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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실용성'보다 '상상력' 키워주는 독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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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실용성'보다 '상상력' 키워주는 독서 필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6/15] 프랑스 아동문학상 수상한 작가 김진경씨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낸 김진경 선생님의 아동소설 <고양이학교>가 최근 프랑스의 권위있는 아동청소년문학상인 '앵코립티블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번 수상은 한국작품 최초의 수상이라는 점과 함께 독자인 프랑스 어린이13만여명의 직접투표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한국아동문학의 첫 판타지 소설로 국내에서 20만부 이상 팔리면서 스테디셀러로 기록된 아동소설 <고양이 학교>...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아동소설 <고양이학교>의 저자 김진경 선생님을 만나 그가 이 작품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와 <고양이학교>를 통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알아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작가 김진경씨입니다.

김진경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재학시절인 1974년 <보리피리> 로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고 1976년 졸업후, 한성고등학교, 우신고등학교, 양정고등학교 등에서 국어선생님으로 활동했습니다.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해직과 옥고를 겪었고 89년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을 맡는 등 우리나라 교육운동의 중심역할을 해왔습니다. 2000년에는 15년만에 전동중학교에 복직해 교사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정서에 맞는 한국적 판타지 소설을 쓰기위해 신화연구에 몰두했고, 신화에 관심있는 아동작가들의 모임인 신화학교를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으로 일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립니다. 앵코립티블상.. 말이 좀 어려운데 무슨 뜻입니까?

김진경 : 투명하다. 순수하다. 그런 뜻입니다.

박인규 : 뜻도 아주 좋네요. 이번 수상이 김진경 선생님과 같이 삽화를 그리신 김재홍씨도 같이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생긴 지가 17년 됐는데 처음 한국작품이 수상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보도를 보니까 수상작을 결정하는 과정이 아주 신선하던데요?

김진경 : 아주 재밌는 상입니다. 제 작품이 후보작으로 선정된 게 작년 3월입니다. 그 전에 1년동안 나온 작품들을.. 프랑스는 각 지역마다 도서위원회라는 게 있더라구요. 관계자들이 모여있는. 그 다섯 개 도서위원회가 모여서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이 선정된 작품들을 1년간 4000개 학교의 아이들에게 돌려가며 읽히고, 아이들이 인터넷상에 의견이나 서평을 올리고 토론을 벌여요. 작가도 계속 초청을 하죠. 1년동안 그 과정을 쭉 거진 다음에 5월 12일에 투표를 했습니다. 아이들 13만5천명 정도와 어른 5천명. 14만 명이 투표한 거죠. 그래서 후보작 6편중에 한 편을 선정하고, 큰 강당에 모여서 하는데, 그 자리에서 아이들이 작가한테 직접 상장도 주는 상입니다.

박인규 : 4000개 학교의 13만여명 학생들이 이 책을 다 읽고 저자와 토론도 하고 투표를 해서.. 투명하다는 말이 거기서 나왔을 수도 있겠네요. 이번에 받은 상은 나이별로 구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진경 : 후보작을 선정할 때 일곱 개 단계로 나눕니다. 취학 이전의 유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제 작품이 상을 받는 건 우리로 하면 5,6학년. 거기서는 학제가 달라서 중학생이죠.

박인규 : 말씀 들어보니까 원래 여섯 개가 후보작으로 올라갔는데, 나머지 다섯 개 작품은 프랑스작품이라고 들었어요.

김진경 : 그래서 수상하리라고 전혀 예상을 못했죠. 3,4월에 갔을 때 보니까 프랑스 후보가 된 작가 하나를 TV에 거의 매일 나오다시피 띄우더라구요. 그래서 이건 저희들끼리 나눠 먹나보다 했는데, 아이들이 투표를 하니까.. 아이들은 정말 느끼는 대로 투표를 해버리는 것 같아요.

박인규 : 김진경 선생님 작품이 몇 표나 받았습니까?

김진경 : 7개 영역이니까 학년마다 나눠지거든요. 5,6학년이 3만6천명 정도가 투표를 했는데, 그 중에서 9000표정도 받았습니다. 상당히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거라고 하더라구요.

