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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인가, 제관인가, 아니면 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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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인가, 제관인가, 아니면 신인가?

서길수 교수의 '알타이 답사기' 〈58〉

까라꼴 벽화를 처음 볼 때 맨 먼저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인물의 묘사다.

만화에 나오는 우주인 같기도 하고, 도깨비 같기도 하고, 탈춤을 추는 춤꾼 같기도 하고, 날아가는 곤충 같기도 하고, 반딧불 같기도 하고, 허수아비 같기도 하고, 강시 같기도 하고, 그런데다 몸은 사람인데 머리는 짐승인 인물도 있다. 도대체 5000년 전 옛사람들은 무엇을 그린 것일까? 참 신기하기도 하고 혼란스럽다. 그냥 나에게 아주 쉽게 판단해서 얘기하라면 '우주인'이다. 현대의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도 듣도 보도 못한 우주인을 그릴 때 사람과 비슷하게 그리면서도 사람과는 다른 모습을 그리다 보니 여러 가지 사람을 단순하게 그리거나 짐승이나 곤충과 섞어서 그리기도 한다. 그런데 5000년 전 옛날 이미 까라꼴의 화가는 바로 그런 우주인을 그리고 있었다.

"혹시 까라꼴 사람들은 그런 우주인들과 교류하지 않았을까?"
"께렉수르를 타고 온 우주인들이 바로 이런 꼴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다양한 우주인을 그려내, 근대 어떤 만화가가 그린 우주인보다 상상력의 단계가 높고 가지 수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의 이런 수많은 상상과 잡념에 대해 꾸바레프 교수는 간단한 대안을 제시한다. 바로 모두 '탈'을 썼다는 것이다. 탈을 쓰면 모든 것으로 변할 수 있고, 그것으로 모든 것을 쉽게 해결한다. 아니 너무 쉽게 해결해 믿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어쨌든 이 벽화를 발굴하고 책을 쓴 꾸바레프 박사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은 모두 탈을 쓰고 주인공의 사방에 둘러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까라꼴 인물들이 입은 옷을 살펴보면 이들은 짐승과 사람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짐승의 탈을 쓰고 장갑과 날카로운 발톱이 남아 있는 신발을 신었다. 검게 그려진 두 사람은 꼬리가 달렸고 등에는 털들이 남아 있는데 짐승 가죽으로 만든 것 같은 옷으로 온몸을 덮은 것 같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검은 바탕에 흰점을 찍어 얼룩무늬 겉옷을 그렸는데 발에는 맹수의 발톱같이 생긴 장화를 신었다.

탈은 특정한 형태를 표현하는 데에 쓰인다. 고대에는 탈을 써 그 인물이 탈과 같은 대상으로 변하게 했다. 만약 어떤 동물 탈을 썼다면 그 동물로 변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조상이나 신이 표현된 탈이라면 주인공은 조상이나 신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탈은 실제보다 크게 만들어졌고 또 특별한 옷을 입어 사람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다. 탈을 써서 사람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으로 변화된 것이다.

까라꼴 벽화에서 주인공을 둘러싼 모습들은 주인공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까라꼴 벽화에 표현된 그림은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보내는 의식 가운데 중요한 장면을 그린 것일 수도 있다. 그 의식에는 옷과 탈을 쓰고 조상령, 보호자, 협력자, 그리고 저승세계로 인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참석했을 것이다. 이런 가설은 까라꼴에서 나온 벽화 널돌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림이 보여주는 뜻은 서로 다른 것을 비추어 보아 형식을 분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선과 악, 빛과 어둠, 삶과 죽음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신과 검은색의 악마의 대립을 표현한 것이다. 그 안에 사람의 삶에 나타난 여러 가지 변화와 단계가 들어 있다. 당시 사람들은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사람이 여러 가지 위험과 역경을 이기고 조상들이 살고 있는 곳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었다. (꾸바레프, 『고구려연구』, 2003)

이처럼 전혀 전례가 없는 유적이 발견되면, 새로운 해석과 토론을 불러일으키고, 이미 연구된 결과와 비교해서, 베일에 싸인 수수께끼가 조금씩 풀리는 것이다. 까라꼴 벽화를 자세하게 연구한 결과 4000년 전 알타이 산악지대에 살던 주민들이 입던 옷, 머리 꼴, 여러 가지 무기의 꼴이 밝혀졌다. 벽화에 그려진 사람들의 얼굴에는 눈이나 눈썹뿐 아니라 의례적인 목적으로 가닥가닥 염색한 머리도 보인다. 머리에는 펜촉이나 바큇살 같은 복잡한 생김새들도 보인다. 이런 모든 것을 꾸교수는 '탈'이라는 해석으로 아주 쉽게 넘어가고 있다. 정말 탈을 쓰고 온몸을 가리는 옷으로 치장을 했을까?.

어쨌든 우주인에 대한 해석은 아직도 여러 가지 주장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샤먼이다."
"제사장이다."
"조상이나 신이다."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인가? 이것도 솔직하게 대답하면 "모른다"이다.
▲ (좌)까라꼴 벽화의 인물(1) (우)까라꼴 벽화의 인물(2) ⓒ서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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