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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적 콘텐츠의 세계화, 반드시 이룰 겁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6/19] SF영화감독 심형래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스타워즈>의 조지루카스 감독 <반지의 제왕> <킹콩> 의 피터잭슨 감독 그리고 쥐라기공원의 스티븐 스필버그까지... 세계최고의 영화를 만든 명감독들의 작품도 기획단계에서는 "제작이 불가능하다" "성공할 수 없다"라고 외면당한 적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감독의 끈질긴 도전정신으로 대중들은 최고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국내에도 이같은 도전정신으로 13년째 SF영화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감독이 있습니다. 바로 심형래 감독인데요,

최근 그가 새로운 SF영화 <디워>의 촬영을 모두 마치고, 후반작업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제작기간만 5년이 걸렸고, 지난 칸 영화제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는 영화 D-WAR... 영화 <디워> 로 세계최고가 되고 싶다는 심형래 감독....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영구아트 심형래 대표를 초대해 새로운 SF영화 <디워>는 어떤 작품인가?

그가 SF영화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영구아트 심형래 대표입니다.

심형래 대표는 고려대학교 재학 중인 1982년.. KBS 제1회 대학 개그제를 통해 개그맨으로 데뷔했고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국내 최고의 개그맨으로 군림했습니다.

그러나 평소 SF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93년 "영구와 공룡 쭈쭈"를 시작으로 SF영화 제작에 뛰어들었고, 이후, 티라노의 발톱, 파워킹, 드래곤투카 등 20여편의 SF영화를 만들었습니다.

1999년에는 SF 전문 영화제작사인 영구아트를 설립하면서 <용가리>를 제작, 국내외에 화제를 모았고, 국내 신지식인 1호, 아시아 위크지 선정 밀레니엄 리더로 꼽힌바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영화 <디워>.. 촬영을 다 마쳤고 후반작업중이라고 하는데 잘 돼가십니까?

심형래 : 1차 편집을 끝냈습니다. 6월말이면 컴퓨터그래픽이 다 마무리되고,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서 마지막 편집을 끝내고 9월 정도면 프린트가 나오죠.

박인규 : <디 워>.. A,B,C,D의 D와 전쟁을 말하는 WAR인데, D가 드래곤과 관련된 뭔가 했는데 맞습니까?

심형래 : 맞습니다. 제일 처음에 '드래곤 워'.. 용들의 전쟁으로 했었는데, 그 뜻이 세 가지 있죠. D자의 뜻이 2차 세계대전때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공격하는 날짜를 디데이라고 했잖아요. 제일 중요한 날짜. 그리고 '디지털워'.. 그러니까 전 세계 디지털 전쟁이죠. 저희 <디 워> 하고 전 세계의 다른 SF영화하고 한 번 전쟁을 한 번 해보자는 뜻도 있습니다.

박인규 : 일단 용이 주제라고 알고 있는데 영화의 대체적인 줄거리는 어떻게 됩니까?

