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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항쟁, 잊지 말자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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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광주민주항쟁, 잊지 말자고 그렸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5/18] '5.18' 소재 인기 온라인만화 '26년'의 작가 강풀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오늘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26주년을 맞았습니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1980년 광주의 5월은... 군사정권에 맞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싸웠던 투쟁의 계절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참여자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졌고 5월18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며, 그동안 5.18로 입었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26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5.18의 숭고한 정신과 의미도 잊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만화가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만화가 강풀씨의 작품 <26년>이 그것입니다. 한달 전부터 인터넷에 연재하기 시작한 <26년>은 현재 하루 수백만 방문자를 끌어 모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온라인 만화 <26년>의 작가 강풀씨를 초대했습니다. 그는 왜 5.18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일까? 만화 <26년>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만화 <26년>의 작가 강풀씨입니다.오늘 만나볼 만화가 강풀씨는 지난 2001년 상지대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대학시절 총학생회 선전국 활동을 하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만화와 삽화를 담당하다 2002년 4월 <X파일> 이란 작품으로 온라인 만화가로 데뷔했습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만화 '효순아 미선아'를 연재했고, 전교조 삽화와 한겨레만평, 딴지일보 등에서 만화, 만평을 그려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상지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초빙교수로 활동하면서 지난 4월부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26년> 연재를 시작, 하루 수백 만 명이 클릭하는 뜨거운 반응 속에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만화가 강풀 : 예,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강풀 하면 최초의 인터넷 만화가, 최고의 인터넷 만화가로 찬사를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요즘에 26년이란 만화 때문에 정신이 없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반응이 어떻습니까?

만화가 강풀 : 반응은 반반인 것 같습니다. 좋다는 분들도 있구요, 딱 갈라서 나쁘다는 분들도 있구요. 예전 만화는 상업만화였기 때문에 단지 호불호였는데, 이건 논쟁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박인규 :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만화가 강풀 : 네, 그렇고. 또 아직까지 실제로 살아 계신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비난도 많이 받고 응원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박인규 : 반반이라고 하지만, 내용이 좋다 나쁘다 하시는 분들이 반반이고, 실제로 이걸 보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들었습니다. 몇 분이나 보시나요?

만화가 강풀 : 백만에서 이백만 사이로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어요. 한 분이 두 번 클릭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일 클릭수가 백만에서 이백만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박인규 : 누적을 하면 거의 천만까지 된다고 하던데..

만화가 강풀 : 네 그렇습니다.

박인규 : 내용이 어떤 것인지.. 5.18을 소재로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만화가 강풀 : 5.18... 26년 전에 광주에서 희생당한 희생자들의 아이들이 커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웃음) 죄송합니다. 자세하게 말씀드리기가 좀 그래서요..

박인규 : 저도 온라인만화는 좀 생소한 편인데, 강풀씨를 초대한다고 해서 제가 오늘 좀 봤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좀 강렬하더라구요. 보니까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분들의 자녀들이 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책임자를. 말하자면.. 뭐.. 어떻게 하는 ..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가.. 실제로 전두환 대통령의 반발이라든가 항의 같은 건 없습니까?

만화가 강풀 : 없었습니다.

박인규 : 아직까지는..

만화가 강풀 : 만화 안 좋아하시나 봐요.

박인규 : 아직 모르시나보죠? 그런데 전사모라고 있습니까? '전두환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거기에서는 상당히 반발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만화가 강풀 : 예. 반발이 많이 있구요, 뿐만 아니라.. 보통 온라인만화는 댓글로 많이 확인을 하는데, 다양한 반발들이 있더라구요.

박인규 : 주로 뭐, 소개를 해주신다면?

만화가 강풀 : 자극적인 얘기도 많았어요. 강풀을 어떻게 하자. 네가 뭘 안다고 그러냐.. 광주항쟁이 아니라 광주사태다. 정당하다..

