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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출산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사회가 알아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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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성의 출산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사회가 알아줘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6/06]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간사위원 박주현 변호사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얼마 전에 국내 출산율이 1.08명이라는 통계가 발표된 이후,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의 인구부문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10년 전 천만명이 넘었던 15살 미만 유소년 인구는 800만명대로 줄었고 200만명대였던 65세 이상 노년인구는 10년 사이에 65%나 증가하면서 노년인구가 전체의 10%에 가까운 437만명으로 늘어났습니다.

10년 전만해도 우리의 인구분포는 어린이 4명에 노인 1명 꼴이였지만, 이제는 어린이 2명에 노인 1명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노인인구가 어린이 인구를 추월할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심각성이 국가적 고민으로 이어지면서, 최근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서 각종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간사위원으로 위촉된 박주현 변호사를 만나봅니다. 오랫동안 여성문제를 연구해왔던 그녀가 만들고자하는 출산장려책은 무엇인가? 고령사회로 가는 길을 막을 수 없다면, 고령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은 무엇인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박주현 민간간사위원입니다.

박주현 위원은 85년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면서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88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해왔습니다.

변호사활동 초기부터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 활동을 하면서 육아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육아문제의 현실을 알기 위해, 영 유아보육시설을 직접 운영해보기도 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사회복지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2003년부터 2004년 5월까지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최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민간간사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여성과 육아문제, 고령사회에 대한 문제를 연구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박주현 변호사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작년 7월에 저희가 한 번 모신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부동산 문제로 모셨습니다. 상당히 관심의 폭이 넓으신 것 같아요.

박주현 변호사 : 제가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을 하고 있다 보니까...

박인규 : 아직 그것도 하고 계신 거죠? 일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서 어떻게 보면 행복하다고 할 수도 있고 힘들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주현 변호사 : 그냥 제 운명이려니 하고 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원래 청와대에 고령화미래사회위원회라는 게 있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박주현 변호사 : 예. 2004년에 만들어졌었죠.

박인규 : 그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 바뀌었어요. 뭔가 위상이 달라진 건가요?

박주현 변호사 : 그렇죠. 우리사회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정부차원에서 집중해서 다루기 시작한 게 참여정부 들어와서 2004년 초부터거든요. 처음에는 청와대에 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정책을 만들어가다가, 작년 9월에 본격적으로 범정부가 다 참여하는 그리고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됐구요. 그래서 정부쪽에서 12개 부처 장관님들이 다 참여하고 민간 쪽에서 12분의 위원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정부쪽 간사위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이 맡고 민간쪽은 제가 간사를 맡게 된 겁니다.

박인규 :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위원회가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요....

박주현 변호사 : 예. 위원회로서는 아마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그 정도로 참여정부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역점을 두고 있다.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박주현 변호사 : 예. 이건 참여정부 뿐 아니라 우리가 너무 늦었죠. 국가적인 과제로서는 너무 근본적이고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특히 저출산문제 같은 경우는 일본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저출산문제에 대한 인구지표를 보면서 대응이 한 10년 늦은 것 같다.. 이런 말도 나오더라구요.

박주현 변호사 : 그만큼 우리 사회의 고령화속도가 너무 빨랐어요. 우리 사회가 너무 역동적이다 보니까 인구억제정책이 너무 성공한 거죠. 그런데 그 정책의 방향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80년대 초반에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는데도 90년대까지 인구억제정책이 계속 진행됐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대응이 굉장히 늦었죠.

박인규 : 개인적으로 저는 아이들을 80년대 초반, 중반에 낳았는데 그때만 해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그랬거든요.

박주현 변호사 : 그 이후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이렇게 됐었죠.

박인규 : 부처 12개가 들어갔다면 정부의 중요한 부처는 다 들어갔겠네요?

박주현 변호사 : 다 들어와 있습니다. 사회정책 관련부서들은 다 들어와 있다고 보시면 되구요, 재경부나 기획예산처 등도 다 들어와 있습니다. 왜냐면 재원조달 문제도 있고 세제문제도 있고, 산업정책과의 관련성도 있기 때문에, 좀 과장하자면 정부의 모든 부처가 다 관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민간위원 12분은 대략 어떤 분들인지 소개를 좀 해주시죠.

