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트-칸에는 특별히 볼만한 명승고적은 없고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마을이기 때문에 보급품을 확보하는 마을이다. 우리도 보급품 조달을 마치자 바로 출발했다. 꾸바레프 박사가 오늘은 데니소바에서 잔다고 한다. 날씨가 흐려 비가 오기 시작한다.
제법 잘 닦여진 길을 달려 북쪽으로 올라간다. 16㎞를 가면 뚜엑따로 가는 길과 데니소바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리는 왼쪽 길을 택해 데니소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힘겹게 높이 1313m의 껠레이고개(Per. Keleiskii)를 올라서면 두 그루의 샤먼나무가 기다린다. 고개를 넘어 껠리이마을에 다다르면 마을 뒤에 펼쳐진 넓은잎나무(활엽수) 공원의 숲을 보게 된다.
우스트-무따라는 마을을 지나 17㎞를 가면 알타이공화국의 마지막 마을 체르늬이 아누이(Chernyi Anui)에 다다른다. 이 마을은 알타이크라이와 알타이공화국의 경계에 위치한 아누이 골짜기에 있는데, 바로 이 마을 뒤쪽에서 깐스까야 스텝(대초원, 광야)과 산분지가 시작된다. 알타이 학술탐험대에 참가했던 레리히는 자신의 일기장에 이 마을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고상하면서 완벽할 정도로 매력적인 파란, 연보라, 노란, 분홍 꽃들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다! 이 아름다움에 대한 행복감으로 나는 울 뻔했다. 범상치 않은 산의 겉모습, 기묘한 형태의 보라 빛 그림자에 도취되었다."
비오는 길을 달리느라 그런 멋진 흥취를 느끼지는 못했다. 이 마을을 지나 아누이강을 따라 조금만 더 가면 알타이공화국과 알타이크라이 경계가 나온다. 시간은 이미 오후 7시를 넘어가고 있다.
경계표지판을 넘자마자 주변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마치 내설악에 들어서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산골이 된다. 구름에 쌓인 계곡을 바라보던 원철이가 "금강산 같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러나 사실은 원철이가 금강산을 가 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금강산을 가면 "데니소바 같다."고 해야 논리상으로는 맞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런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산속에 조용히 자리 잡은 곳이 데니소바다. 데니소바 입구에 선 표지판에 보니 '우스트-칸 58㎞'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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