심형래 : 제가 어릴 때부터 이무기라는 전설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무기가 용이 되려면 처녀를 99명 바쳐야 용이 되고, 마을에 가뭄과 질병이 들면 이무기가 해코지 하는 거라고 하기도 하고. 구룡폭포에 가면 10마리의 이무기 중에서 9마리는 용으로 승천하고 한 마리는 아직도 이무기로 살고 있다는 등의 얘기가 유일한 한국만의 전설이잖아요. 이게 참 좋은 우리나라의 이야기인데... 용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아요. 그런데 용이 되기 전의 이무기라는 괴물은 우리나라에 밖에 없죠. 용을 세계 사람들이 알긴 아는데 그냥 알기만 해요. 저게 어디서 나왔는지, 하나의 환상의 동물로만 알고.. 또 용이라고 하면 중국을 연상하고. 그래서 제가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이무기가 있으면 자연히 용은 우리 것인데 왜 자꾸 중국을 생각하고. 하다못해 옛날 중국 왕의 의자는 용으로 하고 우리나라 대통령은 한 단계 낮춰서 봉황으로 하고. 그런 면에서 참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그래서 이무기를 가지고 살아있는 용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만든 시나리오입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각본, 감독, 제작을 모두 심형래 감독이 하셨는데.. 흥미로운 것은 여기 나오는 배우라든가 제작관련 스탭은 전부 외국인이라고 들었습니다.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심형래 : 전반부의 20%는 한국 신이 나오죠. 내용 자체가, 하늘에는 차기 용이 되려는 이무기들이 여러 마리 있는데 그 중 가장 선행을 많이 쌓은 이무기가 여의주를 받아야만 용이 되는 거거든요. 그 이무기들 마다 추종세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브라키'라는 포악한 이무기가 있어서, 이 이무기가 여의주를 차지하면 전 우주에 불행이 찾아오는 거죠. 그래서 하늘에서는 여의주를 다른 행성으로 감춥니다. 그 때 조선시대에 여의주를 갖고 태어난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이 여자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여의주가 형성이 돼요. 그 여의주를 차지하기 위해서 그 마을을 침공한다는 스토리예요. 그런데 제가 스토리를 만들고 제작과 감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SF는 사이언스픽션이라고 해서 공상과학영화잖아요. 상상 속에 있는 것.. 그런 걸 쓸 만한 작가들이 참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러다 보니까 어떤 사람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느냐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뭔가 알아야죠. 영화감독이라고 해서 무조건 잘 찍는 감독이 아니잖아요. 이제는 감독들도 공부를 해야 돼요. 예를 들어 미국의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 킹콩, 쥐라기공원.. 공룡이 있어야 찍죠.

박인규 : 불모지대기 때문에 혼자서 하게 되었다..

심형래 : 그렇죠. 그러다 보니까 작가가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를 써도 화면에 비추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그래서 제가 혼자 하게 된 거죠.

박인규 : 외국 영화인들을 많이 기용하신 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심형래 : 제가 한 얘기가 있었어요. 아무리 국내에서 우리가 날고 긴다고 해도 어떻게 보면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예요. 우리끼리만 좋아하는 거지. 옛말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된다고. 그쪽 시스템과 입맛을 알아야 그쪽 기준점에 맞춰서 영화를 만들고. 똑같은 코닥필름으로 영화를 찍는데 왜 미국영화는 정말 색깔이 좋고 우리가 찍으면 항상 시푸르둥둥한가. 똑같은 필름인데 왜 그런 차이가 있는가.... 그게 바로 컬러콜렉션이나 라이팅, 포커스 등이 정말 그 사람들만의 노하우거든요. 그래서 스탭은 그쪽 스탭을 쓰고. 또 어차피 미국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까 한국에서 가는 것보다는 미국에서 개봉하려면 현지 인력을 쓰는 게 훨씬 더 유리하고 정식으로 세계적으로 등록이 되죠.

박인규 : 세계시장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심형래 : 예. <디워>는 한국시장을 겨냥한 게 아니고, 제일 메인 타겟이 미국과 유럽. 큰 시장이죠.

박인규 : 5월에 프랑스 칸영화제가 있었는데, 거기서 <디워>의 맛배기를 선보였다고 들었습니다. 반응이 어떻던가요?

심형래 : 저는 안 갔습니다. 저는 1차 편집때문에 미국에 있었고. 저희 배급을 오리온 쇼박스가 해요. 쇼박스에서, 워낙 바이어들이 많이 오니까 전체 바이어들에게 다 보여줄 순 없고 메이저들만 보여줬는데 지금 상당히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지금 메이저 분들이 계속 한국에 오고 있습니다. 어디라고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지금 계속 쇼박스에서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아까 <디워>라는 작품이 '디지털워'라는 측면도 있다. 우리 디지털기술로 세계시장에서 한 번 싸워보겠다고 하셨는데, <디워>가 기존의 미국에서 나온 SF영화와 차별성이 있다면 어떤 게 다른 겁니까?

