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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간형 로봇 휴보, CNN방송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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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의 인간형 로봇 휴보, CNN방송에 출연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6/20]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지난해 11월 부산 APEC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 정상과 인사를 나눴던 로봇 "알버트 휴보"를 기억하시는지요.. 알버트 휴보는 두발로 걷는 국내최초의 로봇으로, APEC당시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했는데요...

그 후보가 최근, CNN 인터내셔널 특집프로그램에 초대돼 진행자와 공동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전 세계 200여개국에 방송됐습니다.

세계최고수준의 로봇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에 소개된 한국의 로봇 휴보...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휴보의 아버지 한국과학기술원 오준호 교수를 만나봅니다.

한국 로봇개발의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앞으로 휴보는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로봇으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인간형로봇 전문가. 한국과학기술원 오준호 교수입니다.

오준호 교수는 1977년에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5년부터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전공인 "자동제어기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로봇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2002년,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두 발로 걷는 로봇의 기틀을 마련했고 그로부터 2년 뒤 한국최초의 2족보행로봇인 휴보를 탄생시켰습니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로봇기술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우선 기쁘시겠습니다. 자식이나 다름없는 휴보가 CNN을 통해서 전세계에 알려지게 돼서.. 이번에 나가신 CNN의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이었습니까?

오준호 : CNN에서 미래 전세계 사회를 보기 위해서 '퓨처서밋'이라는 특집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미래정상회담이죠. 앞으로 4회 정도 계속될 건데 1회는 이번에 제가 참가한 인간과 기계의 미래정상회담이었구요, 1년에 두 차례씩 하는데 하나는 12월 말에 미래교통수단에 대해서 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두 차례 계획이 돼있죠.

박인규 : 이번 프로그램에 휴보도 나갔지만 세계적으로 굉장히 쟁쟁한 과학자분들이 참가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같이 나오셨죠?

오준호 : 이번 주제가 '인간과 기계'라서... 주로 인간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스탬셀(줄기세포) 부분과, 돌리양을 만드신 앨런 콜먼 박사가 오셨구요, 최근에 말라리아 퇴치를 할 수 있는 박테리아종을 새로 개발한 제이 키슬링 박사. 그리고 독특하게도 인류학자인데, 그 분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기계화에 대해서 상당히 유보적이고 비판적 입장을 가지신 분을 패널로 모셨더라구요. 그리고 로봇심리학자라고 본인이 얘기하는데 로봇의 발전과 사회현상을 연구하시는 조엔 박사가 오셨습니다.

박인규 : 복제양 돌리를 만드신 앨런 콜먼 박사가 왔다면, 전세계 최고수준의 과학자들이 모인 거라고 봐도 되겠네요.

오준호 : 그렇게 봐주시면 고맙구요. 제가 기획하신 분들한테 듣기로는 이 프로그램이 상당히 야심적으로 기획됐기 때문에 자문위원이 아주 저명한 분으로 한 10여분 계시는데 그 분들이 여러 가지 자문을 해줬고 그 데이터를 가지고 세계 과학자들과 많이 컨택하고 인터뷰를 한 것 같아요. 그런 걸 통해서 마지막으로 선정이 됐는데, 저같은 경우도 지난 2월에 처음 섭외가 왔었습니다. 그당시 휴보 로봇이 출연 가능한가. 두 번째로는 제가 인터뷰에 응할 수 있는가.. 또 질문지를 굉장히 많이 보내왔더라구요. 문제가 50개 정도 되는 일종의 질문서를 보내서 답변해 달라고 요청이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 가지로 미래에 대해서 답변을 했는데, 그게 가고 나니까 전화가 오더라구요. 몇 차례 전화통화를 하고 두세 달 정도 많은 상의를 한 끝에 그쪽에서 한달쯤 전에 패널로 출연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공식요청이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게 됐죠.

박인규 : 인간과 기계의 미래정상회담에 휴보가 그냥 출연한 게 아니라 오프닝이라든가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다고 들었습니다.

오준호 : 예. 보신 분들은 다 보셨겠지만, 거기서 표현하기를,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다. 스타라고 표현을 해주더라구요. 입장할 때도 종군기자로 유명한 마이클 홈즈 앵커와 함께 걸어서 입장하고 소개받고, 여러 가지 휴보가 할 수 있는 것들. 말도 하고 중심 잡는 것도 하고.. 그런 걸 다 보여주면서 홈즈와 간단한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시작했습니다. 마무리도 휴보가 했고 중간에 휴보가 질문을 하고 질문을 받기도 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프로그램이었죠.