박인규 : 앵코립티블상을 수상한 게 동양권에서는 17년만에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상당히 김진경 선생님 작품의 문학성을 프랑스 독자들도 인정했다는 얘긴데.. 국내에서도 한 20만부 나갔다고 들었습니다.

김진경 : 예. 국내에서도... 부모들이 권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너무 재밌으니까.. 아이들이 졸라서 용돈 모아서, 그런 식으로 많이 팔렸죠.

박인규 : 이 책이 처음 나온게 2001년이라고 들었는데요..

김진경 : 완간된 게 2001년이니까...

박인규 : 보도를 보니까, 고양이학교를 쓰신 동기를 말씀하시면서 93,94년도에 전교조 선생님들이 복직을 했더니 아이들이 굉장히 달라졌더라. 특히 문신, 피어싱을 하면서 몸을 표현의 수단으로 쓰더라. 그래서 신화를 공부해야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얼핏 듣기에는 문신이라는 것과 신화라는 것을 연결시키는 게 이해가 잘 안 가더라구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김진경 : 94년도에 복직한 해직교사들 중에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박인규 : 왜, 어느 정도였길래 그랬습니까?

김진경 :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요. 굉장히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많은 선생님들인데도.... 그래서 이 변화가 뭔가를 추적해 봤는데, 그때 머리에 물들이는 문화가 막 시작되던 땝니다. 그 문화가 뭔가를 찾아보니까, 그 문화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게 문신이거든요. 문신은 고대부터 쭉 있었던 행위인데, 이 문신에 대한 사고가 어떻게 변했나 보니까, 아주 고대.. 신화시대에는 문신이 종교적인 신성한 행위였고, 고대국가가 만들어지고부터 우리 세대에는... 지금은 문신이 아주 나쁜 거죠. 그런데 한 3000년만에 아이들의 의식이 변한 거거든요. 문신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방향으로. 사람의 의식구조에서 문신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은, 자기 몸을 적극적인 표현매체로 본다는 건, 의식부조에서 몸의지가 대단이 높아졌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의식이 아니잖아요. 이성주의가 대단이 높고 몸의 욕구는 대단치 천하니까 참아야 되고 통제돼야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굉장히 큰 변화를 하고 있는 거죠. 역사적으로 보면 가장 몸의지가 높았던, 문신을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시대가 신화시대거든요. 그런 점에서, 아이들의 변하는 의식구조가 우리 세대보다 훨씬 신화적 사회하고 친화성이 굉장히 높아지겠다. 그래서 이게 아이들의 중요한 코드가 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게 뭔가를 한 번 봐야 되는 거 아닌가 해서 공부를 시작했죠.

박인규 : 고양이학교가 1부,2부까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1부는 어떤 내용인지 소개를 해주시죠.

김진경 : 내용이 굉장히 복잡해서 줄거리를 말씀드리긴 그렇구요. 독자들 나름대로 이해하면서 읽으면 되는 건데, 작가로서 깔고 있는 주제의식은 이런 겁니다. 고양이학교 1부의 경우, 우리가 살아온 시대가 서구중심의 근대잖아요. 식민지경험도 했고 그게 상당한 폭력성을 갖는데 과연 그런 비대칭적인, 서구는 우월하고 다른 데는 열등하고 인간은 우월하고 자연은 맘대로 할 수 있는 열등한 존재. 이런 식의 비대칭적인 사고, 이런 것들의 폭력성을 넘어설 수는 없는 거냐. 그런 문제를 바탕에 깔고 있죠. 그래서 서구신화와 동양신화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동원이 돼있는데, 동양적인 관점에서 그것들을 쭉 보고 있는 거죠.

박인규 : 차별적, 계층적으로 보지 말고 평등하게 보자, 사물이나 인간이나..

김진경 : 우리시대의 폭력성. 그걸로 인한 정신의 황폐화. 이걸 넘어서는 세상을 고양이들이 찾아가는 모험담 형태입니다.