박인규 : 그게 무슨 민주화 운동이냐? 말하자면..

만화가 강풀 : 네. 그러다 보면 그것에 반대하는 의견들도 서로 논쟁들이 많이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박인규 : 그런 반면에 좋다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만화가 강풀 :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광주쪽에서 메일이 많이 오더라구요. 그분들이야 뭐 그런데, 제 나이 또래나 어린 분들한테도 메일이 많이 오구요, 이걸 연재한 다음에 예전보다 메일이 훨씬 더 많이 오는 것 같아요.

박인규 : 보통 한 편 나가면 몇 개 정도 옵니까?

만화가 강풀 : 1500개에서 3000개 정도..

박인규 : 상당히 반응이 뜨겁군요.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들도 있어요. 뭐 5.31지방선거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 이렇게 보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만화가 강풀 : 저는 어이가 없더라구요. 마치 정치논쟁처럼..

박인규 : 말하자면 예전에 정권담당 하셨던 분들을 안 좋게..

만화가 강풀 : 네. 거기에 묻어가는 게 아니냐...

박인규 : 그런 의도가 실제로 있으신 겁니까?

만화가 강풀 : 저는 5.18 가지고 어느 정치집단이 자기네 정치선전에 이용할 만한 데가 있나 싶어요.

박인규 : 정치선전의 소재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만화가 강풀 : 뭐 잘한 게 있어야지요..

박인규 : 그 말씀은 지금의 집권하시는 분까지 포함해서 5.18민주화운동을 제대로 평가하거나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말씀이십니까?

만화가 강풀 :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만화가 강풀 : 5.18 있고 나서 대화합이라고 해서 다 나오고 그랬잖아요. 우리는 보통 그런 걸 대화합이고 화해의 시대다. 다 잊었다고 얘기하지만, 보통 화해하고 화합하려면 잘못한 사람이 반성을 하고 용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전제가 됐어야 화해고 화합이고 용서고 그런 게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누가 누구랑 화해하고 용서했는지 모르겠구요. 정치하시는 분들은 뭐 화합했다.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부분은 좀...

박인규 : 말하자면,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진정한 반성이나 회개가 없는 상태에서 무슨 화해가 되느냐.

만화가 강풀 : 그렇죠.

박인규 : 그 가해자라고 하는 분들이 반성을 안하시면.. 어떻게 반성을 강요할 수도 없고.

만화가 강풀 :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거기까지는.

박인규 : 하여튼 그래서 이런 만화를 그리게 됐다..

만화가 강풀 : 네.

박인규 : 뭐, 대답이 나오긴 했지만. 이른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해서 내가 26년이란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나 이유는 어떤 겁니까?

만화가 강풀 : 원래 제목은 26년이 아니라 23년이었습니다. 3년 전에 계획을 했었는데요, 전두환 전 대통령의 29만원 발언이 있은 다음날 계획했었어요.

박인규 : 그러니까, 2003년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29만원밖에 없다고 말했을 때..

만화가 강풀 : 네. 그때 참 보면서, (웃음) 대단하시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박인규 : 그러니까 강풀씨가 보시기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혀 반성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만화가 강풀 :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구요. 그래서 계획을 했었는데 주변에서 만화가 동료들이나 친한 지인들의 만류가 심했어요. 전 항상 만화를 하기 전에 스토리를 다 짜놓고 하는 편이라 주변에 얘기를 해보거든요. 얼마나 대중성이 있고 얼마나 많이 읽혀질 것인가.. 그런데, 만류가 심해서 계속 넘어가다 보니까 다음에는 "아, 어제가 5.18이었지."이런 얘길 하게 되더라구요. 까먹어서 저도.. 나도 잊어먹고 사는데 올해라도 안하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꼭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냥 했습니다.