심형래 : 차별성은, 기존에 미국도 이야깃거리가 별로 없어서 계속 리메이크나 시리즈등이 많았는데.. 스타워즈도 시리즈로 하고, 스파이더맨과 슈퍼맨도 새로 나오고. 계속 옛날 것을 리메이크 하는데, 이무기라는 건 전혀 새로운 오리지널 이야기잖아요. 새로운 소재잖아요. 그런 면에서 첫째 제가 생각할 땐 아마 미국사람들이 쇼킹하게 받아들이고 참 재밌게 볼 것 같기도 하고. 그 다음 기술적인 면에서는, 저는 스타워즈라든가 반지의 제왕, 토이스토리, 해리포터 이런 것은 어떻게 제작하는지 몰라요. 디즈니는 컴퓨터가 몇 대고 무슨 소프트웨어를 쓰는지 조차도 비밀이니까. 그런데 우리가 만드는 괴물을.. 애니메이션이지만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 것이냐, 누가 봐도 정말 만화영화처럼 만들 것이냐의 차이점이죠. 그런데 현재 LA에 이무기가 나타나서 벌어지는 상황을 저희가 그대로 다 만들었는데,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한 번 영화로 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박인규 : 이런 지적이 있는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 자신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세계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면, 스타워즈나 쥐라기공원 같은 미국영화는 워낙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재밌게 봅니다. 그런데 이무기설은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독자성은 있지만 그것이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의 정서에 불을 붙일 수 있을까요?

심형래 : 감독으로서 그게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거든요. 용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아요. 그런데 용이 어떻게 해서 되는지는 전혀 몰라요. 용 하면 중국 것으로 알고. 그런데 이무기는 용이 되기 전의 괴물이잖아요. 그 용이 되는 과정 자체를 SF영화로 바꿨을 때 미국사람들이 보면서 정말 놀라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가 이런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자브론스키라든가 마크 맨지니 같이 유명한 음악감독들이 참여하게 된 거죠

박인규 : 지금 말씀하셨지만, 영화배우나 음악, 효과.. 이런 부분에 미국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분들 반응이 흥미있다, 관심있다. 그런 게 있다는 건가요?

심형래 : 아무래도 처음 보는 영화니까요. 항상 사람들은 새로운 걸 좋아하죠. 게임도 계속 하던 것보다 새로운 게 없나 찾는데. 사실 중국이나 일본은 서방세계에 노출이 많이 됐어요. '라스트사무라이'라든가... 게이샤도 나오고.. 그런 것들을 미국의 큰 메이저사들이 영화로 많이 하는데 우리 한국이란 나라는 그런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방법조차도.. 시장조차도 없었어요.

박인규 : 과연 한국의 독특한 소재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겠네요.

심형래 : 저는, 한국이 경쟁력이 없다고만 자꾸 외치고 '와호장룡'이나 '마지막 황제' 같은 외국영화들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우리것으로 세계시장에 부딪쳐 보자. 부딪쳐서 정말 우리 영화가 좋으면..... 그리고 진짜, SF영화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딱 두 나라입니다.

박인규 : 우리와 미국입니까?

심형래 : 그렇죠. 우리나라와 미국인데, 와호장룡 같은 영화도 피아노선으로 굉장히 돈을 많이 벌었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피아노선의 최고 도사는 접니다. 제가 옛날에 우뢰매 때 빨간 내복에 오토바이 타고 헬멧 쓰고 피아노줄 매고 날아다녔는데, 나무 밑으로 밖에 못 날아다녔죠. 지금은 나무 꼭대기, 폭포 사이로 다 날아다니니까...

박인규 : 이번 <디 워> 촬영과정에서도 일화가 많았더라구요. 특히 미국 LA중심가의 상당 부분을 막고 촬영했다고 하던데요.

