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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북제재 참여는 스스로 입지 좁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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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의 대북제재 참여는 스스로 입지 좁히는 것"

[미사일 토론회] "쌀·비료 지원은 '인도주의'에 맡겨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국도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쌀·비료의 인도적 지원과 대북 경제협력은 물론 대북정책 전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면 쌀·비료 지원은 어렵다'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지난달 발언은 '대북 경고'라는 애초의 취지를 넘어 실제 정책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대북 제재에 참여하고 인도적 지원을 미사일과 연계한다면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입지를 스스로 좁힐 수 있다고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한반도 문제 싱크탱크인 '코리아연구원'이 5일 오후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 대북 제재에 참여하라는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발표자로 나선 김연철 고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에 쌀 50만톤을 당분간 주기 어렵지 않겠나 싶다"면서도 "너무 많은 것을 군사문제에 연결하면 남북관계와 북한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것이 또다른 압력이 되어 북한의 굴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종석 장관의 말은 미사일을 쏜 상황에서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인도적 지원 문제는 본래 얘기했던 '인도주의 정신에 맡기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중국과 한국의 대북지원과 경제협력에서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어 남북관계에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 전문가로 토론회에 나온 이희옥 한신대 교수는 "대북 제재에 중국이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우리가 쌀과 미사일을 연계하는 게 향후 남북관계에서 과연 전략적인 선택일지 의문"이라며 "중국이 빠진 상황에서 제재에 참여할 때 한국의 입지를 세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교수는 "통일부와 국방부가 역할을 나눠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통일부가 (북한에 대해) 더 강하게 나갈 때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美 대북정책 전환의 계기는 아닐 것" "중국은 북-미 직접협상 여부에 촉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와 관련해 김연철 교수는 1998년 대포동 1호를 쏜 후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섰던 전례가 북한에게 시사점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미사일 카드가 미국 내부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에서 견지하고 있는 소위 '도덕적 접근법'과 '적대적 무시' 전략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에 굴복하지 않는 이란과 협상을 시작한 미국의 정책이 북한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서도, 이란과 북한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협상보다는 다자간 접근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입장에 대해 이희옥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른 중국의 우려가 중국 내부에서 관철되고 있다"며 "북중 관계는 과거의 불신을 버리고 상호 영향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중국은 미사일 문제로 인해 북미 양자협상이 이뤄진다면 그간 쌓아 온 영향력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이 문제를 6자회담의 틀로 복귀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사일 발사 후의 국내 대책에 대해 김 교수는 "내년 대선에서 남북 이슈가 국내정치적 쟁점이 됐을 때 올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가 많기 때문에 지금부터 내년까지 정세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합의해야 한다"며 '초당적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현실적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남남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합의에 매달리기보다는 최근 통일부가 만든 남북관계기본법 등에서 제시하는 시스템을 통해 중립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외교안보 이슈는 정부 부처나 정권 입장에 따라 상당한 편차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 내에서 그 편차를 조정하고 통일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이 국민 합의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다음은 이날 토론회의 주요 내용이다.
  
  미국의 의표를 찌른 미사일 발사
  
  서동만 상지대 교수 : 5일 새벽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예상외로 동시다발적이었고, 시기도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서 의표를 찔렀다. 한반도 정세가 본격적인 긴장 국면으로 가고 있다.
  
  김연철고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에 대한 논쟁에는 두 가지 입장이 있었다.
  
  한반도 정세를 중심으로 북한의 선택을 중시하는 이들은 6자회담과 북핵문제를 위해 북한이 장기적인 협상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내부 논리를 더 중시해 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지난해 9.19공동성명 이후 북한 군부의 불만이 작용한다는 것이었고, 나 역시도 그렇게 봤다.
  
  미사일이 발사된 시점에서 북한이 왜 쏘았나,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한국의 선택은 무엇인가 하는 세 가지의 쟁점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 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는데, 1998년의 경험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당시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내부의 논란을 가중시켰고, 그 논란은 결국 윌리엄 페리를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하면서 '페리 프로세스'로 귀결됐다. 또 최근 이란 핵문제가 풀려나가는 방법도 시사점을 주었을 것이다. 이란의 강경 입장은 미국의 대화를 이끌어냈다.
  
  미국의 선택은?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과 직접협상에 나서거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변경할 것인가?
  
  미사일 카드가 미국 내부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사일 발사 전이나 후에 부시 행정부나 그 주변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를 보면 부시 행정부는 여전히 대북정책에서 '도덕적인 접근'을 고수하고 있다. '악행에는 보상 없다',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말에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직접협상을 거부한다는 뜻이 깔려 있다.
  