박주현 변호사 : 국책연구기관들이 있잖아요. 노동연구원원장님, 여성개발원 원장님, 보건사회연구원 원장님.. 그런 국책연구기관 원장님들이 들어와 계시고. 사회복지문제에 있어서 출산양육의 문제, 노인복지문제를 전공하신 전문가들,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여성단체 대표들.. 이렇게 골고루 들어와 계십니다.

박인규 : 본격적으로 질문하기에 앞서서, 약간 껄끄럽다고 할까요? 최근에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위원회가 많이 생기면서 위원회공화국이다. 위원회 안 만들면 일을 못하냐.. 이런 비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위원회를 해야만 하는지 이 문제에 대해서.

박주현 변호사 :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어떤 정책도 하나의 부처와 관련돼서 그냥 나올 수 있는 정책은 없습니다. 저희가 경제사회연구소를 하는데 정책연구를 하다보면 기본적으로 두세개 부처와 관련되구요, 많게는 대여섯개 부처와 관련되거든요. 지금 현재까지 부처간의 벽이 굉장히 강고했고, 그래서 그냥 그 상태에서 부처별로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 펼쳐지면 정책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래서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가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지금 사회부총리는 없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정책은 사회부처가 주도해야 하는 정책인데 사회부총리가 없는 상태에서.. 그렇다고 이걸 경제부총리가 그냥 맡아서 끌고 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거든요. 사회복지 부분이 굉장히 많은 정책의 조합이기 때문에. 그래서 어떻게든 팀워크나 TF형식으로 같이 모여서 하는 게 필요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위원회라는 게 만들어졌다고 보고. 또 하나는 정부부처만으로는 새로운 과제, 국가적 과제를 풀어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면 공무원들은 그동안 계속 일하던 관성이 있구요, 조직의 틀, 예산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박인규 : 현실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그냥 예전에 해오던 대로 하는..

박주현 변호사 : 예. 아무래도 그런 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의 적절한 자극, 적절한 참여가 필요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외부와 결합하기 위해서 위원회라는 형식이 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박주현 변호사가 위원회의 민간간사가 된 건 최근이지만 대통령직속으로 된 건 작년 9월부터.. 9개월 동안 이미 운영을 해왔거든요. 지난 9개월 동안 나름대로의 진척상황이랄까..

박주현 변호사 : 보건복지부에 추진본부가 마련돼서, 거기에 각 부처공무원들과 외부전문가들이 결합해 그동안 정부부처와 관련된 정책을 다 검토하고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는 작업을 해서 기본계획의 시안이 현재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조만간 발표가 될 것이구요. 발표가 된 다음에 외부의 여러 의견들을 다시 취합해서 가능하면 이번 달 말 안에 또는 다음 달까지는 기본계획 확정을 하고. 정부의 정책이라는 건.. 특히 시회정책은 중앙부처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지자체 단위로 가서 그 아래 아래로 내려가서 집행이 돼야 되는 거기 때문에 지자체하고 같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짜는 단계가 이어질 것입니다.

박인규 : 저출산과 고령화가 둘 다 굉장히 심각한 사회문제긴 하지만 사실은 그 원인이나 대책은 별개일 수도 있는데, 그걸 하나로 묶은 건 나름대로 어떤 고려가 있었던 건가요?

박주현 변호사 : 어찌보면 별개의 정책이라고 할 수도 있죠. 저출산문제는 출산장려정책을 통해서 풀어야 되고, 고령사회 문제는 고령화사회의 적절한 노인복지문제, 인적자원개발문제 등이기 때문에 사실은 별개로 다뤄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우리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이걸 선후를 둘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같이 다룰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닌가..

박인규 : 출산율이 1.08명이면 거의 세계최저라고 하더라구요.

박주현 변호사 : 그렇죠. 홍콩 빼고는...

박인규 : 어떻게 10년 사이에 그렇게 됐는지 참 대단한데. 출산장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들.. 기본방향은 어떻게 잡고 계십니까?

