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중도·개혁 그룹 연대인 '미래모임' 내에서는 '대표 주자'가 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연대 내에서 출마를 선언한 남경필(개혁파), 권영세·임태희(중도파) 의원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된 26일 토론회에서는 양 그룹 간의 은근한 견제와 차별화 노력이 두드러졌다.
미래모임은 29일 전체 회의를 열어 모임내 투표(70%)와 당원 여론조사(30%)를 토대로 독자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범우파 연합 : "정치공학적 접근" vs "힘 모아야 집권"
전선은 '범우파 연합론'에서 갈렸다. 역시 당권도전을 선언한 이재오 원내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 국민중심당과 신보수(뉴라이트)를 아우르는 범우파연합 결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불거진 '범우파 연합론'은 당 내에서도 찬반이 확연히 갈리는 쟁점이다.
집중공격을 받은 사람은 이전의 토론에서 연합의 필요성을 피력한 남 의원이었다. 권 의원은 "2004년 대통령을 탄핵하며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손을 잡았지만 오히려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이 배척당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과거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때 호남의 마음을 열 수 있지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임 의원 역시 "특정 정당과의 연합이나 당직 몇 자리로 호남과의 화해를 시도할 경우 호남 주민들은 한나라당이 표가 궁해 손을 내민다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진정성과 일관성을 갖고 조용히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 의원은 "당의 혁신과 변화가 대선 승리의 첫 번째 조건"이라며 "단순한 우파 대연합이 아니라 시장경제와 우파 공동체주의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 힘을 모아 집권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의원은 특정정당을 지목한 이 대표와 온도차를 보였지만 '선진화'란 기조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끼리의 연합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맥락을 같이했다.
남 의원은 지난 23일 토론회에서는 "호남 내의 시장주의자와 우파들과 결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권력을 나눌 생각도 해야 한다"며 "내용을 갖추고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과의 큰 틀의 연합을 이뤄야 한다는 측면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연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소장파, 당 비판엔 충실하고 여당 비판엔 소홀"
토론자들끼리 지목해 가며 질문을 던지는 개별토론으로 들어서선 양 측의 견제가 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당 지도부의 의견에 반기를 자주 들어온 남 의원을 향해서는 "당의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이, 주로 당직을 맡으며 지도부와 행보를 같이해 온 권 의원과 임 의원을 향해서는 "이제와 개혁을 외치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오고갔다.
임 의원은 '개혁파의 공과'를 따지는 대목에서 "당을 비판하는 데에 있어 당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경우가 있다"며 "당의 자극제 역할을 하는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당을 수치스럽게 생각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임 의원은 또 "그간 당헌당규를 개정돼 온 과정을 살펴보면 개혁파들은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지도체제를 주장하다가 거기에 문제가 생기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그런 식의 경험이 개혁파가 당 내에서 신뢰성을 의심받는 동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소장 개혁파가 당내 문제를 비판하는 데만 충실하고 여당 비판에는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날을 세웠다.
권 의원은 "나 역시 당의 개혁이 필요할 때에는 남 의원과 함께 주장해 온 관계지만 소장파는 '남들이 들일을 할 동안 집 안에서 다 해 먹는다'는 지적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서 나는 나라도 '들일을 하자'는 입장에서 앞서서 대여 공격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의 반격도 매서웠다. 남 의원은 임 의원이 '혁신'을 강조하는 데 대해 "평상시에 시장에 안 가다가 선거철이 돼 시장에 나타나면 다들 표 얻으려고 나타난 것인 줄 안다"고 비꼬았다.
남 의원은 "임 의원이 요즘 들어 개혁과 쇄신, 그리고 호남에 대한 반성을 많이 말하는데 과거에는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또 그 주장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의문이 많다"고 직공을 가하기도 했다.
남 의원은 권 의원을 향해서도 "임명직으로는 참 어울리는데 선출직 당직을 담당하기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더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고, 권 의원은 "당에서 당직자로 임명을 잘 안 해 줘서 선출직으로 나왔다"고 응수했다.
남경필 "강삼재-김덕룡 복귀, 당에 도움 안 돼"
현안별 토론에서는 현 지도부가 정한 당론이나 당 전반의 흐름을 거스르는 의견들이 제시되기도 해, 향후 전당대회 과정에서의 논전을 예상케 하기도 했다.
남 의원은 강삼재 전 의원의 복귀나 김덕룡 의원의 정치 재개 움직임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억울한 점이 많을 줄 알지만 한나라당의 집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남 의원은 "한나라당은 시대정신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남이 억지로 어떤 판단을 내리기 전에 그 분들이 스스로 거목다운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남 의원은 당의 감세전략에 대해서도 "무조건 감세하겠다는 공약은 향후 대선 전략으로도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남 의원은 "세금으로 복지를 해결하려는 현 정부의 무능함과 방만함은 지적해야 하겠지만 객관적으로 현 정부의 복지 예산이 많은 편은 아니다"며 "세금 폭탄은 막아야겠지만 적절한 세금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다른 법안과 연계해 처리하려는 원내 전략에 대해 "사학법이 걸림돌이 돼 중요한 민생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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