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우라늄 농축 성공을 앞당기기 위해 고품질의 중국제 우라늄 가스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란에 과연 제대로된 핵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실험실 수준의 핵연료 싸이클이 완성됐고 핵발전소에 필요한 정도의 우라늄을 생산했음을 선언한다"며 우라늄 농축 원료인 6불화우라늄(UF6)을 원심분리기에 주입해 소량의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어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영국의 <BBC> 방송은 지난 18일 이란이 원심분리기에 주입한 UF6 가스가 1991년 중국에서 사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유럽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의 기술력은 세계가 믿을만큼 향상된 상태가 아닐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해 엄격한 수출 통제를 받기 전인 91년 이란에 이 물질을 팔았고, 92년 NPT에 가입한 뒤 국제원자력기구(NPT)에 이란과의 거래 사실을 전달했다고 외교관들은 밝혔다.
<BBC>는 이란의 기술로는 불순물이 없는 완전한 UF6를 만들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라며 따라서 우라늄 농축기기를 실험하기 위해서는 중국산 고품질 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핵 문제 전문가들도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이란 발표 얼마간 '사기'"
<AFP> 통신도 18일 이 문제와 관련된 정보 소식통과 가까운 한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품질 때문에 더 나은 (우라늄) 농축 과정을 보장하는 중국제 원료 가스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외교관은 "이란인들은 제때에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길 원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UF6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관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1991년 중국에서 획득한 UF6를 농축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일부 국가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뛰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한 외교관도 "이란이 다른 나라의 우라늄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란의 (우라늄 농축 성공) 발표는 어느 정도 사기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란은 왜 완전한 UF6를 제조할 능력도 없으면서 우라늄 농축 선언을 했을까.
<BBC>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성공했음을 과시해 향후 있을 서방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활용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선전선동(프로파간다)'라고 분석했다.
<AFP> 통신과 인터뷰한 익명의 외교관도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對)이란 조치를 취하기 전에 (우라늄 농축 성공을) 기정사실로 하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했다고 선언하길 원했으며 급하게 서둘렀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도로 미뤄볼 때 이란의 우라늄 농축 성공 선언은 물론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다루려는 미국의 시도 또한 성급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BBC>는 "이란의 기술적 진전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이란의 전체적인 핵 야망에 광범위한 의문을 불러오고 있다"며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는 이라크 전쟁 전 (미국이 제시했던) 이라크의 핵 활동에 대한 정보만큼이나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란 "우라늄 농축 중단 없다"
한편 이같은 보도에 대해 이란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농축을 위해 어느 다른 나라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이란 정부는 나아가 핵 활동을 중단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유럽연합(EU)의 제안을 무시하면서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미드 레자 아세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1일 "이란의 권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정돼야 한다는 게 기본이다. 우리는 물러설 수 없으며 그 제안은 우리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할 경우 무역과 기술 및 안전보장과 관련한 혜택을 주는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이 패키지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서방 국가들은 이란이 2∼3개의 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을 지지하고, 핵연료 은행을 설치하며, 이란의 미국 상업용 항공기 구매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철회하는 조치 등이 포함돼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무기 금수, 정치.경제 조치 등의 제재가 뒤따르게 된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중국의 고위관리들은 오는 24일 런던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EU와 미국 간에는 입장차가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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