박주현 변호사 : 우선 각자의 처지에 따라서 맞벌이부부의 경우에는 일과 가정이 양립되지 못하는 부분이 출산에 있어서 가장 큰 부담이 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지금 교육비, 사교육비 부담이 굉장히 크구요. 그리고 경제가 양극화 되면서 비정규직화가 굉장히 급격히 일어났잖아요. IMF이후로 세계화가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미국식의 고용형태가 들어와서 비정규직화가 됐는데, 미국시장은 해고도 쉽지만 재진입하기도 쉽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해고는 쉬워졌는데 재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이 비정규직 상횡에서는 결혼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결혼하고 아이낳고 하려면 고용의 불안정성 문제가 해결이 돼야 되는데, 이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런,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엄청난 장애물이 있는 거구요. 또 하나는 주택. 집을 가져야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집값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주택의 문제도 있고. 그리고 아이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아이를 낳아놓으면 저희들끼리 알아서 놀고 자랐는데 지금은 아이 한 명 한 명 당 양육비나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고, 부모들이 거기에 굉장히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거든요. 경쟁이 또 치열해지고. 그래서 출산, 양육, 교육과정에 있어서 비용을 경감시켜 주는 정책들이 지금 마련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비정규직화, 고용불안정, 주택의 유무문제. 그런 것까지 다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나 범위가 커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요즘 출산파업이란 말도 하고. 출산파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다. 그런 얘길 하거든요. 그런데, 한 명 더 낳으면 출산장려금을 준다든가 이런 건 원치 않는다. 오히려 여성들이 내가 아이를 낳아도 괜찮겠다. 잘 키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나 정부에서 뭔가를 해줘야 된다고 하는데, 말하자면 육아가 중요하다.. 이런 말인 것 같더라구요.

박주현 변호사 :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가정 내에서나 사회에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박인규 :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것이 개인적인 일이 아니고..

박주현 변호사 : 가정 내에서도 사실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그저 여자들이 운명처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그게 얼마나 가정 내에서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인가에 대해서 인정이 안 돼있기 때문에 아이 키우는 과정에 아빠들이 참여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저도 같은 여자로서 출산파업을 하겠다는 여자후배들의 생각에, 그게 아니다라고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게 너무너무 힘들고 어렵고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일이고. 스스로는 굉장히 가치있다고 생각하는데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기업에서도 어디서도 그걸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데 아이를 임신했다. 결혼했다. 아이를 출산했다. 그러면 그걸 축하해 주는 분위기가 아니라 시선이 그렇게 싸늘할 수가 없어요.

박인규 : 회사에서는 좀 그렇다고 생각이 되는데 가정에서도 그런가요?

박주현 변호사 : 가정에서는, 그건 네가 해야 될 의무라고 생각하지 그걸 위해서 모든 사람이 협조해야 되고 가치있는 일이기 때문에 같이 즐기고 같이 해야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안 돼있다는 거죠.

박인규 :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이 안 나와서 말씀을 조심하시는 것 같은데, 사회적인 인식문제도 물론 고쳐야 되는 거지만 구체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육아문제나 기업에서의 육아휴직문제라든가 이런 걸 해결해 줬으면... 하고 많은 분들이 바라거든요.

박주현 변호사 : 그런 가치인정이 됐을 때 비로소 어떤 제도가 마련될 수 있고 제도가 도입됐을 때 그게 집행될 수 있거든요. 제가 89년에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그때 이미 육아휴직 제도는 있었지만 저만해도 싸늘한 눈초리를 감수하면서 육아휴직을 한 거거든요. 아마 지금도 많은 여자후배들이 그런 엄청난 부담을 가지면서 해야될 거라구요. 그러니까 기업 내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우리 사회를 위해서 이렇게 필요하구나라고 인정해주고 그것에 대해서 가치부여를 한다면 육아휴직이 현재 도입돼 있는 것도 흔쾌하게, 적절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아이를 둘 낳아서 키웠는데요, 제가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해봤습니다. 변호사도 하고 시민사회 활동도 하고 정부에서도 일하고 연구소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해봤지만 정말 단언하건대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는 과정에 내가 개입되고 하는 그 일 이상으로 창조주의 역할과 가까운 게 없습니다. 그 이상으로 나에게 더 본질적으로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해서 내가 아이와 지금까지 10년 20년간 24시간 아이를 끼고 있는 게 좋은가. 그건 절대 아닙니다. 엄마든 아빠든 사회적인 어떤 역할, 일을 하면서.. 직장을 갖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봉사를 하든 일을 갖든 뭘 하든.. 사회적인 역할을 하면서 자기의 중심을 갖고 아이와 대화하고 관계를 맺을 때 아이에게도 굉장히 유리하거든요. 그게 아이에게도 적절하기 때문에. 저는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사회와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상태라고 생각하거든요. 집에서 전업주부를 하시는 분들도 속으로 굉장히 답답해합니다. 본인의 여러 가지 능력에 비춰서 사회적인 역할과 참여의 가능성 이런 것들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집중하다 보니까 거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그렇거든요. 그래서 전업주부들에게도 사회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통로들이 마련이 돼야 되구요. 직업을 가진, 직장을 가진 여성들이 집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들이 동시에 같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 말씀하신 건 가정이나 사회나 기업이, 여성이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접해 줘야한다. 또 어머니도 자부심을 갖고 사회적인 일도 해야 된다는 건데... 그건 굉장히 중요한 얘긴데, 정부에서는 뭔가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육아시설을 좀 더 늘인다고 할지.. 실효성 있는 뭔가 구체적인 얘기를 들었으면 하는데 아직 발표가 안돼서 그러시는 모양이죠?

