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탈북자동지회 김성민회장을 초대해 한국에 사는 탈북자들의 고민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탈북자 동지회 김성민회장입니다. 김성민 회장은 북한의 대표적 작가 양성 교육기관인 평양 김형직 사범대학을 졸업한 시인으로 1995년 10월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강제소환된 뒤 1996년 4월에 재탈북에 성공했고, 1999년 2월에 남한에 정착했습니다.현재는 탈북자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4월16일부터 탈북자동지회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프로그램에 탈북자 시인이 또 한 분 나오신 적이 있습니다. 최진희씨라고요.
김성민 회장 : 네. 저와 대학동창이었습니다.
박인규 : 동기동창이셨어요? 아주 잘 아시겠네요 그러면..
김성민 회장 : 예. 북한에서 함께 공부를 했으니까 알고, 중국에서도 만나서 서로 도움주며 생활하다가요..
박인규 : 아주 인연이 깊으시군요. 우선 탈북자 동지회가 어떤 단체인지 좀 설명을 해주시죠.
김성민 회장 : 탈북자동지회는 1998년도 황장엽, 김덕홍 선생 주도하에 당시 한국에도 꽤 알려졌던 외교관출신 탈북자들, 그리고 군인출신 탈북자들이 주축이 돼서 북한민주화를 위해 일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단체입니다.
박인규 : 대략 회원들은 몇 분이나 계십니까?
김성민 회장 : 한 800명이 등록돼 있는데요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200여 명 정도 됩니다.
박인규 : 상당히 큰 단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성민 회장 : 네. 탈북자동지회는 제가 회장이라서가 아니라, 탈북자단체가 여럿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단체로, 한때는 활동을 아주 활발히 하던 단체로 돼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현재는 주로 어떤 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까?
김성민 회장 : 지금은 국내 탈북자들 정착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정착지원이라면 아무래도 돈 문제가 많이 걸리고 취업 같은 건데, 탈북자동지회에서 그럴만한 여력 같은 게 좀 있나요?
김성민 회장 : 탈북자동지회 운영은 국가정보원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교회나 후원단체들의 후원도 받고 있구요.
박인규 : 말하자면 탈북자동지회가 중심이 돼서 사회단체의 기부나 지원도 받고.. 지금 탈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곧 만 명이 될 거라고 얘길 하는데, 현재 탈북자가 대략 몇분이 국내에 계신가요?
김성민 회장 : 8000명 정도. 올해까지 계산해서 8000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5년 전만 해도 천 명 넘었다 안 넘었다 그랬던 것 같은데 최근에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김성민 회장 : 네. 바로 5년 전부터 한해에 1000명 이상씩 오기 시작했죠. 그 전에는 통계를 보니까 한 해에 열 명도 못 되던 때가 있더라구요.
박인규 : 이렇게 한국으로 많이 오시고 그러다가 최근에는 미국을 좀 가시고 싶어하는 탈북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우선 지난 5일에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라서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탈북자 6명이 계시는데, 그 분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김성민 회장 : 그 분들의 행적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비밀스럽게 진행돼 오다가요, 이틀전 LA로 들어갔구요, 워싱턴에서 브라운백 같은.. 국회 상원의원들을 비롯한 북한인권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한인들 모임에도 참가했고, LA에서 베델한인교회에서 주도한 KCC모임에도 참가했고, 지난 주일에는 베델한인교회에서 세 차례 참가해서 활동을 하고 한인들도 만나봤다고 합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북한에서의 생활도 보고하고 그러셨군요. 이게 사실은 북한인권법이 만들어지고 처음있는 사례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까 원래는 중국 선양에서 한국으로 오시겠다고 한국영사관에 들어갔던 분들이 바로 옆에 있는 미국영사관에 넘어가셨어요 19일에. 탈북자 분들 중에서도 차라리 한국보다는 미국에 가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가보죠?
