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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통일부장관, 단호히 돌아서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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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통일부장관, 단호히 돌아서긴 했지만…

[장관급회담] 아이러니한 여론 동향과 남북대화

'대화의 통로'를 유지하겠다며 시작했던 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조기종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으며 13일 오후 끝이 났다.
  
  이번 회담에서 남측은 애초 공표한 대로 미사일 발사와 6자회담 복귀 문제를 시종일관 제기하며 그에 대한 '출구'가 보일 때까지 다른 의제는 일절 논의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북측은 ▲참관지 제한 철폐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 ▲쌀 및 경공업 원자제 제공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라는 4대 문제를 제기하며 팽팽히 맞섰다.
  
  북측은 전체회의와 2차례 수석대표접촉에서도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자 13일 오전 회담 조기종결을 요청했고 남측도 이에 동의해 회담을 끝냈다. 남북은 차기 회담 일정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한 합의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분간 남북 대화가 경색 국면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경직된 태도와 무리한 전략이 낳은 결과'
  
  이번 회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회담 개시 전부터 나왔다. 실제로 양측은 전혀 다른 얘기를 핵심의제로 제시했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표현조차 성립될 수 없는 상황에서 '각자 할 말만 한 회담'이 되었다. 더군다나 '남측도 선군(先軍)의 덕을 보고 있다'는 북측 대표단의 엉뚱한 주장은 남측의 반발을 불러와 협상 분위기 자체가 얼어붙었다.
  
  정부가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는 미사일과 6자회담 문제만 이야기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남북대화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정부 내 일부 부처(외교부, 국방부)와 일부 언론들의 반대를 이겨내고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정부 내부에서도 그렇지만 보수 언론들이 너무 심하게 대화를 반대하니까 이종석 장관도 여지가 없었다"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그러나 장관급회담은 ▲남북 경제협력, 사회문화교류 사업,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내부의 문제를 주로 다루는 채널이라는 점 ▲장관급회담에 나오는 북측 인사들은 미사일과 6자회담을 협의할 수 있는 '외교안보 라인'이 아니라 남북교류를 담당하는 '대남 라인'이라는 점 ▲미사일과 6자회담은 남북간의 문제가 아닌 북미 양국간 혹은 6자회담 참가국간 문제라는 점 등에서 정부가 무리한 목표를 설정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스커드 미사일은 남측에게도 위협'이라는 논리로 그같은 비판은 물론 미사일 관련 대화를 거부하는 북측 대표단의 태도를 공박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미사일과 핵문제는 민족문제인 동시에 국제적인 문제라서 장관급회담의 틀을 넘어선 것"이라며 "국내 보수세력과 미국의 압력으로 틀에 맞지 않는 논의를 하려 했다"고 정부의 협상 전략을 비판했다.
  
  백 실장은 특히 '다른 문제는 일절 논의하지 않겠다'는 남측의 경직된 태도로 북측에서 제기한 이산가족 상봉행사조차 수용하지 않은 것은 회담의 명분을 북측에 빼앗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소한 다음 회담 일정이나 이산가족 상봉 약속은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경색이 더욱 오래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그것은 분명히 남측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여론 따라 했더니 또다시 여론이 공격
  
  결국 미사일과 6자회담 문제를 풀기 위해 남북대화의 창구를 열어두어야 한다며 시작한 장관급회담은 보수적이고 강경한 여론의 눈치를 본 정부가 경직된 태도를 일관하면서 오히려 그나마 있던 대화 창구마저 닫는 셈이 되었다.
  
  백 실장은 "정부가 회담을 단호히 종결시켜 국내정치적으로는 '폼이 날 수 있지만'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에서의 주도성을 상실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결국 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북회담을 하려면 미사일과 핵문제를 담판지으라'고 요구했던 여론이 그에 따라 회담을 한 결과 회담 결렬이라는 결과밖에 얻지 못한 상황을 두고 '결렬' '경색'이라는 표현을 통해 또다시 정부를 공격하고 정부가 다시 그 여론에 휘둘리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하며 이 장관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의 논평은 그같은 악순환을 상징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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