박주현 변호사 : 그렇죠. 조만간 발표될 건데요. 그 발표될 계획에 대해서 저는 여러분들이 굉장히 많은 의견을 주셔야 된다고 생각해요. 조만간 발표될 저출산고령사회대책의 기본계획은 정부부처 내에서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모아서 우선 발표하는 거거든요. 저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구요, 시민사회든 여러 곳에서 전문가도 그렇고 단체들에서 많은 의견을 주셔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도록. 이 기본계획이 지금 시안이 나오는 거지 확정이 되는 게 아니고. 확정이 된다 하더라도 저출산고령사회대책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보시면 되거든요. 저로서도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정말 집중해서, 정말 현장에 있는 엄마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내가 아이를 낳아도 되겠다라고 하는.. 결국은 엄마들의 마음이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고령사회도 지금 별도로 있지만, 출산장려정책의 경우에는 엄마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건 정책효율성이 나올 수 없는 거기 때문에 그 부분에 집중해서 해보려고 합니다.

박인규 : 그런 기본적인 방향은 말씀하실 수 있지만 구체적인 걸 밝히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다...

박주현 변호사 : 네. 구체적인 것이 나오면 그때 가서 구체적인 정책 가지고 다시 한 번 얘기를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가정이나 기업이나 사회에서 여성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대접해 주고. 또 어머니들도 자부심을 갖고. 그렇게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그렇게 이해를 하면 되겠네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민간간사위원으로 위촉된 박주현 변호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책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말씀은 안 해주시는데 고령사회문제로 너무 인구억제를 잘해서 한 10년 사이에 저출산이 됐듯이 고령사회도 사실 별로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최근 10년 사이에 갑자기 진행이 돼버렸어요.

박주현 변호사 : 맞습니다. 수명이 최근에 엄청 늘어났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예전에는 하나의 직업을 가지면 끝까지 가고 은퇴한 다음에 적절하게 인생을 마무리 하는 거였다면, 이제는 40에 그만두게 될지 50에 그만두게 될지 기업환경이 그렇단 말이에요. 그런 데 비해서 수명은 80,90 이렇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거의 인생후반기라는 게 존재하는 겁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60이 넘으면 여생이라고 해서 나머지를 대충 지내는. 30년 동안 공부하고 30년 동안 활동했는데, 지금은 60 이후가 또 새로운 사회활동기라는 얘기들을 하더라구요. 우리 사회가 그런 분들을, 부양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박주현 변호사 : 기본적으로 고령사회문제를 저는 전반기 후반기. 이렇게 대비를 해야된다. 그런데 후반기 인생이란 것에 대해서.. 하프타임이 있는 거죠. 하프타임에 본격적인 훈련이 있어야 됩니다. 후반기 인생을 준비하는 기간. 이런 게 필요하고..