  물론 대포동 2호 발사 실패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미국 내부의 시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이 미국 본토까지 올 만큼 위협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부시 행정부의 대응책은 여전히 '적대적 무시'를 기본으로 하면서 국제적인 제재에 착수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물론 최근 미국에서 대북정책에 관한 논란이 있고 상원에서는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하자는 법안이 통과되어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의 리처드 루가 위원장이나 리사 머코스키 동아태소위원장,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간사 등은 직접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는 있지만 98년 대북정책조정관 임명 때와는 조금 다르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에게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초당적 협력을 이끌고자 하는 이니셔티브가 필요했다면, 이번 법안은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실책을 비판하기 위한 정치적 의미가 포함된 것 같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그 법안을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북정책조정관이 신설된다고 해도 금방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단기적인 변수는 아니라는 말이다.
  
  최근 미국의 대 이란 정책이 변화한 것도 북한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만 북한과 이란은 다르다. 이란을 공격한다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고, 이란은 이라크와 달라 군사 공격이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정책을 변화시킨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북정책에서 미국은 직접협상보다는 다자간 접근을 선호할 것으로 본다.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면서 직접협상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대북 제재 움직임이 구체화될 것이다. 일본은 이미 만경봉호의 입항을 금지시키면서 그간 준비한 제재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부시 행정부가 생각하는 다자의 제재가 동북아에서는 어려울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한다고 해도 98년처럼 의장성명 이상 나오기 어렵다. 그렇지만 중국과 한국의 대북지원과 경제협력에서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어 남북관계에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원하지 않던 국면이 펼쳐질 것이고, 서로 마주보고 차를 모는 이른바 '치킨 게임'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 행정부는 안보리 재제를 추진하거나, 일본-중국-한국에 제재 강도를 높이라는 외교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북한이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해 여러 전망이 있겠지만 북한 역시 압력에 굴복하기보다 긴장을 더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은 6자회담 파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면서 6자회담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정부도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남북관계는 이미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그 성장통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정치군사적인 신뢰구축에서는 더딘 '불균형적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 불균형 구조로 인해 최근 남북관계에 진통이 있었고, 미사일 발사로 그 불균형은 현실로 드러난 셈이 됐다.
  
  앞서 말한 국제적인 치킨 게임이 어느 정도 지속되느냐가 관건이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남북이 지속해 온 경협이나 인도적 지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개성공단만 해도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굉장히 많다. 지난해 시범공단이 들어설 때 공장 건설에 필요한 설비와 자재가 들어가면서 전략물자반출 문제로 미 상무성과 굉장히 어렵게 협조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라면 미 상무성이 그 제도를 굉장히 엄격히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개성공단 진행 속도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다.
  
  인도적 지원의 경우 비료는 합의가 되어 어쩔 수 없지만 쌀 50만톤은 당분간 주기 어렵지 않겠나 싶다. 다음주 장관급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열린다 해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북한은 과거와 달리 남북관계에서 오는 실익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대북 지원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낮지 않다. 열차시험운행 무산에도 불구하고 경협과 관련된 남북 협의들은 계속 진행되고 있고, 북한의 대남 부서나 내각의 경제 관련 부처들은 경협에 대해 상당한 관심과 미련이 있다. 그래서 북한 역시 예전처럼 긴장국면에서도 모든 걸 중단시키지 않고, 실익이 되는 부분의 대화는 계속하고 있다.
  
  우리 역시 문을 닫아서는 안 되고 국내 여론을 모아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또 어떤 상황에서라도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 그를 위해 필요한 지원이나 협력을 감정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협상국면이 조성될 텐데 문제는 시간이다. 내년 대선에서 남북 이슈가 국내정치적인 쟁점이 됐을 때 올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가 많기 때문에 지금부터 내년까지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한다. 우리 현실에서 대북정책조정관 같은 걸 두는 건 맞지 않지만, 여야는 몇 가지 굵직굵직한 부분에서 소모적인 정쟁을 할 여유가 없음을 인식하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이혜정 중앙대 정외과 교수 : 지난 3월 8일 미 하원 아태소위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때까지 우리의 관계가 좋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9.19공동성명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변했는지 의문이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잘못됐다는 미국 내부의 비판이 상당한데도 대북정책은 왜 여전한지도 의문이다.
  
  한 가지 유추해 본다면 북한 문제가 미국에서 쟁점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시 행정부의 '정치 성적표'에는 북한 문제가 들어 있지 않고,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 인권특사 같은 사람들의 강경 발언이 오히려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미국 내에서 북한 문제가 커지려면 한미관계에서 강력히 도전하는 사안이 있어야 하는데,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하고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완전히 '굴복 외교'로 가다보니 그런 도전도 없었다. 대북정책에서의 이견도 별로 없어 한국의 운신폭도 없다. 또 미일동맹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일본에게 한반도에 대한 역할을 일정하게 떠넘기는 측면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 98년의 경험을 고려하겠지만 환경이 너무 바뀌었다. 중국도 6자회담에 들어오면서 북한에 할 수 있는 얘기가 줄어들었고, 북미 일대일 대화도 어려워졌다.
  