심형래 : 윌셔거리의 네 개 블록 정도니까 4km 정도 막았죠. 그리고 우리가 진짜 탱크를 동원해서 찍어야 되겠다 그럴 때 미국 스탭들이 찍을 수가 없다고 하면서 전부다 놀라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못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나하고 일을 같이 못 한다. 저는 정말로 그 때 이 <디 워> 라는 영화가 제 목숨과 똑같은 거예요. 이걸 안 찍으면 안 되니까 제가 전체 스탭을 다 바꾼다고 했어요. 그때 제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주지사한테 편지 쓰고, LA시장한테 편지쓰고 LA경찰청장한테 편지 쓰고. 그때 노무현 대통령께서 오신 날이에요. 그리고 또 그날따라 전 세계 경찰청장들의 세미나가 있었어요. 그래서 13000명이 제가 찍는 거리를 통과하는 날이에요. 그런데 저는 무조건 탱크 갖다놓고 나를 고소해라. 나는 무조건 찍겠다. 그리고 못하겠다는 친구를 제일 처음에 해고시켰죠. 제가 얘기했어요. 영화제작을 하는데 너희들이 안 된다는 이유가 뭐냐. 창조하는 데 정해진 룰이 어딨냐. 역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면서 제가 설득해 가면서 무사히 촬영을 했죠. 제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그 분을 촬영할 때 오시라고 초대를 했어요. 그런데 그 때 일본을 가는 바람에 정말 죄송하다고 잘 찍으시라며 허가를 해주셨죠.

박인규 :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윌셔거리를 가시려고 하다가 우회하셨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심형래 : 그때는 어디 계셨는지 잘 몰랐는데 그 날 오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저희가 총을 거의 10000발 정도 쐈거든요. 사실 911테러 이후에 공포탄 하나 못 쏴요.

박인규 : 그렇게 시내 4km정도를 막고 촬영하기가 쉽진 않을 텐데 어떻게 해서 허락을 받았습니까?

심형래 : 제가 편지에 호소했죠. 할리우드가 있는 영화의 나라에서 이런 것 하나 협조를 안 해주면 무슨 영화의 나라냐.. 이런 식으로 제가 설득을 해서 허가를 받아냈죠.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박인규 : 하여튼 부딪쳐 보자..

심형래 : 부딪쳐서 안 되는 건 없어요. 안 되면 또다시 부딪치고, 또 안 되면 또 부딪치고. 성공은 자기 맘속에 있는 것 같아요.

박인규 : 계속 그렇게 부딪쳐서 성과까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심형래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국형 SF 영화 <디 워>를 제작하고 있는 영구아트 심형래 대표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속칭 잘나가는 개그맨을 하시다가 어떻게 해서 SF영화에 뛰어드셨는지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인규 : 심형래 감독 하면 사실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국민개그맨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히 인기가 많았는데, 어떻게 해서 SF영화를 만드는 데 푹 빠지게 된 겁니까?

심형래 : 사실 제가 개그맨 하면서도, 그 전까지는 펭귄이나 파리 같은 걸로 코미디를 하진 않았거든요. 그런 걸 자꾸 창조하다 보니까 그런 쪽으로 굉장히 관심이 많았었는데... 제가 어느 정도로 인기가 있었냐면, 어린이날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뽑은 우상중 제가 3위였어요. 1위가 세종대왕, 2위가 이순신장군, 3위가 심형래, 4위가 에디슨, 5위가 퀴리부인. 살아있는 사람은 저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 정도로 인기 있지만 한 시간 반 비행기 타고 일본만 가 봐도 저의 존재가치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박인규 : 그냥 한국에서만 심형래더라..