박인규 : 대화는 영어로 했겠네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오준호 : 그렇습니다. 휴보는 말을 알아들어요. 간단한 한국어 명령을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알아듣긴 한국말로 알아듣지만 말하는 것은 영어로 합니다. 물론 그렇게 프로그램 된 거지만 영어로 자연스럽게 잘 됐죠.

박인규 : 모든 언어를다 알아들을 것 같지 않고, 영어를 어느 정도 알아듣습니까?

오준호 : 현재 휴보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동작들. 얼굴표정 짓는 것부터 걷고 악수하는 등의 행위들을 저희가 독립적인 영역으로 60여개 정도 갖고 있습니다. 60여개 명령을 알아듣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 자리에 세계적으로 상당히 권위있는 과학자 분들이 참가하셨는데, 그 분들이 휴보를 보고나서 어떻게 평가하시던가요?

오준호 : 우선 그분들이 기대를 많이 갖고 있더라구요. 박스 뜯기 전부터 다들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었고. 특히 전날, 이번에 녹화가 싱가포르에서 있었는데 싱가포르 관광청 주최로. 싱가포르 정부 분들과 과학계 분들과 CNN홍콩본사에서 오신 분들이 한 20여분이었어요. 그렇게 한 150명 정도가 큰 리셉션을 했는데 거기에 휴보가 서서 인사도 하고 사람들을 맞았습니다. 아주 인기가 대단했구요,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고 주최하신 분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뿐만 아니라 출연하기 전까지.. 아까 말씀드린 다니엘라라는 인류학자 분이 그전부터 본인이 갖고 있는 기계화, 비인간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아주 노골적으로 말했었는데, 제가 휴보를 보고 he 혹은 him.. 이렇게 인격화해서 얘기하는 걸 듣고서는 아주 비판적으로 얘길 하더라구요. 벌써 저렇게 기계를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했으니까 이젠 기계가 사람의 친구가 된다고 하면서 사람의 인격을 빼앗아 가는 건 시간문제다. 이렇게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녹화가 끝나고 나서 다음날 헤어지기 전에 저한테 넌지시 오더니, 자기가 휴보를 봤는데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좋아하게 됐다고 얘길 하더라구요.

박인규 : 휴보가 초보적이지만 말을 할 뿐 아니라 악수도 하고 걷기도 하고. 휴머노이드라고 해서 인간형 로봇이라고 말을 하지 않습니까.. 인간형로봇이 실생활에서 왜 필요할까요?

오준호 : 우리가 앞으로 서비스로봇의 시대가 온다고 얘길 합니다. 그러면 가정에 어떤 형태든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하도록 돼있죠. 그 형태 중에서 사람은 직립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간에서 차지하고 있는 발바닥 면적이 굉장히 좁습니다. 그런 형태를 갖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게 사람과 닮은 2족보행 형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로봇이 인간공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휴머노이드로봇을 미래의 가장 궁극적인 형태의 서비스로봇, 다목적로봇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10년 20년 내로 당장 실용화 돼서 우리한테 처음 나타나는 서비스로봇이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상당히 미래적인 문제지만. 지금 당장으로는, 실용화를 목표하기 보다는 기술상징성과 앞으로 이런 로봇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기술적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집안을 청소하는 청소기로봇도 그런 서비스로봇에 들어가는 거죠? 지금 로봇이 실제로 쓰이는 것은 보통 산업현장에서.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데에 많이 쓰여지고 있죠?