  특히 9.11테러가 중요한 변화 요인이었다. 그때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방북 때만 해도 주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행동이 미국에 용납될 가능성은 적어졌다.
  
  서동만 : 중요한 쟁점을 짚어줬다. 98년의 경험과 차이가 있다는 가설도 흥미로웠다. 결론적으로는 근본적인 성찰과 재검토가 필요한 역사적 시점이 아닌가 한다.
  
  중국의 시선은?
  
  이희옥 한신대 교수 : 북한은 미사일을 쐈을 경우 나타날 주변국들의 반응을 예상했을 것이다. 중국에 대해 말하자면 중국이 북한에 가진 영향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조정과 균형 역할이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중국 학자들은 거꾸로 북한이 중국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점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최근에 나타나는 북중 관계개선은 과거에 그만큼 관계가 약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북한은 근본적으로 중국을 불신한다. 과거 3자회담부터 6자회담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북한을 압박했다. 3자회담의 경우 북한은 중국의 압박으로 끌려나왔는데 정작 나올 때는 러시아를 통해 얘기했다. 후진타오는 집권 초기에 북핵 문제가 중국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때 중국에 대한 섭섭함이 생겼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그같은 대중 불신을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행보가 후진타오 집권 1~2년의 모습이었다.
  
  후진타오는 지난해 방북에서 '북한 개혁개방' '아시아 사회주의 승리 및 유럽 사회주의의 실패라는 인식의 공유'를 합의하고 과거 보여졌던 친미적인 외교노선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확산방지체제(PSI) 부분 참여, 한미FTA 등에 따른 한국의 친미노선에 대한 중국의 우려가 내부적으로 관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불신을 버리고 상호 영향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바뀌는 것이 북중관계의 현재 모습이다.
  
  북한은 중국의 양해를 구한 후에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기본 입장은 북한에 미사일 주권이 있다는 것이었다. 또 중국이 결과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는 가능성도 있고 북한이 중국의 정책을 변경하려는 시도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가능성이 맞물려 있다고 본다.
  
  중국은 이 문제를 다시 6자회담의 틀로 복귀시키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북한은 북미 양자협상을 하고 싶어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이 느낄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그간 쌓아 왔던 중국의 영향력과 역할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북한을 비공개적이고 조심스럽게 압박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북한 부담론'이 부상할 수도 있지만, 결국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다시 협상테이블로 끌고 들어갈 것이다. 이때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의 보조가 관건이다.
  
  "인도적 지원은 '인도주의 정신'에 맡겨야"
  
  박순성 동국대 교수 : 9.19공동성명은 북핵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에 얘기했는데,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동북아에서 신냉전을 추구하기보다 6자가 동북아 정책을 논의하는 합의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한반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서동만 : 한국과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이나 FTA로 더욱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부정적으로 보는 상황이 미사일 발사를 촉진시켰을 수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에 있어 정경분리냐 연계냐 하는 문제도 쟁점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미 미사일과 식량 지원을 연계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고, 그에 앞서서도 경공업 원자재 지원과 철도연결을 위한 군사보장을 연계하면서 정경분리 원칙은 사실상 변경됐다.
  
  김연철 : 이종석 장관의 말은 미사일을 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경고의 필요성에서 나온 말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것은 미사일을 쏜 상황에서의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 문제는 본래 얘기했던 '인도주의 정신'에 맡기는 게 옳지 않나 싶다. 너무 많은 걸 군사 문제에 연결하면 남북관계와 북한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그게 또다른 압력이 되어 북한의 굴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희옥 : 대북 제재에 중국이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쌀과 미사일을 연계하는 게 향후 남북관계 해결에서 과연 전략적 선택일지 의문이다. 통일부와 국방부가 역할을 나눠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통일부가 더 강하게 나갈 때가 있다. 미국이 대북제재에 중국과 한국을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계속 할 텐데, 중국이 빠진 상황에서 제재에 참여할 때 한국의 입지를 세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남남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 교집합은 넓지 않다. 최근 만든 남북관계기본법을 보면 시민단체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그런 시스템을 법안으로 통과시켜 대북정책조정관 같이 중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대북 문제에서의 합의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합의에 매달리기보다 시스템으로 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서동만 : 오늘의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외교안보 현안, 대북정책은 결국 대통령의 아젠다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선순위에 있어 국내이슈에 뒤쳐졌다. 예방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의제 설정에 문제가 있었다. 외교안보 이슈는 부처나 정권 입장에 따라 상당한 편차가 생길 수 있다. 정부 내에서 그것을 조정하고 통일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이 국민 합의 못잖게 중요하다.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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