박인규 : 5.18운동이라는 걸 하나의 어떤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Faction'이란 표현을 썼더라구요. Fact와 Fiction. 그러니까 사실과 허구를 합친 거다. 그런 건데, 거기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사연들은 실제로 취재해서 얻은 겁니까 아니면 본인의 상상에서 나온 겁니까?

만화가 강풀 : 거기 나오는 주인공들, 등장인물들은 꽤 많은데요, 대부분, 전부다 실존인물이 아닙니다. 팩션 (faction)이란 게 역사적 배경에다가 작가의 상상력을 붙여서 만드는 거거든요. 역사적 배경이라고 하면 광주항쟁이구요, 나머지 인물들은 전부다 상상인데, 그 인물들을 설정할 때 광주로 내려가서 되게 많이 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있을법한 설정을 넣었기 때문에요. 가공의 인물이긴 하지만 실제 광주항쟁을 겪었던 그분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이번 작품을 위해서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기록이나 책도 읽어보셨고 광주에 내려가셔서 그 당시 관련자 분들을 많이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내려가서 그당시 그 일을 겪었던 분들을 만나보니까 어떻습니까? 좀 취재 전후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느낌이랄까 이런 게 많이 달라지던가요?

만화가 강풀 : 광주에 내려가기 전에 작년도 전남대총학생회 학생들과 인연을 맺어서 실제로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또 실제 시민군.. 도청에 YWC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시민군도 만나보구요. 망월동묘역도 가봤는데, 가서 그걸 준비하느라 일주일정도 내려가 있는데 마음이 너무 무거워지더라구요. 내가 이런 걸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까.. 5.18하면 굉장히 묵직하잖아요. 듣는 사람 마음이 굉장히 무거워지고 답답해지기 때문에.. 일단 저는 대중만화가기 때문에 재미가 최고예요. 광주5.18에서 재미를 찾는 게 어떻게 보면 불경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이 만화를 그리면서 하고 싶은 일은.. 사람들이.. 특히 온라인 세대들은 5.18이 뭔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5.18이 어떤 것인지 조차 모르는 친구들이 많이 있죠.

박인규 : 5.18이란 것 자체가 뭔지를 모르는..

만화가 강풀 : 네. 어떤 기념일 정도로만 알지, 왜 5.18이고 5.18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이 만화를 재밌게 하는게 목적이었거든요. 조금이라도 많이 보면서 사람들이 이 만화를 보고 대안을 찾는 것까진 안 바라구요. 아 광주5.18에 어떤 일이 있었구나, 어떻게 벌어졌구나 하는것 까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읽히는 만화를 해야 된단 생각이 들었는데, 광주 갔다오고 조사하는 차원에서 마음이 자꾸 무거워지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거꾸로.. 역으로 더 다짐을 했어요. 더 재밌게 하자. 좀 더 자극적이라고 해도 더 재밌게 해서 입소문이 퍼져서 더 많이 만화를 보게 하고 5.18이 뭔지 피상적으로나마 알게 하자란 생각이 들었어요.

박인규 : 하여튼 젊은 세대들도 5.18이 어떤 것이었고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고통이 있었다는 걸 알아야 된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아까 말씀하셨지만 지금 전체 30회 중에서 9회가 나왔는데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책임자에 대한 극단적인 복수.. 그런 걸 줄거리로 삼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이렇게 느끼기에는 이게 자꾸 진전이 되면 당사자 되시는 분이 상당히 반발을 하시거나 법적인 조치를 하거나 항의를 할 것 같은데.. 그런 것에 대해 우려하시거나 어떻게 대비를 좀 하고 계십니까?

만화가 강풀 : 변호사분들 미리 만나봤구요. 근데 그냥 네티즌 빽 믿고 하는 것 같아요. 그 분들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박인규 : 만화의 독자들이 강풀씨를 말하자면 밀어줄 것이다..

