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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사태' 최초제보자 여전히 실직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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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황우석사태' 최초제보자 여전히 실직상태"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6/26]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운영위원

지난 겨울 한국을 끄겁게 달구었던 황우석 사태 지난 5월 검찰 수사가 종결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태는 표면적으로만 해결됐을 뿐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들은 황우석 사태는 황교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연구성과에 무작정 환호하면서 감시와 비판을 소홀히 했던 정치권과 언론, 과학자 사회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황우석 사태 지난 7년간의 기록을 모은 책 <침묵과 열광>의 공동저자인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운영위원 을 초대합니다.

이 사태를 통해서 진정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의 생명관련 연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운영위원입니다.

김병수 위원은 고려대학교에서 생명공학으로 석사를, 과학기술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평소, 생명관련 연구에 관심을 가져왔던 그는 2000년 생명공학 감시운동 참여를 시작으로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간사 등을 지내며 생명공학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알리는데 앞장서 왔습니다.

현재는 생명공학감시연대 정책위원, 시민과학센터운영위원으로 일하며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서 생명공학관련 정책결정과정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사실 많은 분들한테 황우석 사태는 어찌보면 좀 잊혀진 일입니다. 김병수 위원을 오늘 모신 건 두 가지인데요, 한 가지는 이번에 책을 내시면서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우리가 아직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신 것. 또 하나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문제가 있다고 한 내부고발자들의 제보를 가장 처음 받으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대체로 그런 내부고발자들은 일이 끝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는데 지금 공식적으로 누군지도 모르고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고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이번에 책을 내셨는데 책 이름이 흥미로워요. <침묵과 열광>..어떤 의미입니까?

김병수 : 침묵은, 이 사태 전부터 배아복제 자체에 굉장히 여러 가지 사회적 윤리적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대한 담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2004년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발표되면서 사회 전체가 침묵을 통해서 문제점들을 다 가려버리는, 합리적인 비판조차 제대로 제기될 수 없는 상황을 침묵이라고 얘기할 수 있구요. 열광은, 황우석 박사가 국민적 영웅이 되고 사회 전체가 황우석 신드롬에 휩쓸리면서 소위 말하는 전체주의적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일방적인 열광의 분위기. 이렇게 두 가지로 표현해서 <침묵과 열광>이라는 제목을 지었습니다.

박인규 :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든지 이유있는 발언을 해야 할 때 무작정 침묵했고 성과에 대해서 무작정 열광만 했다?

김병수 : 예. 그리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황우석 교수의 연구업적에 문제가 있다는 걸 다 알고 있었는데도 몇 년동안 침묵한 거죠.

박인규 : 황우석교수 사태가 작년 12월에 불거졌는데, 이 책을 그때 내려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이전부터 이미 문제가 있다고 보신 겁니까?

김병수 : 그렇습니다. 이 책을 준비하게 된 건 2005년 여름인데, 사이언스 2005년 논문이 나오고 나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 전체가 아주 일방적인 분위기에 있을 때 저희 셋이라도 어떤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조작 이전의 여러 가지 황우석 교수에 대한 기록들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그 당시 저희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구요. 심지어 출판사조차 섭외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박인규 : 그 당시에는 논문조작이라는 게 알려지지도 않았을 때죠? 논문 조작을 하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있다고 보셨다는 말씀이죠? 이 책의 부제가 황우석 사태 7년간의 기록인데, 황우석 교수가 영롱이라는 소를 복제했을 때부터 좀 문제가 있었다고 보시는 입장이시죠? 왜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김병수 : 우선 영롱이 같은 경우, 지금은 다 밝혀졌지만 사실 논문이 없기 때문에 그 소가 정말 복제소인지 진위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여러 가지 연구성과들도 제대로 도니 과학자들의 평가를 받은 게 아니고 황교수의 언론플레이를 통해 알려지게 되고...2000년 부터는 무균돼지나 세계 최초의 배아복제 성공 논란, 그리고 광우병내성소 등을 통해서 계속 연구업적을 냈지만 상당 부분은 확인이 불가능했구요. 또 상당 부분은 절차나 윤리적인 문제, 법적인 문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박인규 : 황우석 교수의 연구업적으로 제시된 것 중 상당부분이 진위를 확인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문제다..? 이번 책에서는 생명윤리법 제정 과정에서도 황우석 교수의 인간 배아복제 연구때문에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왜곡됐다고 주장하셨어요.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김병수 : 생명윤리법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이후부터 인간복제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전 세계적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게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구요. 그래서 2000년부터 정부나 시민단체에서 생명공학 전체를 규제하려는 법률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복지부에서도 만들었고 과학기술부 같은 경우는 산하에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구성해서 안을 만들었구요 시민단체도 안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세 안 모두가 배아복제를 금지하고 자녀배아를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소의 난자에 사람의 핵을 집어넣는다든가 하는 이종간 핵이식을 금지했습니다. 정부나 시민단체의 안이나 모두 마차가지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 법률이 계속 후퇴했거든요.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후퇴하다가 황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이 발표될 때 쯤에는 어떻게 말하면 황우석 교수를 위한 조항들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부칙조항이 생겨서 황교수만 심사 없이 자동으로 배아복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든가. 제가 알기론 세계 최초로.. 공식적으로 소의 난자에 사람의 핵을 집어넣는 이종간 핵이식을 법률로 허용해 줍니다.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죠. 저희가 봤을 때 이것은 황교수의 연구를 위한..