오준호 : 로봇이라면 80년대 90년대까지는 산업용로봇이 근간을 이루고 있구요. 앞으로 21세기 새천년은 서비스로봇 혹은 지능로봇의 시대라고 얘길 합니다. 큰 차이가 있다면 산업용로봇은 제한된 공간. 어려운 말로 structured environment라고 하는데, 완전히 정형화된 공간 속에서 반복되는 작업을 로봇과 기계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일하는 것을 산업용로봇이라 말한다면, 지능형로봇 혹은 서비스로봇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정형화되지 않은 공간. 사람의 생활공간에서 반복되지 않은 일을 스스로 판단해서 해야만 하고. 특히 로봇의 작동대상이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과 로봇이 서로 상호작용을 해야 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큰 기술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박인규 : 산업형로봇이라는 건 단순 반복되는 기계와 하는데, 서비스로봇은 보다 더 창조적이고 사람을 상대로 한다.. 휴보 같은 경우는 이미 APEC에서도 나왔고,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도 알려졌고 이번에 CNN을 통해서 그야말로 전 세계의 명사가 된 셈인데,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인간형로봇의 기술수준을 세계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오준호 : 우리나라에서 저 이전에도 많은 분들이 사실 다족보행 혹은 2족보행에 관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우리나라도 개발의 역사가 어느 정도 있구요. 그렇지만 일본 같은 경우는 다족보행 뿐 아니라, 산업용로봇부터 시작해서 70년대부터 굉장히 집중적인 연구를 해왔습니다. 특히 여러분이 아시는 혼다사의 아시모 같은 로봇은 80년대 중반부터 한 20여년동안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고. 뿐만 아니라 일본의 와세다 대학이라든가 일본에 있는 산업기술연구소 같은 곳에서도 이런 것을 많이 만들고 있죠. 그런데에 비해서는 우리나라가 상당히 연구도 늦었고 투자도 적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2004년도에 휴보를 발표함으로써, 지금은 저희가 로봇관련 학술대회를 나가거나 여러 가지 다른 경로를 통해서 인정받기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휴머노이드 로봇기술을 확보한 나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데에 상당히 큰 기여를 했다고 보고 있죠.

박인규 : 휴보 같은 경우는 재작년에 처음 선을 보였는데 아시모라는 건 이미 80년대에 선을 보였다고 말씀하셨어요.

오준호 : 80년대에 선을 보였다기 보다는 그때부터 시작해서 2000년도에 발표가 됐죠.

박인규 : 아시모와 휴보를 비교하면 어떨까요?

오준호 : 우선 아시모라는 로봇 자체가 굉장히 일본의 아주 정밀한 기술이 집합된 결정체입니다. 그 자체로 너무 훌륭한 로봇이구요. 저희가 항상 '우리는 언제나 저런 로봇ㅇ르 가질 수 있을까' 하고... 아직은 저희가 미흡하고, 따라가야 될 로봇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휴보를 통해서 그런 로봇과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졌다는 데에 굉장히 큰 의의가 있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굉장히 많은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일본을 따라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일본에서 개발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면 이미 다 따라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저희가 기술을 확보한 게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일본이 약간 추격당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오준호 :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따라가는 사람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쫓기는 사람은 코밑, 턱밑에 와있다면서 상당히 경계를 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의 로봇개발역사를 간단히 정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준호 : 우리나라는 실제로 80년대 초반부터 자동자와 전자공업이 시작되면서 대량생산을 하고 자동화가 많이 진척됐습니다. 그래서 80년대 들어와서 굉장히 많은 로봇이 도입되고 많은 부분에 국산화가 이뤄졌습니다. 그땐 주로 일본의 유수제품들을 도입해서 기술을 어떻게 보면 모방하는 수준에서 많이 산업용로봇을 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짧은 기간 동안 하다보니까 연구개발측면에서 소홀한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박인규 : 일본것을 들여오기만 했지 자체적인 개발은 못했다..

오준호 : 그렇죠. 물론 자체적으로 많이 했지만 충분히 기술축적이 이뤄지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국내에서 산업용로봇이 세계 6대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우리가 생산해서 우리 생산라인에서 소비하는 형태고 수출은 역시 자기 해당하는 공장에 설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전체적인 시장규모로 볼 때 6대 혹은 5대라고 얘길 하고 있죠. 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많은 로봇을 연구하는 분들이 생겨서 그때부터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지능형로봇 쪽으로 연구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지금 로봇공학자들이 많이 계신데, 많은 분들이 지금 시장은 없지만 미래를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미래형로봇연구를 하고 있고, 연구수준은 세계선진국과 같이 기술교류를 하면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휴보도 전세계적으로 알려졌으니까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네요. 오준호 교수: 열심히 해야지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인간형로봇 휴보의 아버지 KAIST 오준호 교수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준호 교수께서 휴보를 만들 수 있었는지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오준호 교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로봇에 관심이 많았다고 그래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오준호 : 제가 어렸을 때는 로봇이라는 실체는 없었습니다. 주로 만화영화를 통해서 봤는데. 모든 공학하시는 분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로봇 뿐만 아니라 천체관측부터 시작해서 비행기, 자동차, 라디오, 무전기, 증기기관차 같은 것들을 만들어보고. 집에 잇는 것 부수고 만드는 게 일이었죠. 그런 것이 연장이 돼서 어떻게 보면 가장 재밌어 보이는 로봇을 하게 된거라고 볼 수 있겠죠.