박인규 : 그런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과, 그런 글이 청소년들한테 많이 읽힌다는 건 별개의 문제인 것 같아요. 김진경 선생님의 고양이학교가 많이 팔리는 걸 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말하자면 선생님의 집필의도랄까.. 신화를 통해서 자연을 얘기하고 서구와 동양을 얘기하려고 했던 것들이 아이들과 통했구나..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요?

김진경 : 그렇죠. 정말 내가 하고싶은 얘기를 아이들의 코드로 얘기해 봐야겠다고 시도를 한 건데 성공한 셈이죠. 아이들이 재밌게 읽고 한 번 읽은 아이들은 계속 반복해서 읽더라구요. 읽어가면서 다른 느낌을 계속 받나봐요.

박인규 : 예를 들어서, 독자인 어린이들이 선생님한테 반응을 전해오거나 그런 적도 있습니까?

김진경 : 초기에 책 나오고 한 1,2년간은 이메일을 많이 받았죠. 요새도 가끔..

박인규 : 어떤 반응들인가요?

김진경 : 아이들이 메일에 보내는 건, '만화가 재밌는 줄 알았더니 책 읽는 것도 그 이상으로 재밌다는 걸 알았다.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반응이 많구요. 책을 보면, 인간이 환경을 파괴했기 때문에 인간을 소멸시켜야만 이 세상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적대적인 고양이 세력이 나오거든요. 그것에 대해서, 생각이 깊은 아이들은 '난 그 고양이세력을 지지한다.' 그런 식의 메일을 보냅니다.

박인규 : 2부는 어떤 내용이죠?

김진경 : 2부는, 비대칭적인 폭력성이 근대에만 있었던 건 아니거든요.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중화주의가 그런 역할을 했잖아요. 앞으로 동북아시대가 전개되면서 중화주의의 부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그런 중화주의의 일원주의가 갖는 폭력성... 그런 걸 넘어서서 다원적인 세계. 책에서는 영혼의 산이라고 표현됐죠. 그런 것들을 고양이들이 찾아가는 얘깁니다.

박인규 :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자.. 그런 얘기군요. 3부는 집필을 시작하셨습니까?

김진경 : 이제 구상해서 메모는 거의 다 했습니다.

박인규 : 팬들을 위해서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소개 좀 해주시죠.

김진경 : 3부는 1,2부와 쭉 연결돼 있는 건데요, 금속기시대가 막 시작된 언저리. 그게 지금의 문명이 시작되는 시기잖아요. 지금이 철기시대니까.. 환상계 시대배경이 그 지점입니다. 금속기, 철기라는 건 이중성을 갖고 있거든요. 인간에게 상당히 이로운 동시에 살상무기가 되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데, 문명이란 게 그런 속성을 갖고 있잖아요. 그런 속에서 주인공들이 갈등하면서, 인간의 문명이 어쩔 수 없이 그런 폭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는 얘기가 될 겁니다 .

박인규 : 요즘은 게임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많이 나와서 어린이들이 책을 잘 안 본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인데요, 김진경 선생님이 쓰신 책이 20만부 팔린 걸 보면, 좋은 책이 나오면 학생들도 많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진경 : 아이들의 코드에 맞게 재밌으면서도 할 얘길 제대로 하면 상당히 읽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중요한 게, 사이버세계란 게 환상성을 기본적으로 갖거든요. 그 환상성은 위험한 요소가 있다는 거죠. 현실로부터 자꾸 끊어져 버리거든요. 그런데 본격적 환타지는 신화적 사회를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데, 신화적 사회라는 건 현실과 그렇게 괴리된 사회가 아닙니다. 나름대로 인류의 현실에 대해서 절실한 얘길 하는 거죠. 그런 사이버세대간의 환상성이 현실과의 긴밀한 관계를 맺도록, 사유를 건강하게 하는 데 좋은 판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겠지만, 그런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 우리나라 출판시장의 문제라든가 정부나 교육계에서 청소년들이 책을 읽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되는데 선생님이 보시기에 문제는 없습니까? 특히 이번에 프랑스에 다녀오셨으니까 그곳과 비교를 해보면, 우리 청소년들이 좋은 책을 읽게 만들어주는 분위기를 위해서 사회가 할 수 있는 게 혹시 없을까요?

