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6.25 피해 혼혈인에 대한 배려를 해주었으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6.25 피해 혼혈인에 대한 배려를 해주었으면..."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31] 배기철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지만 혼혈인이 군대도 갈 수 없고, 운동을 해도 동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는 곳이다" 한국을 다녀간 미국의 풋볼스타 하인즈 워드가 최근 피츠버그 한 지역신문에 솔직히 밝힌 심정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차별받는 혼혈인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한 워드는 최근 두 번째 한국방문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약속했는데요. 하인즈 워드의 등장으로 이제야 사회적 관심으로 떠오른 혼혈인 문제.... 그러나, 국내 혼혈인들은 오래 전부터 사회의 차별로부터 벗어나고자 몸부림쳐왔고, 목소리를 내기위해 노력해왔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 배기철 회장을 만나봅니다. 지난 50여년간 국내 혼혈인들의 삶은 어떠했는가? 혼혈인들이 원하는 "더불어 사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 배기철 회장입니다. 배기철 회장은 1955년 이탈리아계 미군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1세댑니다. 혼혈인이라는 이유로 중학생이 돼서야 호적에 오를 수 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혼혈인에 대한 차별이 덜한 호텔종업원을 시작으로 밤무대 드럼주자, 일용직노동자, 전단지 모델, 가전제품 외판원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직장을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44살 되던 1998년 혼혈인 협회에서 만난 안성자씨와 결혼하면서, 뒤늦게 가정을 이루며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받고 있는 혼혈인들의 고통을 나누고,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지난해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를 창립, 혼혈인문제해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배기철회장 :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요즘 혼혈인문제가 굉장히 사회적 문제로 부각이 되고.. 인터뷰도 많이하시죠?

배기철회장 : 조금 했습니다.

박인규 :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라는 단체를 지난해 7월에 창립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단체인지설명을 좀 해주시죠.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배기철회장 : 첫째는 6.25 전후에 태어난 혼혈인 1세대와 그 자녀들, 국제결혼을 해서 태어난 자녀들, 그리고 해외로 입양된 가족들, 이민 간 혼혈가족들.. 그분들을 회원으로 하고. 국가간의 만남을 통해서 지구촌인류애로 가자는 의미에서 국제가족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박인규 : 그 전에 한국 혼혈인협회라는 단체가 있었는데 그 단체와는 성격이 다른 겁니까?

배기철회장 : 등록이 안된 단체였기 때문에 친목위주였고.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가 사단법인화 되면서 저희 단체로 다 들어오게 됐습니다.

박인규 : 그러면 한국혼혈인협회에 계시던 분들이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로 다 들어오신 거군요. 그전에 한국혼혈인협회는 임의단체고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는 말하자면 법적으로 지위가 보장이 되는.. 그런 차이가 있는 건가요?

배기철회장 : 네. 보건복지부에 사단법인 등록을 했습니다.

박인규 : 1970년대에도 이런 모임을 만드시려고 하다가 안됐다고 들었습니다.

배기철회장 : 국가에서 볼 때도 혼혈이란 말이 좀.. 이질감이생기고 차별적이고 이미지가 안 좋거든요. 그러다 보니 될수있는한 감추려고 했는데, 단체결성이 되면 안 좋거든요.

박인규 : 말하자면 사회문제화 되는 것을 꺼렸군요.

배기철회장 : 항상 문제로 봤기 때문에 그 문제인들이 단체를 결성하면 더 문제가 생길 것 같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등록이 안 되고 거의 35년만에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가 탄생되게 된 거죠.

박인규 : 한국혼혈인단체가 임의단체였던 것도, 말하자면 정부에서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겁니까?

배기철회장 : 예.

박인규 : 사실 저도 이 자리에서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혼혈인이란 말이 썩 좋은 말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배기철회장 : 저희를 부르는 용어중에는 그래도 좀 나은 편입니다. 튀기니 양공주의 자식이니.. 그보다 더 심한 말들이 많아요. 그나마 혼혈인이 좀 듣기 좋은 말입니다.

박인규 : 국제가족이란 말을 쓰신 건 혼혈인 보다는 보다 긍정적인 의미로 쓰시기 위한 건가요?

배기철회장 : 지구촌이라고 하니까..... 지구촌국가의 국가간의 만남을 통해서 태어나고 있잖아요. 그래서 어떤 민족주의니 이런 것보다는, 국가간의 만남을 통해서 태어나기 때문에 국제가족이라고 부르자. 그리고 24시간권의 지구촌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든 수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아름다운 심성을 좀 가져갔으면 하는 의미에서..

