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전 한국경제연구원장하면, 정부에 대해 소신있는 발언을 거침없이 퍼부었던 인물로 유명합니다.
원장직을 물러나 대학강단에서 선 그가 이번에 "차별화"를 키워드로 한 책... '신 국부론'을 펴내면서 "평등을 중시하는 현재 한국사회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또, 한차례 쓴 소리를 했습니다.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기 때문에 각자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보상받아야하고, 이 같은 차별화 원리가 곧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좌승희 박사...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신국부론의 저자 좌승희 전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초대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평등주의의 함정이란 무엇인가? 그가 주장하는 경제발전을 위한 차별화 이론이 과연 경제발전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는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좌승희 교수입니다.
좌승희 교수는 1947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73년 한국은행을 시작으로 미국연방준비은행 경제연구관을 거쳐,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국제경제, 금융경제, 거시경제 등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1997년부터 8년간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맡아오다 지난해 4월 원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평소 학생들과 어울려보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현재는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한국경제발전론과 리더십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작년 6월인가 저희가 한국경제에 관한 특집에서 한 번 모셨습니다. 그 당시에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가르치게 되셨습니다. 가르쳐 보니까 재밌으시던가요?
좌승희 : 즐거운 일이죠. 영어 강의라서 약간 부담은 있지만 상당히 즐겁게 강의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신국부론 이론을 전세계 경제에 적용하는 실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국가별로 이 이론의 적용력을 검토하게 해서 저 나름대로는 이 이론이 상당히 설득력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됐고, 참 유익한 1년이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책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일부 중요한 부분을 골라 읽어봤는데, 30년 이상 동안 경제학자로서 해오신 걸 집대성하셨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일단 언론에서는 이번 책에 대해서 심한 표현으로는 좌승희 박사의 쓴소리 결정판이다. 이런 평도 나왔습니다.
좌승희 : 원래 언론이 좀 자극적인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또 제가 보기엔 출판사에서 보도자료를 내는 걸 보니까 책의 깊은 뜻보다도 독자들에게 즉각 어필하는 메시지를 찾는 식으로 홍보하다 보니까 기자들이 책을 안 읽고 글을 쓰는 경향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쓴소리라는 말을 했는데, 사실 쓴소리라도 할 건 해야겠죠. 그런데 본질적으로 이 책은 한국경제 문제를 보려고 했다기보다 세계 경제학계에 던지는 하나의 메시지로서 쓰고자 했던 겁니다. 이미 약정을 했습니다만, 영문으로 영국출판사에서 내년에 이 책을 다시 출판하기로 했구요, 더 나아가면 인문 사회 정치학 등 다른 인접사회과학에도 비슷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경제철학서라고 이름 붙이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참여정부 들어와서도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해서 큰일 났다. 성장동력이 소진된 게 아니냐는 말도 있고, 길게 보면 90년대 초까지는 우리가 상당히 열심히 성장해 왔는데 10년여 전부턴가 중진국까지는 왔는데 선진국 문턱에서 헤매고 있다는 진단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는 것 같아요. 이번에 좌승희 박사님께서는 신국부론이라는 어떻게 보면 거창한 제목으로 책을 내셨는데, 이번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어떤 겁니까?
좌승희 : 신국부론이라는 책 제목을 붙여서 경제학에 혹시 누가 되지 않았을까, 경제학의 시조인 아담 스미스에게 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사실은 됩니다.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제가 사는 한국이라는 사회의 환경이 많은 영향을 미쳤죠. 한국이 30년 넘는 기간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는 도약을 이룬 다음에 10년에서 15년 가까운 기간 동안 경제가 정체되고 횡보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지적들이 있었는데.. 제 고민은, 그럼 흥하고 망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이고 원인이 뭔가에 천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그리고 전 세계를 살펴보면 20세기 들어와서 선진국이 된 나라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은 19세기 말부터 벌써 열강의 대열에 들어간 나라기 때문에. 왜 못사는 나라가 그렇게 많으냐. 어떤 사람은 잘 사는 나라가 왜 이렇게 많으냐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왜 이렇게 못 사는 나라가 많고 가난한 사람이 많으냐. 이건 경제학이 답해야 될 질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시각에서 보면 경제학 이론이 이런 문제를 충분히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점을 최근에 와서 많이 발견했기 때문에 첫째로 경제학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발전을 위한 경제학이라면 그런 면에서 좀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 예를 들면 경제학도 사회과학이라서 이념에 바탕을 갖고 있는데, 평등이념이 상당히 강하게 경제학에 들어와 있다. 제가 책에도 썼지만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차별화를 기초로 하는 학문입니다. 그러나 평등의 이념이 강하게 들어와 있다. 그 외 정치학 사회학은 더 강합니다. 그러면 이런 평등이라는 이상을 가지고 있는 학문을 가지고 사회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을 제가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필요하면 학계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박인규 : 평등을 문제로 삼으셨는데, 이 책의 내용을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평등을 지향하면 퇴보할 것이요 차별을 지향하면 발전할 것이다.' 이른바 차별화 원리, 차별화 이론... 차별화를 해야만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근거랄까, 그런 것을 좀 설명해 주시죠.