만화가 강풀 : 그렇게 생각을 하구요, 무슨 엄청난 그런 건 없어도. 만화를 그리면서 되게 미묘한 부분이, 그런 것들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법적으로 걸리지 않게 하면서 할 말 다하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태까지 장편만화 한 것 중에서 가장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박인규 : 이 만화를 그린 이유로, 강풀씨께서는 5.18을 기억하자.. 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박찬욱감독이 쓴 글을 보니까 작가한테 자꾸만 작품의 메시지가 뭐냐고 물어보는 건 대단히 실례고 무식한 질문이라고 하더라구요. 무식한 질문이라도 좀 하고 싶습니다.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 말하자면 5.18의 상처랄지.. 그런 걸 풀기 위해서 대안을 내놓으란 말씀은 아니지만, 이런 만화를 그림으로써 사회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작가로서 있을 것 같아요.

만화가 강풀 : 엄청난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기억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로. 오히려 가해자나 학살자는 이런 것이 망각되는 걸 노리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혀지고 그러면서 흐지부지, 유야무야 넘어가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새로 올라오는 동생세대나 어린세대들도 이걸 다 기억하고 있는 것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인규 : 많은 사람들이 5.18운동의 어떤 진실이랄까 그 자체를 알면 알수록 뭔가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느냐. 그런 바람이 있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만화가 강풀 : 네. 예전에 저도 만평을 꽤 했었는데요, 정말 만평을 잘하시는 화백님들이나 선생님들 보시면, 만평 한 컷에 대안까지 있어요. 그런데 전 거기까진 아직 못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선 알고있어야지 나중에 뭐가 돼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래서 기억만이라도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저도 사실 온라인 만화라는 걸 오늘 처음 봤는데요, 한 40대 넘으신 분들은 대개 잘 모르실 것 같아요. 지금 몇백만이 보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이걸 어딜 가야 볼 수 있나.. 그런 궁금증들이 있을 것 같아요. 홍보는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습니까? 돈 내고 봐야 됩니까?

만화가 강풀 : 아닙니다. 온라인만화는 대부분 다 무료구요. 포털사이트 다음에 들어가시면 기사들을 모아놓은 '미디어다음'이라고 있는데 그 안에 제목이 있습니다.

박인규 : 26년이라고 치면 다 볼 수 있다는 거죠? 예. 한번들 보시고 작가의 의도가 맞는 건지 제대로 형상화했는지 한 번 판단하시는 것도 5.18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온라인만화 '26년'의 작가 강풀씨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강풀씨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말씀을 좀 나눠볼까 합니다. 강풀씨 이름은 풀이죠? 물론 본명은 아니시겠지만. 저는 풀이라고 해서 김수영시인의 '풀' 이란 시에서 따오신 것 도 같고. 왜 풀이란 이름을 지으셨습니까?

만화가 강풀 : 그냥 풀색 옷을 많이 입었었어요. 국방색계통의 옷을 대학교때부터 많이 입었는데 과동기들이나 친구들이 강풀 강풀 그랬거든요. 그런데 온라인만화로 데뷔하려다 보니까 본명보다는 재밌는 필명이 나을 것 같아서 강풀로 했는데, 강철풀잎의 준말 같기도 하고 full의 뜻도 좋고...

박인규 : 그런데 왜 그렇게 풀색옷을 많이 입으셨어요?

만화가 강풀 : 자취를 했는데, 안 빨아도 되는 옷을...

박인규 : (웃음) 지금은 속된말로 상당히 잘나가는 만화가가 되셨는데, 대학때부터 만화를 그리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 만화를 그리시게 됐나요?

