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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바이! 알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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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바이! 알타이"

서길수 교수의 '알타이 답사기' 〈69〉

7월 18일, 방안 온도가 26~27℃로 시트 한 장만 덮고 잤다. 오늘은 느지막하게 아침 8시에 기상하기로 했는데 6시 반에 일어났다. 밖을 내다보니 엊저녁 비가 내린 모양이다. 아침 8시 로비에 나갔으나 8시 30분이 다 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통역을 맡은 플루스닌 교수에게 전화했으나 계속 통화중, 방으로 직접 찾아가보니 부인과의 통화가 계속되고 있다.

9시 15분 총장을 만나고, 바르나울 박물관을 관람한 뒤 11시가 넘어서야 바르나울을 떠났다. 오비강 다리를 건너 톨게이트를 지나 시내를 벗어나자 유리 할아버지의 차가 기다리고 있다. 엊저녁 할아버지와 이리나는 시내에 들어오지 않고 트럭에서 잠을 잤는데, 이리나는 오늘이 바로 남편의 생일이라 아침 첫차로 떠났다고 한다. 바르나울에서 노보시비리스크까지 220㎞이니 버스로 가면 오전에 도착하지만 우리하고 함께 가면 또 하루 종일 걸리기 때문이다.

큰 길에 들어서 얼마 안가 멋진 적송 숲에서 라면으로 간단히 낮밥을 때웠다.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플루스닌 교수의 딸기 사냥은 무려 30분간이나 이어졌다. 타이가 속에는 그만큼 많은 딸기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한번 딸기 따먹는데 빠지니까 자신이 통역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빠져 버린다. 모기가 그렇게 괴롭혀도 딸기사냥을 그치지 않은 플루스닌 교수는 정말 '시베리아의 곰'을 떠올리게 했다. 딸기 따먹고, 라면 먹고, 라면 국물에 빵 말아 먹고, 설탕 4개 털어 넣어 차 마시고, 다시 설탕 3봉지 그냥 입에 털어 넣고 물 마시고, 정말 많이 먹고 힘도 최고다. 그리고 아무 소리 않고 마지막 쓰레기 태우는 일을 묵묵히 해낸다.
▲ 시베리아 타이가 지역을 달리는 도로(좌), 시베리아 타이가에서 갖는 낮밥(우). ⓒ서길수

마지막으로 이번 답사에 대한 소감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았다.

ⓛ 유리 할아버지 : "탐사기간 동안 나는 내내 행복했다."

② 플루스닌 교수 : "이제 나는 내가 상상하고 바랐던 산에 도착했다."

③ 꾸바레프 교수 : "나의 친구들에게 감사하고 특히 서길수에게. 다음 탐사에서는 더 멋진 알타이를 보여주겠다. 감사합니다(몽골어로)"

④ 서진수 교수 : "깊고 넓은 자연에서 인생을 다시 생각하고 돌아갑니다."

⑤ 정원철 대원 : "이번 답사를 통해서 왜 사람들이 알타이를 아시아의 보석, 아시아의 진주라고 하는지 실감하고 돌아갑니다."

⑥ 김화동 대원 : "답사기간 동안 많은 것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⑦ 서길수 교수 : "우리는 너무나 알타이를 모르고 있었다. 이제는 알타이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⑧ 이리나(자기 집에서) : "참 좋은 여행을 했습니다. 팀이 환상적이었습니다. 다시 이런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전체 감상을 듣고 보니 나의 이야기가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내용은 사실이지만 너무 사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일 나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참 좋은 여행을 했습니다. 팀이 환상적이었습니다. 탐사기간 동안 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다시 이런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이 내용은 유리할아버지와 이리나의 감상을 짜집기 한 내용이 되어 버렸는데, 결국 이번 탐사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은 것은 이리나와 유리 할아버지이고 가정 적절하게 그 느낌을 표현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 우리는 답사 기간 내내 행복했다(좌), 할아버지 수염 당기는 손자(우). ⓒ서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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