심형래 : 예. 그때 백화점 같은 곳에 가보니까 영화를 가지고 모든 산업이 다 이뤄지더라구요. 아이들 티셔츠, 모자, 신발.. 지금 우리 문방구만 가봐도 정말 눈물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콘텐츠가 없지 않습니까. 포켓몬스터, 디지몬스터,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진짜 그런 것들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로열티를 외국에 주고 캐릭터를 쓰고, 로열티 뿐 아니라 인센티브도 주고. 그러니까, 이제 앞으로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되겠다. 그런데 콘텐츠를 가장 많이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란데.. 우리 한국에 아이템이 참 좋은 게 많거든요.

박인규 : 전래 설화같은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심형래 : '구미호'도 있고 '전설따라 삼천리'에서 보면 촛대바위 같은 걸 갖고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거고. 제가 앞으로 만들 영화가 24편이 있거든요. 그건 정말 서방세계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아이템들입니다.

박인규 : 영화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공통언어다.

심형래 : 그렇습니다. 영화 하나가 잘 되게 되면, 지금 일본은 애니메이션이 유럽 같은 데에 그냥 TV방송으로 나오면서.. 처음에 영화가 선발대가 돼줘야 돼요. 영화가 나가면서 그 문화가 흡수되면서. 만날 우리가 스스로 한류만 외칠 게 아니고, 정말 전 세계에 우리 아이템이 나가서 우리 아이템으로 게임들이 나오고 머천다이징 캐릭터 이런 걸 가지고 전 세계에 전부다 제품이 나와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아보고. 그래서 그 돈을 벌어들여야만 우리가 다시 고용창출도 되고. 우리 미래의 딸, 손자까지도 잘 먹고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서.. 제가 가진 재능과 이것을 잘 접목시켜서 해보자.. 그래서 영화를 하게 된 거죠.

박인규 : 한국적 콘텐츠를 세계화하기에 제일 좋은 것이 SF영화다. 그런데 98년인가 99년에 '용가'를 만드셨는데, 본인은 어떻게 평가하실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평가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아요.

심형래 : 못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 맞습니다. 제가 봐도, 사실 그때만 해도 용가리 한 마리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박인규 : 용가리 이후 거의 7,8년만에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시는 건데, 용가리에서의 경험이 디워를 만드는 데 어떻게 활용이 되고 있을까요?

심형래 : 무조건 컴퓨터로 하면 '쥐라기공원'처럼 나오는 게 아니고... 일반 피부. 텍스쳐라고 하거든요. 질감. 컴퓨터는 모든 질감 자체가 빤질빤질하게 나오게 돼있습니다. 느낌이 차갑죠. 그걸 얼마나 살아있는 피부처럼 만들어 주느냐. 용가리 형체를 모델링을 잘못 하는 바람에 용가리 팔을 만들어 움직일 수가 없고. 그리고 실사와 용가리를 비교했을 때 너무 만화처럼 나오기 때문에 용가리를 점점 더 어둡게 하고. 이러다 보니까... 그런데 용가리로 인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배급에도 철저하게 사기를 당했거든요. 계약서 문제라든가. 저는 사실 영어를 잘 못해요. 제가 변호사도 아니고. 계약서를 믿고서 했는데 해외 전 세계에 다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1달러도 못 받았거든요. 그런 경험이나, 마케팅 경험이라든가 용가리를 모델링하는 자체, 조명, 노출. 일반 영화를 찍을 땐 보이는 배우만 찍으면 되지만 이건 크롬볼이라든가 쉐도우볼.. 왜냐면 보이지 않는 그림과 연결을 해야 되니까. 그런 노하우들을 엄청나게 많이 배웠습니다.

박인규 : 얼마 전 저희 프로그램에 한국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서병문원장이 나오셨는데, 문화콘텐츠를 말씀하시면서 기술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다. 모자라는 게 기획력과 마케팅력, 스토리텔링. 뭔가 감동적인 얘기를 만들어내는 게 부족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떻습니까?