좌승희 : 세상의 이치는 제가 보기에 차별화입니다. 우리 세상은 항상 열심히 하고 잘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차별하고 사는 것이 세상의 이치예요. 매일매일 생활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걸 잊어버리는 경향이 많다. 그 과정을 통해서 시장이 하는 것은 뭐냐, 시장도 비슷한 일을 하죠. 그러니까 성과에 따른 차별을 하는 세상의 이치가 많은 사람에게 동기부여를 해서 열심히 하게 만들면 이게 발전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차별이 안 되면, 서로 다르지 않으면 발전이 일어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박인규 : 이번 책에서는 세계 경제에서 선진국이 된 나라들도 차별화를 통해 선진국이 됐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간단하게 어떤 나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좌승희 : 우리나라도 경제적인 도약을 이뤘던 당시에는 대한민국의 리더에서 정부까지 나서서 아주 적극적인 차별화를 했습니다. 그 얘기는 뭐냐. 국민들이 성과를 내고 뭔가 제대로 일을 해내지 않으면 정부나 사회로 부터 대접을 별로 못 받았다. 기업도 그렇고 공조직도 그렇고, 심지어는 새마을도 그렇고, 개인까지도. 자기가 뭘 이뤄내지 않고는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을 길이 별로 없었다는 게 제가 발견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도약하고 있는 중국을 보면, 중국의 등소평이 내놓은 깃발이 선부론입니다. 선부론의 의미는 부자가 앞서간다. 가난한 사람은 뒤따라가면서 그걸 배우라는 게 기본 이치거든요. 개혁 개방이나 지역개발에서 항상 하는 게 뭐냐.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여건이 좋은 지방이 먼저 가는 거고, 그 지방을 더 먼저 개방했습니다. 이게 바로 같은 차별화 이치입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도 거의 모든 정책을 차별화에 호응하는, 거의 일치되는 정책을 했다. 또 일본이 19세기 말 명치유신을 통해서 도약하는 과정을 보면 이 이치에 그대로 맞는다. 물론 일본이 70년대 들어서면서 또 평등의 이상으로 들어가서 지금 경제가 어려워졌습니다만. 예컨대 영국같은 경우 대처 수상도 차별화 원리를 재도입했습니다. 그 이전에 30년 동안 평등이라는 이상을 가지고 영국병에 걸려있었거든요. 그것을 대처가 바꾼 게 바로 차별화 원리를 도입한 것이고. 독인의 라인강의 기적이 바로 차별화 원리를 가지고 성공한 것입니다. 그러나 73년에서부터 사민당 정권이 들어오면서 평등주의가 정책의 기본이념이 되고 지금 딱 30년이 지났습니다. 독일은 지금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와있습니다. 평등주의의 함정이 들어오면, 이상이 좋아서 처음에는 모든 국민이 박수를 치지만 한 세대가 지나면 대부분의 국민이 못살겠다, 체제를 바꾸고자 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사회주의가 3,40년 지나서 다 망했습니다 한 세대의 사이클을 제가 얘기했죠 사실은.
박인규 :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도 차별화 원리라는 걸 적용하셨습니다. 대략 80년대 후반까지는 관치차별화. 관이 경제를 이끌었지만 차별화를 했고, 또 80년대 90년대 사이에는 관치평등화라고 진단하셨는데요, 관치차별화를 하다가 관치평등화로 가게 된 이유는 뭘까요?
좌승희 : 우선 개발연대는 아까도 지적했지만 수출을 지원한다... 수출을 지원하는 게, 다른 나라도 다 수출지원정책을 씁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는 성공 못하고 우리나라는 성공했잖아요. 그러면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왜 한국만 성공할 수 있었느냐. 수출주도 성장이라는 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 한국만 성공한 이유가 뭐냐. 제 발견은, 한국은 수출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출을 많이 하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수출을 많이 한 기업만이 대접을 받았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모든 기업이 정부와 은행으로부터 대접받기 위해서 너도나도 수출에 몰입하고 참여한 셈이죠.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수출을 많이 하는 길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했느냐, 새마을운동이 많이 뜨고 있습니다만, 정신교육을 시키고 노래 부르면서 정신교육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주민들을 이끌어내는 동기를 부여하는 인센티브 구조가 작동됐기 때문에 성공한 겁니다. 잘하는 마을이 아니면 대접을 못 받았다. 자력으로 새마을운동을 해서 성공하지 않으면 정부에서 지원을 안 한 것이 새마을운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었습니다.
