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22 일 "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의 민주주의가 망가지고 있다"면서 "(차베스가) 다른 나라의 선거(페루의 우말라 후보 지원과 니카라과 대선 지원)에까지 관여해 이 지역의 민주주의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중미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언급하면서 "이 지역국가들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이 지역 국민들에게 대단히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루와 에콰도르에 이어 우루과이 등과 추진 중인 FTA가 이 지역 국민들의 위한 조치라는 해명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현재 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좌파 바람보다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무책임한 통치행위가 더 문제"라고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거들면서 "페루와 외교적인 마찰을 일으켜 상호 대사를 소환하는가 하면 볼리비아를 부추겨 가스자원을 국유화하도록 했다"고 차베스를 향해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차베스의 G-3무역블록(멕시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탈퇴와 안데스공동체(CAN) 탈퇴 등을 겨냥한 비난이다.
자신을 겨냥한 워싱턴의 비난에 대해 차베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우리를 공격하는 데 헛된 시간낭비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 인류의 생명과 세계평화를 망친 건 바로 미국"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또 "21세기는 미 제국주의의 마지막 세기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중남미 국가들이 하나로 뭉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베스는 이어 "미국이 먼저 FTA를 앞세워 이 지역의 불화를 부추겼다"면서 안데스공동체와 G-3 탈퇴에 대해서는 "중남미 국가들과의 연대강화보다는 남미공동시장을 중심으로 중남미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시간문제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마리필리 에르난데스 북미담당 외무부 차관은 "우리 정부가 중미 국가들 문제에 관여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비난은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미국은 세계최대의 원유매장량을 노리고 조만간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르난데스 차관은 "미국이 지금 당장이나 다음 달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자국의 부족한 석유소비량을 채우기 위해 당근 혹은 채찍을 들고 우리에게 접근할 것은 분명하다"면서 "미국이 당근보다는 채찍(무력)을 쓸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에르난데스 차관은 또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내정간섭을 수년 동안 해 온 게 누군데 우리를 향해 중미 국가들의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는 망발을 하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현지의 외교전문가들은 "차베스가 아닌 외무부 북미담당 실무관료의 입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가능성을 예고하는 말이 나온 것은 심상치가 않다"며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가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하고 있다. 예전의 설전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는 말이다.
더욱이 베네수엘라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석유자원 보유국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후부터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압박 양상이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미 의회 일각에선 "차베스와 대화하라"
그러나 차베스를 향한 백악관의 강경 일변도 정책과는 다르게 미 의회 일각에서는 차베스와 대화를 시도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나서서 부시 행정부의 대베네수엘라 전략이 전체적으로 잘못 수립됐다고 지적하고 이제부터라도 상호 극한대립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평론가들은 "차베스를 향한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지금까지 매파들의 주장대로 채찍을 들고 강경책을 구사하는 것이었으나 미국 내에서조차 대 베네수엘라 정책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라며 "미국이 (이라크나 다른 나라들처럼) 베네수엘라를 힘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차베스가 너무 세계적인 인물로 커 벼렸으며 미국이 이를 도운 셈" 이라고 쓴 소리의 논평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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