박인규 :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박주현 변호사 :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 직장에 처음 들어가서 배운 것들을 한 30년 써먹었다면 요즘은 10년 5년 3년까지로도 줄어든다고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한 직장에서,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려면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만약 그 직업을 그만둔 경우에, 한 가지 일을 계속하는 게 아닌 경우에는 다른 새로운 직업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제 주변에서는 55세까지 열심히 일하고 그 다음에는 경치좋고 공기좋은 지방에 가서 봉사활동도 하면서 농사도 짓고 같이 모여서 살자.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농사짓는 것도 한 1년간은 열심히 배워야 됩니다. 그냥 가서는 절대 농사를 못 짓거든요. 그런 식의 새로운 일. 또 사회봉사를 하는 것도 요즘은 그냥 내가 마음만 먹으면 봉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쪽이 돌아가는 걸 잘 알아야 되거든요. 그것도 준비가 필요하고. 지금 현재 평생학습 내지는 직무훈련이 굉장히 취약합니다. 그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저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북유럽 같은 경우에는 그런 직무훈련을 굉장히 중요시해요. 자기가 일하면서 일과 관련된 것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대학과 연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그런 시스템이 잘 돼있거든요.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게 잘 되고 있는데요, 고용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영역이나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들. 이 분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10% 이내밖에 돌아가지 않거든요. 그렇게 되면 소모품으로 일하다가 나중에 대책이 없어져 버리는 거죠. 그래서 중소기업 운영하시는 분들도 잘 설득하고 지원책이 들어가면서, 거기서 일하시는 근로자 분들이 현재 하고 있는 일 또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박인규 : 정부에서 지원을 좀 해주시는 겁니까 그럼?

박주현 변호사 : 거기에 대해서는 사실은 출산양육지원에 대한 부분만큼 충분치 않습니다. 왜냐면 관심이 모아진 게 얼마 되지 않아서, 그게 시작되고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한편으로 그런 어르신들에 대한 복지문제나 이런 걸 해결해야 되는데 기본적으로 일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생산성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복지만 들어가는 건 정부로서는 굉장히 부담이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복지예산을 늘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

박인규 : 스스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문제는 이런 것 같아요. 지금 청년실업이 굉장히 문제인데, 최근 노동부에서는 정년연장에 대한 말도 나온다는데... 자칫 생각하면, 젊은 사람도 일할 자리가 없는데.. 물론 노년에 계신 분들이 보람있는 일을 하면 좋지만. 말하자면 상충되는 게 아니냐.. 그런 생각도 얼핏 들고.

박주현 변호사 : 예. 그런 논란은 계속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서 얘기는,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그런 생각으로 청년실업을 구제하면서 구조조정을 했는데 오히려 그게 실패를 했다는 거죠. 왜냐면 현재 기업의 생산성, 일자리가 늘어나야 거기에 또 청년이 들어오는 건데 지금 있는 숙련된 사람들을 다 잘라버리면 기업자체의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들이 들어갈 일자리도 줄어든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것은 서로 대체하는 부분이 어떤 부분에서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말하자면 중고령 근로자들이 직무훈련을 통해서 생산성을 계속 업그레이드해서 계속 일한다고 해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죠.

박인규 : 노년이나 청년이나 모든 인구의 자질이랄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그렇다고 해도 노년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단 말입니다. 아까 말씀하신 복지예산이 아무래도 많이 들어가게 될텐데, 이런 지적이 있는 것 같아요.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DJ정부 시절에 비해 복지예산을 상대적으로 덜 쓰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거든요.

박주현 변호사 : 그런 지적이 일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IMF이후에는 정말 가시적으로 구조조정이 확 일어나면서 우리가 사회안전망이 너무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거든요. 그러면서 그 사회안전망 시스템을 아주 급속도로 아주 단기간에 구축하게 됩니다. 그런데 참여정부 들어서는.... 기억하시겠죠? 재정건전성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굉장히 비등했습니다. IMF이후에 공공자금이 들어가고 공적자금 들어간 것을 상환하기 시작하면서 그것에 대해서 야당에서도 그렇고 신문들에서 재정건정성 얘기를 엄청나게 푸쉬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박인규 : 여러 가지 사회적 분위기에서 복지예산을 획기적으로 늘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박주현 변호사 : 예. 어려움이 있었는데, 다행인 것은 최근에 저출산고령사회문제를 지금 틀을 잡지 않으면 경제성장 잠재력의 문제가 되겠다는 인식이 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예전의 복지라는 건 그저 불가피하게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장래에 대한 투자의 개념으로 복지라는 게 인식이 되면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야 되는 투자다. 앞으로 그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사회개발비 비중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사실 OECD국가 평균적으로 볼 때 사회개발비가 경제개발비의 다섯 배 이상이 되거든요.

박인규 :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박주현 변호사 : 우리나라는 비슷해요.

박인규 : 제가 그걸 질문하고 싶었던 건데. OECD국가들을 보면 사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예산의 비율이 대단히 낮다. 그렇다면 이번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하고 일을 하시면서.. 어떻습니까? 노무현대통령께서는 이런 저출산고령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뭔가 획기적으로 예산을 늘여보겠다. 그런 생각이 좀 있으신가요?

