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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민간인 학살에 '망 봐주기' 그만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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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민간인 학살에 '망 봐주기' 그만둬야

<기고> 올해 안으로 자이툰 전면 철군하라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의 양민학살 행위가 봇물 터지듯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글을 보내왔다.

여당 의원으로 2003년 이라크 파병 논란 때부터 파병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임 의원은 이 글에서 "자이툰의 주둔은 양민학살의 '망'을 봐준 격"이라고 실랄하게 비판하면서 즉각적인 철군을 또다시 주장했다.

임 의원은 최근 벌어진 양민학살에 대한 보도를 상세히 정리하면서 자이툰의 철군만이 "문명국가의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 임종인 의원 ⓒ프레시안

임 의원은 이라크에 주권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자이툰이 주둔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이라크 참전을 거부했던 미군 에런 와타다 중위에 대해 "불법침략과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우리도 '더러운 전쟁에 동참하는 부끄러운 행동을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3600여 명의 자이툰 부대원 중 1000명을 올해 안에 감축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2600명의 철군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이라크 전쟁과 자이툰 주둔을 이제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불감증'이 정부와 정치권에 만연한 것이다. 임 의원은 이 글에서 불감증에 걸린 정부와 정치권을 질타한다.
<편집자>


세계를 놀라게 한 이라크 미군의 민간인학살

비무장 이라크 민간인에 대한 미군의 만행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2005년 11월 이라크 북서부 하디타 마을에서 미군은 70대 노인과 네 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24명을 죽였다. 2006년 3월에는 사마라 근처 이샤키 마을에서도 미군이 어린이 5명과 여성 4명 등 민간인 11명을 살해했다.

이들 사건은 숨겨졌다가 발생 3~4개월 뒤에야 언론에 의해 알려졌다. 하디타 사건은 3월 27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보도됐다. 이샤키 사건은 6월 2일 영국 <BBC>에 의해 보도됐다. 두 사건 모두 참혹한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와 함께 공개됐다.

이 사건은 미국 내 반전여론에 또 한번 불을 지폈다. 1400여 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미국 정의평화연합(UFPJ)은 5월 31일 성명을 통해 관련자 처벌과 점령정책 포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베트남에서와 같이 '잔혹행위를 야기하는 상황'을 불가피하게 만들어낸다"며 철군을 주장했다(5.31 서울신문).

파장이 커지자 피터 페이스 미 합참의장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미 의회도 은폐의혹에 대해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섰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위법행위는 처벌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해병대는 자신들은 과오가 없다며 진상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미 해병대는 잘못이 없다면서 희생자 가족에게 돈을 주어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라크 철군 결의안을 제출했던 존 머서 하원의원(민주당)은 미 해병대가 하디타 사건 희생자 유족 15명에게 모두 3만8000달러를 주었다고 폭로했다(6.1 뉴욕타임스).

민간인 학살 의혹 잇달아도 진상공개는 없어

하디타 사건과 이샤키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미군의 민간인 살해 소식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5월 30일에는 바그다드 북쪽 사마라에서 출산을 위해 병원으로 가던 임산부와 사촌언니가 미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6.1 AP통신).

그에 앞서 4월 26일 이라크 주둔 미 해병대원들은 바그다드 서부 함다니야 마을에서 이라크 장애인 한 명을 잔혹하게 살해했다(6.5 워싱턴포스트). 이라크 최대 수니파 정당인 이라크이슬람당(IIP)은 지난 3월 바그다드, 라티피야, 유시피야 등 3곳에서 미군이 민간인을 공격해 29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6.6 AFP통신).

이밖에도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학살 의혹은 무수하다. 2004년 4월 이후 미군은 저항세력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팔루자, 탈 아파르, 나자프 등지에서 탱크와 헬기를 동원해 마을을 초토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 600여 명의 죄 없는 민간인이 죽었다. 그러나 이런 큰 사건의 진상도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학살 원인은 보복심리와 미국인의 우월의식

이처럼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속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겉으로는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은 병사들이 민간인에게 보복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디타 사건과 이샤키 사건, 팔루자 사건의 경우가 그렇다. 미군 병사들은 저항세력 수색과 소탕을 명분으로 비무장 민간인들을 잔인하게 죽였다.