박인규 : 생명윤리법이 생명윤리 자체보다는 어떻게 보면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김병수 : 물론 생명윤리법이 포괄하는 내용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의미있는 측면도 분명 있습니다. 다만 배아연구와 관련해서는 황우석 교수를 위한 조항들이 갑자기 삽입됐다고 확실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김병수 위원의 주장대로라면 그 법이 고쳐져야 될 필요가 있겠네요?

김병수 : 예. 심지어는 복지부에서 조차도, 생명윤리심의위원회 조차도 이런 것들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도 고려하고 있고.

박인규 : 실제로 생명윤리를 지키기 위한 본래 취지에 맞도록 이 법을 재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겁니까?

김병수 : 예. 시민사회단체도 그렇고 정부 내에서도 일부에서는 다시 한 번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침묵과 열광>이라는 책에서 김병수 위원을 비롯한 저자들이 주장하는 가장 큰 핵심은 황우석 사태가 황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둘러싼 과학기술동맹이란 표현을 쓰셨어요. 그걸 좀 설명해 주시죠.

김병수 : 많은 분들이 이 사건을 황우석 교수 개인이 비윤리적인 생각을 갖고 전세계 과학계와 난치병 환자들을 상대로 과학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우리가 이번 사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굉장히 적다고 봅니다. 저희가 봤을 때 황교수가 그렇게 과감히 조작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언론과 정부, 정치권과 재계, 과학계의 든든한 후원과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구요, 이런 네트워크를 저희는 과학기술동맹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황우석 교수를 중심으로 해서 서로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동맹을 형성하고 공고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조작행위가 나타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언론과 정부, 정치권과 재계, 과학계 등이 황우석 교수와 과학기술동맹관계를 맺고 이해관계를 공유했다고 하셨어요. 이해관계라는 게 어떤 겁니까?

김병수 : 예를 들어 정부 입장에서는 BT.. 생명공학 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이고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황우석 교수는 정부정책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근사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황교수 논문의 진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붐을 형성하는 게 정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고. 과학계 입장에서는, 사실 많은 분들이 황교수 개인에게 연구비와 지원이 몰리는 것에 대해 우려는 표명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생명공학 관련된 파이가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침묵한 것이죠. 언론 입장이 사실 가장 큰, 안좋은 역할을 했는데요, 99년부터 최근까지 여론을 왜곡하고 황교수의 연구성과를 부풀리는 데 앞장섰다고 봅니다. 소위 황우석 전문기자가 나올 정도로 특정 언론사 기자들과 황교수가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했던 거죠. 정치권 같은 경우는 황교수의 인기가 올라가니까 거기 편승해서 친분을 과시하기에 바빴습니다. 예를 들면 황교수의 국회강연이 끝난 후에 같이 사진을 찍으려는 국회의원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서 단상이 모자랄 정도였고. 여야를 초월해서 후원회를 조직한다든가. 이런 활동들이 있었습니다.

박인규 : 그 말씀은 언론과 정부, 정치권과 재계, 과학계에서 황교수 연구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모른척 했다는 뉘앙스인데.. 어쩌면 그 분들이 황교수 연구에 문제가 있는 줄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알고도 침묵했다고 보시는 겁니까?

김병수 : 우선 상당히 많은 분들이 몰랐다고 생각되는데요. 몰랐다는 건 바꿔 말해서, 내용 자체보다도 황교수가 갖고 있는 사회적 이미지를 더 활용했다는 측면이 되는 거죠.

박인규 : 황교수 연구의 문제점을 보려 하기 보다는 그 분의 후광이나 이미지를 이용해 보려고 했다?

김병수 : 그런 측면이 강한 거죠. 그리고 정부 입장에서 사실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사태 초기 같은 경우 진실규명을 방해하기 위해서 여러 작업들을 했습니다. 그런 걸 봤을 때는 굉장히 책임이 크고, 윤리적인 문제 같은 경우 다 알면서 덮으려고 했던 의혹들이 강하게 여기저기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하신 과학기술동맹을 통해서 황교수 사건이 커진 측면도 있다는 주장이시라면, 우리가 앞으로 이런 과학적 사기극이랄까요?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서, 또 과학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 정부와 사회 언론 등이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고 나름대로 처방을 내리신 게 있는 겁니까?