김진경 :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불행하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아이들에게 너무 실용적이고 직접적인 효용성이 있는 독서를 요구하거든요. 중고등학교 들어가면 당장 성적 올리는 독서 외에 다른 거 읽으면 엉뚱한 짓 하고 있다고 꿀밤 때리는 분위기고. 초등학교 애들까지 자유로운 상상력을 길러주는 게 아니라 완전히 실용적인 독서로 가고 있는 풍토. 이건 정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앵코립티블상이 참 재미난 게, 거기 후보작으로 실용서는 하나도 올라올 수가 없습니다. 다 창작들이구요. 오히려 연령이 낮을 때일 수록 직접적 효용성이 있는 책은 장기적으로 보면 그리 큰 도움이 못 되는 거거든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사고하는 힘을 키워줘야 장기적으로 힘이 되는 건데, 그런 풍토로 바꾸기 위해서 앵코립티블상 같은 제도 비슷한 걸 한 번 시도해 보면 좋겠더라구요.

박인규 : 청와대 교육비서관 하시면서 이런 걸 한 번 해보셨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드네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아동판타지소설 <고양이학교>로 프랑스의 권위있는 아동문학상인 앵코립티블상을 수상한 김진경 선생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질문을 좀 드려볼까 합니다. 4월에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그만두셨죠? 보도에 다르면 앵코립티블상에 추천이 돼서 현지에 가야되기 때문에 비서관을 그만 두겠다고 말씀하셨다는데 맞습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김진경 : 그게 원래는 1년동안 다니게 돼있거든요. 작년부터 사실은 쭉 다녔어야 되는 거죠. 5월에 투표를 하니까 3월이면 막바지거든요. 그래서 잠깐이라도 가서.. 그때 또 프랑스 파리 도서전이 있었습니다. 잠깐이라도 가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무직은 휴직이 안 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만 둘 수밖에 없었죠. 그런 점에서는 좀 죄송하더라구요.

박인규 : 김진경 선생님이 작년에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될 때는, 예전말로 치면 운동권에 계신 분이 들어간다고 우려도 있고 그랬는데 당시에 어떻게 그걸 하시게 된 겁니까?

김진경 : 어떻게 보면, 저는 의식이 선 나이의 거의 대부분을 교육운동으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많은 후배들이 계속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를 했는데, 전 안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 업보라고 쭉 살아온 것의 마지막에 작은 역할을 해보자고 생각하고 들어간 거죠.

박인규 : 사실 교육문화비서관은 교육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린데 일년간 해보시니까 교육문제를 정책으로 푼다는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김진경 : 주로 정책조정 기능을 하는 건데요, 틀들이 짜여져 있는 속에서 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큰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지향점이 있으면 이 지향점으로 가기 위해서 지금 조건이 이런데 어느 지점을 정확하게 어떻게 바꿔야 되느냐.. 이런 게 정확하게 서야지만 그게 정책이거든요. 그런데 대개의 경우 현실에 안주하는 정책.. 이런 건 좋은 정책이 아니죠. 또 어느 경우는 지향점만 있고, 지금 단계에서 그리로 가려면 어떤 지점을 작지만 풀어야 되느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명확하게 없으면 좋은 정책이 나오질 않죠.

박인규 : 지향점이 있더라도 그리로 가기 위한 구체적 과정이나 고민이 필요하다..

김진경 : 그 과정이 없으면 사실 정책이 아닙니다.

박인규 : 오늘 아침 어떤 방송을 들으니까 김진경 선생님께서 전교조에 대해서 상당히 쓴소리를 했다는 소릴 들었는데 사실이 아닙니까?

김진경 : 그건 오보입니다. 제가 공식적인 인터뷰를 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크게 기사를 썼더라구요.

박인규 : 어쨌든 전교조가 교육정책이나 교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이 됐거든요. 초대 정책실장을 하신 분으로서 전교조의 현재 활동이나 이런 것을 보면서 나름대로 평가랄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진경 : 아쉬운 점이 참 많죠. 아까 말씀드린 그런 지점을 고민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더라구요. 지금 어떤 지향점만 내세우고 지향점에 근거해서 비판만 한다고 해서 좋은 운동이 아니라는 거죠. 지향점을 향해서 지금 구체적인 조건들이 이런데 어느 지점을 정확하게 풀어나갈 건가 이런 대안이 없으면 사실 좋은 운동이라고 할 수 없거든요.