그러나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이라크인들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는 이들이 자행하고 있는 민간인 상대 폭력행위가 '일상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6.2 뉴욕타임스). 이라크인에 대한 미군의 생각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에 비판적인 아랍권의 일부 언론들은 "전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인들에게 인종차별적인 행태를 보이며 죄의식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6.2 연합뉴스). 종교적, 인종적 우월의식에 사로잡힌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인의 인권을 우습게 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군은 전쟁 중 상대방 민간인의 희생을 "부수적인 피해(collateral damage)"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이런 방침에 따라 미군은 이라크 민간인 피해 집계도 하지 않는다. 종교적 신념과 패권의식에 사로잡혀 불법침략도 마다않는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보수주의 지도자들의 가치관도 맥을 같이 한다.
▲ 이샤키 양민학살로 희생당한 어린이. 자이툰은 미군의 범죄행위를 얼마나 더 엄호해야 하는가. ⓒEPA

베트남 미라이 학살을 빼닮은 하디타 사건

이번 '하디타 학살사건'을 두고 <뉴욕타임스>, <로이터통신> 등은 베트남 전쟁 때의 '미라이 학살 사건'과 닮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미라이 학살은 1968년 3월 16일 미군이 동료 부대원의 죽음에 대한 보복으로 베트남 중부 미라이 마을 주민 수백 명(347~502명 추정)을 무참히 죽인 사건이다.

이사건은 진상이 은폐됐다가 프리랜서 기자 세이무어 허시의 취재로 1969년 11월 12일 미국 내 36개 신문에 일제히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엄청난 반전여론이 일어났고, 결국 미군은 베트남에서 철수했다. 무고한 주민을 살해하고도 사실을 은폐한 점, 전쟁의 정당성과 미국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닮았다.

지금 미국의 여론 동향도 그때와 비슷하다.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연일 미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을 보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건의 파장이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포로학대 사건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 사건으로 미군의 이라크전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간인 학살에 대한 근본 해법은 철군뿐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학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미국 안은 물론 전 세계 여론이 그렇다. 그러나 책임자 처벌은 사후대책에 불과하다. 민간인 학살을 막을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미군과 다국적군의 완전철군뿐이다.

이미 이라크 파병 39개 국 중 21개 국이 철군했거나 감군하고 있다. 2005년 말까지 16개 국이 철군을 완료했다. 이탈리아와 일본은 올해 6월부터 철군을 시작한다. 호주, 덴마크, 라트비아, 체코도 올해 병력을 줄인다. 미국과 영국도 단계적 철군 방침을 세워놓고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

올해 5월 20일 이라크에는 주권정부가 수립됐다. 이라크에 주권정부가 들어선 이상 다국적군이 이라크에 남아 있을 명분이 없다. 이라크 정부도 다국적군의 빠른 철군을 바라고 있다. 말리키 총리는 의회의 내각 승인 후 행한 연설에서 "치안상황에 따라 다국적군 철군의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6월부터 일부 병력을 철수시킨다. 올해 안에 3600명 병력 중 1000명을 줄인다. 그러나 2600명도 계속 주둔시킬 명분은 이제 없다. 우리 정부는 치안유지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자이툰부대가 있는 아르빌은 쿠르드족 자치정부가 치안을 완벽하게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군이 나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올해 안 완전철수로 문명국가 양심 지켜야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 "깡패가 선량한 시민을 때리는데 망 봐주는 격"이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미군의 잔혹한 민간인 학살이 드러남에 따라 자이툰부대는 미군이 이라크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까지 망을 봐준 셈이 됐다. 이는 우리가 바라는 바가 결코 아니다.

미 육군 제1 스트라이커여단 3대대에 근무하고 있는 에런 와타다 중위는 6월 7일 이라크 참전을 거부했다. 그는 "죄 없는 사람들을 침략하는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전쟁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파병을 거부해 더 이상의 희생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군 장교도 처벌을 무릅쓰고 파병을 거부했다. 불법침략과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우리도 더러운 전쟁에 동참하는 부끄러운 행동을 그쳐야 한다. 자이툰부대는 일부가 아니라 모두가 올해 안에 철수해야 한다. 그것만이 세계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을 면하고 문명국가의 양심과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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