박주현 변호사 : 증세를 얘기하셔서, 그로 인해서 선거에서 엄청나게 불리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경제개발이의 줄어들어야 되고 사회개발비의 비중이 늘어나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부처 내의 경제부처에서도 다 인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기존의 경제개발비를 줄이려면 예를 들면 건설이다 금융이다 하는 이런 것에 대한 이해집단들이 다 형성돼 있기 때문에. 그걸 뚫고 가야 되는 것에 하나 또 어려움이 있구요. 또 사회개발비를 늘이려면 거기 걸맞은 사회정책 프로그램들이 하나하나 다 나와야 되거든요. 사회정책이라는 건 옛날의 건설 이런 것처럼 돈을 뚝 떼어주면 되는 일이 아니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연결되는 세세한 프로그램 집행내역.. 이런 것들이 다 나와야 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하구요. 그래서 이런 과정이 한편으론 굉장히 준비가 필요한 일이고 또 한편으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 저출산문제로 연석회의가 운영되고 있잖아요. 거기에 경제계, 종교계, 시민사회, 노사정 다 들어가 있거든요. 정부도 물론 들어가 있고. 거기에서 이런 재정의 운용방향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뤄준다면 진행과정이 좀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박인규 : 국민연금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복지문제의 하나인데, 그 전에 김근태 장관부터 이 문제를 풀어가려고 해도 잘 안 풀리더라구요. 저는 저출산고령화문제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라고 하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아이디어를 내는 게 또 박주현 위원에게 주어진 몫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혹시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십니까?

박주현 변호사 : 각가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시민사회는 시민사회 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또 언론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언론이 좀 일관성있게 해주셔야 됩니다. 양극화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처음에는 양극화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양극화가 너무 심화됐다 문제다 이러다가. 나중에 양극화 대책을 내놓으면 가진 자에 대해서 적으로 둔다. 이런 식으로.. 이렇게 하면 사실 어떤 정책이 나오더라도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가 없거든요. 저희들은 그 과정을... 아주 정밀하게 정책을 준비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지자체하고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협력해서 가야 되는 부분이 있고. 시민사회 쪽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이해집단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하여간 발품을 열심히 파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박주현 간사께서도 아이들을 키우셨죠? 몇 학년 몇 학년입니까?

박주현 변호사 : 예. 큰애는 고3이구요 작은아이는 중학교 2학년입니다.

박인규 : 이런 질문이 적당할지는 모르겠는데,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정부정책이나 사회분위기에 도움을 받았다든가, 이런 건 문제가 있었다. 그런 느낌이 있으셨어요?

박주현 변호사 : 저는 큰애 낳고는 1년 육아휴직을 했구요, 둘째 낳고는 2년 육아휴업을 했습니다. 그때 사실 육아휴직 제도는 마련돼 있었죠. 1년인데, 제가 큰애 1년 해보고 둘째 2년 해보니까요, 절대적으로 2년을 해야 됩니다. 소아정신과적으로도 1년 6개월 내지 2년..

박인규 : 그때까지는 같이 있어주는 게 좋다. 앞으로 나올 정책에도 그런 게 들어갑니까?

박주현 변호사 : 추진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박인규 : 거의 범정부적 기구기 때문에. 특히 제가 보기엔 참여시대라서 민간측의 의견이 많이 적용되는 게 중요할 것 같고 또 그 역할을 박주현 간사께서 하시는데,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앞으로 저출산문제와 관련해서 꼭 하고 싶은 일은... 특히나 출산문제에 관심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박주현 변호사 : 첫 번째 하고 싶은 일은, 관련된 주체들과 전문가들을 계속 만나려고 합니다. 거기서 새로운 의견이 나오고 조율되고 추진되고 하는. 그렇게 발품을 열심히 팔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나온 정책이, 굉장히 열심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부 공무원들이 뭔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는 건 쉽지 않아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특히 아이를 낳아야 되는 여성들이 정말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까지 접근을 했느냐.. 그건 저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고.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 새로운, 현장발 정책이 많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을 좀 더 구체화 시켜서 집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보려고 합니다.

박인규 :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신 어머니시니까, 어머니들의 심정을 많이 말씀하셔서 미래의 어머니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또 노인들께서 편안하게.. 보람있게 살 수 있도록 좋은 정책 많이 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주현 변호사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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