경 부근에 안전지대가 설정된다고 해도 이 곳을 통제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짐 무어는 "이 지역에 특정한 군대가 주둔한다면 헤즈볼라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의 또다른 무장세력들의 공격을 더욱 유인하는 자석처럼 기능하게 될 것이 명악관화하다"면서 " 레바논 땅에 등장한 새로운 점령군은 헤즈볼라에게 저항세력으로서의 '존재이유'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이들의 공격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 "이번 주내 휴전 성사될 수 있을 것"
  
  이처럼 이스라엘과 미국이 여러가지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지면서 '카나 학살'을 계기로 휴전에 대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3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주 안에 휴전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라이스 장관은 또 "레바논 안정을 위한 국제 평화군 배치를 내용으로 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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