박인규 : 서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서 태어나게 되고 이룬 가족이니까 국제가족이다. 부회장이 여러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배기철회장 : 예. 혼혈인가족 중에서 한 분이 계시고, 국제결혼 하신 분 한 분, 그 당시에 사할린 동포이신 분을 한 분 부회장으로 했죠.

박인규 : 그렇다면, 예를 들면 조선족이라든가 러시아에서 들어오신 해외동포들도 가입할 수가 있는 겁니까?

배기철회장 : 예.

박인규 : 실제로 그런 분들이 많이 있나요?

배기철회장 : 있습니다.

박인규 : 몇 분쯤 계십니까?

배기철회장 : 현재로는 러시아. 고려인도 있고, 중국교포도 있고. 혼혈인 뿐 아니라..

박인규 : 6.25때 들어온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 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국제적으로 생겨난 가족들이면 다 들어올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지난 주말에 대구에서 지부 결성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배기철회장 : 네. 지부결성을 할 때 이덕화 선배님과 최수종 단장과 그 외 일레븐 연예인축구단이 와서 축구경기도 하고, 창단식 하는 데 참석해서 도움말씀도 주시고 그랬습니다.

박인규 : 지역지부를 다 만들고 계신 겁니까?

배기철회장 : 예.

박인규 : 대구가 처음입니까?

배기철회장 : 대구가 두 번째입니다.

박인규 : 그 전에는 어디였죠?

배기철회장 : 강원도 원주입니다. 그리고 지금 대구지부를 만들고 그 다음 제주도를 계획하고 있어요.

박인규 : 사실 최근에 혼혈인 문제를 언론에서도 많이 얘길하고 그러는데.. 솔직히 말하면 하인즈 워드라는 미국풋볼스타가 오니까.. 그 전에는 국내에 계신 혼혈인들이 아무리 얘길 해도 잘 들어주지 않다가 하인즈 워드라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딱 오니까 사회문제가 됐고 관심을 기울이게 됐단 말이에요. 그런걸 보고 계시면 한편으론 기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실 것 같아요. 어떤 느낌이세요?

배기철회장 : 6.25가 일어난지 거의 55년 됐는데.. 물론 우리나라가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한테 관심을 못 가졌다고 하지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와서 누굴 통해서든 혼혈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슈화 된 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저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좀 자존심이 상하더라구요. 왜냐하면 자국의 문제는 자국에서 해결해야 되는데..

박인규 : 사실은 하인즈 워드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인데..

배기철회장 : 예. 와갖고 정치, 경제, 문화가 뒤집어지듯이 바뀌니까 그때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서운했습니다.

박인규 : 지난번에 하인즈워드가 처음 왔을 때 국회에서 혼혈인에 관한 공청회인가를 열었는데 방청객이 한 명도 없었답니다. 그래서 주최하신 분이 '하인즈워드가 왔으면 손님들이 많았을텐데..' 하고 상당히 안타까워 했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이런 생각이 들어요. 같은 혼혈인이라고 해도, 하인즈 워드도 있지만 최근에 다니엘 헤니라고 잘생긴 배우 있지 않습니까? 외국에서 좀 출세했거나 성공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좋게 보고, 국내에 사시는 혼혈인들에 대해서는 좀 낮춰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좀 바뀌었다고 보십니까?

배기철회장 : 물론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영어를 잘하니까 EBS방송이든 영어강의도 하고, 드라마나 광고의 주인공도 하고 합니다. 그러면서 혼혈인도 무대가 많이 세워졌다고는 합니다. 그 말씀도 맞지만, 그 이상으로 고차원적인 차별이 있습니다. 미국같은 나라는 차별이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거든요. 자기가 노력해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되는 나라고 우리나라는 열악한 환경이란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인순이씨나 김동광 감독같은 분들이 훌륭하고. 그 분들을 낳은 어머니들이 더 훌륭하더라 하는 거죠.

박인규 : 네.. 국내에서 성장하고 자란 혼혈인들은 훨씬 어려운 역경 속에서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하인즈 워드가 왔기 때문에.. 기분은 썩 좋지 않으시겠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최근 국회에서도 혼혈인에 관한 여러가지 법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법들을 만들고 있죠?

