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은 핵감축
북은 1979년 영변에 5MW 실험용 원자로 건설을 시작하여 1986년 완공, 그 가동을 시작했다. 1981년에는 영변에서 북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태천에 200MW의 원자로 건설을 착공했고, 1986년에는 다시 영변에 50MW의 원자로 건설을 시작했다. 북은 이 원자로를 1996년까지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이 두 기의 원자로는 완공되지 못했다.
1994년 체결된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실험용 원자로의 운전과 원자로 건설이 동결됐기 때문이다. 당시 건설 중이던 원자로는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의 관점에서 이 원자로 건설 동결을 사실 실험용 원자로 운전 동결보다도 훨씬 중요했다.
북이 건설 중인 원자로들을 완공하여 가동했다면 엄청난 양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연구소(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가 2012년 발표한 보고서는 CIA를 인용하며 이 두 원자로가 완공됐다면 연간 275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는 대략 핵무기 25~40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이 원자로들이 1998년부터 가동되었다고 가정을 하면 수구언론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1998-2007년 기간에 북은 무기급 플루토늄을 2750kg 생산했을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은 정작 북이 핵무기 250기~400기를 만들 수 있는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었다.
물론 이 10년은 '햇볕정책'의 10년이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제네바합의와 6자회담를 가동시켜 북과 대화와 협력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였던 시기였다. 햇볕정책의 결과는 핵무기 250~400기의 실질적 감축을 대한민국에 퍼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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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개방'은 핵강화
이에 비해 '비핵개방3천'이라는 봉쇄정책이 시행된 지난 5년여 간 북은 우라늄농축설비를 완공,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수로 건설에 착수하여 지난 8월 발전소 건물 위에 돔을 설치했다. 완공을 향해 치닫고 있다.
2010년 11월 북 영변을 방문했던 지그프리드 헤커 (Siegfried S. Hecker) 박사는 우라늄농축시설이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라고 표명했다. 그는 이 시설이 북이 주장하는 대로 경수로용 저농축 우라늄(LEU) 생산에 이용된다면 매해 2톤 정도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반면 이 시설을 무기급 고농축우라늄 (HEU) 생산에 사용한다면 매해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30~40 kg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2년부터는 매해 핵무기 한~두개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에 소재한 과학과 국제안보연구소 (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이 우라늄농축시설과 경수로를 핵무기 생산에 이용할 가능성을 여러 가지로 분석했다. 이 보고서가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북은 2015년부터는 매해 핵무기를 10기 생산할 수 있고, 2016년까지 핵무기를 최대 25기 추가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비핵을 맨 앞에 내세운 봉쇄정책의 결과물은 북의 핵능력 신장이었다. 북은 열심히 우라늄농축시설을 가동하고 경수로를 건설하고 있는데, 이를 저지하기는커녕 북의 핵활동을 감시.확인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새누리당 정책의 결과물이다. 봉쇄정책은 북의 핵능력을 감시.동결.감축할 한국의 능력을 봉쇄하고 말았다.
햇볕정책과 봉쇄정책의 이율배반
하여 과거에 대한 평가는 대한민국에 사활적이다. 이러한 과거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떠한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몫이다. 핵무기 250~400기를 사전봉쇄한 '햇볕정책'을 선택할 것인가. 핵무기 25기를 매해 북에 퍼주고 있는 '봉쇄정책'을 선택할 것인가. '역사의 평가'에 맡기기에는 너무도 시급한 사활적 '현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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