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의 패권국가로 성장하면서 동아시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월러스틴 교수는 중국이 급성장하고 미국은 방어적인 된 현 상황에서 앞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예전에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서로를 어렵게 만들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양국이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러스틴은 현재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일본, 베트남, 동남아 등에서 미국이 대부분의 나라들과 동맹관계인 상태에서 미국은 동맹국가인 나라들에게 '우리가 너희를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도와줄 테니 핵무기는 보유하지 마'라는 식으로 테두리를 두르고 있고 중국은 일본, 한국, 베트남과 관계를 갖고 있어 이러한 상황을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월러스틴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적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재원 부족으로 유럽 전역에 있던 군대를 이전처럼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아시아 쪽으로 군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에서 여전히 주연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미국의 현재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현재 미국이 중국을 압도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가 됐다며, 미국이 생각하는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월러스틴은 한국의 대선에도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최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 그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이 '야당인 민주통합당에게 별 기대하기 어렵다, 독재자의 딸이 집권하는 것은 싫다, 그렇다면 제3의 선택을 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중국의 일차적 관심은 중국 내의 정치적 통일
김민웅: 중국이 급성장하고 있고, 미국은 아무래도 방어적인 상황이 되었다. 오바마는 최근에 국방부 예산 축소를 말했다. 당신이 보기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미래는 어떤가?
월러스틴: 지금은 꽤 좋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는 국내용 발언과 지정학적 요인들,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구분해야 한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지난 3-40년간 관계를 본다면 그들은 상황을 어렵게 만들 만한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서로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해왔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도 서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다. 물론 중국은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마 정치적으로 3-40년 전에 비해서 강해졌다. 하지만 모두 다 최고로 강한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계속적으로 강해질 것이다.
▲ 이매뉴얼 월러스틴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중국은 이전과 달리 이제는 스스로를 세계적 패권국가로 인식한다. 중국의 외교정책들을 살펴보면 1960년대나 심지어 1980년대까지도 동아시아와 동남아가 주된 관심사였다. 미국이나 소련과는 달리 세계 다른 곳에는 전혀 관련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지금 아프리카나 남미에 가본다면 논쟁의 가장 대표적인 주제중의 하나가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역할', '남아메리카에서 중국의 역할' 등이다. 이건 매우 새로운 일이다. 중국은 세계적인 힘을 가졌다. 미국이 패권 국가이고, 영국이 아직도 세계적인 힘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로 중국은 세계적인 패권국가가 되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고는 한다. 부분적으로는 한국, 일본, 베트남, 동남아 등의 요인 때문이다. 미국은 이들 가운데 대부분의 나라들과 동맹관계다다. '우리가 너희를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도와줄 테니 핵무기는 보유하지 마' 이런 식으로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 여기에 일본, 한국, 베트남과 중국이 가지고 있는 관계도 아울러 봐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매우 적다. 힘의 중심이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을 보는 한 가지 시각은 '미국의 몰락'의 측면에서 보는 것이다. 미국은 돈이 없어서 유럽 전역에 있던 군대를 더는 이전처럼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있고, 부족한 재원을 바탕으로 아시아 쪽으로 군을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주연배우가 되고 싶어 하고, 자기 말고 다른 누군가가 주연배우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예를 들어 한반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두 주연 배우는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중국을 압도할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게 되었다.
김민웅: 중국을 팽창주의적 국가로 보는가?
월러스틴: 어떤 의미의 팽창주의인가? 세계 곳곳에 더 정치적인 힘을 갖고 싶어 한다는 건가? 그렇다면 중국은 팽창주의적 국가가 맞다. 그들이 현재 그들의 영토를 넘어서 영토 확장을 하고 싶어 하나? 그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은 지금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영토를 잃지 않는 쪽에 관심이 많다. 중국은 대만, 티베트, 신장 등을 계속 보유하고 싶어 한다. 중국의 정치적인 최대 관심사는 중국내의 정치적 통일이다.