김성민 회장 : 의외로 꽤 많죠. 그런데 저희들이 일년 전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탈북자 100명을 상대로. 그 때는 73%가 가겠다고 했는데, 좀 잘못된 정보에 근거했던 경우가 있죠. 그 당시에는 어떤 소문이 확산돼 있었냐 하면, 미국에 가면 정착금도 준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받아들인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 북한인권법이 나오면서.. 그 때 소문과는 달랐죠 사실. 정착금을 주지 않는다는 게 후에 알려졌구요. 그리고 북한인권법이 한국인탈북자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데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동요랄까요... 그랬는데 후에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인 탈북자들은 그렇게 많이 가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박인규 : 작년인가는, 한국에 정착하셨다가 멕시코 같은 곳으로 말하자면 밀입국해서 망명하겠다고 했다가 미국 법원에서 안 받아들여진 분이 몇 분 있었죠?
김성민 회장 : 네. 8명이 되고, 많이 있었는데 또 돌아오는 친구들도 있구요. 어느 신문사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거의 50%가 새로운 환경에 처하게 되면 미국에 가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아마 중국에서 활동하게 되는 경우. 그땐 미국에서 받아주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박인규 : 말하자면 중국에서 어디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 보다는 미국에 가겠다..
김성민 회장 : 한국에서도 새롭게 다시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겠다는 뜻이 되겠죠.
박인규 : 그렇지만 한국에 일단 정착하신 분은 북한인권법이 있더라고 가실 수가 없는 상황이죠?
그런데, 아무래도 미국이 살기 좋다고 하지만 같은 말 쓰는 동포가 사는 한국이 더 좋을 것 같은데 미국을 가고 싶어 하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김성민 회장 : 여러 가지 이유가 있구요. 서재석씨 망명 사례때 본인이 얘기했듯이, 한국사회에서 내 삶에 대한 혹은 본인에 대한 사회적인 소외감 이런 것들. 자식같은 경우 왕따. 이런 경우를 사례로 들었는데요, 탈북자 동지회에서 여러 사람들과 얘기해 보니까 대체로 이런 결론이 나오더라구요. 현재 탈북자들은 북한의 김정일정권이 싫어서 남한으로 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현재 김정일정권과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탈북자들의 입지는 아주 좁아지죠. 그런 사회적,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미국행을 택하지 않나.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박인규 : 탈북하신 분들은 이제 남한사회에 정착하시는 게 가장 급한 일일텐데 이쪽 남한정부가 북한정부와 화해협력정책을 펼치는 게 탈북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나요?
김성민 회장 : 심리적으로 불안한 요소로 작용을 하죠. 예를 들어 김정일이 싫어서 여기 나왔는데 김정일과 손을 잡는 정부. 그러면 그 사회의 일원인 탈북자들은 아무래도 불안하죠.
박인규 : 말하자면 언젠가 자기에게 다시 불이익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는 겁니까?
김성민 회장 : 그런 것도 있구요. 보다 중요한 건, 탈북자들은 까놓고 말해서 김정일 타도를 외치는 사람들인데, 그런 심리적 갈등이죠.
박인규 : 4월달인가요? 미국의 부시대통령을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만나시게 된 거죠?
김성민 회장 : 저는 그 사이 미국하원청문회에 세 번 북한인권에 대해서 증언을 하러 갔었구요, 상원청문회도 이번에 갔었구요. 저는 사실 어떤 특별한 경로가 있어서 그렇게 됐는지 정확히는 모르겠구요, 이번에도 북한자유주간의 행사일정에는 사실 없었는데 그 행사과정에 한미가족과 만난다 그래서 들어가게 됐습니다.
박인규 : 부시대통령과 탈북자 관련해서 말씀을 나눠보실 기회가 있었습니까?
김성민 회장 : 부시대통령은 주로 개인적인 얘기를 듣고 싶어 했는데, 저는 맡고 있는 일이 탈북자동지회 회장이다보니까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문제, 또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의 문제를 여러 측면에서 제기했습니다.
