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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빼달라는 농민에게 미군병사가 총 겨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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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차 빼달라는 농민에게 미군병사가 총 겨눠

대추리와 닮은 꼴인 경기도 파주 무건리 주민들의 삶

지난 27일 경기도 파주에 자리잡고 있는 무건리 훈련장 인근에서 길을 막고 있던 주한미군이 차를 빼달라고 요구하는 주민에게 총을 겨누며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났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파주시 적성면 무진리의 '국군종합훈련장 백지화 대책위원회'는 29일 "지난 2002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형식적인 구두사과에만 그쳐 별 의미가 없었고, 이번에 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지게 됐다"며 미군 측의 서면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 빼달라고 요구하는 데 미군병사가 총 겨눠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부모님을 뵙기 위해 파주시 법원읍 직천2리를 방문한 안모 씨는 27일 오전 7시경 친구 홍모 씨와 함께 차를 타고 훈련장 인근에 있는 마을 오현리로 가던 중 마을 입구를 가로막고 서있는 미군 대형트럭과 마주쳤다.
  
  그들 외에도 이 트럭 때문에 길을 지나지 못하는 차들이 점점 늘어나자 이를 보다못한 홍모 씨가 차에서 내려 미군에게 차를 빼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트럭 안에 타고 있던 미군 병사가 응답 대신 홍모 씨의 가슴에 대고 총부리를 겨눈 것.
  
  이를 보고 놀란 안 씨는 차에서 내려 "민간인에게 총을 들이댈 수 있느냐, 당신네 나라에서 그러면 시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항의했고, 이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미군은 현장에서 차량을 빼 훈련장소로 이동했다. 그러나 안 씨와 홍 씨는 미군을 2km가량 쫓아가 이들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해당 미군병사는 파주경찰서 웅담파출분소에서 구두로 사과했다. 안 씨와 홍 씨 등 주민들은 서면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민간인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총에 탄창까지 장착되어 있는 것을 분명히 봤다"며 "주한미군이 이렇게 주민을 위협하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지난 2002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형식적인 구두사과에만 그쳐 별 의미가 없었고, 이번에 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지게 됐다" 미군 측에 서면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툭하면 주한미군과 주민 간 갈등 일어나…
  
  문제는 경기도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 주변에서는 이와 같이 군인과 주민이 직접 갈등을 빚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점이다.
  
  '미선이 효순이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 2002년 5월 18일 밤에도 훈련을 빌미로 도로를 통제하는 데 항의하는 주민에 대해 미군이 총으로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날 미2사단 44공병대 00중대는 항의하는 주민에게 공포탄을 장전해 위협하고 선두차 운전병이 차량으로 주민을 밀어붙여 물의를 일으켰다.
  
  또 지난 1월 11일에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무건리 훈련장 입구에서 삼박골로 이어지는 362번 지방도로에서 미 2사단 1여단 소속 미군들이 훈련을 이유로 지자체에 통보하지도 않고 통행을 전면 통제해 문제가 됐었다.
  
  당시 미군들은 '미선이 효순이 사건' 이후 훈련시 자치단체에 통보토록 한 소파(SOFA,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규정을 어기고 아무런 통보도 없이 훈련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현장에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수십 대의 차량들이 10여km를 우회해 돌아가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또 현장에 카츄사 등 통역이 가능한 병사도 배치하지 않아 운전자들의 거센 항의를 사기도 했다. 당시 미군은 3시간 만에 통제를 풀었다.
  
  '무건리 훈련장 백지화 대책위원회' 윤병설 위원장은 "이곳에서 군인과 주민이 직접적으로 갈등을 겪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며 "미군이든 한국군이든 이들은 훈련장 안에서만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필요에 따라 주민들의 사유지에서도 그냥 훈련을 진행하곤 한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무건리 훈련장 백지화 대책위원회' 윤병설 위원장
  
  1986년 건설된 파주 법원읍 무건리 훈련장은 한국군과 미군이 공동으로 사용하며 전술훈련이나 사격은 물론 대포 등 중화기 사격 훈련장으로도 이용되어 왔다.
  
  무건리 훈련장 규모는 500만 평 수준. 1996년 국방부는 이를 배 이상 늘려 1100만 평으로 확장시키는 계획을 수립하고 1997년부터 협의매수를 시작했다. 훈련장 확장 계획에는 파주시 직천1리 일부와 오현 1,2리 지역 전부, 그리고 양주시 비암리 일대가 포함되어 있다.
  
  현재 토지매수는 중단된 상태다. 토지 대부분을 소유한 250여 가구가 매각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평당 4만~7만 원으로 책정된 공시지가를 기준을 땅을 매입하려고 하나 '이 지역이 20년 동안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시지가가 주변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훈련장 확대 사업을 백지화하고 토지매입 작업을 중단하거나 땅값을 보다 현실적으로 책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무건리 훈련장 백지화 대책위원회 윤병설 위원장과의 전화인터뷰 내용.
  
  '무건리 훈련장 백지화 대책위원회'는 언제부터 시작됐나?
  
  -국방부가 '무건리 훈련장'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 1996년으로 벌써 10년이 됐다. 국방부는 그 이후 협의매수를 통해 확장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토지들을 협의매수로 사들이기 시작했으며, 주민들 중 일부는 땅을 팔고 떠났지만 상당수 주민들이 남아있다.
  
  지난 3월 31일 국방부는 현재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우현 1,2리에 화생방 훈련장을 짓겠다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하려 했다. 무건리 훈련장을 확장하는 데 주민들의 환경이나 교통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내용의 설명회였다. 주민들은 '우리를 쫓아내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구나'하는 생각에 분노를 느꼈고, 결국 대책위를 결성했다.
  
  현재 평택 팽성읍 대추리와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
  
  -사실 그렇다. 하지만 대추리는 국방부와 경찰이 나서서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고 미군은 직접 갈등에 관여하지 않지 않나. 하지만 이곳에서는 군인들이 훈련장 밖에서도 막무가내로 훈련을 벌이는 통에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또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 알수 있는 것처럼 탱크나 트럭 등이 다니는 길에는 인도도 따로 없어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또 군인을 실은 트럭이나 탱크가 지나다닐 때마다 생기는 분진이나 소음, 진흙얼룩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정부에 진정은 넣어봤나. 반응은 어떠한가?
  
  -협의매수가 10년째 진행 중인 만큼 우리는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방부, 청와대 등에 수없이 진정을 넣어왔다. 이들의 회신은 훈련장을 사들이는 담당 부대를 통해서 오는데 회신 내용은 10년 동안 똑같다. △훈련장 확장계획은 그대로 진행된다 △예산이 잡히는 대로 협의매수를 더 진행하겠다 △훈련 중 주민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27일 사건을 보면 알수 있듯 주민의 피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훈련장 확장 예정지역이라 주민들이 개·증축을 하려면 군부대에서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재산권에도 제약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또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형편이라 주민들의 불안감도 크다.
  
  27일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대응방안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논의하지 못했지만 일단 서면사과를 계속 요구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 자체가 주민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확장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하나의 근거가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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