지난 5000년간 중국은 내부 분열을 무수히 경험해왔다. 중국의 정치적 통일은 공산당에 의해서 유일하게 재정립 되었다. 중국은 티베트를 독립시키지 않는 것, 대만을 어떻게 돌려받을지와 같은 중국의 전국적 통일성을 강화하는 것이 일차적 관심사이다. 나는 이것을 팽창주의라고 여기지는 않고 그들이 보는 시각으로 국가를 유지시키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이 역사적으로 자신의 영토가 어디까지였는가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로운 영토를 획득하려 한다고 보이진 않는다. 예를 들어 베트남은 중국에게 국토를 빼앗길까봐 걱정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중국은 세계적인 힘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한국과 관계 회복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만이 중재자로서 한-중-일 3국을 묶을 수 있다
김민웅: 현재 한반도는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되어 있으며, 군사적으로 대치중이다. 상대적으로 보자면 한국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북한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사실 경제적으로는 점점 더 중국의 영향권에, 군사적으로는 오랫동안 미국의 영향권 속에 있다. 양 패권세력의 중간지대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 지역에서 신뢰할만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직 우리에겐 어떤 명확한 외교정책이 없다. 무엇을 제안하겠는가?
월러스틴: 먼저 남한과 북한이 있다. 그리고 문화적이고 정치적으로 통일에 대한 압박이 있다. 한국에서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있는 걸로 안다. 즉 첫 번째로는 조금 더 강하게 나가면 북한의 붕괴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고 두 번째로는 '햇볕정책'으로 일컬어지는 것으로서 서로간의 교류를 높여서 천천히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북한에서도 그런 점이 논쟁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북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알기 정말 힘든 게 사실이지만.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새로운 지도자의 최근의 움직임은 경제 상황을 내부적으로 발전시키려 하고, 군사적 문제를 경제로부터 독립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것이 그들 방식의 일종의 '햇볕정책' 일지도 모른다.
▲ 왼쪽부터 원자바오(溫家寶)중국 총리, 노다 요시히코 (野田佳彦) 일본 총리, 이명박 대통령 ⓒAP=연합뉴스 |
확언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 향후 4~6년 안에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은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은 달갑지 않아 한다. 통일이 되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한국의 힘이 강해지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갑작스런 변화가 많은 사람들을 중국으로 유입시킬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과 함께 핵확산을 두려워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절대로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이미 핵 개발 능력을 가진 한국, 일본, 대만 등이 핵을 보유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아마 지금 준비 중일지도 모른다. 그건 사실상 정치적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추세는 막기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한다.
아마 지금부터 10년 후쯤이면 한국, 일본, 대만은 핵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중국과 미국은 이런 상황을 반길 수 없다. 이 문제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웃음) 모두가 핵무장 국가가 된다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웨덴, 사우디아라비아 등 10년 후에는 20개국 이상이 핵보유 국가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핵보유국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패권 국가들이 무기를 포기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기를 포기했는데 다른 나라들이 포기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줄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까봐 두려워서 그런 것 아니겠는가? 아마 사용능력이 낡아버린 무기는 조금 감소하겠지만 이것은 무기를 포기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지금 현재 미국은 신형 무기를 만들어 증가 시키고 있다. 군대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낡았다거나, 상대가 신무기를 가지게 된다거나 할 때 이걸 걱정하는 것은 너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이 곧바로 서로에 대한 전쟁으로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동아시아 전체가 핵을 보유하게 된다고 해도, 서로에게 핵을 투하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럴 이유가 없다. 핵보유를 정당화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핵전쟁은 당면한 긴급 현안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동아시아의 내부 관계가 달라지는 것이다. 만약 한반도가 통일되고, 중국이 대만을 흡수해서 하나의 중국이 될 경우, 통일 한국, 중국, 일본은 굉장히 큰 경제적 유인으로 서로의 관계를 강화시키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유럽연합같은 구조를 가진다면 지정학적으로도 더 강해질 것이다. 미국은 이런 아시아의 연대에 새로운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는 10~15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웅: 그런 상황이라면, 한국에게 어떤 외교정책을 제안하겠는가?