박인규 : 특별하게 부탁같은 걸 하셨나요?
김성민 회장 : 예를 들면 저는, 부시대통령이.. 흔히 하는 얘기 아닙니까.. 당신이 대통령이라고 했을 때 어떻게 탈북자들을 도왔으면 좋겠냐 그래서, 현재 한국정부는 탈북자들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지 못하다. 이를테면, '한국으로 오라. 안 받아주진 않는다.' 그런 입장과 '무조건 우리는 받아주겠다. 내 자식들이다.' 하고 팔을 벌리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제스쳐를 미국에서 좀 해주면 안되냐. 한국정부가 북한관계 때문에 껄끄러워 하니까 미국에서 10만명 이상의 중국인 탈북자들을 다 받아주겠다고 선언을 한다면 탈북자들이 많이 고무될 것이다. 그렇게 말하니까 별 문제 없다고 쉽게 얘길 하더라구요.
박인규 : 10만명을 다 받아줄 수 있다는 겁니까?
김성민 회장 : 예. OK하고 문제없다고 하길래 사실 속으로 섬칫 했어요. 이렇게 쉽게 대답이 나오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때 이미 탈북자문제가 결정됐던 것 같구요.
박인규 : 이제 여섯 분밖에 안 들어갔는데 10만명 가려면 아직도 많이 남았네요.
김성민 회장 : 제 질문은 그런 거였죠. 부시대통령도 바로 이해하셨다고 보는데, 선언적인 문제는 탈북자들에게 큰 희망이 돼요. 사실 중국에서 생활하는 탈북자들은 어떤 측면에선 생사기로에 놓여있거든요. 이런 친구들에게 받아준다고 하는 것은 정말 큰거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앞으로 그런게 알려지면 미국으로 가고자 하시는 탈북자들이 굉장히 많겠네요.
김성민 회장 : 별로 오래된 기간이 아닌데요, 중국에 있는 친구들이 가능하면 미국으로 가겠단 얘기를 많이 하더라구요.
박인규 : 조금 전에 탈북자들은 대개 김정일체제가 싫어서 나왔고 김정일 타도까지 바란다고 하셨기 때문에 이런 걸 여쭤보긴 좀 그런데... 많은 분들이 미국정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게 인권자체 보다는 김정일체제에 대한 압박이 좀 더 강하다. 관타나모 수용소나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같은 거 보면, 그 사람들이 그렇게 인권을 중시하는 것 같진 않다.. 그런 말도 하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성민 회장 : 솔직히 저는 탈북자 입장에서 사회에 정착하기도 어려운 사람인데 이따금씩 그런 관련자료들도 보고 그러면서 반신반의했던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가서 북한인권에 대한 증언들을 여러차례 하고... 북한인권에 관심을 돌리는 미국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 분들을 만나보고 평양에 갔다온 국회의원들도 만나보고 그랬는데, 그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건, 북한주민들에 대해서 그들이 누리지 못하는 인권, 권리에 대해 꽤 가슴아파 하더라. 그래서 그 분들에게만큼은 지금도 저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구요. 미국정부에서 외부에 정치적으로 비춰지는 모습들은 해결돼야 되는 문제겠죠.
박인규 : 그러나 만나보고 오신 사람들은 진심으로 생각해 주고 있는 것 같더라... 지금 한 8000명 되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살고 계신데, 김성민회장 같은 경우는 1999년에 오셨으니까 7년 살아보셨구요. 어떻습니까?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하고 있는 게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아마 미흡하다고 하실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김성민 회장 : 저는 탈북자입장에서요, 많은 탈북자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단 한국정부가 우리 탈북자들에게 정착금도 주고 임대주택도 주고, 여기에 대한 고마움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지 않겠습니까?
박인규 : 일단 정부에서 정착금과 임대주택을 무상으로 주는 겁니까?