박인규 : 그런데 처음 오교수께서 이른바 인간형로봇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을 꺼냈을 때 주변에서는 상당히 시큰둥했다고 들었습니다.

오준호 : 제가 이사모라는 로봇이 발표되면서부터.. 사실 그전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만. 우리도 정말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구요. 사실 제가 자동제어를 전공하면서 과거 20년 동안 로봇관련 센서라든가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어방식 등 단위연구를 쭉 해왔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우리도 노력하면 저런 걸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2000년도 들어서 관심을 갖고 연구제안서를 여러 번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낼 때마다 심사에서 떨어진 거죠. 제가 볼 때도 아주 합리적인, 거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첫 번째로는 일본에서 몇천억씩 들여서 했는데 과연 그런 돈을 쓸 필요가 있는가. 그리고 썼다고 해서.. 투자해서 만들면 앞으로 10년 후에나 나올 텐데 그때 일본것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 세 번째로는 과연 만든다면 당장 돈벌이가 되겠는가. 이런 이유로 제안서가 많이 거부됐었죠.

박인규 : 우리의 실력을 스스로 과소평가 한거군요.

오준호 : (웃음) 평가 자체는 정당했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좀 무모했다고 보는 게 낫겠죠.

박인규 : 휴보가 널리 알려진 건 작년 부산APEC때지만 공개된 건 2004년 말이었고. 그 전에 노무현대통령이 영국가실 때 휴보가 따라갔다고 들었습니다.

오준호 : 저희가 2002년도에 자체연구비를 조금 모아서 KHR1을 만들고 그 이듬해에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KHR2까지 만들었는데, 2004년도에 휴보가 완성될 쯤이 돼서 정부의 지원이 있었죠. 산업자원부에서 지원을 했는데, 정부측에서는 이제 나오니까 좋은 계기에 발표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안한 것이, 그때 마침 노무현대통령께서 영국을 한영정상회담차 방문하셨습니다. 그 부대행사로 한영산업기술포럼이라는 큰 포럼이 있었는데 거기 휴보가 등장해서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어요. 저희가 원래는 12월 말을 목표로 제작하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거의 한달 정도가 계획이 당겨진 겁니다. 상당히 급하게 준비하느라 아주 어려움이 많았죠.

박인규 : 현장에 가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그러시던데요..

오준호 : 현장 가서 애를 먹기 전에 이미 떠나기 전부터 애를 먹었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다 보니까 조립이 다 안된 상태에서, 충분히 테스트가 안 된 상태에서 몸체만 크니까 따로 보내고 양쪽 팔은 만들면서 저희가 따로 손으로 들고 갔습니다. 비행기로 가려면 탁송하는 데 닷새 정도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그래서 저희가 현장에서 36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팔을 붙이고 작동시키고 전기를 넣었더니 처음에 팔이 뒤틀리고 연기가 나고 난리가 나더라구요. 그때 영국의 보안관계도 있고 하니까 보안관계자 분들과 영국의 산업자원부에 해당하는 분들과 영국 대사님까지 와서 뒷짐지고 보시다가.. 아주 한심하죠. 이걸 가지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얘긴지..(웃음) 그런 일화가 있었습니다.

박인규 : 어쨌든 무사하게 마치셨나보죠?

오준호 : 예. 그래서 저희가 그걸 수리하고 조립할 장소도 없어서 리셉션장 구석을 칸막이로 대충 막아놓고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완성했죠. 저희가 맞출 시간되기 거의 다섯시간 전에 드디어 완성이 된 겁니다.

박인규 : 진짜 아슬아슬하게... 아까 말씀하신 거 보니까 팔 따로 가고 몸체 따로 갔다고 하셨는데 로봇을 이동시킬 때 통째로 움직이기가 어려운가보죠?

오준호 : 아주 민감한 기계고 손과 팔이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포장을 잘 해야 됩니다. 그래서 저희가 전용 박스를 제작해서 포장을 잘 했는데, 손과 팔을 따로 가져간 것은 완성이 덜 돼서 더 만들어 가려고 불가피하게 그렇게 한겁니다.