김병수 : 정부같은 경우, 우리나라 과학정책이 선택과 집중인데요, 한정된 자원을 성공할 수 있는 특정 영역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는데 문제는 그런 정책결정과정이 좀 더 투명해져야 하고, 이해관계자에 의해서 왜곡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구요. 언론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이번 황사태를 통해서 한국사회에서 과학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거든요. 많은 일반인들은 언론을 통해 과학적인 내용을 접하기 때문에 언론이 앞으로는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해서 일반 시민들이 과학기술쟁점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학계 같은 정우 자정능력을 좀 더 키워야 된다고 보구요. 왜냐하면 과학 부정행위가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실성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서 과학계 내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들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하신 정치권이나 언론, 과학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롭게 자성해야 한다고 할 때, 김병수 위원이 보시기에는 그런 반성의 움직임이 좀 보인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병수 : 저희가 우려하는 건 지금 이대로 흐지부지 되면 비슷한 유형의 사태들이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황우석 사태가 끝난 이후에 정부나 정치권이나 언론이나 어느 누구도 공식적으로 여기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거든요. 수백억원 예산을 쏟아부은.. 특히 정부 같은 경우는 어떤 관료도 황우석 사태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지고 물러나거나, 그런 사람들이 없습니다. 이런 걸 보면 다 속은 사람만 있는거구요.

박인규 : 모든 책임은 황우석 교수한테 다 가고..?

김병수 : 예. 그런 면들이 앞으로 우려스럽다는 거죠.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명확히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되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형식적인 재발방지 대책만 세운다면 비슷한 유형의.. 제2, 제3의 황우석 사태가 나타날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 밑에 깔려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생명공학을 통해서 경제성장을 이뤄야겠다. 그래서 과정 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산업발전의 원동력이다. 이런 것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생명공학이 이런 식으로 또 이용될 수 있는 거죠.

박인규 : 우리는 아직도 황우석 사태의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황우석 사태 7년간의 기록을 정리한 책 <침묵과 열광>의 공동저자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운영위원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황우석 사태가 불거지기까지의 숨은 뒷얘기에 대해 질문해 볼까 합니다. 대개 아시지만 황우석 교수가 논문을 조작했다는 것과 난자수급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언론에 밝혀지기까지 내부 제보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분들은 많이 아시는 것 같은데 일반인들은 잘 모르세요. 그런데 김병수 위원이 그 제보자를 처음 만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김병수 : 그렇습니다. 제가 그 분을 처음 만난 건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에 있을 때구요 2004년 가을입니다. 그분이 이미 연구실을 나온 상태인데, 주로 얘기했던 것들은 난자 제공과정에 문제가 많고 실제 연구성과에 비해서 사회적으로 너무 거품이 많다는 우려를 제기하셨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주변에서 공익제보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좀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얘기했구요, 특히 그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나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에 대한 열광의 분위기나 권력을 봤을 때 제대로 진실이 규명되기는 힘들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박인규 : 그래서 그때는 그냥 돌려보내셨다..?

김병수 : 제가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런 정보들을 자세히 제공했죠. 그때의 사회적 분위기와 국내외적 흐름들..

박인규 : 그 뒤에 그 분이 또 다시 오셨다면서요?
▲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김병수 : 그것은 작년 6월입니다. 한학수 PD와 거의 동시에 그 분을 다시 만나게 됐구요. 이번에는 윤리적 문제를 넘어서서 논문의 진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주셨습니다. 왜냐하면 이 분은 거기서 2004년 실험을 담당했던 핵심적인 관련자였는데 자신의 경험이나 실험실 구조나 기술수준을 볼 때 이 짧은 시간에 11개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혹을 제기했죠.

박인규 : 그 제보하신 분이 2004년 가을에 김병수 의원을 찾아가셨는데 그 당시에는 황우석 연구팀에서 나온 상태였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그 제보자가 황우석 교수 팀에서 자기에 대한 대접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불만이 있어서 나왔고, 불만 때문에 제보를 했다고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김병수 : 우선 기본적으로 짚고 넘어갈 것이.. 어느 사건이든 공익제보자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조직에 적응을 못하고 문제가 많고 불만이 많아서 뛰쳐나갔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우리가 봐야될 중요한 것은 공익제보자가 가져온 내용이 진실인지, 또 그 내용이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것인지를 중심으로 파악해야 되거든요.

박인규 : 내부에서의 문제는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사람이 제공한 정보가 사실인지, 그리고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다?

