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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8명 중 6등… 고개숙인 소장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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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권영세, 8명 중 6등… 고개숙인 소장파

"세 확장 욕심 부리다 자충수" 반성도

한나라당 중도·개혁 그룹이 대표주자로 내세웠던 권영세 후보가 11일 전당대회에서 쓴잔을 마셨다. '대의원 득표율 8.37%, 여론조사 득표율 8.56%, 8명 중 6등'으로 요약되는 초라한 성적표에 권 후보는 물론 후보 단일화로 당권을 노렸던 소장파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그 대신, 승자의 면류관은 '민정계' 강창희 후보와 '대북 저격수' 정형근 후보에게 돌아갔다.
  
  권영세 '탈락'…소장파 '충격'
  
  당내 중도·개혁파 연대그룹인 '미래모임'이 단일후보로 내세운 권 후보가 당초 목표였던 대표는커녕 지도부 입성도 못한 채 밀려난 것은 한나라당 소장파 전체의 위상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오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를 당선시키며 승승장구했던 소장파의 기세가 꺾이게 된 것이다. 원희룡 의원이 2등으로 당선돼 지도부에 참여했던 지난 지도부에 비해 영향력의 범위도 턱없이 좁아지게 생겼다.
  
  권 후보와 단일후보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였던 남경필 의원은 전당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남 의원은 다른 지도부의 면면에 대해서도 "대의원들의 선택을 존중해야겠지만 전체적으로 당이 노쇠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권 후보가 TV토론 등 선거운동 과정에서 기존 후보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점이 일차 패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권 후보가 남 의원을 제치고 단일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에서부터 석연찮은 기류는 감지돼 왔다.
  
  당초 80여 명 정도가 참여하던 '미래모임'을 114명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미 강재섭, 이재오 후보들에게 '줄을 선' 인사들이 다수 '미래모임'에 가입했고, 이들이 인지도가 높고 개혁성향이 강한 남 의원 대신 권 후보를 '역선택' 했다는 주장이 적잖았던 것이다. '미래모임' 내부에서조차 "114명 중 반만 남아도 다행"이란 자신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선거가 막판으로 갈 수록 권 후보의 지지세가 분산되는 기류가 감지되자 박형준 의원 등 '미래모임' 주도자들은 개혁파 의원들로부터 "세력을 확대하겠다고 욕심을 부리다 오히려 모임의 '선명성'만 훼손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미래모임'의 힘이 결집되기 어려웠고 권 후보의 당선에 비상등이 켜진 후에야 위기의식을 느낀 소장파들이 뒤늦게 조직을 풀가동, 총력지원에 나섰지만 굳어진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창희, '1인 2표'의 힘
  
  
권 후보가 노리던 3위 자리는 강창희 후보가 꿰 찼다. 원외가 안을 수밖에 없던 인지도의 열세는 대의원 투표로 만회했다. 여론조사 득표율은 8.79%에 불과했지만 대의원 투표에선 12.48%의 높은 지지를 얻어냈다.
  
  강 후보 측은 '유일한 충청후보'라는 점이 대의원의 표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집권을 위해 충청권을 공략하는 것은 필수"란 강 후보의 선거전이 충청 지역 대의원들뿐 아니라 수도권 대의원들의 마음도 움직였다는 풀이다.
  
  여기에 대표가 된 강재섭 후보와의 '연대'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1인 2표제로 치러진 선거에서 강재섭 후보를 지지한 대의원 중 다수의 '나머지 한 표'가 강창희 후보에게 돌아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민정계' 출신인 강재섭, 강창희 후보 간의 '연대설'은 당에선 공공연한 비밀로 통했다.
  
  정형근, '전향' 버리고 지도부 입성
  
  
출마를 망설이다 '막차'를 탄 정형근 후보도 예상을 넘어서는 선전을 했다. 5등이지만 4등을 한 전여옥 의원과는 1표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정 후보는 중앙위 의장이니 만큼 중앙위원 550명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지역구가 부산이니 영남 표도 적잖게 몰렸을 것이다.
  
  그러나 정 후보가 비슷비슷한 기반을 갖고 있는 다른 후보들을 앞설 수 있었던 데에는 '북 미사일 정국'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의 '안보 대표론'이 대의원들의 표심을 파고들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김정일이 남조선 4500만 명 중에 제일 빨리 죽여야 할 놈이 정형근이라고 했다"(4일 서울 합동연설회)고 주장할 정도로 이전 정부 때부터 대북 지원책을 집요하게 공격했던 공을 이번 지도부 입성으로 보상받은 셈이다.
  
  다만 정 후보가 대의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강경 발언을 쏟아냄으로써 그 동안 '저격수' 딱지를 떼기 위해 쏟았던 각고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한때는 "DJ 대북특사설"을 주장하기도 해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무섭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정 후보였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노무현 정권은 북한의 공갈 협박에 비굴함과 아첨과 굴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현 정권을 비판하고 "박근혜 전 대표 피습범 배후에 북한이 있을지 누가 아냐"고 위기감을 조성하는 과정 속에서 그의 진정성은 빛이 바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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