김성민 회장 : 그 외에도 또 있죠. 예를 들면 대학에 갈 때 등록금을 다 대주고요.
박인규 : 그런 식의 혜택이 있군요. 일단 그건 인정을 하지만 부족한 게 있다는 말씀이시죠?
김성민 회장 : 예. 예를 들어 통일부 자료에 의하면 탈북자들의 38%정도가 직장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직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거든요 이건. 직장에 바로 가지 못하고 그 사이에 수입을 벌지 못하면 그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거든요. 옛날에 탈북자들이 적을 때는 한국정부에서 직업을 알선을 해줬는데 그런 것들이 점점 없어졌구요. 그리고 북한사회에서 자본주의 남한사회에 바로 적응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저같은 경우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해도 똑같은 자격을 주고 회사에 입사하면 게임이 안 되거든요. 이런 것들이 있는데 국가적인 특별한 배려와 대책들을 바라는 거죠.
박인규 : 일단 기본적으로 정착금이나 집이나 기본적인 생활의 필요는 해결해 주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기가 생활을 풀어가야 되는데 취업부분에서 정부의 대책이 약하다.. 취업을 위한 교육 같은 것도 나름대로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많이 미흡합니까?
김성민 회장 : 하고 있습니다. 6개월 동안 모든 탈북자들에게 30만원씩 지급해주면서 취업훈련을 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가장 대표적이었던 것이 컴퓨터훈련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딸도 컴퓨터를 잘하고 있는데 그걸 취업과정으로 하기는 너무 미숙하단 생각이 들구요. 결과적으로 그 6개월 과정을 끝마치고 바로 취업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박인규 : 6개월 배운 실력가지고 취업하기는 사실 좀 어려울 것 같구요.
김성민 회장 : 그래서 다시 또 통일부에서 미장과 도배 이런 쪽으로 6개월 과정을 하는데, 이런 식으로 뒷북치는 형식은 별 도움이 안되죠. 오히려 탈북자들에게 6개월의 허송세월을 준다고.. 좀 심한 말씀인 것 같지만 그런 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단 받아주고 아량을 베풀고 하는 정부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책을 세워줬으면 고맙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처럼 탈북자수가 많지 않으면 정부 각 기관에서 알선해주면 되는데. 이제는 연간 1000명씩 들어오시니까 그렇게는 안될 것 같구요. 결국 여기 들어오신 분들이 나름대로 취업능력을 갖춰야 되는데 6개월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거 아닙니까?
김성민 회장 : 네. 6개월이 부족하다는 것 뿐만 아니구요, 6개월 과정을 가지고, 사회주의에 살다가 자본주의에 온 사람들에게 경쟁력을 키워라.. 이건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한 거죠. 특단의 대책. 예를 들면 정착금을 안주는 한이 있더라도 확실하게 여기서 경쟁력을 갖추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직장까지 연결될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그램 같은 걸 요구하고 있는 거죠.
박인규 : 획기적인 대책을 말씀하시는데, 정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되는 대책 같은 게 있습니까?
김성민 회장 : 탈북자들의 심리를 파악해서, 그들과 정말 약속을 하고 이 기간 동안에 탈북자들이 공감하는 취업기간, 혹은 적응기간을 만드는 것. 그래서 그게 직장과 꼭 연결되도록 하는... 내 꿈과 연결되는. 그러면 아주 어렵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그래도 지금보다 나은 생활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인규 : 지금 탈북자들의 실태나 취업까지의 어려움 같은걸 조사하고 상담해주는 기관이 있습니까?
김성민 회장 : 저희들이 한 번 탈북자상담 혹은 탈북자지원협의체들과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때 나온 말이지만 전국에 약 3800개의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데, 그게 개별적으로 활동이 되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전체적으로 피부와 와닿지 않는다는 거죠. 국가에서 이런 프로그램들 다 통폐합해서 어떤 대책을 세워줬으면.. 이런 바람들이 있습니다.