박인규 : 지금 좌박사님 말씀은 그런 인센티브 구조가 언젠가 없어졌다는 거 아닙니까?
좌승희 : 그런 과정을 통해 도약했는데,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1980년대 말에 정치민주화를 한 이후에, 정치민주화는 우리가 지향해야 될 목적이죠. 정치는 항상 평등의 이상을 지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정치적인 이상이 경제 쪽에도 다 들어왔습니다. 소위 경제민주화니 경영민주화라는 이름하에 많은 경제정책들이 평등의 이상을 추구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은 무조건 규제하고 중소기업은 무조건 지원한다. 농민은 가난하니까 무조건 지원한다. 서울은 너무 비대해졌으니 무조건 규제하고 지방은 골고루 다 지원한다. 이게 균형발전이죠. 이런 평등주의적인 정책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역동성을 낮춘 게 아니냐. 그게 벌써 20년 가까이 흘러왔다. 그러나 처음에는 다 좋아합니다. 평등의 이상에 다 박수를 치지만 세월이 가면 어떤 결과가 오느냐. 평등의 이상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차별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우대하는 제도기 때문에 세월이 가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예뻐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미워하는 사람은 사라지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 결과가 지금 오늘날 경제의 어려움이라는 거죠.
박인규 : 정치가 민주화 되면서 경제부분에도 평등의 원리가 지나치게 들어왔다고 말씀하시는데, 6,70년대 개발연대 때 중소기업라든가 노동자가 너무 고생했으니까 민주화가 됐으니 우리도 좀 성장의 과실을 받자고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정치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거 아닌가요?
좌승희 : 그렇죠. 민주정치가 그렇게 가는 한은 발전을 이룰 수 없습니다. 선진국이 되기를 정말로 원한다면 제가 말씀드린 차별화 원리를 적용하지 않고는 저는 선진국이 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봅니다.
박인규 : 다시 한 번 차별화 원리를 경제에 적용해야 된다.
좌승희 : 그걸 정부가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이미 시장이, 세상이 그 일을 한다는 걸 알아야 됩니다. 시장에서는 열심히 해서 남보다 성과를 더 내지 않으면 절대 대접받을 수 없는 게 이치입니다. 은행이 그렇고 투자가 그렇고 소비자가 그렇습니다.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느님의 역할을 하는 경제주체들이 시장에 꽉 차있기 때문에 기업이든 개인이든 시장에 참여하면 동기부여가 되는 거고 발전을 이뤄냅니다. 그런데 그걸 막으면 발전이 안 되는 거죠. 제가 주장하는 것은 정부도 나서서 그 일에 협조해라 이겁니다. 그래야만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는 거예요. 과거 역사를 통해서 보면.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정부도 시장이 승자를 뽑아내는 과정에 협조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정부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좌승희 : 시장에서 자기 능력으로 성공해서 커가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됩니다. 중소기업을 키운다고 할 때, 중소기업은 경제의 뿌리이기 때문에 키워야 된다. 그럼 어떻게 키우는 게 좋으냐. 잘하는 중소기업을 키워야 돼요. 우리가 중소기업을 키운다는 건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으로서 행복하게 지내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이 성장해서 중견, 대기업으로 가도록 만드는 겁니다. 모든 중소기업이 거기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거기에 바로 차별화가 필요하다. 100개의 중소기업이 있다면 5개만이라도 성장해서 중견기업으로 가도록 서포트하는 게 정부의 역할입니다. 우린 지금 어떠냐.. 100개의 중소기업이 있고 1000억이 지원이 나왔다면 N분의 1로 딱 나눠서 10억씩 돌려주는 게.. 사실은 제가 좀 과장이고 단순화 했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절대 중소기업이 성장을 못합니다. 어떻게 해야 되냐면 잘 하는 중소기업 5개만이라도 더 많은 돈, 10억이 아니라 100억씩 지원하는 거죠. 나머지 기업은 나머지를 가지고 나눠도 괜찮아요. 복지정책을 해야 되니까. 그러나 그 5개 기업이 더 많은 지원을 받으면 그게 중견기업으로 넘어가죠. 중견기업을 지원할 때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해서, 중견기업에서는 좀 더 많이 지원을 해야겠죠. 그게 대기업이 되면 경쟁을 통해서 기존의 대기업을 압박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경제의 역동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우리는 그 올라가는 과정을 자꾸 죽이는 정책들. 이게 바로 평등주의 정책이죠. 그런 쪽에 좀 함몰돼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경제발전을 하다 보면 보다 우수한 사람이나 기업이 대접을 받는데, 그러다 보면 양극화 문제도 나올 수 있고 탈락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런 분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나 복지야말로 정부의 역할이 아니냐. 우리가 그런 것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좀 약하지 않느냐. 정부가 그런 역할을 해야 된다. 그런 반론들이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좌승희 : 물론이죠. 