만화가 강풀 : 대학 들어가기 전엔 만화가가 되겠다는 엄청난 꿈을 갖고 있진 않았어요. 어느 정도 만화에 관심은 있었지만. 저희 학교가 상지대학교였는데. 어른들께서 흔히 말씀하시는 데모질을 많이 했어요. 학원자주화 주장하고. 문제학생이었죠. 집회를 많이 하고 그랬는데, 제가 총학생회 선전국에 있었어요. 대자보 쓰고 플래카드 제작하는 곳인데, 학생들이 대자보를 너무 안 보더라구요. 그래서 만화로 한 번 대자보를 그려보자 해서.. 그때 박제동 선생님의 만평 보고 충격 많이 받고, 흉내를 많이 내다가 졸업할 때쯤 되니까 만화 안 그리곤 못살겠더라구요. 그래서 학교다닐 때 계속 만화 그리다가 이렇게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박인규 : 활동하신 걸 보면, 참여연대, 전교조.. 운동권이라고 할 수도 있고.. 시사적인 곳에서 많이 활동하셨어요. 사회문제가 관심이 좀 많으셨던 모양이죠?

만화가 강풀 : 학교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사회적인 것에 관심을 좀 많이 갖고. . 제가 대자보만화를 그리려면 많이 알아야 되기 때문에 학교다닐 때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사회 나가서 부딪히다 보니까 학생일 때보다 그런 것들이 눈에 더 많이 띄더라구요.

박인규 : 또 제가 듣기로는 인터넷에 연재하는 '온라인만화'를 처음 그린 만화가라고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까?

만화가 강풀 : 그건 아닙니다. 온라인만화는 저 이전에도 많이 있었는데요, 저를 처음이라고 하는 건 온라인 장편만화를 일컬을 때.. 기존 온라인만화는 한회가 끝나고 한회씩.. 아니면 기존 오프라인 만화를 스캔해서 올리는 정도였는데 저는 온라인 장편만화를 했죠. 그것도 확실하진 않아요.

박인규 : 온라인으로 장편만화를 그려서 말하자면 지명도를 갖게 된 거리고 말할 수 있으시겠군요.. 그동안 그럼 온라인에 연재한 만화가 전부 시사적인 주제만 갖고 하신 겁니까?

만화가 강풀 : 아닙니다. 전 대중만화가에요. 재밌는 만화 많이 그렸습니다. 멜로도 했고.

박인규 : 주로 어떤 것들..

만화가 강풀 : 순정만화, 바보, 아파트, 타이밍...

박인규 : 그건 그냥 픽션 대중만화인가요?

만화가 강풀 : 네. 재밌으라고 그린 만화들이구요, 공포물도 그렸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지금, 바보, 순정만화, 아파트, 타이밍. 이게 전부다 영화화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화가 강풀 : 네. 다들 잘 풀려서 영화가 다 진행중입니다.

박인규 : 네 편 연재했는데 네 편 다 영화화 됐으면, 대단한 스토리텔링 실력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만화가 강풀 : 제 만화를 그림 때문에 보는 분은 별로 없어요. 하다못해 공포만화에서 귀신도 4등신이거든요. 그림을 잘 못 그리기 때문에. 그런데 사람들이 보통 스토리가 좋아서 그렇게 많이 봐주시는 것 같고, 영화쪽 분들도 스토리가 영화적이라고 판단하셨나봐요. 그렇게 해서 계속 영화화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럼 26년 이것도 혹시 영화화 하자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만화가 강풀 : 제의는 꽤 많이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판권을 갖고 있습니다. 걱정이 돼서요. 과연 이걸 누가 영화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너무 위험하고 민감한 소재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은 오로지 만화에만 정신은 집중하고 싶어서 모든 영화계쪽과의 창구를 막아놓고 있습니다.

박인규 : 뭐, 만화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저도 초등학교 때 만화보다 코피도 흘리고 그랬는데요, 그런데 온라인으로 만화를 연재한다. 인터넷에만 연재하는 건 새로운 현상인 것 같아요. 인터넷만화라는 게 만화의 새로운 흐름인가요?