박인규 : 중구난방으로 하기보다는 뭔가 조직적으로 실태조사는 하고, 그런 게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김성민 회장 : 예. 그런 것들이 있다는 얘기도 지금 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탈북자동지회 김성민회장을 초대해 왜 탈북자들은 미국행을 원하며 한국정착에 따르는 문제는 무엇인지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탈북자분들이 한국사회에 보다 쉽게 정착하기 위해서 정부에 대해서 여러가지 말씀을 하셨구요, 이런 건 어떤가 싶어요. 말하자면 한국사회의 일반분들과 어울리는 문제. 이런 말씀을 들었거든요. '남한에서 태어난 한국사람은 일등시민이고 조선족은 이등시민이고, 탈북자는 삼등시민이다.' 다 같은 한 핏줄이지만 대접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말씀을 하신다고 하는데, 사회적으로 편견이나 차별같은 걸 좀 느끼십니까?
김성민 회장 : 아마 제일 크게 느끼는 건 이런 것일 겁니다. 옛날에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을 때, 부각될 때는 사업을 하면 다 성공을 했어요. 냉면집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그런데 요새는 그냥 한다 싶으면 망해버립니다. 전반적으로 남한사회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애정이 아주 줄어들었구요. 옛날에는 귀순용사까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못 살던 동네에서 온 잘 못배운 친구들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작용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직장을 얻으려고 해도 조선족보다 밀리는 경우가 있구요. 그래서 어떤 친구들은 조선족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구요.
박인규 : 그렇습니까... 지금 또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자녀들 교육문제가 상당히 크다고 하던데요.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김성민 회장 : 탈북자청소년들이라고 하죠. 부모 없이 온 청소년들도 있는데, 그 친구들이 기본 문제가 되는데, 탈북자들 사이에서 나온 말입니다. '북한에서도 겉잡이, 남한에서도 겉잡이' 겉잡이라는 게 집없이 떠돌아다니는 애들이거든요.
박인규 : 말하자면 동냥하고 다니는 청소년들이죠. 북한에서 하던 걸 그대로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김성민 회장 : 그렇게 됐죠. 왜냐하면, 그 친구들에게 부모들이 없고 따뜻하게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거리로 나가게 되죠. 물론 국가에서 이런 친구들에게도 임대주택을 줍니다. 적정 나이가 되면 집을 주고 그 전까지는 위탁시설들에 맡겨놓고 있는데, 이 친구들이 바로 나와서 하는 일이 집을 빼는 친구들이 있더라구요. 집값 해봐야 천만원 정도인데, 그래서 그게 없어지면 영원히 집이 없어집니다. 이런 것들이.. 여러 번 강조되는 얘기지만 주변의 따뜻한 손길과 시선,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런 쪽으로 빠지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안타까운 문제죠.
박인규 : 그런 청소년들.. 탈북자출신 혹은 탈북자부모를 둔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기관이랄까.. 그런 프로그램은 없습니까?
김성민 회장 : 있는데, 역시 아주 산발적으로 있기 때문에..
박인규 : 영세하고, 조직적이지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김성민 회장 : 예. 어떤 경우네는 정말 헌신적으로 10명 6명 그렇게 맡아서 함께 생활하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이게 남한사회에서 거의 불가능한 거 아닙니까? 가족에서도 6명 키우기가 어려운데, 개인이 헌신과 마음으로 키운다.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친구들이 바로 곁길로 새나가는 경우가 있죠.
박인규 : 김성민회장님도 자제분이 있습니까?
김성민 회장 : 딸이 하나 있습니다.
박인규 : 학교 다니거나 이런 데에 문제는 없나요?
김성민 회장 : 초등학교부터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북에서 나름대로 성장해서, 혹은 중국에서 떠돌아다니다 온 친구들이 문제죠.