배기철회장 : 3월 28일날 김충환 의원이 발의한.. 아직 임시국회에서 안 들어간 걸로 알고 있어요. 차별금지법이라든가, 혼혈인들에 대한 지원책들을 많이 내놓고 있고, 동거를 하고 있는 국제가족들이 있는데 애를 낳았지만 국적을 취득 못했어요. 그 분들이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렇게 해줘야만 다른 사회문제가 안 생기거든요.

박인규 : 지난 5월 26일에 노무현대통령께서 외국인정책회의라는 걸 여셨습니다. 그 자리에 가셨던가요? 어떤 말씀을 주고받았습니까?

배기철회장 : 보통 회의자료를 보면, 외국인정책회의에서 출입국문제나 이민에 관한 것들이 주 내용이었는데, 전 부처장관들이 다 나왔기 때문에 저도 위원으로서 한 마디 했어요. 혼혈인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고 정부부처에서 이렇게 신경을 쓰고 법안과 지원책도 만들고 이런 건 다 고맙다. 그러나 정작 방향은 우리가 아닌, 6.25전후에 태어난 1,2세대가 아닌 지금 세대에 태어난 아동들과 청소년들로 흘러가고 있다. 그 분들은 차라리 차별금지법이 생기고 지원책이 생기면 기본적으로 보장받는 거 아니냐. 하지만 저희들은 6.25로 인해서 국가안보가 위태할 때 UN군이 우리 안보를 지켜준 이면에 저희 같은 사람들이 태어났다. 저희 엄마도 아녀자였다. 아들을 낳고 딸을 낳고.. 그 당시 내가 태어나다 보니까 친정과 시집에서 쫓겨났다. 우리 할아버지가 부산 초대시장이었다. 그 얘기까지 하면서, 그때는 국가가 국민과 아녀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책임을 못 졌지만, 지금은 OECD국가로 경제대국이 되고 다른 나라에 원조를 하는 나라까지 됐는데 저희들을 방치해 놓고 감추고 싶은 부분으로 남겨놓는다면 국가도 책임이 있지 않느냐.. 이제는 저희 어머니 세대의 명예회복을 시켜주고, 저희 1,2세대에게는 소파에 준하는 양육비를 성인이 될 때까지 지원하는 등 보상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자국민의 감춰졌던 문제들이 해결된다.

박인규 : 혼혈인 중에서도 6.25 때문에 태어나신 분들을 위해서 정부가 보다 더 배려를 해줘야 되는데, 어머니들을 위한 명예회복과 당사자들에 대한 보상.. 보상이란 건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를 다 말씀하시는 겁니까?

배기철회장 : 물론 우리나라에는, 소파협정에 민간피해에 대해서는 거의 없습니다. 일단은 한국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전국민이 아는 사실이거든요. 그렇다면 그로 인해서 태어난 저희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지고, 지금 저희세대 어머니들이 다 70대에서 90대입니다. 여름 되면 농짝 하나 제대로 붙은 집이 없어요.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고.. 그냥 나머지 여생을 잠자리라도 좀 편안하게 지내고 가실 수 있도록 쉼터나......

박인규 : 6.25로 인해서 태어나신 혼혈인들이 지금 대략 국내에 몇 분이나 계신지 알고 계십니까?

배기철회장 : 지금 한 400여명...

박인규 : 그 분들의 어머니들을 비록 노후지만 좀 편안하게 해드리고, 이른바 기지촌 여성이라든가 하는 불명예를 벗겨달라... 그런 제안에 대해서 노무현대통령이나 다른 장관들에게서 어떤 대답이 있으셨던가요?

배기철회장 : 노무현대통령께서도 제 얘기를 많이 메모를 하시더라구요. 그 중에서 어떤 기자분이 묻더라구요. 하인즈 워드가 오는 바람에 법안이 만들어지고 여야가 힘을 합쳐서 뭐가 되는 것같이 하는데 정작 변한 게 있느냐.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어요. 물론 그런 생각이 들 수는 있지만,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나.. 특히 법무부에서는 2,3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더라구요. 다른 나라의 피해사례나 인권문제 이런 것들을 조사해서 이미 다 준비했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모습을 제가 봤으니까 달라졌다..

박인규 : 어쨌든 본인도 6.25때문에 태어나신 입장에서는 그 분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경제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국내 혼혈인의 현주소를 진단해 보기 위해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 배기철 회장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배기철회장께서도 1955년생.. 6.25전후로 태어나셨는데 태어난 과정 자체가 그렇게 순탄치는 않은 걸로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말씀을 좀 해주실 수 있나요?

