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학술관광 타운인 "데니소바동굴"은 실제 데니소바동굴에서 200m 떨어진 산 밑, 아누이 강둑에 위치하고 있다. 2~4명이 들어갈 수 있는 코티지(방갈로) 12개가 있으며 각 코티지마다 샤워시설과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다. 이 부근에서는 가장 좋은 숙박시설이다. 이 타운 안에는 식당과 사우나 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헬리콥터 착륙장도 있다. 이곳을 베이스로 하여 주변 관광을 할 수 있는데 주로 다음과 같은 몇 군데가 추천할 만하다.
첫째가 데니소바동굴이다. 이 동굴은 내일 방문할 것이기 때문에 그 때 자세하게 기록하기로 한다.
두 번째로 오늘 우리가 지나온 경계선을 넘기 직전 왼쪽으로 까라꼴계곡이 있고 까라꼴강이 흐르며 그 강을 거슬러 찻길을 따라 가다보면 초기 구석기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적들이 있다. 그 가운데 까민나야동굴은 데니소바에서 30km쯤 떨어졌는데 시간은 2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길이 좋지 않다. 이 동굴에는 신석기, 아파나시에보문화의 유물이 가장 많이 있다. 또한 청동기와 중세 문화층도 있다.
동굴 문화층의 나이는 12만 년까지 보고 있지만 동굴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사람은 BC 40만 년 전부터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까라꼴 계곡에는 무제이나야동굴도 있다. 무제이나야동굴은 까라꼴강의 중류 계곡 오른쪽 비탈에 있다. 아주 아름다운 동굴이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너비 0.8~2.6m이고 높이는 0.5m, 동굴 깊이는 33m, 통로 길이는 850m이다. 크리스털 종유석은 방해석(方解石)이 첨가되어 형성되었기 때문에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것같은 보기 드문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여섯 개의 홀에는 종유석과 산호층을 볼 수 있다. 동굴에서 사람의 뼈와 동물들의 뼈도 발견되었다.
세 번째는 쉬녹(Shinok)강의 경치이다. 쉬녹강 위쪽에는 좁은 계곡과 3개의 작은 폭포가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은 60m나 된다. 이 위에도 4개의 작은 폭포가 더 있다. 쉬녹 폭포 관광은 관광타운 "데니소바동굴"에서 시작되는데, 차로 계곡을 따라간 뒤 1시간쯤 걸어서 가야 한다. 폭포뿐 아니라 주변 풍경, 알타이 야생의 자연스런 모습, 그리고 시베리아의 타이가가 놀라운 경치를 보여준다. 폭포 부근에는 많은 알타이 식물들이 자란다. 일정을 여유 있게 잡아 며칠쯤 이곳에서 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니소바동굴"은 이 지역에서 가장 좋은 관광타운이지만 예약도 하지 않고 저녁 늦게야 도착한 우리에게 줄 빈자리가 없었다. 우리가 값을 따로 주기로 하고, 꾸비레프 교수의 막강한 배경을 이용해 보았지만 여름 최고 시즌에 갑자기 방을 내놓기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참을 기다리다 어떻게 해결이 되었는지 짐을 옮기기 시작한다. 북쪽 산중턱에 있는 오래된 주택(695m, N51°23'758", E84°40'713"")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오늘은 텐트에서 자지 않고 방에서 잘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방에 들어가 보니 당장 돌아나가 텐트를 치고 싶을 정도다. 6개의 침대가 들어있는 방에서는 냄새가 나 견딜 수가 없다. 메트리스와 침낭이 어지럽게 쌓여있는 방에는 몇 년간 청소를 하지 않은 것처럼 캄캄하다. 통풍을 시키려고 했으나 창이 열리지 않아 할 수 없이 들어온 문을 열어 놓았다. 그래도 어찌할 것인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불평하지 말라"고 하였다. 바로 저녁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30분쯤 지나니 냄새 때문에 숨 쉬기 어려웠던 방에서 그래도 참을 수가 있었다. 놀라운 적응력이다.
오늘은 사실상 탐사 마지막 날 밤이다. 내일은 노보시비리스크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랜만에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꾸바레프 교수는 웃는 모습들을 디지털카메라에 담았고 우리는 함께 노래도 부르고 온갖 농담도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간 다진 우정으로 많이 친숙해졌기 때문에 통역이 없어도 그간 들은 말투만 흉내 내도 통하고 웃고 한다.
냄새는 나지만 오늘은 텐트 치는 시간이 없어 여유가 있다. 저녁에는 그간 찍은 비디오를 보는 시사회가 열렸다. 비록 작은 화면이지만 모두 자신들이 주연인 화면이기 때문에 신나게 본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찍은 나는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대기 버튼과 찍는 버튼을 거꾸로 눌러 쓸데없이 많은 테이프를 낭비했고 어떤 곳은 꼭 나와야 할 장면이 안 나온 곳도 있었다. 11시까지 시사회 하느라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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