월러스틴: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은 훨씬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중일이 하나가 되는 통합구조를 형성한다면, 중국이나 일본은 서로가 주도적인 국가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할 것이다. 따라서 일본이나 중국이 주도하는 방식이 된다면 동아시아의 연합은 불가능하다. 한국만이 중재자로서 한-중-일을 묶을 수 있는 것이다. 이건 한국이 기대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핵보유, 통일, 아시아공동체 등등 모두 한국에게서 그 해법을 기대할만한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 느낌에 한국의 교육받은 대중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대선, 제3후보에 대한 지지는 자연스러운 것
김민웅: 3명의 대선후보가 있다. 여당 박근혜, 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그 셋이다. 그런데 특히 안철수의 경우, 무소속 후보다. 한 개인이 정당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고 등장했다. 어떻게 보나?
▲ 한국의 유력 대권 후보들. 왼쪽부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월러스틴: 나도 여기 와서 신문을 열심히 보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건 사실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때때로 어떤 국가든지 인구의 일부가 주류 정당 제도를 거부하며 정치권 밖의 외부인을 문제의 해결자로 원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도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 첫 번째로 '제시 벤투라'라는 레슬링 선수가 있었다. 두 주류 정당이 모두 엉망이라고 주장하며 무소속 후보로서 미네소타 주지사로서 당선되었다. 물론 그가 별로 보여준 것이 없어서 4년 후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더 중요한 케이스는 '로스 페로'로서 그는 매우 부유한 사업가로 1992년에 정치계에 등장했다. 공화당도 민주당도 엉망이라고 주장하면서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다. 그리고 그는 민주당의 표보다 공화당의 표를 많이 뺏어 와서 결과적으로는 빌 클린턴 당선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클린턴은 당선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는 1996년에 한 번 더 나섰지만, 그땐 그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졌다. 어느 나라나 어느 시점에 비정치적인 누군가가 제3의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국은 박정희의 오랜 독재체제를 겪었다. 이후 한국은 중도좌파 정당인 야당을 선출하는 것 또한 두 번이나 성공해냈다. 그리고 보수당에 다음 정권을 내 주었고, 전 대통령이 자살하기도 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에게 별 기대하기 어렵다, 독재자의 딸이 집권하는 것은 싫다, 그렇다면 제3의 선택을 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자연스럽다. 그리고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의 지지도는 높게 나오고 있다.
로스 페로의 경우와 다른 것은,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문재인 후보의 공약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둘은 거의 비슷한 노선이지만 한 명은 '당이 중요하고 당의 대표다'라고 말하고 한명은 '나는 기존 정치에서 독립적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만약에 둘이 같이 나온다면 박근혜 후보가 승리할 것이고, 그 둘이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만만치 않은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단일화를 할 것인가? 음. 나는 이 문제를 이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대부분은 단일화 가능성에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문재인 후보로의 단일화인지 안철수 후보로의 단일화인지를 물어보면, "어떻게 알아?" 이렇게 말하더라. (웃음)
이게 현재 상황이 아닐까 싶다. 단일화 과정에서 협상이 있을 것이고, 두 후보 모두 인격적으로 자기중심적이지 않기 때문에, 협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 둘 모두 단일화가 되면 승리할 확신이 있다고 믿을 것이다. 문재인이나 안철수 모두 나서면 곤란해진다는 것은 확실하니 단일화 압박은 매우 거셀 것이다.
김민웅: 중국과 동아시아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의 국내정치 돌아가는 사정도 파악하고 있으니 놀랍다. 이들 가운데 선출되는 대통령이 한반도의 분단 상태와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유능하게 풀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한국인들의 희망과 기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