박인규 : 일각에선 이런 말도 해요. 탈북자 분들이,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스스로 일한 만큼 버는 건데 좀 이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꾸만 정부와 사회에 대고 도와달라고만 하는 게 아니냐. 약간 매정한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성민 회장 : 이건 저희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될 문젭니다. 실제로 저희들이 와서 받는 3700만원. 지금은 2700만원이 됐지만 결코 작은 게 아니라고 보구요. 남한국민들이 저희들에게 세금을 모아서 돌려주는 배려. 정말 큰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 적응이 안되는 탈북자들의 심정도 있거든요. 그냥 뿌리채 옮겨왔는데 토양이 전혀 안 맞으니까 말라버리든지, 아니면 조용히 살아가야 되는데 이게 안되는 안타까움이 자꾸 호소되는 걸 응석으로.. 투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저희들도 자제를 하고 있구요. 또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우린 안되는 놈들입니다. 좀 도와주세요.' 이렇게..
박인규 :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니까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원래 탈북자 분들이 사실은 94, 95, 96년.. 그 때 홍수, 가뭄 생기면서 북한의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그때부터 많이 나오시기 시작한 거 아닙니까? 제가 듣기로 한 2000년 전후로는 좀 줄었다는 말도 있고. 어떻습니까? 추세가 늘고 있습니까, 줄고 있습니까?
김성민 회장 : 그 추세를 사실 함부로 예단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정부에서도 못하는 문젠데, 민간단체들이 방송이나 언론에서 하는 말들이 어떻게 보면 고착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탈북자들은 줄고 있다고 봐야 될 겁니다. 왜냐면, 처음에 탈북해서 한국으로 간다.. 이런 붐이 일 때는 막 왔는데 일단 오기 어렵다는 걸 중국인탈북자들도 알았거든요. 정말 또 한 번의 죽음을 각오하고 담을 넘거나, 4000km를 돌아서 몽골과 베트남으로 가야 되거나. 포기하고 다시 갈 수 있는 사람들은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행을 원하는 잠재적인 탈북자들은 10만 정도라고 지금 추산을 하고 있죠.
박인규 : 아직 중국에 계신 분들이..
김성민 회장 : 예.
박인규 : 북한에서 고생하신 분들로서는 체제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가 있지만, 많은 분들은 이천만 되는 분들을 다 남한이 먹여살릴 순 없고 자력갱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된다. 그래서 말하자면 김정일체제가 굉장히 인권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협력해야 되는 게 아니냐.. 그런 의견들도 많이 있거든요.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성민 회장 : 저는 분명히 탈북자입니다. 북한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사실 인권문제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서 주변에서 어떤 활동들이 벌어지게 되면 핵문제라든가 어떻게 보면 식량문제까지도 해결되지 않을까.... 인권을 중시하고 인권해결을 위해서 지원도 하고. 이렇게 되면 일이 좀 더 쉽게 풀리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박인규 : 인권문제를 최우선으로 풀어가야된다... 김성민회장은 오늘로 아마 탈북자동지회 회장 임기가 끝난다고 들었습니다. 고생하셨구요, 그래도 앞으로 계속 탈북자동지회 활동을 하실텐데, 어떤 쪽으로 활동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런 말씀을 좀 해주시죠.
김성민 회장 : 저는 앞으로 자유북한방송을 통해서 아마 국내탈북자들을 향해서는 친목에서부터 단합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활동들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노력할 거구요. 탈북자의 한사람으로서 한 때 맡았던 동지회회장의 사명을 제가 지금껏 못했던 일들.. 탈북자국내정착이라든가 직업해결 이런 데에 미력하나마 힘을 바치려고 합니다.
박인규 : 미국이 워낙 좋다고 하는 나라니까 탈북자들이 가시고 싶어 하시겠지만, 그래도 같은 동포가 사는 한국땅에 가고 싶다.. 이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성민 회장 : 수고하셨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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