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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아까워 할 것 없다

실효성 없던 조항…신문법 입법목적 인정에 큰 의미

28일 헌법재판소는 신문법 17조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언론사 한 곳이 신문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거나, 상위 3개사가 60% 이상을 차지할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는 이 조항은 도입 때부터 많은 논란이 되어 왔고, 참여정부 언론 정책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이번 헌재 판결이 발표된 이후 여당과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아쉬움과 분노를 표출하고, 이번 소송의 당사자였던 조선, 동아 등과 한나라당은 이 위헌 결정을 크게 보도하면서 신문법 자체의 정당성을 공격하고 있다. 신문법의 핵심 조항이 위헌판결을 받았다며 '신문법을 폐기하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이 그토록 핵심적인 조항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은 실효성 없어"

실제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 규정이 신문발전위원회의 활동이나 신문발전기금의 운용 등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판결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신문발전위원회는 신문법 16조에 따라 정기간행물 사업자들이 신고한 전체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신문발전기금은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닌 사업자들에게 지원하는 국고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이 위헌 판결을 받음에 따라 이들 활동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효용성이라는 측면에 생각이 이르면 판단이 달라진다. 만약 신문법 제정 당시 언론개혁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제안했던 법안대로라면, 이 규정은 언론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효율적인 조항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입법 당시 여야는 '1개 신문사의 발행부수가 30%를 넘거나 3개 신문이 60%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도록 정하면서 발행부수 산정기준을 애초 '중앙 일간지'에서 '무료신문과 영자지를 제외한 문화관광부 등록 일반·특수 일간 신문'으로 확대시켰다.

이는 과연 '실제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지정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남겼다. 신문발전위원회 김주언 사무총장은 " '1사 30%, 3사 60%'라는 신문법의 조항은 실제로 해당하는 신문사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C닐슨 코리아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신문 정기구독자의 경우 중앙지의 집중률은 85~90% 수준이고, 조중동 3사의 집중률은 75% 전후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전국 137개 일간지로 확대할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행 부수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3개 주요 신문의 시장 지배율은 50%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도 이러한 점이 지적되어 있다. 헌재는 "공정거래법 상의 시장은 '서로 대체될 수 있는 상품시장'으로 한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신문법 17조는 '일반일간신문'과 '특수일간신문'을 하나의 시장으로 규정하는 등 관련시장의 범위를 부적절하게 확대했기 때문에 이 규정으로는 신문 시장의 과점을 해소한다는 입법목적의 달성과는 관계가 없는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규제만 보탤 뿐"이라고 지적했다.

"발행부수 하나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판단은 무리"

이번 결정에서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헌재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하면서도 '신문 시장의 과점 해소'라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규정을 대체할 다른 입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신문법 제정 당시 언론개혁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소유지분 분산 △ 편집권 독립 조항 규정 등 여론 다양성과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 청원안을 만들었다. 앞으로 있을 신문법 개정 과정에서 이들의 청원활동이 다시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문에서는 앞으로 있을 신문법 개정 과정에 참고할만한 여러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헌재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그 이유를 "신문의 시장 점유율은 발행부수뿐 아니라 신문매출액, 구독자수, 광고매출액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함에도 이 조항은 단지 발행부수 하나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예컨대 신문시장은 구독시장과 광고시장으로 구별하여 평가할 수 있는데, 구독시장의 발행부수 하나만을 기준으로 하여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신문의 독과점을 평가할 때 보다 세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신문을 다른 사업에 비해 더 엄격하게 통제할 근거 없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에 따르면 신문산업에 대한 독점 규제나 공정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신문법을 개정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신문의 발행부수는 주로 독자의 선호도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불공정행위를 초래할 위험성이 (다른 상품이나 용역에 비해) 특별히 크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면서 "신문을 더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의 이러한 결정은 "신문 사업자를 다른 일반사업자(시장 지배율 75%)에 비해 더 불리하게 차별(시장 지배율 60%)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헌재는 "설혹 신문 보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공정 행위가 문제된다면 이에 대해 이미 신문법 제 10조 2항, 제3항에 특별히 규정을 두고 있고 독점금지와 공정거래에 관한 규정들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므로 그것과 별도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더 쉽게 추정까지 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는 신문 시장의 정상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을 지적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적은 신문법이 제정될 당시의 상황을 돌이켜 볼 때 의미심장하다.

먼 길 돌아간 언론개혁 정책

본래 신문법은 무가지와 경품이 횡행하는 신문 시장을 바로잡아 '신문의 질과 논조'에 따라 신문이 선택될 수 있도록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곧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감독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들 거대 신문을 관리, 감독할 의지가 없다는 불신에 따라 신문법이 제정된 것이다.

헌재가 판결문에서 지적하고 있듯, "상당한 이득을 제공하고 구독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행위 자체를 법에 따라 혹은 법을 정하여 규제하며 되는 것"이었는데, 공정위가 제 구실을 못함에 따라 시장 지배적 사업자 규정과 같은 정책이 나왔고, 이는 그간 보아 왔듯 '언론 탄압'이니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니 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낳았다.

조선, 동아 등 보수신문들이 이 조항에 대한 헌법 소원을 걸였던 것은 전국 140개 언론사가 157억의 신문발전기금(2006년 기준)을 나누어 쓰는 그 돈이 주된 목적은 아니었다는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들 신문은 그 확률이 지극히 낮기는 하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었을 경우 공정위로부터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했다.

신문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지배적 사업자가 되었을 때 점유율을 낮춰 독과점을 해소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이들 신문이 불공정 거래나 불법 판촉 행위를 했을 경우 과징금 부과 액수를 달리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만들어진 법안인데도 언론개혁 시민사회단체들의 입법안은 대부분 버리고 공정위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이 조항만 신설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정부는 공정거래법과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게끔 하기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규정을 추가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마저도 정치권의 합의 과정에서 별다른 실효성도 없어져 정부와 언론 간 불필요한 긴장만 강화시키는 빌미만 만들었던 것이다.

'아전인수'격 해석 난무…판결 의미 제대로 새겨야

효용성도 의심스러운 시장 지배적 사업자 규정에 위헌판결을 받은 것은 언론 개혁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이번 헌재 판결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목적 등에 대해 사실상 합헌임을 밝힌 것이다.

이는 그간 조선이나 동아와 같은 보수신문이 신문법에 대해 "신문의 사회적 책임, 공공성, 공익성을 내세워 국가가 합법적으로 언론에 간섭토록 했다"며 "그러나 공공자원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과 그렇지 않은 인쇄매체를 동등하게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해 온 것과 대조된다.

특히 헌재가 판결문에서 "신문의 독과점 또는 집중화 현상과 신문기업의 경향보호가 결합할 경우 정치적 의견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체제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신문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적절한 규율은 경향보호와 상호보완적인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반박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번 판결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번 위헌 판결은 보수신문에게는 '신문도 공공성,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 공공 서비스 매체로서의 헌법적 의무가 있다'는 경고로, 정부에게는 보다 세밀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라는 요구로, 그리고 언론개혁 관련 단체들에게는 이제껏 이들이 추구해 온 '신문의 공정성 확보'라는 방향이 맞다는 공인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나아가 그 각각의 주체들이 자기에게 부과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언론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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