만화가 강풀 : 제가 판단하기에 지금 한국의 만화는 지금 온라인쪽으로 많이 이동이 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쉬운 말로, 저희 어렸을 띤 심심하면 만화방 갔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만화방 안가고 피씨방 가요. 게임하거나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을 온라인쪽으로 뺏겼어요. 그렇게 보면 만화가들도 독자들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럼 예전에 종이만화 그리시던 분들은 적응을 좀 하시나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97.3MHz)'

만화가 강풀 : 그 분들이 아직까지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하신 분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구요, 선생님들이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긴 힘든데, 그분들이 아직 적응은 안되셨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원래 노하우와 경력이 있으시기 때문에 다시 많이들 넘어오실 것 같아요. 실제로도 지금 많이 넘어오고 계시구요.

박인규 : 앞으로는 이제 만화도 온라인쪽으로..

만화가 강풀 : 네. 그렇다고 해서 오프라인 만화가 없어지거나 아예 쇠락하진 않겠지만. 온라인쪽으로 충분히 아마추어 만화가 이동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온라인만화 그리시는 분들이 숫자로 보면 많은가요?

만화가 강풀 : 요즘 새로 올라오는 신세대 만화가 지망생들은 대부분 다 온라인만화가를 꿈꾸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만화시장이 너무 어려워져서 많은 만화잡지들이 폐간되고 있고, 만화가들이 정작 종이매체에 연재할 공간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그래서 만화를 공부하는 친구들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만화 형식에 대한 공부를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몇 주 전인가 저희가 강남의 인기 학원강사를 모셨는데 그분 얘기도, 학원도 전부 온라인강의로 바뀐다고 하더라구요.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 하나는, 만화라는 게 저희때의 만화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없는 공상속의 세계였는데, 요즘은 26년처럼.. 시사적인 문제, 역사적인 문제.. 사실 작년에는 저희가 박정희 대통령을 주재로 종이만화를 그리신 분을 모시기도 했는데.. 시사문제를 가지고 만화를 그리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만화가 강풀 : 다양해진 것 같아요. 온라인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때보다 글이나 이런 것이 많이 사라졌어요.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형식도 굉장히 자유롭거든요. 내용도 훨씬 다양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박인규 : 문제는 만화라는 게 굉장히 쉽게 읽히고 잘못하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고.. 시사를 주제로 만화를 그리시는 분들은 약간 책임감이 있어야 될 것 같은데.. 그런 쪽으로 우려도 좀 하실 것 같아요. 나이 많으신 분들은.

만화가 강풀 : 네 그런 우려도 많이 하시는데요, 저는 또 온라인을 긍정적으로 보는 게 정화작용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잘못된 것이 올라오면, 예전에는 그냥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거나, 그냥 저거 잘못됐네 하고 생각만 했지만 요즘 온라인은 그것에 대한 정화를 스스로 하는 것 같아요. 어, 그건 아니다. 이런 댓글을 단다든가 하기 때문에 오히려 문화는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더 긍정적으로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자율정화되는 기능이 있다.. 이미 30대 초반의 나이에 최고만화가 자리까지 오셨는데, 26년 말고 혹시 꼭 그리고 싶은 주제나 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만화가 강풀 : 일단 26년에 정신을 다 쏟고 있는데요, 나중에 나이 좀 많이 들고 그러면 예수의 어린생애도 한 번 그려보고 싶습니다. 성경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그런 것을 창작으로 한 번 해보고 싶구요, 현재 하고있는 멜로물과 공포물은 계속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만화 하고 싶어요.

박인규 : 재밌는 만화가 목표다... 지금 연재하고 있는 26년은 언제 끝나는 거죠?

만화가 강풀 : 8월 중순정도 될 것 같습니다. 1,2,3부 해서 각 부 10화인데요. 8월 중순이면 아마 만화가 끝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예. 노파심인지 모르지만 너무 강렬해서.. 사회적 논란을 목표로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좋은 결론이 날 수 있도록 만화를 잘 좀 끌어가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만화가 강풀 : 예. 감사합니다.

박인규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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