심형래 : 맞는 얘기에요. 기술적으로 세계최고라는 얘기는 조금 무리한 것 같고. 일단 우리가 하청 위주로 많이 애니메이션을 하는데, 사실 디즈니나 미국의 애니메이션을 하청 위주로 많이 했어요. 거기서 콘티나 스토리가 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거거든요. 그건 애니메이션을 하는 게 아니죠. 그건 중국, 필리핀, 인도도 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게 우리의 독자적인 이야기. 독자적인 시나리오와 기술, 마케팅을 확보해야만 세계적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왜 저 혼자 제작하고 감독하고 스토리까지 쓰느냐.. 지금 저희 영구아트 직원들이 130명 되는데, 이번에도 미국에 45명이 넘어갔다 오고. 일본 갔다오고. 왜냐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적을 알아야 되니까. 그쪽에서 어떻게 마케팅하고 어떻게 후반작업을 하는지 알아야만 해나갈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걸 해나가는 단계입니다.

박인규 : 심형래 감독께서 SF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신 지가 13년째인데, 누차 말씀하셨지만 SF영화는 어떻게 보면 국내에서 불모지대다 보니까 어떤 편견이랄까 선입견 때문에 상당히 힘드신 적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섭섭한 게 있으시다면...

심형래 : 제일 힘든 건, 일단.. 용가리가 실패했다. 사기다. 사실 잡지 같은 데서 용가리가 국제적인 망신을 시킨다고 비난하고, 용가리 계약이 점점 거품이 꺼져간다고 그렇게 영화잡지에서 쓰면서, 한쪽에서는 스타워즈는 마치 조지루카스 자서전처럼 홍보를 해주고. 그런 걸 볼 때 힘들었고. 그 다음, 용가리가 영화평론가들이 볼 때 재미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포켓몬스터는 어른들이 볼 때 재밌습니까? 그래도 아이들은 굉장히 좋아하지 않습니까. 포켓몬스터 하나 가지고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잖아요. 연간 10조씩 벌어들일 정도로. 제일 힘들었던 게, 그런 것도 좋지만 제일 슬픈 게, 이번에 영구아트에서 디자인팀 한 명을 뽑는데 1300명이 지원했어요. 제가 1300명을 다 쓰고 싶더라구요. 참 고귀한 젊은이들이고. 그리고 또 너무너무 슬픈 게 SF전문스튜디오 하나 없는 게 대한민국이에요. 영화제는 무지하게 많아요. 영화제는 시장님이 바뀔 때마다 생겨요.

박인규 : 아직 시작단계인데 훨씬 앞서가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서 못한 측면만 자꾸 비판하는 부분이 좀 힘드셨군요.

심형래 : 그렇죠. 하루아침에.. 제가 칼루이스처럼 세계적으로 뛸 수도 없는 거고. 그리고 문화도 전쟁인데 무기가 있어야 싸울 거 아닙니까. 스튜디오 하나 짓는데 개발부담금을 24억원 달라고 하고. 이건 오히려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도 시원찮을 판인데, 우리나라에는 올바른 카메라 한 대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제는 무지하게 많아요. 그 영화제에 쓸 돈을 갖고... 순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를 전 세계에 팔 수 있는 인프라, 기술력을 갖추고 난 다음 영화제를 개최해서 전세계 사람들이 와서..

박인규 : 어디나 개척자가 겪을 수밖에 없는.... 디워는 개봉이 언제쯤입니까?

심형래 : 어파피 메이저들과 협의를 해야 되니까요.. 개봉 날짜는. 영화가 9월에 완성되니까.

박인규 : 올해 안에는 되겠죠? 그것도 잘 모릅니까?

심형래 : 예.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가장 좋은 시기에 개봉을 해야 되겠습니다.

박인규 : 어쨌든 개척자로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느끼실 수 있겠지만 부딪치는 정신으로 세계시장에 한국형 SF의 문을 열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심형래 : 예.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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