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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獨, 월드컵에서도 '이란 왕따작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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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獨, 월드컵에서도 '이란 왕따작전' 돌입

서방 보수 세력들 "FIFA에서 빼버려라" 목청 높여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의 '정치적 쟁점'을 꼽으라면 단연 "유대인 대량학살은 날조된 신화"라고 말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경기 관람 문제다.

축구광인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6월 12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리는 이란 대(對) 멕시코전을 관람할 계획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환영한다'는 메시지까지 받았다.

그러나 서방의 보수적인 정치 세력들은 그의 독일 방문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을 물론, 이 참에 이란의 월드컵 출전 차체를 막고, 나아가 이란을 FIFA에서 제명시키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 <네이션> 최신호(5월 29일자)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또 서방의 보수 세력들이 월드컵에서의 이같은 반(反)이란 캠페인을 통해 미국의 위협에도 아랑곳없이 핵 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이란을 비난하는 여론을 고취시키려 한다고 보도했다.

독일, 기민당·사민당 한 목소리

월드컵을 통한 '이란 왕따작전'의 선두에는 독일과 미국이 있다. 양국 정치인들은 이란의 핵 개발과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야 한다'는 아흐마디네자드의 독설을 언급하며 이란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앙엘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과거 나치 정권의 횡포와 이란의 핵 계획을 비유하며 이란 측에 불리한 여론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그녀가 속한 독일 종교주의 정당인 기독민주당은 이란이 축구팬으로 위장한 자폭 테러 요원을 월드컵 경기장에 침투시키려 한다는 루머를 퍼뜨리며 한술 더 뜨고 있다.

야당인 사회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두 당 공히 아흐마디네자드의 독일 방문을 비난하는 주장을 거의 매일 내놓으며 여론전에 가세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2월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이 이란 축구대표팀을 자폭테러범으로 묘사하는 만평을 싣는 등 이란에 대한 흑색 선전이 만연해 있다.

이란과 직접 대립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차기 공화당 대권후보로 꼽히고 있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에 이란의 월드컵 출전을 불허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제출하며 반대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이탈리아와 영국 등에서도 월드컵을 매개로 한 '이란 때리기'가 한창이다. 유럽과 이슬람의 심각한 갈등을 불러왔던 무하마드 풍자 만화가 그려진 옷을 입고 TV에 출연해 논란을 일으켰던 로베르토 칼데롤리 이탈리아 개혁 장관은 최근 이란 등 '불량 국가'들을 FIFA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영국의 일부 보수당 정치인들도 이란에 대한 공격에 앞장서고 있고, 지난 12일에는 유럽연합(EU) 내의 한 그룹이 FIFA에 서한을 보내 이란을 월드컵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네이션>은 전했다.

이에 앞서 독일 일간지 <라이니쉐 포스트>는 영국, 프랑스, 독일이 이란의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관리들의 독일 방문을 금지해 달라고 EU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위선"

FIFA는 그러나 일부 서방 국가들의 이같은 요구를 거부해 왔고 앞으로도 그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네이션>은 이란의 월드컵 참여를 반대하는 것은 '비현실적 목적'이라며 서방 국가들의 그같은 움직임은 이란에 대한 국제여론을 악화시키는 데 무게중심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잡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군사적으로 점령하면서 이란에 대한 핵 공격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란은 월드컵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지적했다.

크로아티아 출신인 바랑코 이반코비치 이란 감독은 이와 관련해 "스포츠와 정치는 반드시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란인들은 그러나 축구가 자신들에게는 한없이 매력적인 스포츠인 반면 다른 이들에게는 자신들을 향한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임을 생각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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