김병수 : 예. 그리고 실제로도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구요, 이미 공개됐지만 제보자 같은 경우 황우석 박사가 주례를 섰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황우석 사태가 한창 진행될 당시 상당수 TV에서 이 집이 제보자 집이라고 보여주기도 하고.. 그래서 과학자 사회나 언론계에서는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김병수 : 그렇습니다. 제보자가 제보를 하고 나서 물론 황교수 팀에서 제일 먼저 알았겠죠. 더 중요한 것은 인터넷 공간 같은 곳에서 제보자를 비난하고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일이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피해를 준 건 기자들이거든요. 기자들이 집 앞에 잠복하고 있어서 집에 못 들어가고 외부에서 계속 잠을 자야 되는 상황이었고, 심지어는 제보자를 보호해 줘야 될 언론에서 화면에 얼굴을 공개하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박인규 : 어쨌거나 그 분이 제보한 내용. 난자수급에 문제가 있었다. 논문이 조작됐을 수가 있다.. 이 부분이 진실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분은 지금 어떤 상태에 있죠?

김병수 : 지금 직업이 없는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명확히 짚고 넘어갈 것들이 제가 알기로는 제보자가 과기부의 압력으로 특정한 병원에서 타의적으로 해직을 당했고 그 이후에 거기에 대해서 복직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이 방치돼 있는 상태죠. 제가 봤을 때는 이렇게 큰 역할을 한.. 어쩌면 이 분이 아니면 밝혀지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앞으로 연구진실성위원회를 만들어서 제보자를 보호하는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는 거죠. 누가 제보를 하겠습니까?

박인규 : 말씀하신 대로 공익제보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분에게 표창까지 줄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가 직업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누가 그 책임을 지게 되는 거죠?

김병수 : 물론 법적으로 한국에 부패방지법 등에서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 있는 영역들이 조금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 상황이구요. 제가 볼 때 우선 이 사태의 원인제공자인 과기부가 좀 나서서 이것에 대해 해결해야 될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김병수 위원이나 MBC PD수첩이나.. 사실은 그 분의 제보로 사회적으로 밝혀졌는데 약간 책임감도 느끼시겠습니다.

김병수 : 그렇습니다.

박인규 : 많은 경우 제보자들의 신원이 밝혀지고, 영웅까지는 아니어도 중요한 일을 했다고 평가를 받는데,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해 워낙 기대가 많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 분은 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혹시 제보자의 신원을 밝히실 수가 있는 겁니까? 아니면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닙니까?

김병수 : 저희나 MBC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확인을 할 수는 없는 거죠. 하지만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알려졌고 많은 기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대로 과기부에서 연구진실성을 위한 여러 가이드라인이나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문제가 있다는 걸 밝히고 개인의 불이익을 무릅쓴 분들이 저런 상태에 있다면 연구진실성 가이드라인 같은 게 효과가 있을까요?

김병수 : 시도는 좋지만 저는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생명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많은 분들이 연구진실성 위원회는 굉장히 필요하지만 나는 제보하지 않겠다고 응답을 했거든요. 바꿔 말하면..

박인규 : 저런 꼴 당하기 싫다?

김병수 :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진실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보자가 처한 상황들을 빨리 극복해야만 앞으로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생명공학의 경제적, 산업적 가능성을 많이 주목하시는 분들은 황우석 사태를 굉장히 안타까워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상당히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인데 이 부분을 계속 발전시켜서 뭔가 경제적 과실을 획득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보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김병수 : 우선 생명공학 분야는 굉장히 다양하구요, 예를 들어 줄기세포 분야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의 일방적 보도로 마치 줄기세포 하면 배아복제라는 등식이 성립돼서 그렇지, 실제로 배아복제가 아닌 성체줄기세포를 연구한다든가, 불임클리닉 후에 남은 자녀배아를 연구한다든가, 아니면 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인 분화연구 같은 기초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박인규 : 생명윤리에 저촉되지 않고도 생명공학산업화를 할 수 있다?

김병수 : 그렇습니다. 특정한 사람이 없어졌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장기적으로 큰 타격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인규 : 곧 미국으로 유학 가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미국에서 어떤 공부를 하실 건가요?

김병수 : 제가 수료한 이후 계속 사회활동을 하다 보니 박사논문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박사논문을 쓸거구요. 외국 학자들과 함께 이런 한국의 특수한 상황들이 왜 발생하게 됐는지를 좀 더 깊이있게 연구할 생각입니다.

박인규 : 생명윤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고, 우리의 과학적 저력을 잘 활용해서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도 중요하고. 둘 다 참 중요한 것 같은데, 균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김병수 위원께서 생명윤리도 지키면서 우리 생명과학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공부 하시고 오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병수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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