우리가 그 동안 소득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복지정책을 많이 못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여러 가지 정부의 규제정책을 통해서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많이 만들었다. 제가 말한 중소기업육성정책, 농민보호정책 등이 사실은 다 그런 겁니다. 꼭 저소득계층을 위해서 특별히 예산을 해서 복지기금을 자꾸 해서 주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많은 정책을 해왔다고 봅니다. 그걸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건전하게 통합돼서 가려면 반드시 그늘진 곳의 계층을 도와야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은 언제나 조건 없이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주저앉게 됩니다. 이게 세상의 이치에요. 실패한 것이 대접을 받을 조건이 되면 다 실패하고자 하는 게 이치입니다. 지금까지 선진국에서 실패한 복지정책은 전부 다 그렇게 해서 실패했거든요. 제가 주장하는 건, 가난한 사람을 도와라. 그러나 가난하기 때문에 돕지 마라. 가난한 사람 중에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러면 열심히 하는 사람을 앞장세우고 그런 사람들에게 보다 더 좋은 인센티브가 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라. 그래야 다른 사람들까지도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내서 결과적으로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을 양지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올바른 복지정책이지,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을 그냥 그늘진 곳에서 견디고 주저앉아 살게 만드는 건 복지정책의 의미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을 중소기업으로 남아있도록 하는 것은 중소기업을 돕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박인규 : 아직은 발전이 더 필요하고, 뭔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신 국부론을 출간한 좌승희 전 한국경제연구원장과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평등주의가 문제가 많다고 말씀하셨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정서들은 이런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물론 그 분들이 열심히 하고 잘했기 때문에 대기업이 되기도 했지만 60년대 이후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한 결과가 아니냐. 말하자면 일부러 도와준 측면이 많은데,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람을 이제 와서 또 대접하는 것은 너무 불평등한 게 아니냐. 이런 반론도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좌승희 : 전 이렇게 봅니다. 사회에 모범이 되고 다른 사람의 롤모델이 되는 사람, 혁신가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항상 손해를 보고 삽니다. 열심히 해서 성공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개인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손해보고 산다. 무슨 얘기냐. 그런 사람들은 사회에 뿌리는 게 많지만 다 거두지 못하고 대가를 다 받지 못합니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롤모델이 되는 사람, 혁신하는 사람, 성공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교훈을 자꾸 창출하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만 그 대가를 다 받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사회가 발전하는 겁니다. 선진국에 가서 보면 항상 성공하는 기업이 많고 앞서가는 세계 스타들이 많은 게 발전과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을 볼 때 열심히 노력해서 남보다 앞서서 뭘 이뤄내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대접받는 사람들을 존경할 줄 알아야 돼요. 국민이 그걸 안하면 정부가 나서서라도 그런 사람을 존경할 줄 알아야 사회가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는 겁니다. 아까 말씀하신 경제력 집중 문제도, 대기업들이 과거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고 독재정권의 정경유착에 의해서 혜택을 받은 걸 수도 있겠죠. 그러나 잘 보시면 그 기업들이 잘 하지 않고 대접받은 게 아닙니다. 그 당시 관치차별화는 시장성과를 대단히 엄중하게 따졌습니다. 수출을 미국시장, 세계 시장에서 많이 하지 않고는 대접을 잘 못 받았다는 걸 아셔야 됩니다. 시장에 의해서 이미 뽑힌 기업들이 정부의 선정대상이 됐고 은행의 지원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알아야 되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커져서 너무 집중이 됐다. 그렇다면 제가 질문하고 싶은 건, 그건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그럼 경제적으로 질문을 드리면 삼성이 커져서 문제가 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그러면 삼성이 대한민국 경제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그걸 경제학자들이 아직 분명히 증명해내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경제력 집중이 있으면 그 힘을 나쁘게 쓸 개연성이 있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 힘을 행사해서 나쁜 일을 해서 국민경제 발전에 저해효과를 가져왔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는 점을 우리가 잊어선 안 됩니다.
