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로 예정된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행사를 하루 앞두고 전격 거부함에 따라 6월말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길에 철도가 이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김 전 대통령측은 그간 이번 행사를 디딤돌 삼아 열차 방북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어 왔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측은 북측의 전격적인 행사 연기 결정으로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 속에서 사태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측에 '철도 방북은 DJ 의지' 메시지 보내
북측은 지난 16~17일 금강산에서 열린 DJ 방북 관련 실무접촉에서 항공편을 이용한 방북을 제안하면서 열차 방북을 꺼리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그 직후인 18~19일 열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급 실무접촉에서 25일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열차 방북에 대한 기대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이달 18일 기자간담회에서 "DJ열차 방북 가능성을 비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정부 차원에서도 열차 방북 성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DJ방북 실무대표단 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장관도 "25일 열차 시험운행이 좋은 쪽으로 작용하리라 본다"고 말하는 등 기대를 버리지 않았고 'DJ의 의지가 강하다'는 식으로 북측의 수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 왔다.
그에 따라 DJ가 개성까지는 철도로, 그후 평양까지는 승용차로 가는 방법 등 구체적인 철도 이용 방법까지도 정부 안팎에서 운위됐다.
개성까지는 남측 디젤 기관차가 갈 수 있지만 개성-평양간 철도는 전기로 운행되기 때문에 같은 열차로 갈 수 없고, 개성에서 북측 열차로 갈아타는 방법을 택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그같은 관측의 이유였다.
승용차 이용해 육로 방북하는 것도 방법
하지만 그와 동시에 18일 열린 남북장성급회담이 남측이 제시한 핵심 의제였던 철도·도로 통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합의서 채택 문제를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채 결렬됨에 따라 다시 기대치를 낮춰야 했고, 북측의 시험운행 연기 통보로 마침내 기대를 접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철도 방북에 대한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어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DJ에 대한 예우 표시와 방북 효과 극대화를 위해 철도 방북을 극적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29일 있을 DJ 방북 2차 실무접촉을 계기로 북측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눈치다.
또 한편에서는 DJ가 설령 열차로 가지 못하더라도 '방북 수단'을 통해 상징적 효과를 높이는 방법으로 승용차를 이용한 육로 방북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1998년 소떼 방북 이후 서울에서 평양까지 육로로 방문한 경우가 거의 없어 DJ가 그 길을 택할 경우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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