배기철회장 : 저희 어머니가 장씨 가문에 시집을 갔어요. 고향은 부산입니다. 부산에서 김해로 시집을 갔는데 거기서 아들을 먼저 낳고 딸을 낳았거든요. 그때 당시 여자분들은 공부를 안 시켰어요. 시집만 잘 가면 된다고 해서 시집을 갔는데, 농산물을 시장가서 팔아오라고 해서 부산에 나갔다가 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난을 당한 거죠. 그래서 애를 낳고 한 2년 정도 되니까 표가 나거든요. 그래서 아들은 대를 이어야 되니까 놔두고, 저보다 나이 많은 누나 손잡고 나를 등에 업고 시집에서 쫓겨난 거죠. 외가에서도 가문의 창피스러운 일이니까 오지 말고 작은 보트 10대와 여관을 마련해 줘서 거기서 먹고 살아라... 그래서 누나와 어머니와 함께 셋이 살았죠.

박인규 : 어머니께서도 상당히 고생을 많이 하셨겠어요.

배기철회장 : 특히 시집과 친정에서 쫓겨나니까.. 그렇지 않아도 한국여인들은 한이 많잖아요. 가슴앓이를 많이 하고.... 죄인 아닌 죄인이 돼서 평생 살았죠. 가정이 해체되고, 친인척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심지어는 저와 삼촌과 이모부하고 많이 싸웠어요. 엄마한테 함부로 대한다고.

박인규 : 삼촌들이 어머니한테 함부로 대한다구요?

배기철회장 : 절 낳았다고 죄인취급 하듯이 함부로 대하고..

박인규 : 사실은 본인이 택한 것도 아닌데... 하인즈 워드의 어머니 같은 경우는, 속된 말로 아들이 출세하니까 아주 장한 어머니가 되셨고 상당히 존경받는데, 국내에 계신 혼혈인 어머니들은 상당히 그런 한이나 사회적인 멸시랄까.. 좀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배기철회장 : 오죽하면 아들과 둘이서 산속에서 약초나 캐고 살아요. 아들도 똑같이 저와 같이 결혼 안하겠다고 엄마하고 둘이 사는데.. 그 어머니도 상당히 연세가 많은데 아프셔서 오래 못 사실 것 같아요.

박인규 : 그럼 배기철씨는 외가쪽 식구들과 그렇게 가까이 지내진 않으시겠네요?

배기철회장 : 왕래를 안하죠.

박인규 : 외가쪽 식구분들이 만나시기를 원치 않으십니까?

배기철회장 : 한 번은 엄마산소를 찾고 싶어서 방송국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는데, 내려간다고 연락을 하니까 문을 잠그고 없더라구요. 그래서 엄마 산소도 모르고 돌아가시는 것도 못 봤어요.

박인규 : 아직도 모르십니까?

배기철회장 : 예.

박인규 : 돌아가실 때도 몰랐고, 지금도 어디 묻혀 계신지도 모르고? 참.. 제가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혼혈인.. 특히 6.25를 전후해서 태어나신 혼혈인들이 굉장히 고생이 많으셨다고 말씀하셨는데, 학교도 잘 못 갔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렇죠? 학교에서 안 받아줍니까?

배기철회장 : 안 받아주는 것보다 본인들이 학교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백인 같은 경우는 좀 덜한데, 남자들은 싸울 수도 있고 하지만 특히 여자흑인계열이 상당히 힘들었어요. 아프리카로 가라느니. 아프리카에서 왜 왔나. 깜둥아.. 하고 놀려대니까 상처를 받는 거죠. 그래서 결국 포기를 하는 거고.

박인규 : 그렇게 따지면 정말 인순이 같은 분은 역경을 딛고 성공하신 거네요. 그렇게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니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갈 거 아닙니까?

배기철회장 : 학교를 나와도 포기 안하고 대학을 나온다 해도 취업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어요.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이력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가면, 우리는 그런 사례가 없어서 안된다. 아르바이트 자리도 흑인쪽 아이들은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도 있으면 장사를 하거나 자영업을 하면 되는데 물려받은 재산은 없는데다가 교육도 못 받고 좋은 직장 못 구하지.. 그러니까 가난이 계속 대물림 되는 거죠.

박인규 : 배기철 회장께서는 장가를 좀 늦게 드셨는데, 자녀분이 있습니까?