박인규 : 완전히 당일치기로 만드셨네요... 2004년 말에서 지금 한 1년 반 이상 지났죠. 그때에 비해서 많이 진화가 됐습니까?

오준호 : 두 가지 측면인데요, 종적인 면과 횡적인 면입니다. 횡적인 면에서는 유사한 기술로 응용을 넓혀가는 분야. 종적인 면으로는 기술의 깊이를 넓히는 거죠. 그런데 횡적인 면에서는 저희가 그 이후로 알버트휴보도 만들었고, 많이 알려져 있진 않은데 휴보FX1이라는 걸 APEC때 발표했습니다. 그건 사람을 태우고 걸을 수 있는 로봇입니다. 그 이외에 여러 가지 응용분야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종적인 면, 깊이 면에서는 지난 1년 반정도 사이에 사실 여러 가지 행사와 요청이 많다 보니까. 저희가 아쉽게 생각하는 게 연구의 깊이를 더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스스로 굉장히 자책하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깊이있게 하는 부분을 좀 더 안정화시키고 자유롭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 연구를 좀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일본 같은 경우는 인간형로봇을 만들려면 수천억원씩 들인다는데 우리가 되겠느냐.. 이런 말씀을 들었다고 하셨는데, 지금 연구하시는 데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오준호 : 저희가 휴보 만들 때부터 주로 산업자원부에서 도움을 줘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도 도움을 받고 있는데 아직은.. 5년 1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아직 수립이 안 돼있는 상탭니다. 그래서 지금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구요, 그게 잘 되면 저희가 계획있게 연차적인 예산을 짜서 연구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게 어떻게 보면 저로선 가장 아쉽구요. 그게 돼야 제가 연구팀도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텐데 아직은 그런 체계가 못 갖춰져 있는게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대화도 하고, 걷거나 사람을 태우기도 한다면, 그런 여러 가지 능력이 국제적인 특허로도 많이 들어가 있겠네요. 특허출원은 좀 하셨습니까?

오준호 : 그것도 제가 좀 아쉬운 부분 중 하난데요, 아직 연구체계가 잡혀있지 않다 보니까. 사실 특허를 만들고 내고 준비하는 데는 굉장히 많은 시간적, 인적, 비용적인 측면에서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그런 부분도 아직 저희가 체계화 돼있지 않아서.. 특허를 내야겠다는 리스트만 갖고 있지 아직은 적극적으로 못한 것을 굉장히 제가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러면 지금 심하게 말하면 특허가 아직 하나도 안 돼있는 상탠가요?

오준호 : ? 세 건 정도 출원해 놓은 상태구요. 그 이후로도 더 많이 해야 되는데 저희가 작년 초기에 작업한 이후로 사실은 아직 거기까지 여력이 못 미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예전에 보니까, 카이스트던가요? 세계 로봇축구대회에서 우승하고 그러던데, 지금 그런 로봇을 연구하고자 하는 재능있는 학생들이 많습니까?

오준호 : 관심있어 하는 분들의 이메일이 많이 옵니다. 특히 휴보 뿐 아니라 요즘 TV보시면 40~50cm되는 아장아장 걸어가는 휴머노이드로봇이 있죠. 그런 쪽으로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하고 있구요, 굉장히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박인규 : 로봇을 가지고 한 20년 이상 해오셨으니까요, 앞으로 로봇이 우리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마무리 삼아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준호 : 로봇의 시대가 이미 왔구요, 앞으로 더 크게 올거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할 때 앞으로 10년 20년 후 로봇시대가 오면 그때는 우리 주변이 로봇이라고 둘러싸여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로봇이라고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는 로봇이, 진짜 로봇같이 생긴 로봇이 도와준다기 보다도 우리가 쓰는 많은 가전제품들, 자동차, 혹은 냉장고가 로봇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자체지능을 갖게 되고 움직임을 갖게 됐을 때 우린 그것이 로봇이라고 느끼지 못하지만 이미 로봇화된 기계다.... 대표적인 예가 로봇청소기겠죠. 그런 형태로 가면서 우리가 로봇에 싸여있을 겁니다. 우린 또 로봇인 줄 모르게 너무 자연스럽게 적응될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사람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는 로봇개발에 앞으로도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오준호 : 예.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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