박인규 : 구체적인 고민을 하자?

김진경 : 구체적인 대안들을 마련해서 교사가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고, 설득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노력들이 굉장히 중요한 거죠.

박인규 : 선생님의 경우는 2000년도에 전동중학교에 복직을 하셨다가 3년만인가요? 아이들을 가르치기가 상당히 힘들다고 그만두신 걸로 알고 있는데, 가르치기 힘들다는 게 어떤 겁니까? 이해가 안 된다는 겁니까? 아이들과 소통이 안 된다는 겁니까?

김진경 : 2003년이면 제 나이가 51세거든요. 중학생 아이들은 할아버지로 봐요. 문화적으로 굉장히 한계가 많습니다. 교육을 위해서 일하거나, 교육이라는 게 교단에 서는 것만 아니라, 글쓰는 것도 좋은 역할이잖아요. 글을 쓰는 걸 중심으로 역할을 하자 그래서 그만 둔 거죠.

박인규 : 시인이자 작가였고 선생님이셨고 교육활동가도 하셨고, 교육정책과 관련된 일도 해오셨는데, 어떤 일이 가장 적성에 맞고 좋던가요?

김진경 : 그 중에서는 선생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아니, 글 쓰는 걸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데 글은 어떤 상황에서도 쓰는 거고, 그 외에는 아이들과 직접 부딪히는 게 좋은 거죠.

박인규 : 저희가 스승의 날에 이수호 선생님을 모셨었는데, 그당시 어떤 신문이 이런 표현을 했더라구요. 교육 전체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많은데 그런 가운데서도 교사들 인기는 굉장히 높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김진경 : 직업의 안정성 그런 거겠죠. 지금의 인기는..

박인규 : 그동안 선생님을 해오신 경험으로 봐서, 선생님을 지망하는 젊은 사람들한테 '이런 게 선생님이다'라고 해주실 만한 말씀이 있을까요?

김진경 : 글쎄요. 지금은 직업관이 워낙 바뀌어서요. 우리 때에는 교사로 나가면 그게 자기가 원해서 갔든 안 원해서 갔든 단순한 직업 이상이라는 게 굉장히 강했잖아요. 아이들과의 관계가 기본이니까.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직업관이 많이 변했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냥, 정말로 직업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강해진 것 같은데 그걸 좋다 나쁘다 얘기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기본적으로 교육이란 건 어떤 생각을 갖고 교단에 서든 간에 궁극적으로는 아이들과 교사의,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의해서 이뤄지는 거거든요. 그 지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면 거기서부터 많은 고민들도 생길 수 있고, 또 좋은 교육을 하려는 마음도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결국 학생과 교사가 인간 대 인간으로 통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선생님은 앞으로 작가로서의 길을 계속 가시게 될 것 같은데 활동계획을 간단히 말씀해 주시죠.

김진경 : 저야 뭐 글쓰고 사는 게 전부죠.

박인규 : 특별하게 고양이학교 3부작이 끝나고 난 다음에, 그 다음에는 이런 작품을 쓰고 싶다는 게 혹시 있으십니까?

김진경 : 제 장점 중 하나가 쓸 게 무지무지하게 많은 게 장점입니다.

박인규 : 아, 그러세요? 일단 한두개 정도만 말씀해 주시죠.

김진경 : 구상도 여러 개 돼있는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앞으로의 세대에게 본격적인 판타지 장르가 중요한 장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부분을 우선.. 아동영역, 동화영역에서 확실하게 굳히는 작품을 쓰고 싶구요. 그 다음에는 제가 하고 싶은데 못한 부분. 우리나라 청소년 출판물은 황무지입니다. 워낙 입시교육 바람 때문에.. 쓰고 싶어도 읽는 독자가 없는 상황인데, 어려워도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창작을 해보고 싶어요.

박인규 : 아무쪼록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세상과 사람에 대해서 아름다운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책들을 많이 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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