배기철회장 : 제가 스물 두 살 때 2년 연애하다가 결혼하려고 한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양쪽 부모의 반대도 무릅쓰고 하게 됐는데 제가 그랬어요. 우리 결혼식 하지 말고 애 낳지 말고 살자.친구같이 한평생 살아보자. 그런데 80년대 그때 그런 여자가 있습니까? 자기 사랑하는 사람의 애를 낳고 싶어하는 게 여자인데, 그때부터 연락이 안 됐어요. 그러고 나서 제가 24살 때 정관수술을 했습니다. 딸 아들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 할 때에..

박인규 : 애를 안 낳으시겠다는 건 본인이 당한 고통을 물려주기 싫다? 어쨌든 굉장히 큰 고생을 하셨는데 특히 6.25를 전후해서 태어나신 혼혈인들 입장에서, 사회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들한테. 아까 어머님에 대한 명예회복이라든가 그동안의 고통에 대한 보상.. 이런 말씀을 하셨지만 자녀분들도 있기 때문에..

배기철회장 : 대한민국 국민이면 국방의 의무도 해야 된다고 봅니다.

박인규 : 군대는 본인이 가고 싶어도 못 갑니까?

배기철회장 : 저는 신체검사도 안했어요. 그때는 참 좋았는데 이제 보니까 엄청난 차별인 거죠.

박인규 : 말하자면 내가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군대 가겠다 그래도 혼혈인이니까 안 받는 겁니까?

배기철회장 : 전에는 부계혈통에서 자라지 않으면 가난하고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군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해서 원천적으로 못 갔어요.

박인규 : 아버님이 외국인이면 안된다..

배기철회장 : 예. 부계혈통을 따지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이제는 국가인권차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병무청에서도 완화시켜서 지원을 하면 받아주겠다.

박인규 : 이제는 본인이 원하면 받아주겠다. 결국은 경제적인 문제가 상당히 클텐데 일자리 같은 부분과 관련해서 정부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요?

배기철회장 : 지금 나이들이 다 들고 몸도 안좋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특별히 취업을 하기 보다는, 그 2세들이 있잖아요. 우리 가족들이 결혼해서 태어난 아이들. 이 아이들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장치가 없으면 지금 아무리 법을 만든다고 해도..

박인규 : 우선 혼혈인 2세들이 마음편하게 학교 다닐 수 있도록.

배기철회장 :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힘들어져요.

박인규 : 혹시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에서는 혼혈인들을 위해서 어떤 사업을 계획하고 계십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배기철회장 : 첫째는 6.25 전후 세대의 어머니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그 당시 1,2세대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책으로 해서 임대아파트를 해준다든가. 또 힘들고 활동을 제대로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쉼터를 만들어 준다든가. 또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많은 힘을 쓰려고 해요. 실태조사도 해야 되구요.

박인규 : 나름대로 학교를 만들어 보실 계획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배기철회장 : 쉽게 표현해서 대안학교인데.. 영어도 가르치면서 한국국어와 역사를 가르쳐야 된다. 그래야 학력이 인정을 받거든요. 그런데 지금 경기도에 있는 외국인 학교 같은 경우 등록금이 상당히 비싸요. 거의 한 달에 100만원씩 들어가니까 어렵습니다. 저희들은 인적 자원이 많잖아요. 외국인 주부들 중에 영어 잘하는 사람도 있고, 중국어 하는 사람들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 분들을 최대한 인적자원으로 활용해서 영어도 배우고 우리나라 언어도 알아야 되고..

박인규 : 어쨌거나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상당히 높은데, 차제에.. 당부랄까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주시죠.

배기철회장 : 지금은 지구촌이라고 해서 24시간권 안에 있고, 또 우리가 세계화, 글로벌화, 세계인이라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우리 대한민국 고유의 심성 있지 않습니까.. 잔치하면 나눠먹고 약한 사람이 구타당하면 가서 말려주고.. 남을 배려하고.. 그런 폭넓은 국민의 아름다운 심성을 가질 때 그게 세계인이 되는 겁니다.

박인규 : 아름다운 심성을 모두들 나눠갖자.

배기철회장 : 이 땅에서 어떤 경로든 간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분들을 차별하지 말고 지구촌 인류애로 안을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 국민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인규 : 피부색이나 머리카락 색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정말 인정 넘치게 사는.. 그런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배기철회장 : 네.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