박인규 : 삼성 이건희 회장이 똑똑한 천재 한 명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말했던 것과도 맥락이 닿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건 특히 IMF 위기 이후에 양극화가 너무 급격히 진전되고 있다. 똑똑한 몇 사람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그 과실을 탈락한 사람들을 위해서 계속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냐.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좌승희 : 제가 보기에 양극화가 생기는 이유는 바로 투자할 능력이 있고 돈을 제대로 벌어들이는 기업이 제대로 투자를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돈을 벌 능력이 있고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해서 생기는 문젭니다.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성공하고 앞서가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에 뒤에 따라오는 다른 그룹의 사람한테 혜택을 주지 못하는 겁니다. 이게 바로 양극화의 원인입니다. 예를 들면, 한강물이 흐르는데 댐을 수십 개 쌓아 놨거든요. 이념의 이유 때문에 돈 버는 기업이 투자를 못하게 하고 돈 많은 사람이 폄하당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그 사람들이 돈을 안 씁니다. 왜 서비스 부문이 어렵고 왜 기사들이 어렵고, 투자와 소비가 안되는 이유는 뭐냐. 투자와 소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안하기 때문에 그런데 왜 그런가, 댐이 많다.
박인규 : 오히려 가진 사람들을 좀 자유롭게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좌승희 : 정확히 그 얘깁니다. 가진 사람들이 마음껏 돈을 쓰게 하라는 겁니다. 투자할 능력과 자질이 있는 사람들이 투자를 마음대로 하게 해라. 그런데 우리는 불행하게도 이런 게 국민의 이념이고 정책의 이념입니다. 투자를 할 능력이 있고 돈을 제대로 벌어들이는 기업은 투자를 하면 안 되고, 투자할 능력이 없는 기업이 투자를 해서 평등하게 가야 옳다는 생각을 하는데, 투자할 능력이 없고 돈을 벌 재주가 없는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많이 받아서 사업을 하면 망할 가능성이 많지 않습니까?
박인규 : 과도한 평등주의가 문제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서 문제가 되고 있는 두 가지 현안에 대해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서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여러 정책을 폈는데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부동산 가격상승을 억제하겠다. 성공했다고 보십니까?
좌승희 : 기본적으로 이념에 기초한 정책이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봐요. 제가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것은, 이념의 안경을 끼면 세상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는 보이지 않는다. 인센티브의 안경을 써야 세상이 바로 보이는 겁니다. 사람이 아무리 좋은 이상과 이념을 내결어도 직접 자기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가면 반드시 이해를 따라가는 게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에 그걸 잘 보는 게 중요하다. 부동산 정책의 문제는 저는 그런 면에서 방향이 좀 잘못됐다. 특히 첫째로 종합부동산세.. 이건 부유세입니다. 다른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내가 열심히 해서 집을 좀 많이 사고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징벌적인, 이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이걸 계속 나가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 못하는 것이죠. 그리고 보유세를 높이는 것은 그동안 너무 낮았기 때문에 이해가 가지만 보유세를 시가에 연동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정책입니다. 예를 들어 거래세를 낮추는 건 물론 옳은 얘깁니다만.. 그런 정도의 얘길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인규 : 한미FTA를 가지고 지금 사회가 상당히 양분화 돼있는데요, 한미FTA에 대해서는 찬성하시는 쪽이십니까?
좌승희 : 저는 기본적으로 FTA 개념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합니다. 그런데 한미FTA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좀 의구심이 들어요. 특히 뭐냐, 한미FTA를 준비한다는 건 뭘 의미하느냐. 우리의 각 산업이, 개방됐을 때 얼마나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느냐가 중요한데, 그 측면에서 저는 좀 걱정이 됩니다. 예를 들어 농민이 어렵다고 해서 농민한테 자꾸 보조금을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농업이라는 산업을 어떻게 하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키워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적다는 겁니다. 그 얘기는, 농업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구조조정이 되려면 농민들끼리만 구조조정을 해서는 절대 그걸 이뤄낼 수 없다. 능력있는 경영인이 나와야 되고 필요하면 외부에서 좀 더 능력있는 자본이 들어가서 농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되는데 우리가 그걸 못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저는 다소 우리가 준비가 잘 되지 않은 점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우리가 발전에 대해서 고민할 때인 건 분명한 것 같고, 평등이냐 차별이냐라는 말 자체 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아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어쨌든 좌박사님의 이번 이론이 뭔가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화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좌승희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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